원아는 병실 온도가 낮아서인지 한기가 느껴졌다.그녀는 고모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뒤 에어컨의 온도를 조금 높였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 수액을 맞으며 잠이 든 고모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원아의 얼굴은 꽤 평온해 보였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고모가 수술하도록 할 수 있을까?’그녀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에서 ‘띵동'하는 소리가 나며 카톡 메시지가 왔음을 알려주었다.혹시 회사일지 몰라 그녀는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몇 개는 구독 중인 카카오톡 채널의
임영은은 치맛자락을 들고 황급히 추예림의 사무실로 달려갔다.“언니, 왜 내 배역을 다른 사람이 가져갔어요? 촬영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배역이 바뀌다니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추예림이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내가 무슨 뜻인지 어떻게 알겠어? 모두 다 윗사람들이 결정한 일인데. 네가 요즘 너무 소란스러웠어. 너무 떠벌리고 다녔다고…….”추예림은 억울했다. 입지가 탄탄한 여배우와 함께하면서 이름을 떨치며 성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애써 만든 이미지를 영은 스스로 다 무너뜨려 버렸다. 이런 억울한 마음을 어디
소남은 원아의 의심이 가득한 얼굴을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임 지사 부인이 따뜻하게 대한다면 그냥 받아들이면 되잖아. 어쨌든 그분은 당신의 친엄마인데, 차갑게 대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소남은 원아가 총명하긴 하지만 때로는 어리석은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원아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난 사모님이 내 친엄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분은 내가 자기 딸인 것을 모르잖아요. 이렇게 자주 연락하다가 내가 날 통제할 수 없을까 봐 걱정돼요…….”소남은 손을 뻗어 그녀의 코끝을 톡 치며 웃었다.“
원아는 창가에 서서 멍하니 그가 스포츠카를 몰고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이 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자신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그가 미웠다. 그녀 역시 남궁산이 소남을 구하기 위해 외모까지 바꾸는 커다란 결심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를 대신해 범죄 혐의를 뒤집어썼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소남이 그를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인 자신과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쉽게 결정 내릴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남궁산이 그를 대신해 죄를 뒤집어썼지만, 나중에 소남은
도착한 곳은 경비가 삼엄했다. 몇 걸음 간격으로 검은 옷을 입을 사람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레이는 별장의 1 층 로비에서 문소남을 맞이했다.소남은 레이가 이렇게 젊은 남자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레이는 당연히 고루한 모습의 뻔뻔한 노인이거나, 흉악한 얼굴의 중년 남자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는 러시아 남자 특유의 외모로 키와 덩치가 컸다. 하지만 얌전한 얼굴에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소문으로만 듣던 마피아 대부가 이렇게 멋진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소
백화점을 여기저기 다니며 옷을 입고 또 입어 보아도 이연은 마음에 드는 옷이 하나도 없었다.원아는 그녀가 이렇게 신이 난 모습이 너무 오랜만이라 방해하고 싶지 않아 한쪽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하지만 삼십 분이 지나도록 그녀는 여전히 직원에게 옷을 추천 받고 있는 중이었다. 원아는 소파에서 일어나 남성복 구역으로 가서 그곳을 천천히 돌아보았다.그녀는 한쪽에서 검은색 남성 바바리코트를 발견하고 만져 보았다.눈치가 빠른 매장 직원이 얼른 다가왔다.“사모님, 혹시 남편분에게 선물하실 건가요? 이 코트는 이번에 새로 들여온 한정판
원아는 장정안과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그가 어서 자리를 비켜주길 바라는 뜻을 은근히 내비쳤지만, 그는 모르는 척 자리에 앉아 있었다.옆에 있던 이연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원아의 체면을 생각해 차마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되던 찰나! 귀에 거슬리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내가 오빠를 얼마나 찾았는데. 그런데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오빠 정말 너무해요. 다시는 이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해놓고선 지금 이게 뭐예요?”원아는 굳은
이미경은 빨개진 볼을 감싸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장정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오빠가 나를 때리다니! 벌써 두 번째야! 저 여자 때문에 오빠가 나를 때린 것이 벌써 두 번째라고!”장정안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이제 그만해, 원아는 임산부야. 네가 한 행동 때문에 산모와 태아가 죽을 수도 있었어! 넌 어떻게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니?”이미경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그게 뭐 어때서? 다 저 여자 업보야.”원아는 숨을 깊이 내쉬며 감정을 자제하려 애썼다. 혹시나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