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이 있었던 그는 머리를 감고 싶어했다.그녀는 그를 씻겨줄 방법을 찾았다.벨 소리가 계속 울렸지만 화장실에 있느라 들을 수 없었고. 지성이 그녀의 휴대폰을 들고 왔다.지성이가 들고 오지 않았다면 그녀는 전화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내일 중국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강훈이 말했고, 이내 진아연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기를 바랐다.진아연은 스피커폰을 킨 상태로 박시준의 머리를 감기며 말했다. "강민을 찾으셨나요?""아니요." 강훈이 대답했다. "내일 시간있으시면 밥이나 한 끼 사주시죠! A국은 진아연 씨가 잘 아시니."진아연은 그 말을 들은 박시준의 등이 움찔하는 것을 느꼈고 바로 거절했다. "죄송해요. 내일 남편이 퇴원해서요. 제가 옆에 있어줘야 해요. B국도 제가 잘 아니 그때 제가 사드릴게요."강훈은 그 말을 듣자 매우 실망했다.그는 그저 그녀와 밥 한끼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역시 박시준을 돌봐야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고작 2시간도 자신에게 할애할 생각이 없는 것인가?그 말은 결국 진아연은 그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B국에 있을 때만 해도 진아연이 그에게 이렇게 차갑진 않았다."알았습니다.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강훈이 씁쓸하게 말했다."강훈 씨, 왜 그렇게 말해요? 밥은 언제든지 같이 먹을 수 있잖아요. 남편이 방금 퇴원해서 지금은 진짜 어려워요.""잠깐만이라도 안 보이면 큰일 나는 건가요? 그런 핑계를 댈 필요 없어요. 아무튼...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잘 계세요." 강훈은 이렇게 말하고 그녀가 어떠한 말이라도 해주길 기다렸다.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다른 변명을 하지 않았다.그저 작별 인사 뿐.강훈의 세상은 순식간에 달라진 것 같았다.그는 그 순간 깨달았다. 더 이상 주저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이다.전화를 끊은 뒤에 이미 박시준의 머리는 거의 다 감겨져 있었다."강훈이 당신과 같이 저녁을 먹고 싶어하는 것 같던데. 왜 가지 않은 거지? 나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재혼 이야기를 말했다."정말이야?""뭘 더 고민해요?" 진아연이 그에게 물었다.박시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머리 움직이지 말아요. 머리 크게 다친 거 몰라요?" 진아연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박시준의 마음을 이해했다.많은 일들을 같이 겪고나면 상대방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다."다음주 월요일은 어때요? 한이는 주말에 간다고 했어요. 월요일에 한이랑 같이 구청에 가요." 진아연은 아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한이랑 더 오래 있고 싶다면 다음 주 금요일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박시준은 그녀의 슬픈 표정을 보고 말했다."내 말을 잘 듣는다고 한이를 계속 제 옆에 둘 수 없어요. 공부하느라 안 그래도 피곤한데. 한이가 평소에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아요? 다른 아이들 이, 삼년 공부해야 하는 걸 한이는 일 년만에 마쳤어요." 진아연이 말했다."무슨 다른 계획이라도 있데?" 박시준은 한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알 수 없었다."저도 잘 몰라요. 한이는 항상 자신만의 생각이 확실한 아이니까요." 진아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거 알아요? 한이랑 당신 많이 닮은 거. 그래서 한이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가 뭐든 다 해줄 거예요.""응."이틀 뒤.강훈은 B국으로 돌아갔다. 하룻밤 푹 쉬긴 쉬었지만 시차로 인해 피곤함은 여전했다.아침 8시. 그는 강도평의 집에 도착했다."강민이 사라지다니?" 강도평은 그가 A국에 갔다온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 거칠게 말했다. "어떻게 사라진 거지? 성인이 그렇게 갑자기? 죽었다면 시체라도 보여다오!""아버지, 방에서 휴대폰을 찾았습니다." 강훈은 강민의 휴대폰을 가져와 아버지에게 건넸다. "기억나시죠? 강민이 사용하는 휴대폰입니다.""음, 내게 휴대폰을 준 이유는 뭐지? 안에 뭐라도 들었느냐?" 강도평은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을 건네받고 폰을 열었다."아버지, 혹시 조순현이라고 아세요? 강민이 Y국에서 매수한 여죄수입니다. 강민은 이 여죄
"저도 이렇게 가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현이의 행방을 모른다면 쓸모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강훈이 이렇게 말하며 그는 진아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느껴졌다. "누가 알겠어요. 조순현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을지.""간단하지 않습니다. 박시준과 진아연 씨가 그녀를 찾았지만 그녀는 참고 그들을 거부했습니다..." 강도평은 눈을 가늘게 뜨며 강민의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 "민이는 너무 약해. 아무리 강민이 좋은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조순현은 눈도 없나! 나라면 박시준을 선택할 거야.""아버지, 아마도 조순현에게는 강민이 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강훈이 말했다. "아무튼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조순현에게 연락하는 것입니다.""강훈아, 이 일은 네게 맡기마. 강민의 휴대폰을 가지고 조순현을 만나거라. 강민이 그녀에게 주는 돈의 두 배를 주겠다고. 무조건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해." 강도평은 이 말을 하면서 피가 거꾸로 솓았다. "무조건 박시준이 현이를 찾기 전에 우리가 먼저 현이를 데려오는 거다. 그게 바로 우리의 마지막 남은 카드야!"강훈은 그의 생각과 달랐다."아버지, 저희도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러다 박시준 씨의 화를 살 지도...""강훈아, 네 놈의 그 어리석은 모습은 네 엄마와 똑같구나! 어쩜 나의 모습은 하나도 닮지 않은 건지. 쯧!" 강도평은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작은 일은 운이 따라주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장차 큰 일을 하려거든 용기와 대담함을 가져야 한다!""더 이상 다른 프로젝트는 찾을 필요 없다. 무조건 '기사회생술'을 가져야 한다.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어!" 강도평은 강훈이 자신의 말을 순순히 따라주기를 원했다. "일단 성공하면 넌... 박시준을 이기는 건 시간 문제야.""아버지..." 강훈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그는 아버지의 생각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아버지 말씀대로 하겠습니다!"강도평
한이는 갑자기 부모님의 혼인관계증명서를 받게 되자 혼란스러웠다.보통의 다른 집에서는 아이들의 물건을 부모님에게 맡기며 안전하게 보관한다.근데 그들은 부모가 되서 이렇게 중요한 것을 그에게 맡기는 것일까?한이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었고 그래서 그의 모든 소중한 물건들은 책가방에 다 들어갈 정도였다.그리고 그 소중한 물건은 오직 노트북과 마우스일 뿐.만약 부모님께서 이 혼인관계증명서를 자신에게 맡긴다면 그는 이것을 책가방에 넣고 다닐 생각이었다.매일 부모님의 혼인관계증명서를 등에 매고 학교에 간다면 어떤 느낌일까?"한이야, 티켓은 샀니?" 박시준 역시 기분이 좋았고, 그 여세를 몰아 용기를 내어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저녁 비행기료 샀어요." 한이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혼인관계증명서를 가방에 넣은 뒤, 카메라를 어머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사진은 그닥 잘 못 찍었어요."진아연은 카메라를 건네 받고 사진을 몇 장 넘기며 말했다. "와, 역시 한이가 찍어서 그런가 다 멋지게 잘 나왔어.""그건 엄마가 예쁘니 그런 거고. 어디서 찍든 다 잘 나오잖아." 박시준이 말했다."오늘 뭐 잘못 먹었어요~? 왜 이렇게 낯뜨거운 말을 하실까?" 그녀는 웃으며 가방에 카메라를 넣으며 말했다. "머리는 괜찮아요? 집으로 돌아갈까요?""오늘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밖에 더 있다가 가고 싶어." 박시준은 정말 오랫만에 마음까지 따뜻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머리 안 어지럽냐구요...""조금 어지럽긴해." 박시준이 이어서 말했다. "근데 행복해서 어지러운 거 같아."진아연: "..."한이: "...""지금 밥 먹으러 가기는 좀 이르고... 쇼핑이나 할까? 가지고 싶은 거 있으면 사줄게." 박시준은 정말이지 기분이 매우 좋아보였다.진아연과 한이는 그의 이런 행동에 의아해하며 바라보았다.뇌 수술을 받은 지 열흘 밖에 안 흘렀는데 무리하게 쇼핑을 하고 싶다니.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 건지 몸이 벌써 회복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아들이랑 같이
진아연은 차를 선택한 뒤, 그에게 물었다. "시준 씨, 이게 어디 나라 말이에요? 이탈리아어인 거 같긴 한데.""맞아. 이탈리아어."확신하는 그의 말투에 진아연이 물었다. "혹시 이탈리아어도 할 줄 알아요?""예전에 배워본 적이 있긴 해. 하지만 몇 년 동안 말하지 않아서 거의 다 잊었다고 볼 수 있지." 박시준은 디저트 메뉴판을 다시 한이 앞에 두었다."왜 이탈리아어를 배웠어요? 건축학을 전공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진아연은 그가 이탈리아어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들었다.확실히 그의 책장에는 외국 원서들이 많이 꽂혀 있긴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약간의 허세기로 인해 책들을 수집하는 거라고 넘겨짚었고, 그가 해당 나라들의 언어를 배웠다고 생각하지 못했다."처음에는 그냥 이탈리아 건축가가 쓴 책이 너무 좋아서 구매했는데 번역본을 읽고 싶지 않아서 이탈리아어를 배웠지." 박시준이 대답했다.한이는 분명이 메뉴판을 보고 있었지만 박시준의 말에 한이는 귀를 쫑긋 세웠다."정규 출판사에서 출간된 번역본이라면 원문과 다르지 않을텐데. 제대로 책을 읽기 위해 배웠다니. 연애 목적으로 배운 건 아니죠~?" 진아연이 물었다.박시준은 당황스러워했다. "아, 물론 이탈리아어 고백은 꽤나 낭만적이긴 해."진아연: "???"한이 역시 놀라며 그를 쳐다보았다."뭐예요? 왜 저는 한번도 이탈리아어로 말하는 걸 못 봤죠? 누구한테 고백이라도 했나봐요?" 진아연은 그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보며 다시 물었다.비록 과거일에 대해 물어볼 생각은 없었지만 뭐 이렇게 된 김에 그에 몰랐던 모습에 대해 더 이해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냥 그런 생각을 해봤다는 거지 고백한 적은 없었어." 박시준은 그를 응시하는 아들을 곁눈질로 흘끗 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정말 연애한 적 없어. 그냥 혼자 상상해 본 것일뿐."그의 대답을 듣고 진아연 역시 인정했다."그럼 이제 이탈리아어로 저한테 고백해봐요." 그녀는 한껏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박시준: "..."그는 진아연이 이탈리아어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거라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최선을 다해 고백했다."뭐야. 고백했는데 이렇게 더 외로워지는 게 맞는 거야?" 그가 약간 짜증을 내며 말했다."외롭다니요? 시준 씨 말투와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는데. 그리고 정말 이탈리아 말은 듣기가 좋네요. 아, 시준 씨가 말해서 그런 걸까요? 아무튼 좋았어요." 그녀가 대답했다.진아연은 그의 고백에 역시 진심을 다해 대답했다.그 말에 그의 짜증이 순식간에 날라갔다."엄마, 무슨 말 했는지 알려드릴까요?" 한이가 말했다.진아연은 놀라며 반문했다. "무슨 말인지 아는 거야? 이탈리아어 모른다고 하지 않았니?""몰라요. 근데 휴대폰에 통역 기능이 있거든요. 방금 아빠가 말한 거 녹음했어요." 한이는 무심하게 박시준이 말한 녹음 파일을 A국 언어로 설정한 뒤, 번역을 눌렀다.——"아연아, 너와 만나게 되서 너무 기뻐. 매일 당신과 함께 보낼 수 있어 정말 행복해. 사랑해. 정말 정말 사랑해."번역된 말을 들은 뒤, 진아연은 멍해졌다. "그게 다야...? 분명 엄청 길게 말했는데."박시준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저게 다야.""아... 엄청 길게 말하길래 저는 꽤 긴 고백이었구나 생각했어요." 진아연이 말했다.박시준의 얼굴은 곧 터질 것처럼 더 빨개졌다. "정말 기본만 할 줄 알아.""네, 잘 했어요. 그리고 그런 고백이면 충분해요." 진아연은 그에게 말했다.한이는 다시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창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오늘은 꽤나 긴 하루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점심.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으며 진아연은 아까 카페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다 사진 몇 장을 선택해 인스타그램에 태그와 함께 올렸다. #오늘은 기쁜 날 #디저트 #맛있어디저트 사진과 몰래 박시준과 한이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을 올렸다.인스타그램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바로 댓글을 달았다ㅡ성빈: "와! 뭐죠? 두 사람이 사진을 같이 찍다니! 드디어
"한이야, 지금 말하는 거지만. 한이는 이 아빠보다 더 대단한 사람 같아. 박시준은 한이에게 우유를 따라주며 건배를 제안했다.진아연은 한이의 반응이 어떨지 예상할 수 있었다.그는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들으면 부담스러워했다.박시준은 그가 기뻐하리라 생각하고 말한 거겠지만 그는 분명 박시준이 원하는 반응을 하지 않을 것이다."저는 저고 아버지는 아버지입니다. 비교할 필요가 없죠." 예전의 한이라면 분명 박시준을 뛰어 넘으려고 했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일과 목표가 뚜렷했기에 더이상 신경쓰지 않았다."한이야, 네 말이 맞아. 너나 아빠나 둘 다 엄마의 자랑이야."진아연은 그 말을 한 뒤, 박시준의 손이 민망하지 않게 건배를 하려고 잔을 들었지만 그때 마침 테이블 위의 놓인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마이크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진아연은 마이크가 전화를 해서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이 갔다.그는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성빈과 조지운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아마 그녀에게 도와달라고 전화를 한 것이다.진아연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신 뒤, 마이크의 전화를 받았다."아연아, 한이랑 박시준 씨 정말 화해한 거야?" 마이크는 믿기지 않는 듯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자 했다."응. 직접 와서 볼래?" 진아연이 물었다."진짜야? 아니... 두 사람이 화해를 했다니깐 다행이긴 하네! 이제 너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마이크가 말했다.진아연이 농담을 건넸다. "뭐야? 실망이라도 한 거 같은데.""실망은 무슨. 아니 이렇게 아름다운 가족 상봉에 대해 내가 왜?" 마이크는 약간 질투하는 것 같았다. "됐고. 아무튼 한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나라고 했으니깐. 근데 나중에 박시준 씨가 내 자리를 차지하는 건 아니겠지...?""마이크, 그게 무슨 말이야. 한이한테 마이크 넌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인 걸. 마치 나한테 시준 씨 존재처럼 말이지. 그러니깐 시준 씨에게 질투하지마." 진아연은 마이크를 위로했다.마이크는 그녀의 말을 들은 뒤, 기분이 좋아졌다."마이크, 너랑
검은 패딩을 입은 여자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속일 걸 속이세요.""조순현 씨, 저희 그러지 말고 잠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떨까요!" 강훈은 너무 추워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전 괜찮습니다! 이야기 하고 싶다면 여기서 하세요." 여자는 그가 추위에 떠는 것을 보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 듯했다."알겠습니다!" 강훈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경호원에게 눈치를 줬다. "패딩 좀 가져와!"경호원은 바로 패딩을 가져왔다."강민 씨는 괜찮나요? 몸이 안 좋으면서 왜 약속을 잡은 거죠?" 여자는 불만스러웠다."조순현 씨, 사실... 당신을 속일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누나한테 일이 좀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족 모두가 그녀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누나 휴대폰을 제가 발견하게 됐고요." 강훈이 이어서 말했다. "비록 누나가 사라지긴 했지만 저희 역시 당신과 같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일? 우리가 뭘 했는지 알고 있나요?""아니요. 하지만 말해주시면 누나가 당신에게 약속한 보상에 대한 2배를 드리겠습니다." 강훈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천천히 말했다. "저희는 지금 현이를 찾고 있습니다. 그저 현이를 찾게만 해준다면 당신이 뭘 원하든 다 드리겠습니다."여자의 교활한 눈빛은 마치 강훈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고, 몇 번이고 그의 얼굴을 흘끗 쳐다보았다."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당신은 집에서 아무 권한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녀는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 아버지를 데려와서 이야기 하시죠. 그렇지 않으면 이 거래는 없을 줄 아세요."강훈은 이렇게까지 무례한 여자는 처음이었다.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왜냐하면 그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잘 해줬다. 모두들 강 대표님, 강 도련님이라고 말했으니깐 말이다."조순현 씨,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여기 온 것도 아버지께서 시키신 일이니. 저와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강훈은 이렇게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반드시 아버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