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진은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점심을 준비하러 가야겠네. 난 원아 씨와 먼저 내려 갈 테니 영은이 너도 얼른 내려오렴.”그녀는 자연스럽게 원아의 손을 잡고 계단으로 향했다.어른이 된 이후로 원아는 소남 외에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손을 잡혀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주희진은 마치 넘어지기 쉬운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는 듯했다. 원아는 갑자기 울컥했다.그녀에게서 엄마의 사랑이 느껴졌다.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영은은 엄마가 원아의 손을 꼭 잡은 채 자신에게는
극심한 고통이 머리에서 부터 온몸으로 퍼졌다.소남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그는 자신이 총에 맞은 것을 믿지 못한 채 눈을 크게 떴다. 모스크바의 가을은 확실히 A시보다 훨씬 춥다고 생각했다.도대체 누가 자신에게 깊은 원한을 품었길래 먼 타국까지 와서 죽이려 했을까?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소남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업가로서 그는 사람들에게 냉정했고 자기 때문에 파산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협박을 당한 적도 많았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소남은 머리의 통증이 점점
주희진은 원아의 다급한 모습을 보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영은을 바라보다 자신의 휴대전화를 얼른 건넸다. “여기 우선 내 휴대전화로 써요.”“이모, 감사합니다.” 원아는 휴대전화를 건네받고 소남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계속 연결이 되지 않았다. 원아는 안절부절못하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녀는 다른 방법이 없어 장민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 역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원아의 초조함은 더해갔다. 마지막으로 원아는 동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벨 소리
원아는 거실에서 스웨터를 짜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해야 불안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애타는 마음으로 꼬박 이틀을 동준이 오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그가 왔고, 그의 뒤로 한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둘은 똑같이 슬픈 얼굴을 하고 걸음걸이조차 무거워 보였다.동준을 본 원아의 초췌한 눈동자가 붉어졌다.그녀는 만들고 있던 스웨터를 내려놓고 다급하게 동준에게 걸어갔다. 하지만 소남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원아는 동준의 팔을 꽉 붙잡고 초조하게 물었다.“동 비서님, 소남 씨는요? 소남 씨는 왜 같이 오지 않았어요?”동준
원아가 깨어난 것을 본 장인숙은 침대 위로 올라가 그녀의 양 어깨를 꽉 잡고 힘껏 흔들었다. 그녀는 원한이 서린 눈빛으로 원아를 죽일 듯 노려봤다. 원아는 장인숙이 거칠게 흔들자 또다시 현기증이 났다. 그녀는 눈앞이 흐려지면서 다시 혼수상태에 빠졌다.한없이 피곤한 몸을 이렇게 침대에 누이고 눈을 감은 채 그대로 있고 싶었다. 다시는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꿈속에서 원아는 소남을 보았다.훤칠한 키에 꼿꼿한 뒷모습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달려가며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소남이 천천히 돌아섰다.섬세하게 조각된
원아의 입에서 장인숙의 이름이 나오자 주희진의 얼굴이 바로 차가워졌다.그 여자가 병원에 와서 소란을 크게 피운 일은 모든 사람이 다 알 정도였다. 그녀는 원아를 보며 온유하게 말했다.“오후에 그녀가 오긴 했었는데, 소남 할아버지에게 쫓겨났어요. 원아 씨, 장인숙은 아들을 잃었고 지금 제정신이 아닐 거예요.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너무 어처구니없었어요. 당신이 임산부라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손을 대려고 했어요. 당신은 여전히 그녀의 친손주를 품고 있는데 말이에요. 내가 보기에 문씨 집안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퇴원
“착한 아이, 내가 정말 잘 돌봐 줄게요!”주희진은 원아를 품에 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주희진은 반드시 자신의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딸을 잘 돌보아 그동안 해주지 못했던 엄마의 사랑을 듬뿍 쏟을 것이라 다짐했다.……다음날.주소은과 이연은 아침 일찍 원아를 찾아왔다.그러나 두 사람의 위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원아는 여전히 힘 없는 모습이었다.주희진은 원아의 곁에 머물며 찾아오는 손님들 과도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상냥한 성격으로 누구와도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주소은과 이연도 그녀를 좋아했다. 그들은
원아는 그렇게 강하기만 했던 문소남이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사모님, 이곳에 서명해 주세요.” 전재현 변호사는 원아에게 펜을 건네주었다.원아는 아무 생각 없이 펜을 받아 들고는 멍하니 서류를 바라봤다. 그녀는 마음이 너무 아팠고 슬펐다. 그러다 갑자기 분노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이번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미리 알고 유언장을 작성했던 것일까? ‘소남 씨, 나는 당신이 약속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요. 또 친구를 위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