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은 빨개진 볼을 감싸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장정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오빠가 나를 때리다니! 벌써 두 번째야! 저 여자 때문에 오빠가 나를 때린 것이 벌써 두 번째라고!”장정안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이제 그만해, 원아는 임산부야. 네가 한 행동 때문에 산모와 태아가 죽을 수도 있었어! 넌 어떻게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니?”이미경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그게 뭐 어때서? 다 저 여자 업보야.”원아는 숨을 깊이 내쉬며 감정을 자제하려 애썼다. 혹시나 아기
소남은 비록 자신의 손을 지키기는 했지만 유감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남궁산이 이렇게 결혼을 승낙해서는 안 됐다.몇 분만 더 기다렸다면 공든 탑이 이렇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었다.소남은 레이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그 남자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고 누구보다 총명했다. 이득과 실을 저울질하는 데는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는 레이가 아무리 자신의 누나를 아낀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자기들과 결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했다. 게다가 T그룹은 러시아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에 그가 아무리 마피아의 대부라 할지
주희진은 한참 만 에야 겨우 감정을 추스렸다.원아는 그녀에게 휴지 한 장을 건네주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눈가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이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주희진은 뭔가 미련이 남은 듯 원아를 바라보다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 혹시라도 원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아마도 내 딸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분명 원아 씨와 비슷한 나이가 됐을 거예요. 원아 씨처럼 예쁘고 철도 든데다 재능도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주희진의 눈물을 본 원아는 마음이 불편했다.하지만
임영은은 주희진을 바라보며 웃으며 인사했다.“엄마, 저 왔어요. 집에 손님이 오셨네요?”“이모…….”허요염은 어색한 표정으로 주희진을 바라봤다.품격있고 점잖은 그녀 앞에 서면 평소 방탕하던 허용염은 몸 둘 바를 몰라 했다.주희진은 영은과 그 뒤에 서 있는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애를 보고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녀는 영은이 허요염 같은 친구를 만나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영은의 나쁜 모든 행동들이 모두 그녀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 생각됐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둘 사이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
주희진은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점심을 준비하러 가야겠네. 난 원아 씨와 먼저 내려 갈 테니 영은이 너도 얼른 내려오렴.”그녀는 자연스럽게 원아의 손을 잡고 계단으로 향했다.어른이 된 이후로 원아는 소남 외에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손을 잡혀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주희진은 마치 넘어지기 쉬운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는 듯했다. 원아는 갑자기 울컥했다.그녀에게서 엄마의 사랑이 느껴졌다.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영은은 엄마가 원아의 손을 꼭 잡은 채 자신에게는
극심한 고통이 머리에서 부터 온몸으로 퍼졌다.소남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그는 자신이 총에 맞은 것을 믿지 못한 채 눈을 크게 떴다. 모스크바의 가을은 확실히 A시보다 훨씬 춥다고 생각했다.도대체 누가 자신에게 깊은 원한을 품었길래 먼 타국까지 와서 죽이려 했을까?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소남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업가로서 그는 사람들에게 냉정했고 자기 때문에 파산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협박을 당한 적도 많았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소남은 머리의 통증이 점점
주희진은 원아의 다급한 모습을 보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영은을 바라보다 자신의 휴대전화를 얼른 건넸다. “여기 우선 내 휴대전화로 써요.”“이모, 감사합니다.” 원아는 휴대전화를 건네받고 소남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계속 연결이 되지 않았다. 원아는 안절부절못하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녀는 다른 방법이 없어 장민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 역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원아의 초조함은 더해갔다. 마지막으로 원아는 동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벨 소리
원아는 거실에서 스웨터를 짜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해야 불안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애타는 마음으로 꼬박 이틀을 동준이 오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그가 왔고, 그의 뒤로 한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둘은 똑같이 슬픈 얼굴을 하고 걸음걸이조차 무거워 보였다.동준을 본 원아의 초췌한 눈동자가 붉어졌다.그녀는 만들고 있던 스웨터를 내려놓고 다급하게 동준에게 걸어갔다. 하지만 소남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원아는 동준의 팔을 꽉 붙잡고 초조하게 물었다.“동 비서님, 소남 씨는요? 소남 씨는 왜 같이 오지 않았어요?”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