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명은 힘겹게 목을 들며 이를 꽉 깨물었다.“염무현, 당신 실력이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한 건 인정하지. 진료비에 대해서도 내가 한 짓이 떳떳하지는 않지만 그쪽도 양심에 손을 얹고 물어봐. 정말 조금의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나? 당신 덕분에 우리 집안의 모든 재산이 화하 상업그룹에 빼앗겼어! 당신도 나도 서로 자기가 옳다고 우기는데 누가 맞네 틀리네 싸우는 건 무의미한 일이야! 이 구천명은 당신에게 빚진 게 없어.”염무현이 미간을 찌푸렸다.“위석현과 결탁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어차피 당신은 무사하잖아. 우리 사이 일은 이걸로 퉁 치자고!”구천명이 목을 빼 들고 말하자 옆에 있던 한진영은 홧김에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절대 안 돼요! 우리 집 재산은 돌려받아야죠!”염무현은 차갑게 웃었다.“나도 이대로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은데.”눈에 보이지 않는 음파가 구천명의 귓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의 내부 장기의 특정 기능이 자극을 받았다.염무현은 사람들을 치료할 때 특별한 기술을 사용해 흔적을 남기는데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추후 치료할 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이 표식은 보호자 기능을 수행하며 환자의 남은 평생을 함께하지만 자칫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삶과 죽음이 전부 염무현의 통제 속에 있으며 그의 생각 하나로 생사가 결정된다.“염무현, 내가 너를 무서워할 것 같아? 우린 아직 세인시에 남아있는 힘이 있어. 당신은 절대 나를 건드릴 수 없다고.”구천명이 콧방귀를 뀌었다.“충고 하나 하자면, 쓸데없는 짓은 하지...”그의 말이 툭 끊겼고 한진영은 구천명의 하얗던 얼굴이 검게 변하고 호흡이 가빠지며 몸 상태가 더욱 나빠지는 것을 보았다.툭-구천명은 작은 휴대폰 하나 제대로 들지 못해 바닥으로 떨구었고, 그의 몸도 비틀거리며 바닥을 향해 쓰러지고 있었다.“여보, 왜 그래요?”한진영이 급히 달려와 구천명의 옷깃을 잡아당겼지만 바닥에 쓰러지는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완치된 줄 알았는데 왜 갑자기 발
“맞아요,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 “여기 오라고 애원할 때는 좋은 말만 하더니, 이제 와서 우리한테 뒤집어씌우네요.” “죽을병을 어떻게 치료합니까, 당신 남편은 죽을 목숨이에요. 살리고 말고는 하느님 뜻에 달렸다고요. 다들 헛걸음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 진료비는 원래대로 내세요!”다른 의사들도 저마다 불만을 표시했고 바로 그때, 수비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제히 다가왔다. “한진영 씨가 누구죠?” 원장의 옷깃을 잡고 있던 한진영은 마지못해 손을 놓으며 대답했다. “전데요, 무슨 일이죠?”상대방의 정체를 알아본 한진영은 자연스레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인 한수로가 세인시 수비대와 인연이 깊었기 때문이었다. “수사 협조를 위해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선두에 선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에 단호한 어투로 말하자 한진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뭘 조사해요?”“초창기 음지 사건에 연루되어 고의 상해, 과실치사, 살인 등 여러 범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상대가 차가운 어투로 말하자 한진영은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미친 거 아니야,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나한테 그 따위 누명 씌우지 마, 안 먹히니까! 오전까지 우리 부부 당신 상사인 위석현과 차 마시며 얘기 나눴어.”상대방은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위석현은 이제 자기 몸도 지키지 못하는 처지인데 그런 사람을 방패막이로 세우는 건 너무 무모하지 않나요.” 그러자 한진영이 급히 덧붙였다.“위석현이 무너져도 조엽춘이 있잖아! 우리 아빠와 조엽춘은 오랫동안 절친한 친구 사이야. 전화 한 통이면 너희들 다 끝장이라고!” “정말 조엽춘이 당신을 감싸줄까요?” 되묻는 상대방의 말투와 표정에는 조롱하는 기색이 다분했지만 한진영은 거들먹거리기 바빠 상대방의 표정 변화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당연하지, 우리 아빠 이름은 한수로야. 조엽춘한테 전화해서 우리 아빠를 아냐고 물어봐!”기세등등한 한진영의 말에 상대가 웃었다.“공교
“큰일 났어요, 환자 심장이 멈췄어요. 환자분께서 돌아가셨습니다!”병동에서 의사의 외침이 들렸고 한진영은 완전히 절망한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남편은 죽었고, 자신은 감옥에 가야 하고, 아버지인 한수로 역시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두 집안이 완전히 풍비박산 나자 이 순간 한진영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 찼다.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염무현에게 순순히 진료비를 낼 텐데.집안 재산의 절반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 재산을 내야 한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더군다나 멋대로 감히 현염초를 마범구에게 넘기지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완전히 무너진 한진영을 끌고 곧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원장은 분이 풀린 표정으로 옷깃을 정리하면서 말했다.“죽은 자는 영안실로 보내!”...서해에서“아가씨, 그냥 들여보내 줘요.”조엽춘은 귀한 선물이 가득 담긴 커다란 가방을 들고 1호 별장 문 앞에 서서 전담 집사 이은서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평소 같았으면 한낱 집사 따위 조엽춘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겠지만 이 순간 그는 한껏 몸을 낮추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염무현 님이 안 된다고 했어요.” 이은서의 표정은 담담했다.조엽춘은 서둘러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염무현 님께 보고할 중요한 일이 있다고 전해주세요.”한씨와 구씨 집안의 일을 보고한다는 핑계로 염무현에게 아부할 생각이었다.서해 수비대를 떠난 후 그는 가장 먼저 한씨 가문에 화살을 돌렸다.사위도 버린 마당에 그깟 오래된 친구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자신만 굳건하면 친구 하나 없는 것쯤은 두렵지 않았다.하여 그는 옛정을 생각하는 대신 오히려 한수로 일가를 궁지로 내몰았다.“저는 염무현 님 말씀 그대로 전했습니다.”이은서는 역시나 단호한 태도였고 조엽춘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그럼 이 작은 선물은 제 나름의 성의이니 아가씨께서 대신 염무현 님께 전해주세요.”“염무현 님께서 다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이은서는 무심하게 말했다.“그대로 전해드리자면, 하나라도 남겼
염무현은 유시인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유람선에 있을 때 유시인은 염무현의 실력을 알기 전에 두 번 연속 그를 도와준 적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염무현이 나이가 어리다고 만만하게 보거나 모욕하지 않았다.이 때문에 염무현은 맹승준 사제와 김민재를 처리하면서 배의 위기를 해결한 것으로 유시인에게 은혜를 갚았다.이후 유시인은 염무현에게 더욱 예의를 갖췄다.협업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상대 손에 있는 법기가 흥미로웠다.그런 건 보기 드문 물건이니까.백희연이 나타나면서 전설 속에서만 볼 수 있던 것들이 현실이 됐을 때 염무현은 다시 한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열렸다.옥반지, 청교인, 심지어 현무의 냉기를 품고 있던 옥 매미까지 이 모든 것이 법기의 성질을 띠고 있었다.“됩니다.” 염무현이 대답하자 연홍도가 다시 물었다.“그럼 어디서 만날까요?”“저희 집으로 오시죠. 마침 오늘은 할 일이 별로 없어서요.”염무현이 말했다.“알겠어요, 유시인 씨한테 바로 알려줄게요.” 연홍도는 전화를 끊었다.2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세인시에서 컬리넌 한 대가 넓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네네, 좋아요...”유시인은 들뜬 표정으로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연 선생님. 기회 되면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연홍도는 겸손하게 말했다.“별말씀을요. 저희도 유씨 가문과 오랜 세월 함께 했는데 서로 돕는 건 당연하죠.”“선생님의 훌륭하신 인품 참 존경스럽습니다.”유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경매 쪽을 잘 살펴보다가 적당한 물건이 있으면 기회가 닿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그렇게 하죠.” 연홍도가 미소를 지었다.전화를 끊은 유시인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연신 주먹을 말아쥐었다.옆에 앉은 근엄한 중년 남성은 그런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삼촌, 염무현 씨랑 만나기로 했어요!” 유시인이 잔뜩 기뻐하며 말했다.이 남자는 바로 유시인의 둘째 삼촌, 유진강이었다.명문가 유씨 가문에서 유진강은 어려서부
대장로의 설명에 따르면 옥 매미는 강력한 기운을 품고 있는 법기로서 약간의 수련만 거치면 그 기운을 발산하고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고대 무술 능력자에게는 엄청난 이점이 있고 내공을 몇 단계 올리는 건 일도 아니라고 했다.분명 최고의 보물이었지만 쓰레기처럼 버려졌다!유시인은 그때 대장로의 얼굴에 비친 후회와 비통함, 좌절의 표정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유시인은 염무현이 분명 옥 매미의 남다른 점을 알아보고 구매를 결정했을 거라고 확신했다.최고의 보물을 단돈 12억에 사들였다니!단순히 거저 주웠다는 가벼운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염무현의 다른 행동까지 봤을 때 유시인은 점점 더 그에게서 신비로움을 느꼈다.그래서 삼촌 유진강이 보물을 잘 아는 사람에게 감정을 부탁하고 싶다고 말하자 유시인은 바로 염무현을 추천하면서 유진강을 따라 허원 지역으로 가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삼촌이 조심스럽다거나 네 판단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야. 다만 이 어장검이 너무 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강력한 법기라고 말할 뿐 지금까지 사용법을 몰라.”유진강은 브로케이드 상자를 품에 꼭 안은 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모든 것을 알아내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과 돈을 썼어. 지난 감정으로 어장검이 돌이킬 수 없게 망가져서 이젠 꺼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용기가 나지 않아. 2천 년이 넘은 유물인 데다 청동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자칫 잘못하면 깨질 텐데, 그때 가서 어디 원망할 곳도 없잖아.”유시인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삼촌, 염무현 씨가 왠지 해결해 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유시인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그러길 바라야지.”깊게 찡그린 유진강의 이마는 조금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유시인은 앞에 있는 기사에게 지시했다.“서해로 가요.”“알겠습니다, 아가씨.”두 시간 정도 지나서 컬리넌은 리버타운에 들어섰다.유진강은 차창 밖을 흘겨보며 코웃음 쳤다.“맹승준, 홍태하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고작 이런 곳에
“고마워요, 집사님.” 예의 바른 유시인의 모습에서 재벌가 아가씨의 오만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집사를 아랫사람으로 여기며 우월감과 오만함에 찌든 온실 속 화초들과는 무척 달랐다.한편 유진강은 다소 불쾌해 보였다. 그가 봤을 때 자신과 조카는 멀리서 온 귀한 손님인데 염무현은 마중 나오지도 않고 고작 집사에게 안내를 맡기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유시인이 없었다면 유진강은 진작 폭발했을 것이다.2층 서재에서 이은서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염무현이 안에서 답하자 이은서가 문을 열며 말했다.“염무현 님, 손님 오셨어요.”“바쁘신데 찾아와서 죄송해요, 염무현 씨.”유시인이 정중하게 말하자 염무현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들어오세요.” “자네가 염무현인가?”염무현을 본 유진강은 얼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의아한 표정이 역력했다.“겨우 자네가 맹승준, 홍태하보다 대단하다고?”너무 여러 보이는데!털도 채 안 난 애송이 주제에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본인을 대사라고 한 거지?유진강은 그동안 많은 보물 감정 대사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어린 놈은 처음이었다! “죽은 사람과 무서워서 모습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저와 비교하는 게 재밌습니까?”염무현은 망설임 없이 받아쳤다. 그는 원래 이런 성격이다. 받은 것에 두 배는 몰라도 똑같게 돌려주는 것쯤은 자신 있었다.상대가 무례하게 굴면 그도 참지 않았다.게다가 지금은 서로 잘 모르는 사이가 아닌가!유시인이 다급히 소개했다.“염무현 씨, 이쪽은 제 삼촌 유진강입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말을 거칠게 해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삼촌에게 법기가 있는데 많은 보물 감정 대사들도 속 시원히 얘기해 주지 않아서 보여드리려고 왔어요. 사용 방법을 안다면 저희도 헛걸음한 게 아니니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삼촌에게 눈치를 주었고 그제야 유진강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좋아요, 꺼내 보세요.” 염무현은 유시인의 체면을
염무현은 자신만의 방식이 있었다.장갑을 끼든 말든 본인의 마음이고, 어떻게 할지는 당연히 자신에게 달렸다.“직접 만져도 상관은 없지만 이 보물이 뭔지부터 얘기해보거라.”유진강은 염무현을 떠볼 심산이었다.또한, 먼저 맞춰야만 만질 자격이 주어졌다.아니면 국물도 없을 테니까!“비수죠, 정확히 말하면 단도에 속하겠네요.”염무현이 결론을 내렸다.유진강은 눈을 부릅뜨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젊은이, 눈썰미가 없는 게 아니라 아예 멀었군! 누가 봐도 어장검인 물건을 비수라고 한 것만으로도 황당한데 지금 단도라고 한 건가?”“시은아, 네가 얘기한 감정 마스터가 진짜 이 사람 맞아? 웃기고 자빠졌네, 하하하!”유시인은 뻘쭘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물론 염무현이 없는 얘기를 지어냈으리라 믿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다른 감정사들도 모두 어장검이라고 했었다.“칼날이 하나인 검을 본 적 있어요?”염무현이 불쑥 물었다.“어?”유진강의 웃음이 뚝 그쳤다.한쪽에만 날이 있으면 칼이고, 양쪽에 있으면 검이라는 건 기본적인 상식이다.단지 검처럼 생겼다고 해서 검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예외는 항상 있는 법, 어장검의 특이한 용도로 인해 은폐와 일격필살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게 당연해!”유진강은 고개를 쳐들고 두 눈을 부릅뜬 채 말했다.“모두가 어장검이라고 하는 와중에 지금 너만 칼이라고 우기잖아. 대체 누구의 말이 맞겠어?”“다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맞는다는 법이 있나요? 진리는 항상 소수가 장악하기 마련이에요.”염무현이 단호한 어조로 반박하자 유시인이 잽싸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삼촌, 잊었어요? 이 바닥에서 득템할 수 있는 이유도 운을 제외하고 특유의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모두가 쓰레기라고 여길 때 혼자만 보물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있기에 득템이 가능한 거예요. 아니면 일찌감치 빼앗겼을 텐데 본인에게 차려질 기회가 어디 있겠어요?”유진강이 즉시 반박했다.“특템할 가능성보다 눈썰미가 없을 확률이 더
염무현은 유시인을 돌아보았다.“사실대로 얘기해줘요? 아니면 원하는 대답을 들려줘요?”반면, 길길이 날뛰는 유진강은 철저히 무시당했다.염무현은 자신의 속내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예의를 갖춰 유진강을 몇 번이고 참아준 이유는 오로지 유시인의 체면 때문이다.유진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철이 들고 나서 재벌 집 출신으로 존귀한 신분을 타고난 그는 지금처럼 무시당한 적이 처음이었다.“사실대로 얘기해!”유진강이 버럭 외쳤다.염무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별로.”유진강이 화가 나서 눈을 부라렸고, 유시인이 서둘러 물었다.“그럼 원하는 대답은 뭔데요?”“진짜 별로인 거죠.”염무현은 또박또박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유진강은 씩씩거리며 되물었다.“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앞에 두 글자가 더 붙었잖아요, 이 정도면 차이가 크지 않나요?”염무현이 되물었다.유진강은 헛웃음이 났고 염무현을 무시하고 말했다.“시인아, 이제 알겠지? 역시 허울뿐이었어. 내 말 틀렸니? 전부 다 거짓 명성에 불과했어! 전문성이란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군. 고작 이런 사람이 법기를 통달했다고 큰소리친 거야? 웃기고 있네.”유시인이 둘째 삼촌을 노려보더니 염무현을 향해 미소를 쥐어짜 냈다.“무현 씨, 삼촌께서 성질이 워낙 불같아서... 신경 쓰지 마세요. 방금 물건이 별로라고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이건 대체 뭐예요? 다들 엄청난 법기이지만 단지 사용법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맞아요?”염무현은 그나마 예의를 갖춘 유시인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법기인 건 사실이지만 굳이 대단하다고 따지자면 그럭저럭 나쁘진 않죠. 다만 기운이 너무 사악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되레 소유자를 갉아먹을지도 모르니까 얼른 버리는 게 좋을 거예요.”유시인이 깜짝 놀랐다.“네?”유진강은 피식 비웃었다.“왜? 버리고 나면 네가 주워가게? 염무현, 잔머리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는군. 빈손으로 특템하다니, 돈 한 푼 팔지 않고 값비싼 보물을 얻을 심산인가? 내가 세 살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