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풍덩... 풍덩...”수십 명이 차례로 차가운 바다로 뛰어들었다.중형 요트 몇 대가 십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유람선을 뒤따르고 있었다.모두 김씨 가문의 요트였다. 김민재가 임무를 마친 후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용으로 유람선을 뒤따르고 있었다.김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단호하게 바다에 뛰어내린 것도 조금만 버티면 곧 구조될 거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염무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구경꾼들을 훑어보더니 그의 시선은 누군가에게 고정되었다.홍태하였다!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그는 다급하게 말했다.“난 맹승준과 달라! 난 그냥 보물을 감별하러 왔다고. 사람을 죽이겠다고 야단친 사람도, 정말 손을 쓴 사람은 저들이야.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다고! 유시인 씨, 뭐라도 좀 해봐요. 이 재수탱이 날 죽이지 않게 말려달라고요. 들었어요?”홍태하는 건방진 얼굴로 유시인을 명령했다.아직도 현실을 인지하지 못한 모양이다.아직도 업계 거물이자 대선배로서 유람선 경매의 주최자인 유시인이 당연히 그의 편을 들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 생각했다.염무현은 살짝 고개를 돌려 반듯하게 서 있던 유시인을 바라봤다.유시인의 의견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녀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홍태하 씨,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전혀 홍태하의 편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유시인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지금 이 배에서는 모두 염무현 씨의 말을 따르는 게 맞죠. 저에게 부탁하는 것부터 이미 틀렸어요. 게다가 왜 저한테 명령조로 말하죠? 참 우습네요. 늙은이가 염치도 없어.”홍태하의 얼굴색이 한껏 어두워졌다.염무현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으면 그녀는 이미 김민재와 맹승준, 여도혁에게 당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 것이다.특히 김민재는 외국에 있는 요 몇 년 동안 악명이 높았다.주도권이 그에게 넘겨졌으면 유시인은 수모를 당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돈과 선물을 바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지조를 지킨 몸까지 받쳐야 할지도 모른다.여색을 즐기는 건
“아닙니다. 그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염무현 씨의 은혜에 비하면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아닌데요.”유시인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염무현 씨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고 꼭 갚겠습니다.”유시인이 계속 고집하니 염무현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경매장에 돌아온 후 염무현은 연홍도를 위해 부상 상태를 검사했다.“사부님, 아버지 많이 다치셨나요?”연희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도 맺혀 있었다.염무현이 대답했다.“그렇게 엄중한 건 아니에요. 내상을 입은 것뿐인데, 다행히 오장육부는 다치지 않으셨어요.”이런 부상은 보통 일정 기간 안정을 취하면 기본적으로 완치될 수 있었다.하지만 염무현은 걱정하는 연희주가 안타까워 단약을 하나 꺼내며 말했다.“이거 드시면 곧 나으실 거예요.”직경 2cm인 갈색 단약이었다.연홍도가 입을 벌려 단약을 씹으려고 하는데 단약은 저절로 액체로 녹아 위로 흘러 들어갔다.그 때문에 연홍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다년간의 경험으로 봤을 때, 이 단약은 분명 효과가 대단할 듯싶었다.아니면 저절로 액으로 녹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무림계와 수집계에서 나름 활동해 경험을 많이 쌓은 그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역시 염라대왕마저 손사래 치게 만드는 신의였다.따뜻해진 액체는 위에서 팔다리로 퍼져 나가면서 손상된 위치를 빠르게 복구했다.고통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연홍도는 그저 몸이 따스하고 더없이 상쾌한 느낌을 받았다.새하얗게 질렸던 그의 얼굴도 빠르게 혈색을 되찾고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유시인이 그 모습을 보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경매장 책임자인 그녀는 신통한 묘약을 셀 수 없이 많이 봤다. 그녀의 손을 거쳐 팔린 묘약만 300개 넘었다.그중 대부분은 비싼 값에 팔렸는데 이렇게 빠른 효과를 나타내는 약은 유시인마저 처음이었다.나이도 젊은 염무현이 무슨 수로 이런 약을 구했지?막강한 고대 무술 능력자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보적인 안목으로 천성야명주의 비밀을 한눈에 알
요트 위에서.사람들은 조심스럽게 김민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어르신, 좀 어떠세요?”“꼭 끝까지 버티셔야 해요. 지금 바로 돌아가서 최고의 의사 선생님을 찾을게요.”사람들이 걱정 어린 얼굴로 말했다.김민재의 한쪽 팔이 사라졌다. 어깨에는 그릇만 한 상처가 남았고, 차가운 바닷물에 30분 동안 담겨 있었으니 숨이 간들간들한 상태였다.사람들은 모두 그가 바다에서 상처를 입은 줄 알고 있지만 사실 이는 염무현의 수법이었다.염무현은 그를 바닥에 내던지기 전 암력을 김민재의 몸에 보냈다.맹승준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맹승준은 워낙 수영을 못했기에 바다에 빠지자마자 바로 죽게 되었다. 그래서 암력이 효력을 채 발휘하지도 못했다.염무현은 싹을 자른다고 했으니 당연히 김민재를 가만히 둘 리가 없다.“푸흡!”김민재는 피를 내뿜더니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몸을 휘청거렸다.숨이 점점 넘어가고 있으니 사람들은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복... 복수해 줘!”김민재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바로 숨져 버렸다.“어르신!”“망했어. 어르신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서 뭐라고 설명하지?”“방금도 멀쩡하셨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야?”유람선 위에서.“나... 다 나은 것 같은데요!”연홍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몇 번 움직였다. 전혀 다친 적 있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자신이 얼마나 많이 다쳤는지 연홍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이전의 경험에 따르면 적어도 열흘이나 보름 정도는 되어야 완쾌할 수 있을 텐데, 그것도 가장 고급 약재를 사용해야 말이다. 보통 약재를 사용하면 회복하는데 시간이 배로 늘어날 것이다.하지만 단약 한 알에 겨우 몇 분만에 완쾌할 수 있다니, 실로 말도 안 되는 경우였다!연홍도 본인마저 방금 자신이 정말 다친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옆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유시인은 무언가 결심했는지 눈을 반짝였다.“사부님, 약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벌써 나으셨다니!”연희주는 감격의 눈물을
이제 다시 그 경매품의 주인이 될 기회가 왔으니 그야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게다가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없어 가격도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구천명이 먼저 유시인의 말에 동의한다고 했으니 다른 사람도 자연스럽게 따랐다.그제야 유시인은 마음이 놓였다.“시간도 늦었는데 다들 일찍 들어가서 쉬세요. 내일 아침 이곳에서 다시 경매가 열릴 테니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유시인은 염무현과 연홍도 부녀에게 안부 인사를 전한 후 부하더러 이곳을 다시 정리하라고 했다.방 안.흰 그림자가 창문으로 휙 들어왔다.염무현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상대가 누군지 알았다.흰둥이였다.“아이고 힘들어.”백희연은 기지개를 켜며 투덜거렸다.“그 여자보고 나 좀 그만 안으라고 하면 안 돼?”염무현이 눈살을 찌푸렸다.“안겨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애완동물들은 다 안기는 거 좋아하잖아.”‘지금 누구를 애완동물이라는 거야?’하지만 백희연은 그저 속으로 투덜댈 뿐, 겉으로는 불만을 털어낼 수 없었다.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억울한 눈빛으로 염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다 같은 여자끼리, 내가 안겨도 뭐가 좋겠어? 차라리 주인님 품에 안기면 몰라도.”“그만!”염무현이 바로 그녀의 말을 잘라버렸다.‘이 여자가 지금 자기가 얼마나 고혹적인지 몰라서 저러나? 누가 구미호 아니랄까 봐, 몸짓 하나하나가 나를 유혹하고 있네.’미인은 재앙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백희연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남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염무현은 아무리 다른 남자들보다 유혹에 강하다고 하지만 백희연이 계속 이렇게 매력 방출을 한다면 끝내 견딜 수 없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다급하게 백희연의 말을 잘랐다.자칫하면 눈앞의 고혹적인 여자에게 넘어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여우령 정기를 가지고 싶다면 다른 꿍꿍이는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염무현은 일부러 야속한 척 연기를 했다.백희연은 또 입술을 삐죽였다.“알겠어. 주인님 완전 나쁜 놈, 맨날 나 괴롭히기만 하고.”염무현
염무현은 자신을 압박하는 백희연의 몸을 느끼며 생각했다.‘네 가슴이 내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쿨할 수 있겠어? 가슴을 나한테 들이댄 건 너인데 왜 나를 탓하는 건데?’“안 비키면 나 정말 정기를 바다에 던져버릴 거야!”염무현이 협박했다.백희연은 그제야 아쉬운 얼굴로 그의 손을 놓고는 콧방귀를 뀌었다.“주인님은 뭐가 그렇게 두려운지. 난 지금 실체도 아니고 영체인 상태라고요!”“그래도 안 돼!”염무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런 염무현의 모습을 보더니 백희연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내가 실체를 보이면 네가 더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염무현이 여우령 정기를 꺼내자 백희연은 바로 두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보물을 얻은 듯 한참 동안 정기를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뚫어지게 바라봤다.그녀는 여우령 정기를 녹아버릴 기세로 뜨거운 눈빛을 보였다.무려 30초나 지나고서야 백희연은 겨우 눈을 떼고는 카펫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하얗고 가느다란 손바닥을 치켜올리자 정기가 손바닥에 자리를 잡았다.백희연은 눈을 감았다.곧이어 그녀의 주위로 순결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리고 그녀의 손바닥 사이로 한 줄기 황금빛을 뿜어냈다.“후!”한 줄기 하얀 반투명 기운이 그녀의 두 손바닥 중심에서 물결 모양을 이루며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그 기운들은 가구와 벽까지 뚫으면서 계속 밖으로 퍼졌다.다행히 거리가 멀어질수록 기운은 투명해졌는데 배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공기가 맑아진 것 같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쉬려고 했던 사람들도 순식간에 정신이 맑아졌다.마치 온몸의 피로가 싹 가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옆방 욕실에는 연희주가 샤워 모자를 쓴 채 거품이 가득한 욕조에 누워 있었다.자욱한 물기는 그녀의 희고 고운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그러다가 연희주는 거품이 갑자기 일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너무 이상하잖아. 목욕물로 만든 거품은 무거워서 날아오르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똑같은 상황이 다른 욕실에서도 연출되고 있었다.다행히 이런 상황
‘인간 따위가 감히 여왕인 나의 주인이 되려고 해? 정말 겁도 없지. 이제 나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마음 홀리게 되면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해주지!’염무현은 손으로 시트를 잡아당기고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그녀에게 내던졌다.흰색 시트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백희연의 몸에 덮어졌다. 그렇게 그녀의 완벽한 몸매는 시트에 가려지게 되었다.염무현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백희연의 몸매가 가려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유혹이 가득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보일 듯 말 듯한 라인은 오히려 더 애간장을 태우게 했다.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안 되겠어! 당장 포메라니안의 모습으로 돌아가. 지금 당장!”백희연은 입을 삐죽 내밀더니 투덜거렸다.“천 년이 지나서야 겨우 신의 몸이 되었다고요. 적응하지도 못했는데 벌써 돌아가라고요? 주인님, 너무해요. 포메라니안으로 있으면 주인님은 가슴 아프지도 않아요?”염무현은 미간을 구겼다.“지금 네 모습으로 내 방에 있는 건 적합하지 않아.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고.”“이 새벽에 누가 알겠어요?”백희연은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염무현은 딱 잘라 말했다.“세상일은 모르는 거야. 안 돼, 절대 안 돼.”“그럼 옷 입으면 되잖아요.”백희연은 몸을 흔들면서 계속 애교를 부렸다.“주인님, 나 좀 적응하게 해주세요.”염무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귀찮게 구네.”‘어딜 가서 옷을 구해오지? 옆에 희주 씨가 묵고 있긴 한데, 두 사람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잖아.’연희주는 청순가련한 스타일이라 주로 발랄하고 귀여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백희연은 연희주보다 키가 십여 센티미터 더 큰 데다가 몸매도 더 화끈했다.백희연은 연희주보다 적어도 세 사이즈는 더 크게 입을 것이다.특히 가슴 부분은 세 사이즈보다 더 차이가 날 수도 있다.그런 백희연에게 연희주를 입힌다면 얼마나 이상할 것인가!염무현이 골머리를 앓을 때, 갑자기 누군가를 떠올렸다.그는 밖으로 걸어 나가며 백
“유시인 씨, 오해한 것 같은데요.”염무현도 다급하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유시인과 거리를 벌렸다.“저 정말 옷 빌리러 왔어요!”염무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만약 불편하시다면 제가 오지 않았던 걸로 치죠.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그는 바로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지금 여자들 왜 다 이래? 감당을 못 하겠군.’방에 있는 백희연으로도 염무현은 감당이 안 되는데 이제 유시인까지 이렇게 적극적이라니, 염무현은 기뻐해야 할지 아닐지 몰랐다.한편으로는 자신의 매력이 점점 커지는지 항상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가 있는 사실에 흐뭇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당한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염무현 씨, 잠깐만요!”유시인은 그제야 염무현의 뜻을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급하게 옷을 잘 입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개졌다.“마침 새로 산 옷이 몇 벌 있어요.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어서 만족하실 것 같아요.”염무현은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럼 신세를 지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한참 후, 유시인은 몇 개의 핸드백을 들고나왔다.안에는 모두 값비싼 명품이 담겨 있었다.겉옷 외에 속옷과 검은 스타킹, 그리고 신발도 있었다.‘유시인 씨 참 꼼꼼하네.’“돈을 드리죠, 얼마면 될까요?”염무현은 당연히 이 모든 걸 공짜로 받을 생각이 없었다.유시인이 다급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옷 몇 벌 뿐인데요. 염무현 씨의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돈 얘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해요.”염무현은 어쩔 수 없이 옷을 받았다.“알겠어요, 그럼.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시간을 많이 방해한 것 같은데 이만 가보겠습니다.”“이렇게... 간다고요?”유시인은 이 말을 뱉자마자 후회가 몰려왔다.‘무슨 생각으로 저 말을 뱉은 거야? 나 혹시 남자가 고픈 과부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유시인 씨도 얼
“흥, 보는 눈이 엉망이네. 나 혼낼 줄밖에 몰라?”백희연은 한껏 우울해진 채 다시 안쪽 방으로 돌아갔다.또 한참 후, 그녀는 실크 파자마를 입고 걸어 나왔다.가릴 곳은 다 가렸지만 그래도 굴곡 있는 몸매가 잘 드러났다.들어갈 덴 들어가고, 나올 덴 나와 그야말로 명품 몸매였다.무슨 옷을 입든 섹시하게 보이는지라 백희연도 별수가 없었다.염무현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이대로 입어. 난 자러 갈게.”“그럼 나는?”백희연은 저도 모르게 매혹적인 포즈를 취하면서 염무현의 마음을 뒤흔들었다.무심코 날아온 심쿵 포인트에 염무현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는 아예 무시하기로 결심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떴다.“넌 소파에서 자!”“어휴, 참 무뚝뚝해.”백희연은 가슴이 답답했다.청교 여왕이자 여우족 제1미녀인 그녀는 얼굴이든 몸매든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염무현은 왜 그녀를 자꾸 무시하는 것일까?‘설마 내 매혹술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반지에 천 년이나 갇혀 매혹술을 펼칠 기회가 없었으니 그럴 수도 있어. 염무현, 두고 봐!’백희연은 매혹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매혹술을 다시 연습하기로 마음먹었다.‘원래의 수준까지 잘 연습해야 해! 연습 상대는 당연히 염무현 너야! 언젠간 너는 내 매력에 마음이 움직여 나에게 순순히 굴복할 것이야!’밤이 지나고.다음 날 아침, 염무현은 방문을 열자마자 소파에 벌렁 드러누운 채 한쪽 다리를 든 백희연을 발견했다.게다가 침까지 흘리고 있어 잠버릇이 여간 나쁜 게 아니었다.염무현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일어나!”“네.”백희연은 잠이 덜 깬 채로 눈을 겨우 떴다.염무현이 잠을 깨워 심기가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그걸 겉으로 드러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신의 몸을 회복했을 뿐이지, 아직 실력은 회복된 상태가 아니었다.게다가 염무현은 팔찌를 가지고 있어 백희연은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이길 수 없으니 복종이라도 해야지.“이 두 개, 사용할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