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은수는 차수현의 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니었고 더군다나 은수는 이런 일로 수현이랑 싸우고 싶지 않아 바로 동의했다.“네가 편한 시간에 가면 돼, 서두르지 않아도 돼.”“고마워요.”차수현의 태도는 여전히 담담했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아 낼 수 있었다.차유담은 이를 보자 온은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유담이는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지만 엄마를 기분 나쁘게 했다면 그건 온은수의 잘못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가연이랑 할 얘기가 있어.”차수현은 두 녀석을 바라보았고 이 얘기를 듣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눈치 있게 밖으로 나갔다. 겸사겸사 불안해하는 온은수도 데리고 나갔다.“수현아, 너 방금 왜 그래?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 무슨 걱정거리가 있어? 괜찮으면 나한테 말해봐, 내가 가능한 한 도와줄게.”차수현은 자기 몸에 남겨진 두 타투가 생각났다. 그 기억은 너무나 난감하고 치욕스러웠기에 온은수가 언급하지 않았다면 수현은 그 기억을 강제로 묻어뒀을 것이다.수현은 기왕 생각난 이상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완치되어 새 생활을 다시 시작하든 아니면 나쁜 결과를 맞이하든 차수현은 저 남자가 남긴 흔적을 가지고 더는 흐리멍덩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가연아, 혹시 타투숍을 찾아줄 수 있어? 타투를 지우고 싶어서 그래.”고향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차수현은 이곳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가연에게 묻는 것이 믿을 만하고 편리한 방법이었다.한가연은 듣고 흠칫 놀랐다.‘보수적이고 아픈 거 못 참는 수현이가 타투를 했다고?’하지만 차수현의 표정을 보자 그녀가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 같아 자세히 묻지 않았다.“좋아, 내가 물어볼게."한가연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전에 알게 된 타투를 좋아하는 동료 직원에게 연락하여 어느 숍이 비교적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지 알아보았고, 상대방은 매우 열정적으로 주소를 알려줬다. 한가연은 서치해서 차
차수현과 한가연은 차를 타고 타투 가게에 도착했다. 단골의 소개로 간 거라 그들은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그곳의 환경은 들은 바와 같이 정규적이었고, 그녀들이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이상한 스타일로 장식된 가게는 아니었다.차수현은 그제야 시름을 놓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벌렸다 다시 닫았다. 한가연은 바로 눈치채고 밖에 나가 기다리겠다 하고 차수현과 타투이스트 두 사람만 방에 남겨 놓았다.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차수현을 접대한 타투이스트는 30대에 모던한 차림을 한 여성분이었다. 머리색도 흔히 볼 수 없는 색이라 다소 접근하기 어려워 보였다.그러나 겉과 정반대로 타투이스트의 말투는 부드럽고 시원시원했다. 그녀는 차수현의 수요를 물어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먼저 옷을 벗을래요?"그러다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걱정마세요. 이미 문을 잠갔으니 누가 들어올까 봐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저희는 손님의 프라이버시를 아주 중요시하거든요."차수현은 순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는 그런 것 따윈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만 갑자기 낯선 사람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이 좀 어색했을 뿐이다. 하지만 타투이스트들은 평소에 수많은 고객들을 맞이하니 아무런 느낌도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용히 상의와 바지를 벗었다.타투이스트가 차수현이 지우고 싶어 하는 타투를 살펴보고는 말했다."이 위치면 할 때도 엄청 아팠을 건데. 하지만 지우는 게 더욱 아플 겁니다. 정말 지울 건가요?"차수현이 잠깐 회상했다. 통증은 이미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굴욕적인 느낌은 아무리 해도 잊혀지지 않았다."네, 괜찮습니다, 저 참을 수 있으니까 시작하세요."차수현의 단호한 태도에 타투이스트가 고개를 숙이고 다시 한 번 그 타투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그 위에 한 남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순간 차수현이 연인과 결별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연인과 결별한 여인은 항상 무언가를 해서 실패적인 감정과 작별해야 했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통증이 밀려와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타투이스트는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제가 가서 친구를 불러올게요.”수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문신사가 한가연을 불렀다.가연은 수현의 얼굴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을 보며, 그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니 많이 괜찮아진 듯싶었다.가연은 정말 감개무량했다. 비록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수현이 즐거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 그녀는 수현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다. 수현은 이제 적응이 되었는지 상처가 그렇게 아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그동안 너무 많은 부상을 입었기에 통증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지금은 무언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홀가분한 느낌이었다.“가연아, 오랫동안 외출하지 못했으니, 쇼핑 좀 하러 가자.”수현이 바깥의 화창한 날씨를 보며 말했다. 그녀가 있는 병실은 병원 내에서도 가장 좋은 병실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이곳에 있으면서 모든 활력이 다 사라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네가 가고 싶다면, 당연히 나도 가야지!” 사실, 가연은 수현의 몸 상태가 걱정됐지만, 그녀가 모처럼 기분이 좋은 것 같아 차마 말리지 못했다. “안 될 게 뭐 있어? 가자.”수현은 가연과 함께 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작은 백화점으로 갔다. 두 사람은 이곳저곳을 쇼핑하면서 마치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돈이 별로 없었던 두 여대생은 지금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 때가 아마도 가장 걱정이 없던 시절이었을 것이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돌아다녔고, 수현은 자신의 물건 외에 두 꼬마에게 줄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그들은 분식거리로 가 여러 종류의 먹거리를 싸 들고 병원으로 돌아왔다.두 꼬마는 수현이 돌아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은 수현이 외출했다는 사실에 걱정이 많이 됐다. 그러나 수현이 기분 좋은 모습으로 물건을
“그럼 이틀 뒤로 하죠.”차수현은 온은수와 말도 섞기 싫었다. 하지만 이 남자를 이용해 해결할 일이 남았다.건강만 되찾으면 아무 미련도 없이 그를 떠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차수현이 여태껏 온은수를 향한 원한을 억누르고 있는 이유였다.“좋아, 바로 사람을 보내올 테니 두 날 동안 푹 쉬고 있어.”“그럼 두 날 동안 가연이네 집에서 지낼게요. 병원 생활이 지겨워 죽겠어요.”온은수가 흔쾌히 허락하자 차수현은 곧바로 병원에서 나가겠다고 했다.병원에 계속 남는다면 온은수와 마주칠 일이 늘어날 테고 불필요한 만남이 이어질 수 있었다. 차수현은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온은수는 말없이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는 차수현이 자신과 단둘이 만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차수현은 늘 그에게 회사 일에 신경을 쓰라며 빨리 그를 병실에서 내보냈었다.처음에는 모르는 척 병원에 남아 차수현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이렇게 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가 생긴다는 걸 그는 깨달았다.온은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도록 해. 공항에는 내가 데려다줄 테니.”“그래요.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 줘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로는 연락하지 말고요.”차수현은 온은수가 거침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에게 더 이상 그 선을 넘지 말라고 똑바로 일러둘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자기 친구와 두 아이만 옆에 있으면 충분했다.그리고 그녀는 온은수가 말이라도 바꿀세라 재빠르게 두 아이와 함께 자리에서 벗어났다.온은수는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만 볼 뿐 붙잡지는 않았다. 두 아이도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그를 떠났다. 아이들 역시 온은수라는 아버지에게 큰 미련이 없었다.온은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좌절감에 시달렸다. 모든 게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들에게 버림받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온은수는 몸을 돌려 계단 입구로 걸어갔다.차수현이 이곳을 떠났으니 더 이상 병원에
하지만 두 아이가 옆에 있어 차수현은 자세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차수현은 아이들에게 출국할 짐을 정리하라고 했다. 유담이와 유민이는 여러 번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이런 간단한 일은 홀로 해결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는 아이들의 독립 능력도 키워줄 수 있었다.“그럼 난 먼저 정리하고 있을게. 미리 말해두는데 난 널 도와주지 않을 거야.”유담이 유민이를 힐긋 바라보며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유담이는 마음씨가 착한 아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유민이를 향한 화는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리고 유민이가 그동안 힘들게 지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유담이를 모두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담이는 이상한 체면 때문에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것처럼 연기를 했다.“그래, 알겠어. 널 방해하지 않을게.”유민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민이는 유담이가 톡 쏘는 말투에 습관이 될 지경이었다.‘하긴 내가 먼저 잘못했으니.'‘겨우 말 몇 마디일 뿐이야. 때리지도 욕하지도 않았고 집 밖으로 내쫓거나 보육원에 보내지도 않았으니 나는 이걸로 만족해.'“……”유담은 이런 그의 모습에 또다시 화가 났다. 유담은 자신이 마치 약자를 괴롭히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됐다, 그만하자. 너 같은 애랑 무슨 말을 하겠어.”유담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겨우 이런 말을 뱉고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유민이는 그런 유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었다.차수현은 이 장면을 보고 앞뒤 상황을 빠르게 판단했다.‘유담 이 녀석은 입만 살아서 화가 풀렸어도 예쁜 말을 못 해.'‘유민아.'차수현이 아이에게 걸어가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유민이가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유담이는 이미 화가 다 풀렸을 테니까 그렇게 기죽지 않아도 돼. 그냥 예전처럼 편하게 지내렴. 너희 둘은 피를 나눈 형제이니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야 해.”“정말이에요? 정말…… 화가 풀렸을까요?”유민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못 믿겠다는 듯 차수현의 말을 되물었다.
“내가 가볼게.”한가연이 확인해 보니 육씨 가문의 집사가 큼직한 도시락통 하나를 들고 입구에 서 있었다.“집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이건 어르신이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곰탕이에요. 요즘 날씨가 건조하니 국물을 마시면 몸에 좋을 거예요.”집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가연은 감동을 받았다. 자신의 신분이 육씨 가문에 비하면 참 보잘것없었지만 육씨 가문 사람들을 그녀를 아주 많이 아꼈고 좋은 물건이 생기면 꼭 그녀의 몫을 챙겨주었다.솔직하게 말한다면 도박꾼인 아버지보다 백배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처음으로 가족이 어떤 존재인지를 가르쳐주었다.“감사합니다. 어르신에게 안부 말씀 좀 전해주세요. 며칠 뒤 시간이 되면 뵈러 갈게요.”한가연이 예의를 차려 말하며 도시락을 건네받았다.차수현은 온은수가 아니라 육씨 가문의 집사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자신이 요즘 너무 예민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모든 일에 온은수를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한가연은 곰탕을 식탁 위로 올렸다. 도시락 안에는 곰탕 외에도 다른 반찬 몇 가지가 더 담겨 있었다. 값비싼 재료로 만든 음식은 아니었어도 모두 군침을 삼킬 정도로 향이 좋았다.도시락 배달에 근심을 던건 차수현과 한가연이었다.“수현아, 오늘 저녁엔 이걸 먹으면 되겠어. 따로 반찬을 만들 필요도 없겠는걸.”차수현은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었고 푸짐한 반찬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리고 가연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차수현이 조금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너랑 육무진씨 지금 도대체 어떤 사이야?”한가연이 깜짝 놀랐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차수현은 이런 그녀의 모습에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한가연과 육무진, 두 사람 모두 착하고 바른 사람이었다. 육씨 가문도 가문을 따져가며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니 육무진과 결혼하는 건 좋은 선택일 듯싶었다.차수현은 그동안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오가며 현재까지도 이러저러한 병
수현은 감명을 받은 듯했다. 비록 전에 온은서가 자신을 떠났지만, 그녀는 마음 한 켠에 그를 위한 자리를 남겨두었다. 세월이 흘러도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가연은 수현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었다. 수현은 마음속으로 온은서를 그리워하며 그를 사랑하기로 결정한 순간, 자신의 생명도 돌보지 않고 용감하게 돌진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없는 사람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물론이지, 어떻게 할 건지는 네가 결정해. 억지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가연을 보고 말했다.육씨 집안은 좋은 집안이고, 육무진의 부모와 가족들도 모두 가연에게 잘해주었기에 잘 해보라고 권했었다.만약, 육씨 집안이 반대했다면, 수현도 가연에게 너무 쉽게 빠지지 말라고 충고했을 것이다. 그녀도 겪어본 일이라 더욱 그랬다.전에, 수현은 사랑으로 삶의 어려움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온씨 집안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자신을 받아들이게 하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니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제는 이런 생각도 다 쓸데없었다. 어쨌든 그녀와 온은수는 곧 끝날 것이다.“다시 잘 생각해 볼게. 수현아, 우선 유담과 유민을 불러서 같이 밥 먹자. 음식 다 식겠다.”가연은 확실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화제를 돌렸다. 수현도 지금 당장 대답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런 일은 깊이 생각할수록 좋았다. 충동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수현은 두 아이가 잠시 머물고 있는 방 앞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밥 먹자!”안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수현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제야 두 아이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수현이 방안을 들여다보니 침대 위에 옷과 휴대폰 그리고 충전기 따위가 널려 있어 엉망진창이었다.“너희가 어지럽혔으니 정리해야 해! 방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두면 안 되잖아.”“네, 엄마. 조금 이따가 다 정리하겠습니다.”유담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른처럼 대답했다
육 할머니는 앞으로 차수현을 잘 대해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온은수도 육무진처럼 처량하게 떠나간 사람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걸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온은수는 육 할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자신의 용건은 이로서 끝났는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육 할머니는 온은수더러 밥 먹고 가라고 했지만 온은수는 회사에 할 일이 남았다는 핑계로 집을 나섰다.육 할머니는 한 숨을 내쉬었다. 갈수록 온은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기 때문이다.…….밥을 먹고 나서 차수현은 유담이와 유민이를 데리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뭘 싸가지고 갈 생각이야?”차수현은 아들이 내놓은 물건들을 보며 말했다.“노트북, 드론 그리고…….”그렇게나 많은 물건들을 트렁크에 담는 유담이를 보며 차수현은 머리가 아파났다.아이가 해외에 나가 스파이 짓이라도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차수현이 말했다.“유담아, 이렇게 많은 물건 챙길 필요 없어, 너 대신해 이 물건들 들어줄 사람도 없어.”차수현의 말을 들은 유민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많은 물건들을 자신이 들고 가기에는 무리였다.“괜찮아, 내가 들어줄게.”유민이가 유담이의 편을 들어주며 말했다.체력운동을 많이 한 유민이는 유담이보다 힘이 셌다.차수현은 역시 친 형제는 친 형제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심하게 다퉈도 시간이 지나면 화해를 했으니 차수현은 그런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두 아이가 짐 싸는걸 지켜보고 어지럽던 방도 원상복구를 시키고 나서야 차수현은 방으로 돌아갔다.오늘 차수현은 한가연과 함께 자기로 했다. 방이 모자란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둘이 수다도 떨겸 같이 자기로 했다.차수현이 방으로 돌아가자 한가연이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오늘 힘들었을텐데 들어가서 샤워 해. 상처 있는 곳은 물 안 묻게 조심하고.”차수현은 머리를 끄덕이며 욕실로 들어갔다.차수현이 다 씻고 나와서야 한가연은 세수대야에서 치솔을 했다. 멍 때리고 있던 차수현은 책상앞에 놓은 필과 종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