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볼게.”한가연이 확인해 보니 육씨 가문의 집사가 큼직한 도시락통 하나를 들고 입구에 서 있었다.“집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이건 어르신이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곰탕이에요. 요즘 날씨가 건조하니 국물을 마시면 몸에 좋을 거예요.”집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가연은 감동을 받았다. 자신의 신분이 육씨 가문에 비하면 참 보잘것없었지만 육씨 가문 사람들을 그녀를 아주 많이 아꼈고 좋은 물건이 생기면 꼭 그녀의 몫을 챙겨주었다.솔직하게 말한다면 도박꾼인 아버지보다 백배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처음으로 가족이 어떤 존재인지를 가르쳐주었다.“감사합니다. 어르신에게 안부 말씀 좀 전해주세요. 며칠 뒤 시간이 되면 뵈러 갈게요.”한가연이 예의를 차려 말하며 도시락을 건네받았다.차수현은 온은수가 아니라 육씨 가문의 집사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자신이 요즘 너무 예민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모든 일에 온은수를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한가연은 곰탕을 식탁 위로 올렸다. 도시락 안에는 곰탕 외에도 다른 반찬 몇 가지가 더 담겨 있었다. 값비싼 재료로 만든 음식은 아니었어도 모두 군침을 삼킬 정도로 향이 좋았다.도시락 배달에 근심을 던건 차수현과 한가연이었다.“수현아, 오늘 저녁엔 이걸 먹으면 되겠어. 따로 반찬을 만들 필요도 없겠는걸.”차수현은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었고 푸짐한 반찬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리고 가연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차수현이 조금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너랑 육무진씨 지금 도대체 어떤 사이야?”한가연이 깜짝 놀랐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차수현은 이런 그녀의 모습에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한가연과 육무진, 두 사람 모두 착하고 바른 사람이었다. 육씨 가문도 가문을 따져가며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니 육무진과 결혼하는 건 좋은 선택일 듯싶었다.차수현은 그동안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오가며 현재까지도 이러저러한 병
수현은 감명을 받은 듯했다. 비록 전에 온은서가 자신을 떠났지만, 그녀는 마음 한 켠에 그를 위한 자리를 남겨두었다. 세월이 흘러도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가연은 수현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었다. 수현은 마음속으로 온은서를 그리워하며 그를 사랑하기로 결정한 순간, 자신의 생명도 돌보지 않고 용감하게 돌진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없는 사람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물론이지, 어떻게 할 건지는 네가 결정해. 억지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가연을 보고 말했다.육씨 집안은 좋은 집안이고, 육무진의 부모와 가족들도 모두 가연에게 잘해주었기에 잘 해보라고 권했었다.만약, 육씨 집안이 반대했다면, 수현도 가연에게 너무 쉽게 빠지지 말라고 충고했을 것이다. 그녀도 겪어본 일이라 더욱 그랬다.전에, 수현은 사랑으로 삶의 어려움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온씨 집안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자신을 받아들이게 하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니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제는 이런 생각도 다 쓸데없었다. 어쨌든 그녀와 온은수는 곧 끝날 것이다.“다시 잘 생각해 볼게. 수현아, 우선 유담과 유민을 불러서 같이 밥 먹자. 음식 다 식겠다.”가연은 확실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화제를 돌렸다. 수현도 지금 당장 대답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런 일은 깊이 생각할수록 좋았다. 충동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수현은 두 아이가 잠시 머물고 있는 방 앞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밥 먹자!”안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수현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제야 두 아이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수현이 방안을 들여다보니 침대 위에 옷과 휴대폰 그리고 충전기 따위가 널려 있어 엉망진창이었다.“너희가 어지럽혔으니 정리해야 해! 방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두면 안 되잖아.”“네, 엄마. 조금 이따가 다 정리하겠습니다.”유담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른처럼 대답했다
육 할머니는 앞으로 차수현을 잘 대해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온은수도 육무진처럼 처량하게 떠나간 사람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걸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온은수는 육 할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자신의 용건은 이로서 끝났는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육 할머니는 온은수더러 밥 먹고 가라고 했지만 온은수는 회사에 할 일이 남았다는 핑계로 집을 나섰다.육 할머니는 한 숨을 내쉬었다. 갈수록 온은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기 때문이다.…….밥을 먹고 나서 차수현은 유담이와 유민이를 데리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뭘 싸가지고 갈 생각이야?”차수현은 아들이 내놓은 물건들을 보며 말했다.“노트북, 드론 그리고…….”그렇게나 많은 물건들을 트렁크에 담는 유담이를 보며 차수현은 머리가 아파났다.아이가 해외에 나가 스파이 짓이라도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차수현이 말했다.“유담아, 이렇게 많은 물건 챙길 필요 없어, 너 대신해 이 물건들 들어줄 사람도 없어.”차수현의 말을 들은 유민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많은 물건들을 자신이 들고 가기에는 무리였다.“괜찮아, 내가 들어줄게.”유민이가 유담이의 편을 들어주며 말했다.체력운동을 많이 한 유민이는 유담이보다 힘이 셌다.차수현은 역시 친 형제는 친 형제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심하게 다퉈도 시간이 지나면 화해를 했으니 차수현은 그런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두 아이가 짐 싸는걸 지켜보고 어지럽던 방도 원상복구를 시키고 나서야 차수현은 방으로 돌아갔다.오늘 차수현은 한가연과 함께 자기로 했다. 방이 모자란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둘이 수다도 떨겸 같이 자기로 했다.차수현이 방으로 돌아가자 한가연이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오늘 힘들었을텐데 들어가서 샤워 해. 상처 있는 곳은 물 안 묻게 조심하고.”차수현은 머리를 끄덕이며 욕실로 들어갔다.차수현이 다 씻고 나와서야 한가연은 세수대야에서 치솔을 했다. 멍 때리고 있던 차수현은 책상앞에 놓은 필과 종이를
한가연은 생각할수록 두려웠다.“수현아, 너무 서두르지 마.”한가연의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차수현이 말했다.“나 죽으려는 생각 안해.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것뿐이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차수현은 멈칫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한가연한테 맡길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가 되면 너한테 부탁할 일이 참 많을것 같아.”한가연은 멀쩡한 사람이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기 시작하기 마음이 괴로웠다. 하지만 한가연은 이 시각 차수현이 매우 진지하다는걸 알고 있었기에 차수현을 다독였다.“아줌마 일은 내 일이기도 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까지 난 줄곧 아줌마를 내 엄마로 생각해왔어.”“난 널 믿어. 그리고 두 아이는 아마 온은수가 데려가게 될거야. 시간 나면 아이들좀 들여다봐줘.”차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갈 자신이 없었다.“이제 얘기 다 끝났으면 병원에서 열심히 치료 받는거야. 난 네가 나한테 당부했던 일들을 내가 아닌 네가 직접 해나갔으면 좋겠어.”차수현은 머리를 끄덕였다. 한가연은 차수현이 적은 메모를 서랍에 넣고는 자물쇠를 잠가놓았다.두 사람도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웃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은 무언가에 눌리워 답답하기만 했다.…….한가연의 집에서 이틀 머문 차수현은 아이 둘을 데리고 비행기장으로 갔다.차수현이 자신을 데리러오는것을 거절했기에 온은수는 비행기장 앞에서 차수현을 기다렸다. 차수현이 비행기장에 도착하자 온은수는 얼른 달려가 차수현 손에 든 짐어 받아안았다.그 광경을 본 차유담이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짐꾼 있는걸 깜빡했네,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집에 있던 물건 다 챙겼을걸 그랬어.”온은수는 차유담을 보며 말했다.“더 필요한거 있어? 내가 사줄게.”“아니야, 쟤 필요한거 다 챙겼아.”차수현이 막아나서며 말했다. 차수현은 차유담이 돈을 물 쓰듯이 쓰는 소비습관을 기루
연설은 겉으로는 승낙하는척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유은비를 비웃었다.‘감히 온씨 집안을 차지하려 하다니. 꿈도 크네.’“차수현 정말 불치병인거 맞아요? 고치고 돌아오면 어떡해요? 그땐 온은수가 우릴 가만두지 않을거에요.”“내가 몇번이나 말했잖아, 신선이 와도 고칠수 없는 병이야, 뭘 망설여?”확답을 들은 연설이 말했다.“알겠어요.”통화를 마친 연설은 오은택의 어머니한테 소식을 전하려 했다. 오은택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유은비 부하한테 맞아 죽을걸 알고 유은비를 갈기갈기 찢고 싶어했다.하여 연설이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오은택 어머니는 개의치 않았다. 아들이 죽었으니 살아갈 자신이 살아갈 희망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어느덧 비행기가 착륙했다. 뒤를 돌아보니 유담이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유민이는 아직 자고 있었다.차수현이 곤히 자고 있는 유민이를 흔들어 깨우자 유담이도 옆에서 아우성쳤다.“일어나, 언제라고 아직도 자고 있는거야? 너 돼지야?”유민이가 눈을 부비며 물었다.“도착했어?”“좀 있으면 도착해, 그러니까 잠 깨고 있어.”차수현이 유민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승무원목소리가 들리면서 문이 열렸다. 차수현이 잠이 깨지 않은 유민이를 보며 망설혔다. 이때 온은수가 뒤에서 걸어오더니 유민이를 번쩍 들어 안았다.“괜찮아, 자게 놔둬, 우리 가자.”차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니야, 깨우는게 낫겠어.”차수현이 아이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과도한 사랑은 아이의 버릇만 잘못 들게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온은수는 차수현의 말을 듣지 않았다.“어리니까 이렇게 안아볼수도 있는거지, 크면 안기도 어려워.”‘앞으로 안아볼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온은수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어릴때 납치당한 이유로 유민이가 엄마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차수현은 온은수가 안고 있도록 허락했다.“그럼 유민이 머리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줘.”차수현은 유담이를 데리고 짐 가지러
뭇 사람들의 북적꺼리는 소리에도 차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온은수의 뒤를 따랐다.비행기에서 내리기전부터 온은수는 사람들을 시켜 비행기장앞에 대기하도록 지시했다. 문을 나서니 기사 아저씨가 온은수 손에 들려있던 짐을 받아안았다.“아직 시간 있으니까 호텔에 짐 풀고 가자.”온은수의 말에 차수현이 머리를 끄덕였다.호텔 체크인을 마치자 자고 있던 유민이도 눈를 떴다. 생소한 환경에 갸우뚱하며 유민이가 물었다.“엄마, 여긴 어디야?”“우리 이미 도착했어, 아직도 졸려? 졸리면 계속 여기서 자도 돼.”차수현은 유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차수현은 잠이 덜 깬 유민이가 귀엽기만 했다. 유민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한 편이라 아이 같을때가 아주 적었다.“아니야, 나 엄마랑 같이 갈래.”유민이는 엄마가 자기를 버려두고 가버릴가봐 두려웠다.“그래, 그럼 엄마랑 같이 가자.”차수현은 아이가 자신의 옆에 꼭 붙어있는것보다 모르는 사람한테 납치당하는게 더 무서웠다.“그럼 얼른 일어나야지, 이렇게 게으르면 어떡해.”차수현이 유민이를 보며 말했다.엄마이니까 용서하는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림도 없었다.“알겠어.”유민이가 일어나서 앉았다. 유민이는 그제야 자신이 호텔에 있음을 발견했다. 말이 호텔이지 스위트룸에 가까웠다. 호텔 방에서 도시의 아름다움이 한 눈에 들어왔다.“여기 진짜 높아, 여기 너무 아름다운데?”유민이가 창가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유담이는 유민이의 말에 트집을 잡으려고 하다가 창밖의 아름다운 경치에 놀라 멍하니 서있었다.온은수는 두 아이의 감탄에 웃음꽃을 띄웠다.두 아이가 좋아한다면 온은수는 더 많은 돈을 써도 아깝지가 않았다.차수현은 그제야 이 방에 온은수도 있다는것을 알아차리고 긴장해하며 온은수를 바라보았다.“오늘 밤은 어디서 지낼건데?온은수는 차수현이 자기가 이 방에 눌러앉을가봐 긴장해하는 모습이 귀여워 피씩 웃었다. 온은수는 이 층 전체를 이미 빌려놨었기에 어디에서 지내는건 문제가 아니었다.“나 맞은켠 방에 있어
온은수도 시간을 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지금 준비해서 나가자.”온은수는 차수현이 여기에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걸 눈으로 볼수 있으니 차수현도 투병할수 용기를 얻을수 있다고 생각했다.두 아이도 차수현의 손을 잡고 따라나섰다.연구실에 도착하자 전문가들이 차수현과 간단한 얘기를 나누고는 채혈준비를 하라고 말했다.차수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여기에 있는 전문가들은 국적도 나름 다 달랐기에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온은수가 곁에서 번역하고 있었지만 의학적용어를 알아들을리가 없었다.현재 차은수가 할수 있는건 자신이 알고 있는 상황을 얘기하고 결과를 기다리는것이었다.차수현은 여기로 오기만 하면 병이 싹 가실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하지만 하는데까지 해보려는 마음에 차수현은 실망한 내색을 내지 않았다.차수현은 오후시간을 여기에서 보냈다. 전문가는 소식 있으면 전해줄테니 이젠 집에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차수현도 여기 있어보았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사방에 정밀기계들이 놓여있었기에 자칫 깨기라도 하면 아주 큰 사단이 날것 같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차수현은 두 아이가 연구실에 도착하면 곯아떨어질거라 생각했지만 정 반대였다. 두 아이는 마치 박물관이라도 온것마냥 의외로 이 기계들한테 흥미를 보였다.“가자, 얼른.”차수현이 불러서야 아이들은 발길을 뗐다.“알겠어, 엄마.”차수현이 물었다.“그게 그렇게 재미있어? 위에 써 있는 글 알아볼수 있어?”병에 써있던 글씨는 다 영어이기도 하고 전문용어였기에 차수현도 알아보기가 힘들었다.“모르는게 많아, 하지만 번역기 돌리면 돼.”유담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유민이도 같이 머리를 끄덕였다.차수현은 이 꼬맹이들이 언젠간 자신을 뛰어넘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앞으로 모르는게 있으면 너희들한테 물어야겠네.”차수현이 웃으며 두 아이의 손을 잡았다.“그럼 난 커서 저 사람들처럼 의사가 될래. 다른 사람들이 고치지 못
차수현이 자신의 이름을 거론했을때도 저런 행복한 표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온은수가 차수현한테 걸어가서 말했다.“저녁은 내가 크루즈에서 식사를 할수 있게끔 먼저 예약했어, 거기 경치가 유명해서…….”“그럴 필요 없어, 나 혼자 둘러보면 돼.”차수현이 거절했다.차수현은 더 이상 온은수가 자신을 위해 돈을 쓰게 하고싶지 않았다. 온은수가 멈칫하더니 말했다.“그럼 애들 데리고 저녁 먹어, 나도 처리해야 할 일 있으니까 난 가지 않을게.”온은수가 티켓을 건네며 말했다.차수현은 티켓을 받지 않았다. 온은수는 아이들이 들떠있는 모습에 티켓을 강제로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티켓 줬으니까 결정은 네가 해.”말을 마친 온은수는 기사를 불러 차수현과 아이들을 호텔로 보냈다.차수현은 멀어져가는 온은수의 뒤모습에서 쓸쓸함을 느꼈다.그것도 잠시, 차수현은 바로 부정했다.‘저 남자가 쓸쓸할리가 없잖아, 내기 이 지경인데 남 걱정할때냐고.”“엄마 어떡할거야?”유담이가 티켓을 바라보며 말했다. 티켓에 적혀있는 수자에 유담이는 깜짝 놀랐다. 티켓을 버리는건 돈을 버리는거와 마찬가지였기에 아까웠다.차수현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가고 싶어?”두 아이는 머뭇거렸다. 가고 싶었지만 엄마가 난처해하는건 보고 싶지가 않았다.두 아이는 머리를 흔들었다.“아니, 안 갈래.”차수현은 가고 싶지 않은척 하는 아이들이 모습이 웃겼다. 한편으로 자신을 생각해주는 두 아이가 기특하기도 했다.“가고 싶은거면 가자.”차수현은 이번 기회에 아이들도 나와 놀수 있기를 원했기에 아이들만 기뻐한다면 뭐든지 상관 없었다.온은수도 아이의 아버지이기에 아버지의 책임을 다하는거라 생각했다.…….온은수는 밖에서 목적없이 떠돌아다녔다. 이번 기회에 여기 언어를 모르는 차수현과 더 가까워지려고 생각했다.하지만 두 아이가 방해를 하는 바람에 그런 기회같은건 주워지지 않았다.온은수는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온 어르신한테 전화를 걸었다.온 어르신은 임미자와 함께 이 곳에서 휴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