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두 아이가 옆에 있어 차수현은 자세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차수현은 아이들에게 출국할 짐을 정리하라고 했다. 유담이와 유민이는 여러 번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이런 간단한 일은 홀로 해결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는 아이들의 독립 능력도 키워줄 수 있었다.“그럼 난 먼저 정리하고 있을게. 미리 말해두는데 난 널 도와주지 않을 거야.”유담이 유민이를 힐긋 바라보며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유담이는 마음씨가 착한 아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유민이를 향한 화는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리고 유민이가 그동안 힘들게 지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유담이를 모두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담이는 이상한 체면 때문에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것처럼 연기를 했다.“그래, 알겠어. 널 방해하지 않을게.”유민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민이는 유담이가 톡 쏘는 말투에 습관이 될 지경이었다.‘하긴 내가 먼저 잘못했으니.'‘겨우 말 몇 마디일 뿐이야. 때리지도 욕하지도 않았고 집 밖으로 내쫓거나 보육원에 보내지도 않았으니 나는 이걸로 만족해.'“……”유담은 이런 그의 모습에 또다시 화가 났다. 유담은 자신이 마치 약자를 괴롭히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됐다, 그만하자. 너 같은 애랑 무슨 말을 하겠어.”유담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겨우 이런 말을 뱉고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유민이는 그런 유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었다.차수현은 이 장면을 보고 앞뒤 상황을 빠르게 판단했다.‘유담 이 녀석은 입만 살아서 화가 풀렸어도 예쁜 말을 못 해.'‘유민아.'차수현이 아이에게 걸어가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유민이가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유담이는 이미 화가 다 풀렸을 테니까 그렇게 기죽지 않아도 돼. 그냥 예전처럼 편하게 지내렴. 너희 둘은 피를 나눈 형제이니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야 해.”“정말이에요? 정말…… 화가 풀렸을까요?”유민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못 믿겠다는 듯 차수현의 말을 되물었다.
“내가 가볼게.”한가연이 확인해 보니 육씨 가문의 집사가 큼직한 도시락통 하나를 들고 입구에 서 있었다.“집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이건 어르신이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곰탕이에요. 요즘 날씨가 건조하니 국물을 마시면 몸에 좋을 거예요.”집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가연은 감동을 받았다. 자신의 신분이 육씨 가문에 비하면 참 보잘것없었지만 육씨 가문 사람들을 그녀를 아주 많이 아꼈고 좋은 물건이 생기면 꼭 그녀의 몫을 챙겨주었다.솔직하게 말한다면 도박꾼인 아버지보다 백배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처음으로 가족이 어떤 존재인지를 가르쳐주었다.“감사합니다. 어르신에게 안부 말씀 좀 전해주세요. 며칠 뒤 시간이 되면 뵈러 갈게요.”한가연이 예의를 차려 말하며 도시락을 건네받았다.차수현은 온은수가 아니라 육씨 가문의 집사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자신이 요즘 너무 예민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모든 일에 온은수를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한가연은 곰탕을 식탁 위로 올렸다. 도시락 안에는 곰탕 외에도 다른 반찬 몇 가지가 더 담겨 있었다. 값비싼 재료로 만든 음식은 아니었어도 모두 군침을 삼킬 정도로 향이 좋았다.도시락 배달에 근심을 던건 차수현과 한가연이었다.“수현아, 오늘 저녁엔 이걸 먹으면 되겠어. 따로 반찬을 만들 필요도 없겠는걸.”차수현은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었고 푸짐한 반찬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리고 가연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차수현이 조금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너랑 육무진씨 지금 도대체 어떤 사이야?”한가연이 깜짝 놀랐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차수현은 이런 그녀의 모습에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한가연과 육무진, 두 사람 모두 착하고 바른 사람이었다. 육씨 가문도 가문을 따져가며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니 육무진과 결혼하는 건 좋은 선택일 듯싶었다.차수현은 그동안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오가며 현재까지도 이러저러한 병
수현은 감명을 받은 듯했다. 비록 전에 온은서가 자신을 떠났지만, 그녀는 마음 한 켠에 그를 위한 자리를 남겨두었다. 세월이 흘러도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가연은 수현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었다. 수현은 마음속으로 온은서를 그리워하며 그를 사랑하기로 결정한 순간, 자신의 생명도 돌보지 않고 용감하게 돌진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없는 사람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물론이지, 어떻게 할 건지는 네가 결정해. 억지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가연을 보고 말했다.육씨 집안은 좋은 집안이고, 육무진의 부모와 가족들도 모두 가연에게 잘해주었기에 잘 해보라고 권했었다.만약, 육씨 집안이 반대했다면, 수현도 가연에게 너무 쉽게 빠지지 말라고 충고했을 것이다. 그녀도 겪어본 일이라 더욱 그랬다.전에, 수현은 사랑으로 삶의 어려움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온씨 집안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자신을 받아들이게 하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니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제는 이런 생각도 다 쓸데없었다. 어쨌든 그녀와 온은수는 곧 끝날 것이다.“다시 잘 생각해 볼게. 수현아, 우선 유담과 유민을 불러서 같이 밥 먹자. 음식 다 식겠다.”가연은 확실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화제를 돌렸다. 수현도 지금 당장 대답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런 일은 깊이 생각할수록 좋았다. 충동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수현은 두 아이가 잠시 머물고 있는 방 앞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밥 먹자!”안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수현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제야 두 아이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수현이 방안을 들여다보니 침대 위에 옷과 휴대폰 그리고 충전기 따위가 널려 있어 엉망진창이었다.“너희가 어지럽혔으니 정리해야 해! 방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두면 안 되잖아.”“네, 엄마. 조금 이따가 다 정리하겠습니다.”유담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른처럼 대답했다
육 할머니는 앞으로 차수현을 잘 대해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온은수도 육무진처럼 처량하게 떠나간 사람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걸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온은수는 육 할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자신의 용건은 이로서 끝났는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육 할머니는 온은수더러 밥 먹고 가라고 했지만 온은수는 회사에 할 일이 남았다는 핑계로 집을 나섰다.육 할머니는 한 숨을 내쉬었다. 갈수록 온은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기 때문이다.…….밥을 먹고 나서 차수현은 유담이와 유민이를 데리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뭘 싸가지고 갈 생각이야?”차수현은 아들이 내놓은 물건들을 보며 말했다.“노트북, 드론 그리고…….”그렇게나 많은 물건들을 트렁크에 담는 유담이를 보며 차수현은 머리가 아파났다.아이가 해외에 나가 스파이 짓이라도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차수현이 말했다.“유담아, 이렇게 많은 물건 챙길 필요 없어, 너 대신해 이 물건들 들어줄 사람도 없어.”차수현의 말을 들은 유민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많은 물건들을 자신이 들고 가기에는 무리였다.“괜찮아, 내가 들어줄게.”유민이가 유담이의 편을 들어주며 말했다.체력운동을 많이 한 유민이는 유담이보다 힘이 셌다.차수현은 역시 친 형제는 친 형제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심하게 다퉈도 시간이 지나면 화해를 했으니 차수현은 그런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두 아이가 짐 싸는걸 지켜보고 어지럽던 방도 원상복구를 시키고 나서야 차수현은 방으로 돌아갔다.오늘 차수현은 한가연과 함께 자기로 했다. 방이 모자란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둘이 수다도 떨겸 같이 자기로 했다.차수현이 방으로 돌아가자 한가연이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오늘 힘들었을텐데 들어가서 샤워 해. 상처 있는 곳은 물 안 묻게 조심하고.”차수현은 머리를 끄덕이며 욕실로 들어갔다.차수현이 다 씻고 나와서야 한가연은 세수대야에서 치솔을 했다. 멍 때리고 있던 차수현은 책상앞에 놓은 필과 종이를
한가연은 생각할수록 두려웠다.“수현아, 너무 서두르지 마.”한가연의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차수현이 말했다.“나 죽으려는 생각 안해.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것뿐이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차수현은 멈칫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한가연한테 맡길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가 되면 너한테 부탁할 일이 참 많을것 같아.”한가연은 멀쩡한 사람이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기 시작하기 마음이 괴로웠다. 하지만 한가연은 이 시각 차수현이 매우 진지하다는걸 알고 있었기에 차수현을 다독였다.“아줌마 일은 내 일이기도 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까지 난 줄곧 아줌마를 내 엄마로 생각해왔어.”“난 널 믿어. 그리고 두 아이는 아마 온은수가 데려가게 될거야. 시간 나면 아이들좀 들여다봐줘.”차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갈 자신이 없었다.“이제 얘기 다 끝났으면 병원에서 열심히 치료 받는거야. 난 네가 나한테 당부했던 일들을 내가 아닌 네가 직접 해나갔으면 좋겠어.”차수현은 머리를 끄덕였다. 한가연은 차수현이 적은 메모를 서랍에 넣고는 자물쇠를 잠가놓았다.두 사람도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웃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은 무언가에 눌리워 답답하기만 했다.…….한가연의 집에서 이틀 머문 차수현은 아이 둘을 데리고 비행기장으로 갔다.차수현이 자신을 데리러오는것을 거절했기에 온은수는 비행기장 앞에서 차수현을 기다렸다. 차수현이 비행기장에 도착하자 온은수는 얼른 달려가 차수현 손에 든 짐어 받아안았다.그 광경을 본 차유담이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짐꾼 있는걸 깜빡했네,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집에 있던 물건 다 챙겼을걸 그랬어.”온은수는 차유담을 보며 말했다.“더 필요한거 있어? 내가 사줄게.”“아니야, 쟤 필요한거 다 챙겼아.”차수현이 막아나서며 말했다. 차수현은 차유담이 돈을 물 쓰듯이 쓰는 소비습관을 기루
연설은 겉으로는 승낙하는척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유은비를 비웃었다.‘감히 온씨 집안을 차지하려 하다니. 꿈도 크네.’“차수현 정말 불치병인거 맞아요? 고치고 돌아오면 어떡해요? 그땐 온은수가 우릴 가만두지 않을거에요.”“내가 몇번이나 말했잖아, 신선이 와도 고칠수 없는 병이야, 뭘 망설여?”확답을 들은 연설이 말했다.“알겠어요.”통화를 마친 연설은 오은택의 어머니한테 소식을 전하려 했다. 오은택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유은비 부하한테 맞아 죽을걸 알고 유은비를 갈기갈기 찢고 싶어했다.하여 연설이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오은택 어머니는 개의치 않았다. 아들이 죽었으니 살아갈 자신이 살아갈 희망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어느덧 비행기가 착륙했다. 뒤를 돌아보니 유담이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유민이는 아직 자고 있었다.차수현이 곤히 자고 있는 유민이를 흔들어 깨우자 유담이도 옆에서 아우성쳤다.“일어나, 언제라고 아직도 자고 있는거야? 너 돼지야?”유민이가 눈을 부비며 물었다.“도착했어?”“좀 있으면 도착해, 그러니까 잠 깨고 있어.”차수현이 유민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목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열렸다. 차수현이 잠이 깨지 않은 유민이를 보며 망설혔다. 이때 온은수가 뒤에서 걸어오더니 유민이를 번쩍 들어 안았다.“괜찮아, 자게 놔둬, 우리 가자.”차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니야, 깨우는게 낫겠어.”차수현이 아이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과도한 사랑은 아이의 버릇만 잘못 들게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온은수는 차수현의 말을 듣지 않았다.“어리니까 이렇게 안아볼수도 있는거지, 크면 안기도 어려워.”‘앞으로 안아볼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온은수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어릴때 납치당한 이유로 유민이가 엄마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차수현은 온은수가 안고 있도록 허락했다.“그럼 유민이 머리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줘.”차수현은 유담이를 데리고 짐 가지러
뭇 사람들의 북적꺼리는 소리에도 차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온은수의 뒤를 따랐다.비행기에서 내리기전부터 온은수는 사람들을 시켜 비행기장앞에 대기하도록 지시했다. 문을 나서니 기사 아저씨가 온은수 손에 들려있던 짐을 받아안았다.“아직 시간 있으니까 호텔에 짐 풀고 가자.”온은수의 말에 차수현이 머리를 끄덕였다.호텔 체크인을 마치자 자고 있던 유민이도 눈를 떴다. 생소한 환경에 갸우뚱하며 유민이가 물었다.“엄마, 여긴 어디야?”“우리 이미 도착했어, 아직도 졸려? 졸리면 계속 여기서 자도 돼.”차수현은 유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차수현은 잠이 덜 깬 유민이가 귀엽기만 했다. 유민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한 편이라 아이 같을때가 아주 적었다.“아니야, 나 엄마랑 같이 갈래.”유민이는 엄마가 자기를 버려두고 가버릴가봐 두려웠다.“그래, 그럼 엄마랑 같이 가자.”차수현은 아이가 자신의 옆에 꼭 붙어있는것보다 모르는 사람한테 납치당하는게 더 무서웠다.“그럼 얼른 일어나야지, 이렇게 게으르면 어떡해.”차수현이 유민이를 보며 말했다.엄마이니까 용서하는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림도 없었다.“알겠어.”유민이가 일어나서 앉았다. 유민이는 그제야 자신이 호텔에 있음을 발견했다. 말이 호텔이지 스위트룸에 가까웠다. 호텔 방에서 도시의 아름다움이 한 눈에 들어왔다.“여기 진짜 높아, 여기 너무 아름다운데?”유민이가 창가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유담이는 유민이의 말에 트집을 잡으려고 하다가 창밖의 아름다운 경치에 놀라 멍하니 서있었다.온은수는 두 아이의 감탄에 웃음꽃을 띄웠다.두 아이가 좋아한다면 온은수는 더 많은 돈을 써도 아깝지가 않았다.차수현은 그제야 이 방에 온은수도 있다는것을 알아차리고 긴장해하며 온은수를 바라보았다.“오늘 밤은 어디서 지낼건데?온은수는 차수현이 자기가 이 방에 눌러앉을가봐 긴장해하는 모습이 귀여워 피씩 웃었다. 온은수는 이 층 전체를 이미 빌려놨었기에 어디에서 지내는건 문제가 아니었다.“나 맞은켠 방에 있어
온은수도 시간을 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지금 준비해서 나가자.”온은수는 차수현이 여기에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걸 눈으로 볼수 있으니 차수현도 투병할수 용기를 얻을수 있다고 생각했다.두 아이도 차수현의 손을 잡고 따라나섰다.연구실에 도착하자 전문가들이 차수현과 간단한 얘기를 나누고는 채혈준비를 하라고 말했다.차수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여기에 있는 전문가들은 국적도 나름 다 달랐기에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온은수가 곁에서 번역하고 있었지만 의학적용어를 알아들을리가 없었다.현재 차은수가 할수 있는건 자신이 알고 있는 상황을 얘기하고 결과를 기다리는것이었다.차수현은 여기로 오기만 하면 병이 싹 가실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하지만 하는데까지 해보려는 마음에 차수현은 실망한 내색을 내지 않았다.차수현은 오후시간을 여기에서 보냈다. 전문가는 소식 있으면 전해줄테니 이젠 집에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차수현도 여기 있어보았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사방에 정밀기계들이 놓여있었기에 자칫 깨기라도 하면 아주 큰 사단이 날것 같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차수현은 두 아이가 연구실에 도착하면 곯아떨어질거라 생각했지만 정 반대였다. 두 아이는 마치 박물관이라도 온것마냥 의외로 이 기계들한테 흥미를 보였다.“가자, 얼른.”차수현이 불러서야 아이들은 발길을 뗐다.“알겠어, 엄마.”차수현이 물었다.“그게 그렇게 재미있어? 위에 써 있는 글 알아볼수 있어?”병에 써있던 글씨는 다 영어이기도 하고 전문용어였기에 차수현도 알아보기가 힘들었다.“모르는게 많아, 하지만 번역기 돌리면 돼.”유담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유민이도 같이 머리를 끄덕였다.차수현은 이 꼬맹이들이 언젠간 자신을 뛰어넘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앞으로 모르는게 있으면 너희들한테 물어야겠네.”차수현이 웃으며 두 아이의 손을 잡았다.“그럼 난 커서 저 사람들처럼 의사가 될래. 다른 사람들이 고치지 못
차수현은 반박하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온은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어르신은 떠났다.잠시 후 온혜정과 유민도 왔는데, 그들은 무사히 돌아와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유담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또 그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그리고 나서야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온혜정은 들은 다음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임미자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그녀도 더 이상 임미자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병실에 들어서자, 온혜정은 차수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온은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아.” 온혜정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차수현은 고개를 돌렸다.“엄마, 그는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온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수현 옆에 앉아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어. 여긴 우리가 있잖아.”차수현은 뒤를 돌아보니 온은서도 온 것을 발견했다.비록 전에 온은수와 불쾌한 일이 많았지만, 이럴 때 그는 오히려 온은수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도 알아요…….”차수현은 대답했다. 그녀는 이럴 때 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탱하며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또 일주일이 지났고, 온은수는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요 며칠, 차수현은 다른 사람들과 번갈아 그를 돌보았는데, 차수현이 머문 시간이 가장 많았다. 매일 이 남자를 돌보는 것 외에 그녀는 또 그의 손을 잡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생존 의식을 불태워야 했다.온은수가 깨어났을 때, 그는 차수현이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고 남자는 손을 내밀어 어렵게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어났다.온은수가 깨어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안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둘러 의사를 불러 온은수에게 검사를 진행했다.검사 결과,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온은수는 한동안 휴양하면 퇴원할 수 있었다.한 무리
십여 분의 노정은 차수현에게 있어 마치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문앞에는 이미 들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문이 열리자 온은수는 들것에 실려 직접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차수현도 따라가서 수술실 입구를 지켰다.……수술실 밖, 어르신도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다만, 온은수의 상황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임미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벼락을 맞은 듯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은 자신의 귀를 믿지 않으려 했지만, 임미자의 시체를 보러 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르신은 망연히 따라갔고, 임미자의 산산조각난 시체를 보고 그는 마침내 믿었다. 줄곧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남자가 목놓아 울었고, 원래 반쯤 하얀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그는 하루 만에 자신과 삐진 아내가 아무런 생기도 없는 시체가 되어 영원히 자신에게서 떠날 줄은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사모님은 유담 도련님을 구하시기 위해…….”어떤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어르신에게 말했고,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슴은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 임미자는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했다.“미자야, 안심해라. 은수의 아이는 반드시 건강하고 평안하게 자랄 거야. 당신이 한 모든 것은, 그들이 줄곧 기억할 거야…….”……수술실 밖에서 차수현은 오랫동안 기다렸고, 그녀가 자신의 몸이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 수술 중이란 등불은 마침내 꺼졌다.온은수는 의사에게 밀려나왔고, 차수현은 즉시 앞으로 다가가서 상황을 물었다.“의사 선생님, 그 이는 어떻게 됐나요!”“생명의 위험은 없지만…….”“뭔데요?”“도련님의 다리는 총상을 입은데다 또 심각한 골절을 입어, 회복하더라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차수현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메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았어요.”그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미처 임미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흉보를 맞이했다.차수현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 사람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다행히 온은수가 배치한 사람은 비록 매우 슬프고 이 사실을 믿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차수현을 부축하며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했다.일행이 공장 앞에 도착하자,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 보였고, 자욱한 검은 연기는 온 하늘을 칠흑같이 어두컴컴하게 물들였다.차수현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온은수가 이미 불 속에 타 죽었거나 폭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백 수천 번이나 이 남자를 미워했지만,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온은수,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차수현은 중얼중얼 말하면서 말투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띠었다.그녀는 온은수를 찾으러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에게 붙잡혔다.“아갔;, 저희가 도련님을 찾으러 들어갈 거예요. 아가씨는 안의 연기를 들이킬 수 없어요. 아이에게 영향을 줄 거예요.”“나더러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차수현은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 이럴 때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도련님은 아가씨의 뱃속의 아이의 안전을 가장 중시했으니 만약 아가씨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저희도 죽음으로 사죄할 거예요.”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막자, 차수현은 한쪽에 서서 그들이 들어가서 기적을 찾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은 여기에 있어!”공장 앞은 잡초로 뒤덮여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그들은 한참을 찾고서야 그곳에 누워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온은수를 발견했다.온은수를 찾은 사람은 그에게 아직 호
그의 수하는 유담을 찾았으니, 그들은 유담을 보호하여 무사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달성됐으니 그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연설도 이 소리를 들었은데,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담의 너덜너덜한 옷 밑에 폭탄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또 얼마나 절망적일까?차수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이 그녀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피와 살이 터지는 그런 가장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임신한 그녀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놀라 기절하고 유산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설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고, 온은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은수 오빠, 오빠가 생각한 게 맞아요. 그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도망가지 못하겠죠. 그의 몸에는 폭탄이 있으니 나가도 소용없어요.”“너……!”온은수는 갑자기 연설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그는 어떻게 해야만 유담을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연설은 남자 얼굴의 드러난 절망을 감상하며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조금 있으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릴 텐데요…….”이와 동시.유담은 다른 사람에게 안겨 밖으로 달려갔고, 더 빨리 떠나기 위해 그들은 유담의 입에 있는 테이프를 뗄 겨를도 없었다.마침내 차수현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유담을 내려놓았고, 그러나 그는 귀신을 본 듯 끊임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유담아!” 차수현은 이 상황을 보고 엄청 놀랐다. 유담이는 왜 이러는 것일까?유담은 마침내 자신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엄마, 나한테 시한 폭탄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차수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그리고 바로 이때, 몰래 따라온 임미자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달려가 유담을 껴안고 그가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을 찢었고, 그 안에 아직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폭탄
“올라와요, 그리고 문 앞에 서서 들어오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난 그 녀석을 죽일 거예요.”연설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더는 총을 쏘지 않았다.온은수는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고, 연설은 옆에 앉아 있는 유담을 바라보았는데, 그를 잡아당긴 후에야 그의 팔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줄곧 밧줄을 갈아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넌 도망가도 소용없다. 오히려 널 만난 사람은 모두 너 때문에 죽겠지. 만약 차수현이 흥분해서 너를 안고 손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너희 모자 두 사람은 함께 저승에 가서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어.”연설은 냉담하게 잔인한 말을 하다가 갑자기 칼을 꺼내 유담의 손에 있는 밧줄을 잘랐고, 그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은수가 도착했다.연설은 또 총을 들어 온은수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온은수는 몸을 비틀거리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다리는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하면 화가 풀리겠어?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네 마음대로 처리해. 유담이 풀어주기만 하면 돼.”온은수는 유담을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연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온은수를 들어오게 했다.“들어와요, 그리고 난 그를 내보낼 거예요.”온은수는 다리와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차수현을 괴롭혀 죽이는 화면과는 다르지만 온은수가 자신과 함께 죽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게다가 연설은 온은수가 차수현을 대신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두 가지 예상을 했었다.차수현이 왔다면 연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혀 그녀가 온은수 앞에서 죽게 하고, 온은수로 하여금 평생 연설이라는 사람을 잊을 수 없게 하려 했다.만약 온은수가 왔다면, 그녀는 그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가 차수현과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를 자신과 함께 지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유담은 이 상황을 보고 끊
차수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온은수는 몇 명의 유력한 조수들을 배치하여 차수현을 보호하라고 한 다음, 기타 몇 명의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온은수는 단독으로 차를 몰고 갔고, 이 사람들은 일부는 안전한 곳에 남아 유담을 기다렸고 남은 사람은 공장을 뒤지며 유담을 찾았다. 그때 유담을 찾으면 누군가가 신호를 보낼 것이다.일을 안배한 후, 온은수는 옷을 갈아입고 스스로 차를 몰고 먼저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따라 가면서 거리를 유지하여 연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서 유담을 해칠 수도 있었다.온은수는 차를 몰고 연설이 보낸 장소로 갔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허름한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온은수는 이곳의 환경을 살펴보았는데, 사방에 인가가 없었고, 도처에 무성한 잡초가 자랐는데, 확실히 나쁜 일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온은수은 차를 한쪽에 세운 후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연설은 위층에서 자동차 소리를 듣고 멀리서 한 번 바라보았는데, 유담도 와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꽁꽁 묶여 있어 몇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유담은 마음속으로 차수현이 절대 오지 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연설은 정말 미치광이여서 엄마가 나타난 순간 그녀를 죽일 것이다.그리고 유담은 절망적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센서가 달린 폭탄이었는데, 사람에게서 10초 이상 떠나면 바로 폭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폭발 시간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연설이 그들에게 준 마지막 기한이었다.다시 말하면, 차수현이 와서 유담을 구해도, 그들은 그의 몸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 수 없었으니 유담은 여전히 죽어야 했다. 그리고 차수현은 헛되이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연설은 나타난 사람이 온은수인 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곧 싸늘하게 웃었다. 온은수는 여전히 그의 애지중지하는 차수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라
차수현이 침묵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은수야,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 돼!”온은수는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어르신과 임미자가 모두 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임미자도 방금 온은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희생하려는 마음을 먹고 유담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보아냈다.유담은 그녀의 손자였으니 그녀도 그를 매우 걱정했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아이였다. 비록 두 모자는 일찍이 여러 가지 오해로 오랫동안 헤어졌지만, 그들이 혈육이란 사실은 변함없었다.임미자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래, 은수야, 넌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야?”어르신은 자신의 잘못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여 유담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짧디짧은 몇 시간 사이에 그의 백발은 두배로 늘어났고, 하루아침에 10살은 더 먹은 것 같았다.“하지만 전 남자이니,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죠. 아버지, 이것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신 거 아니었나요?”어르신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만약 연설의 어머니를 보낸다면? 그녀는 아무리 미쳤더라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직접 살해할 정도는 아니겠지.”“그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상, 분명히 그들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해요. 저는 그런 시험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송혜미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큰 자극을 받았다. 이미 기절했고,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아직 모르니까 저는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유일한 가능성이 모두 없어진 것을 보고,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 내 잘못이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노망나서 연설을 풀어줬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녀더러 나를 죽여 분풀이를 하는 건 어떤가. 어차피 나도 늙었으니 죽을 때가 됐지. 자꾸 젊은 사람이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어르신의 말에 온은수도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그는 눈을
차수현은 그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가 유담이 온갖 고통을 받고 죽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게 하라니, 차라리 그녀가 가서 그를 바꾸는 것이 나았다.어차피 연설의 원한은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유담은 무고했으니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어른의 원한에 연루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더군다나 유담이 그렇게 간단하게 연설에 의해 납치된 것도 다 그녀가 일시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유담은 연설이 그의 마음속의 그 선량하고 정직한 선생님이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차수현은 숨이 막혔지만 눈빛은 점차 담담해졌다.“어쨌든 나는 갈 거예요.”“그럼 당신 뱃속의 아기는? 당신은 그녀를 버릴 거야?” 온은수는 슬픔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차수현은 여전히 그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심지어 이런 일로 괴로워할 자격도 없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연설을 처리했다면, 또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 그녀를 잘 주시하도록 분부했다면, 이런 일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잘못이 더욱 컸다!“난…….”차수현은 이미 무엇을 희생하든 유담을 구하러 가려고 했지만, 뱃속의 아기를 언급하자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아직 아무런 의식도 없는 배아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엄마의 선택은 너무 이기적이었지? 어쩌면 네가 이 아름답지만 잔혹한 세상을 볼 수 없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일이 정말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나도 너와 함께 떠날 거야. 절대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라고.’“만약 당신이 가서 유담을 구하더라도, 당신이 죽는다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평생 그늘 속에서 살겠지. 더 이상 즐겁게 웃지도 못하고. 당신은 그가 그렇게 되길 원하니?”“그럼 어쩌라고요?! 당신이 말해봐요!” 차수현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설마 이
차수현의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아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차수현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전혀 주려 하지 않았다.“수현아, 진정해!”귀를 찌르는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고막이 뚫릴 것 같았지만 몸의 불편함 대신, 오히려 가슴이 무언가에 의해 꽉 쥔 채 곧 깨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는 차수현이 이렇게 통제력을 잃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종래로 없었다. 오은택의 일로 모함을 당했을 때도, 비록 많은 일반인들이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지만 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빌어먹을 동영상에 자극되어 정신이 붕괴된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온은수는 더욱 걱정했다. 그러나 전에 그는 이미 차수현을 한 번 기절시켰으니 이번에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앉아서 차수현을 안고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핸드폰 줘, 내가 단서를 찾으러 갈게. 내가 그들의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방법이 꼭 있을 거야. 그녀의 가족도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도 속수무책이 아니야. 조급해하지 마…….”온은수 자신도 급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차수현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차수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마치 새끼를 잃은 어미 짐승처럼 슬피 울었다.온은수는 손을 내밀어 차수현의 휴대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그녀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온은수의 어깨를 호되게 깨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했다.온은수는 심한 통증을 느꼈다. 차수현은 지금 이미 이성이 없어서 유난히 세게 그를 깨물었고, 한순간, 그는 살이 찢어져 피까지 흘렸다. 그러나 남자는 미간도 찡그리지 않고 오히려 이런 자세로 차수현을 그의 어깨에 엎드리게 하며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그녀가 손을 놓게 하는 데 성공했다.차수현은 여전히 온은수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온은수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차수현의 휴대폰에 들어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