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인 씨, 오해한 것 같은데요.”염무현도 다급하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유시인과 거리를 벌렸다.“저 정말 옷 빌리러 왔어요!”염무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만약 불편하시다면 제가 오지 않았던 걸로 치죠.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그는 바로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지금 여자들 왜 다 이래? 감당을 못 하겠군.’방에 있는 백희연으로도 염무현은 감당이 안 되는데 이제 유시인까지 이렇게 적극적이라니, 염무현은 기뻐해야 할지 아닐지 몰랐다.한편으로는 자신의 매력이 점점 커지는지 항상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가 있는 사실에 흐뭇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당한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염무현 씨, 잠깐만요!”유시인은 그제야 염무현의 뜻을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급하게 옷을 잘 입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개졌다.“마침 새로 산 옷이 몇 벌 있어요.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어서 만족하실 것 같아요.”염무현은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럼 신세를 지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한참 후, 유시인은 몇 개의 핸드백을 들고나왔다.안에는 모두 값비싼 명품이 담겨 있었다.겉옷 외에 속옷과 검은 스타킹, 그리고 신발도 있었다.‘유시인 씨 참 꼼꼼하네.’“돈을 드리죠, 얼마면 될까요?”염무현은 당연히 이 모든 걸 공짜로 받을 생각이 없었다.유시인이 다급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옷 몇 벌 뿐인데요. 염무현 씨의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돈 얘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해요.”염무현은 어쩔 수 없이 옷을 받았다.“알겠어요, 그럼.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시간을 많이 방해한 것 같은데 이만 가보겠습니다.”“이렇게... 간다고요?”유시인은 이 말을 뱉자마자 후회가 몰려왔다.‘무슨 생각으로 저 말을 뱉은 거야? 나 혹시 남자가 고픈 과부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유시인 씨도 얼
“흥, 보는 눈이 엉망이네. 나 혼낼 줄밖에 몰라?”백희연은 한껏 우울해진 채 다시 안쪽 방으로 돌아갔다.또 한참 후, 그녀는 실크 파자마를 입고 걸어 나왔다.가릴 곳은 다 가렸지만 그래도 굴곡 있는 몸매가 잘 드러났다.들어갈 덴 들어가고, 나올 덴 나와 그야말로 명품 몸매였다.무슨 옷을 입든 섹시하게 보이는지라 백희연도 별수가 없었다.염무현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이대로 입어. 난 자러 갈게.”“그럼 나는?”백희연은 저도 모르게 매혹적인 포즈를 취하면서 염무현의 마음을 뒤흔들었다.무심코 날아온 심쿵 포인트에 염무현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는 아예 무시하기로 결심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떴다.“넌 소파에서 자!”“어휴, 참 무뚝뚝해.”백희연은 가슴이 답답했다.청교 여왕이자 여우족 제1미녀인 그녀는 얼굴이든 몸매든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염무현은 왜 그녀를 자꾸 무시하는 것일까?‘설마 내 매혹술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반지에 천 년이나 갇혀 매혹술을 펼칠 기회가 없었으니 그럴 수도 있어. 염무현, 두고 봐!’백희연은 매혹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매혹술을 다시 연습하기로 마음먹었다.‘원래의 수준까지 잘 연습해야 해! 연습 상대는 당연히 염무현 너야! 언젠간 너는 내 매력에 마음이 움직여 나에게 순순히 굴복할 것이야!’밤이 지나고.다음 날 아침, 염무현은 방문을 열자마자 소파에 벌렁 드러누운 채 한쪽 다리를 든 백희연을 발견했다.게다가 침까지 흘리고 있어 잠버릇이 여간 나쁜 게 아니었다.염무현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일어나!”“네.”백희연은 잠이 덜 깬 채로 눈을 겨우 떴다.염무현이 잠을 깨워 심기가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그걸 겉으로 드러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신의 몸을 회복했을 뿐이지, 아직 실력은 회복된 상태가 아니었다.게다가 염무현은 팔찌를 가지고 있어 백희연은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이길 수 없으니 복종이라도 해야지.“이 두 개, 사용할 줄 알아
유람선 하층, 감시실.유시인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까이 오지 말라는 태도였다.“아가씨, 저희가 CCTV를 확인했는데, 염 선생님 방에 들어간 사람은 본인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한 선원이 공손하게 말하자, 유시인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확실해요?”“확실합니다!”선원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손님이 배에 오르기 전부터 지금까지의 CCTV 영상을 확인했는데, 절대 틀림없습니다.”그때, 또 다른 선원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가씨, 보세요, 염 선생님께서 방을 나왔습니다!”화면 속에서 염무현이 작은 흰 강아지를 안고 방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제 말이 틀리지 않았죠!”선원이 서둘러 말했다. “방 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분 혼자였습니다. 틀림없습니다.”유시인은 매우 의아해했다.어젯밤, 그녀는 염무현이 옷을 빌리려는 목적을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생각해 보니, 가장 합리적인 설명은 하나뿐이었다.염무현이 방 안에 여자를 숨겨놓았다는 것이다.그것도 유시인과 체격이 비슷한 여자 말이다!그렇지 않고서야, 누구에게 옷을 빌려주겠는가?어떤 은밀한 변태 심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고? 말도 안 된다!그가 모르는 여자에게 옷을 빌려달라고 할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비밀이 드러날 후과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게다가, 오해를 한 유시인이 몸을 내어주려는 각오까지 했었는데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걸 보면 염무현이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예쁜 여자가 있는데, 누가 바보같이 몇 벌의 옷에 만족할까?“아가씨, 이 염 선생님을 조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선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말씀해 주시면, 저희도 더 잘 조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필요 없어요!”유시인은 고개를 돌려 나가며 당부했다. “오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세요.”“그리고, 배가 도착하면 바로 그 방을 잠그세요.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그녀는 그 옷들이 방에 남아 있는지, 아니면 가져갔는지를 확
“특히 쇼크 상태에 빠지면, 하루 밖에 못 살아요.”구천명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가볍게 대꾸했다. “알려줘서 고맙네.”“이 약을 받아 두세요. 중요한 순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어요.” 염무현이 작은 상자를 건넸다.구천명은 손을 내밀지 않고 비서에게 눈짓을 보냈다.“신경 써줘서 감사합니다, 염 선생님.” 비서는 정중하게 말했다.하지만 구천명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염무현이 어젯밤 강한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구천명은 아마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그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뿐이었다.그는 염무현의 말을 한마디도 믿지 않았고, 오른쪽 귀로 듣고 왼쪽 귀로 흘려버렸다.“필요한 순간에 연홍도 씨에게 전화하세요. 날 찾을 수 있을 겁니다.”염무현은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바로 떠났다.사람이란 원래 벽에 부딪히기 전에는 돌아서지 않는 법이다.염무현이 점점 멀어지자 구천명은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자기가 대단한 줄 아나 보네?”“그렇게 많은 명의를 두고 당신을 쓰겠어?”“전화한다고?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구천명은 걸음을 옮겼고, 비서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상자를 옷 주머니에 넣었다.몇 분 후, 유시인이 염무현의 방에 들어갔다.방은 매우 깔끔했다. 다른 손님들과 달리, 돈을 냈으니 대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을 어지럽히지도 않았다.침대, 옷장, 그리고 다른 수납공간.유시인은 모두 꼼꼼하게 뒤졌지만, 남겨진 옷은 없었다.“도대체 어디에 쓰려는 걸까?”유시인은 더욱 의문이 들었다....“아, 현염초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해 선생님을 헛걸음 시켜서, 제 마음이 참 불편합니다!”쿨리넌 차량이 서해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올 때와 마찬가지로 연홍도는 앞좌석 조수석에 앉았고, 넓은 뒷좌석을 소중한 딸과 염무현에게 양보했다.추가로, 흰둥이도 함께였다.“연 선생님, 과한 말씀입니다. 헛걸음이라니요?”연무현은 미소를 지으며 무의식적으로 흰둥이를 바라보았다.흰둥이의 목에는 목걸
“이것은 철 가시야!”차량 등이 비추는 길 위에는 수백 개 철 가시가 펼쳐져 있었고, 예리한 가시는 차가운 빛을 내며 반짝였다.이 철가시들은 모래 쇼트 처리가 되어 있으므로 반사되지 않아 멀리서는 볼 수 없었다. 그저 차량 등불이 비치는 곳에만 간신히 보일 뿐이다.여긴 고속도로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120km/h의 속도로 달릴 때 이걸 보고 반응한다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이다.운전자의 반응이 빨랐기에 브레이크를 꽉 밟아서 다행이었다.가장 가까운 철 가시는 이미 바퀴 위에 닿아 있었다. 단지 1센티라도 더 나아갔다면 타이어는 이미 찔렸을 거다.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지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비록 안전하다고 소문난 쿠리난이라 해도 이렇게 많은 철 가시를 감당할 수 없었다.연홍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운전자를 바라보는 눈빛엔 칭찬과 감사로 가득 찼다. “잘했어!”이렇게 많은 철 가시는 분명 인위적인 일이었다.이것을 깨달은 연홍도가 다른 이들에게 말하려고 했을 땐, 이미 늦은 시각이었다. 많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도로 양쪽에서 몰려나왔으므로.“잠복 공격이야!”뒤에서 따라오던 차에서 누군가 빠르게 문을 열고 나와 쿠리난을 보호했다.“연 선생님을 보호하라! 당신들 누구야? 감히 우리 연씨 집안의 차량을 막아? 죽고 싶어 작정한 거냐?”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사, 오십 명이 족히 되었고 그들은 말을 하는 대신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저 사람들 누구예요?” 연희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연홍도는 분석했다. “김씨 집안이 아니면 또는 맹씨 집안이 보낸 걸 거야. 반드시 이 둘 중 하나야.”“염 선생님, 희주랑 차에 앉아 계세요. 제가 나가서 싸우겠습니다!”그는 보았다. 살인자 쪽은 인원은 많지만 대부분이 마스터 이하의 레벨이었다. 그러니 그들을 처리하는 것은 염무현이 손을 쓰지 않아도 되는 매우 간단한 일이다.연씨 집안의 친위원 둘은 마스터와 함께 손쉽게 상황을 통제했고, 연홍도의 참여로 살인
“늦지 않았어요, 아빠, 그렇죠?” 연희주가 웃으며 물었다.연홍도의 얼굴엔 약간의 당혹감을 띠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집안의 위엄을 지켜야 했기에 목을 뻣뻣하게 세우며 말했다. “적절한 때에 왔군.”도아린의 시선이 곧바로 염무현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지난번 염무현이 연씨 집안을 방문했을 땐 이 여인을 만나지 못했다.“이분이 바로 희주 아가씨의 병을 치료해 주신 염 선생님이시죠?” 도아린은 감사의 뜻을 담아 미소를 지었다.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접니다.”“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저희 아가씨가 큰 위험에 처했을 거예요. 상상조차 하기 싫네요.”도아린은 열정적으로 손을 내밀며 염무현에게 다가갔다. 염무현은 평소에 사람들과 악수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이에 도아린은 약간 당황했지만 여전히 손을 내민 자세를 유지했다.연희주는 염무현에게 소개했다. “사부님, 이분은 우리 집안 호위인 도아린 언니예요. 연씨 집안에서 일한 지 벌써 5년이나 되었어요.”염무현은 제자의 체면을 생각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도아린은 기뻐하며 재빨리 손을 맞잡았다.“염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말로는 감사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차가운 살기가 번뜩였다.“천만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 염무현도 미소를 지었다.악수를 마치려 할 때, 도아린이 손을 빼려 했지만 염무현은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염무현의 눈은 도아린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이로 인해 도아린은 마음이 불편해져 무의식적으로 손을 세게 빼내려 했다. 동시에 염무현도 손의 힘을 더 강하게 주었다.도아린은 결국 손을 빼지 못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연홍도도 상황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도아린은 그의 정부였다. 염무현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해도 첫 만남에 여자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은 너무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염 선생님!” 도아린의 목소리에도 화가 섞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당신과 싸울 수밖에
“멈춰, 다들 섣불리 움직이지 마!”연홍도가 큰 소리로 명령했다. 염무현과 도아린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으므로 먼저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연홍도는 경악했다. 도아린이 데려온 이 십여 명의 사람들은 집안 가장인 그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그들은 허리에서 단도를 뽑아 들고 염무현에게 달려들었다.“죽여라!”연희주도 놀라서 제일 먼저 염무현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들었다.염무현은 당연히 그녀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제자가 비록 현무의 힘을 흡수하여 놀라운 수준에 도달했지만, 무술 기술이 부족하여 사실상 그 수준에 걸맞은 실력을 가지지 못했다. 비록 입문 수준의 고대 무술 능력자라 해도, 이기기 어려웠다. 하물며 십여 명의 사람들이 칼을 들고 달려들면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없었다.염무현은 손을 들어 올리며 십여 개의 은침을 날렸다.슉슉!은침은 공중에 잔영을 남기며 정확히 달려드는 자들에게 적중했다.순간적으로, 화면이 정지된 것처럼 보였다. 십여 명의 사람들은 돌진하고 칼을 휘두르는 자세를 유지한 채 일그러진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사실, 이런 자들을 상대하는 데 은침이 필요하지 않았다. 염무현은 연희주가 다칠까 봐 이 비장의 수를 쓴 것이다!염무현이 손을 쓴다면 저승사자도 물러나게 했고 은침으로는 사람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염무현이 뛰어난 의술로 죽은 사람을 살리고 뼈를 재생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그의 살인 기술은 더 뛰어났다.두려움에 질린 도아린이 단도를 뽑아 염무현의 목을 겨눴다. 그녀의 칼에는 독이 발라져 있었는데 피를 보면 바로 죽게 된다!염무현의 속도는 더욱 빨랐다. 그는 손가락 하나로 도아린의 가슴을 찔렀다.퍽!순간 날카로운 바람이 그녀의 가슴을 관통하며 핏방울을 튀겼다.염무현이 오른손을 놓자 도아린은 뒤로 넘어졌다.이를 본 연홍도가 빠르게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염 선생, 이게 무슨 짓입니까?” 연홍도는 분노를 참으며 물었고, 연희주도 의아한 표정을
연홍도는 화를 감추지 못했다.“왜! 지난 5년 동안 나름 대로 잘 챙겨줬다고 생각했는데 배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냐!”도아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 위선적인 말은 집어치워요! 우리는 각자의 필요 때문에 엮인 관계일 뿐, 난 당신의 돈과 지위가 탐났던 것이고, 당신은 내 미모를 원하는 거잖아요. 따라서 전혀 빚진 게 없다고 봐요! 그리고 언제 배신했다고 그래요? 단지 모르는 사람에 불과한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날 비난하죠?”연홍도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무현 님은 희주를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야! 감히 그런 분의 목숨을 노려? 날 죽이려는 것과 뭐가 달라? 말해! 누가 널 보내서 우리한테 접근하게 했지? 무현 님을 암살하라고 시킨 범인은 어디 있어!”도아린은 콧방귀를 뀌며 꿋꿋이 밀어붙였다.“알아서 뭐 하게요? 저놈은 어차피 죽은 목숨이죠. 임무는 이미 완수했으니 날 죽이거든 얼른 움직여요. 굳이 쓸데없는 소리를 할 필요 있나요?”“너...!”연홍도는 울화통이 치밀어올라 입가가 파르르 떨었다.악랄한 여자를 향한 그의 애정이 남다르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다.도아린과 함께 있으면 연홍도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점점 젊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연희주는 일찌감치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챘다.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버지는 줄곧 재혼을 꺼리지 않았는가? 이제 와서 도아린을 만나 인생의 두 번째 봄을 맞이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러므로 반대하기는커녕 되레 여태까지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설령 나중에 아버지와 결혼하여 연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더라도 연희주는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다.아버지만 기쁘고 행복하다면 딸로서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스파이였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도아린이 워낙 꼭꼭 숨긴 이유도 있겠지만, 그녀도 나이가 어려 경험이 부족한 탓에 눈치채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베테랑인 아버지마저 전혀 몰랐다는 자체만으로 이 여자가 얼마나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