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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순간 은소혜의 손이 불길에 휩싸였다. 노도윤은 크게 당황하여 급히 손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퍽.

두 손바닥이 맞부딪히는 순간 주위의 공기가 뜨거운 열기 속에서 모두 타버렸다.

쓱.

주변 공간이 심하게 흔들렸고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발을 떼기도 힘들어졌다. 그들은 어떻게든 기운을 모아 불길을 막아보려 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씩 ‘자발적으로’ 경기장에서 뛰어내렸다.

하지만 노도윤은 불길의 정면에서 맞서고 있었다. 그의 팔은 불길에 삼켜졌고 입고 있던 옷마저 순식간에 불타버렸다.

“아아악!”

노도윤은 고통 속에서 처절하게 외치며 몸이 그대로 경기장 바깥으로 날아갔다.

쾅.

그의 몸이 경기장을 둘러싼 보호막에 부딪히면서 겨우 불이 꺼졌고 노도윤은 그제야 가까스로 떨어지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린 상태였다.

“커억!”

노도윤은 피를 두어 번 토해낸 후 멍하니 은소혜를 바라보며 말을 더듬었다.

“너... 너... 대체 누구야...?”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경기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은소혜의 공격 한 번에 노도윤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있던 모두가 전부 패배했다. 이 여인의 실력은 대체 어디까지인 것인가?

그 모습을 본 무상파 수장 범도성은 눈을 크게 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 제자가 어떻게 질 수 있단 말이야...”

진도하에게 패했다면 차라리 납득할 수 있었다. 진도하의 실력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었고 그를 문파에 들이기 위해 범도성 역시 시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은소혜가 노도윤을 쓰러뜨렸다. 이 사실은 범도성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반면 청풍각의 각주 조진평은 미소를 지으며 범도성을 흘끗 쳐다봤다. 마치 노도윤이 패배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남궁 장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은소혜를 바라봤다. 은소혜는 여전히 경기장에 홀로 서 있었고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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