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가 역겨운 눈빛으로 이민영을 쳐다봤고 언성을 높였다.“비켜!”이민영이 머리를 들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진도하에게 말했다.“자기야, 아직도 나한테 화났어?”“제발, 용서해 줘, 응?”진도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민영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조금 있다 내가 잘해줄게, 그럼 되잖아~”이민영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엄청 매혹적인 표정을 지었다. 진도하는 그런 이민영을 보며 역겨움이 절정에 다다랐다.이민영은 참 단순하게도 진도하가 아직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건 진도하를 아직까지 하반신만 있는 동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경멸의 눈빛으로 이민영을 보며 다시 한번 언성을 높였다.“꺼지라고!”이내 그는 거칠게 이민영을 밀어냈다.이민영은 진도하가 자신을 밀쳐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하마터면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이민영이 울먹거리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왜 그렇게 거칠게 굴어! 전에는 안 그랬잖아!”진도하는 그 모습을 보며 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고 머리를 돌려 아예 외면했다. 그러고는 강유진의 곁으로 걸어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자리를 떠났다.순간 이민영은 진도하가 진짜 변했음을 깨달았다. 두 손을 꼭 맞잡고 떠나가는 두 사람을 보고는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개 같은 연놈들!”“가만두지 않을 거야!”“언젠간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게 할 거야!”**진도하는 강유진을 끌고 한참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강유진이 참다못해 소리를 질렀다.“천천히 걸어요. 손목이 부러질 거 같아요!”진도하는 그제야 속도를 늦추었다.강유진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까 이민영 왜 거절했어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몸을 바치는데 하고 싶지 않아요?”진도하가 진지하게 말했다.“하고 싶죠. 근데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달라요. 이민영 같은 여자는 아무리 적극적으로 몸을 바친다 해도 아니, 발가벗고 내 앞에 서 있는다 해도 눈길 한번 안 줄 거예요. 주면 내가 지는 거죠.”강유진이 만족스럽다는 듯
“그래요, 알겠습니다.”허윤겸이 다시 인사하더니 물러갔다. 하지만 다시 발걸음을 돌리더니 물었다.“신성 장군님, 진짜 성운시에 남아 계실 겁니까? 남진으로 안 돌아가시는 겁니까?”진도하가 허윤겸을 한번 쳐다봤다. 키가 2미터가 거의 되는 사내가 긴장하는 모습이 웃겼다.진도하가 웃으며 말했다.“다르게 한번 살아 볼까 합니다.”허윤겸이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네, 신성 장군을 대신해 대하를 위해 남천문을 잘 지켜내도록 하겠습니다!”이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허윤겸이 가고 진도하는 평지를 찾아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고 하늘과 땅의 정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그도 그럴 것이 계룡산의 정기는 아주 왕성했다.진도하가 손으로 주문을 걸면서 마음껏 정기를 흡수했다. 정기가 백문 혈을 지나 온몸으로 퍼졌다.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진도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련이 남은 듯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는 조깅하며 계룡산에서 내려와 시내로 돌아왔다.진도하는 약국에 가서 약재와 약탕기를 사서 스카이타운으로 돌아왔다.문을 열어보니 부모님은 외출하고 안 계셨다. 아마도 찬거리를 사러 갔거나 아침 운동하러 갔을 것이다.그는 아까 사 온 물건들을 들고 뒷마당에 도착한 후 약재와 약탕기를 꺼내 불을 지피고는 약재를 우렸다. 그사이에 진도하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이따금 정기를 조절하고 정기로 약재의 효능을 높여주어 약 효과를 극에 달하게 했다.약을 우리는 데 거의 3시간이 소요되었고 끝내 갈색 나는 알약을 만들어 냈다.진도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알약을 잘 넣어두었다. 이따가 강유진에게 가져다줄 생각이었다.집을 나서려는데 엄마 아빠가 무언가 잔뜩 사서는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알고 보니 찬거리를 사러 간 게 아니라 시골로 돌아가 마당에 심은 채소들을 전부 따온 것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생활용품도 조금 가져왔다.진도하가 집을 나서려 하는 걸 보고 유서화가 말했다.“또 어디 가니? 어제 집에 안 들어온
진도하의 부모님들도 다 거쳐온 사람들이라 강유진이 현재 어떤 기분인지 다 알고 있었다. 유서화와 진용진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열정적으로 강유진을 초대했다.“아가씨, 어서 들어와 앉아요!”강유진이 머리를 끄덕이며 심호흡했다. 조금은 긴장한 모습이었다.이제야 반응이 온 진도하도 강유진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집에 들어온 강유진은 약간은 불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있었고 유서화는 분주하게 돌아치며 강유진에게 차를 따라주고 있었다. 진용진은 주방에서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다.진도하는 다른 편 소파에 앉아 가벼운 심정으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특히 강유진이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는 드물게 웃음을 터트렸다.강유진은 그룹 사장이라 그런지 멘탈이 강한 편이라 잠깐 수줍어하고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갔고 태연하게 유서화랑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내용이었다.대화 중에 진도하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집도 가족들이 같이 지낼 수 있게 강유진이 빌려준 것이라고 했다. 유서화는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유서화의 눈시울이 금방 붉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강유진의 손을 맞잡고 두서없이 고마움을 표시했다.강유진도 이런 진심 어린 감정에 동해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아주머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제가 해야 하는 일이에요.”두 사람은 좀 더 대화를 나누다가 유서화는 주방에 도와주러 갔다. 아직 진용진의 팔이 다 나은 건 아니었다.유서화와 진용진은 주방에서 바쁘게 돌아치면서도 대화를 멈추지 않았는데 분위기가 참 좋아 보였다.특히는 아들이 ‘여자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자 그들의 눈에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이제 좀 살만하네 그래도.”진용진이 감개무량해서 말했다.유서화는 웃다가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진용진이 물었다.“왜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져?”“하...”유서화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도하도 이미 컸는데 진실을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유서화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맞다. 만약에 사장님 아버님도 몸이 안 좋거나 그러면 한 알 드셔도 돼요. 병세에 도움이 되는 약이에요.”그는 그냥 이런 정도로 부연 설명했다.강유진은 감동받은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진도하가 이 약의 효과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의술이 뛰어난 진도하가 건넨 것이라면 반드시 값비싼 약일 것이다. 강유진은 알약을 받아서 잘 챙기고는 고마움을 표시하려 했다.“쾅! 쾅! 쾅!”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앞장선 사람은 젊은 청년이었는데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모습이었다. 그 청년은 굉장히 오만하게 진도하를 경멸의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강유진은 그 청년을 보더니 역겨운 표정으로 말했다.“오명훈, 네가 여긴 웬일이야?”그 청년은 성운시 오씨 집안의 장손이었다.평소 성운시에서 활개 치며 집안만 믿고 사람을 업신여기고 다녀서 소문이 안 좋게 나 있었다.3년 전 그는 강유진과 한번 만난 뒤 그녀를 미친 듯이 쫓아다니기 시작했고 그 시간이 무려 3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오명훈이 강유진을 한번 힐끔 보더니 말했다.“강유진, 일단 비켜봐. 네 옆에서 알짱거리는 이 파리 같은 놈 내가 대신 혼내줄게.”강유진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이내 오명훈에게 언성을 높이려고 했다.오명훈이 머리를 돌려 진도하를 보더니 야유를 던졌다.“강유진한테서 멀리 떨어지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다시는 못 걷게 다리를 분질러 버릴 테니까.”진도하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말투는 매우 딱딱했다.“싫다면요?”“싫다? 하하...”오명훈이 이를 갈며 협박했다.“강유진한테 다시 연락하면 다리만 아작내는 게 아니라 부모님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진도하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언성을 높였다.“그러기만 해봐!”“내 부모님 건드리면 네 옆에 있는 모든 사람 다 죽여버릴 거야!”진도하의 분노가 불길처럼 타올랐다.친부모가 아니긴 하지만 친부모보다 더 많은 은혜를 입었다. 누구도 부모님으로 자신을 협박하는 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 누구도
그 조폭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진도하를 힐끔 쳐다만 봤지 우물쭈물대며 앞으로 나서지는 못했다.그들이 섣불리 다가섰다간 진도하 손에 있던 오명훈이 다칠 확률이 더 높았다. 일촉즉발의 찰나 강유진이 옆에서 말했다.“됐어요. 한번은 봐줘요!”“그냥 주정뱅이에 병신일 뿐이에요.”강유진은 오명훈이 너무 싫었지만 오씨 집안의 장손이라 일이 터지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렇게 되면 진도하가 보복당할 뿐만 아니라 강씨 집안도 매우 수동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강씨 집안과 오씨 집안이 협력한 프로젝트도 일부 있었다.이 말을 던지고 강유진은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떠난 시점도 매우 묘했다. 진도하가 상처받지 않을 거라는 걸 확인하고 떠난 것이었다. 오명훈은 쳐다도 보지 않고 말이다.강유진이 가고 나서야 진도하는 오명훈을 풀어 주었고 그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오명훈은 무서움에 다리를 후들후들 계속 떨고 있었다.강유진이 말리지만 않았다면 진도하는 오늘 오명훈의 두 팔을 다 아작내 버렸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오명훈은 험악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노려보았다.“계속 노려보면 다른 쪽 팔도 분질러버릴 거예요.”오명훈은 진도하가 하면 한다는 성격인 걸 알고 있기에 분하지만 시선을 돌렸다.하지만 속으로 표독스럽게 생각했다.‘기다려! 돌아가면 사람들 다시 불러서 열배 백배로 돌려줄 테니까!’진도하는 오명훈의 속내를 읽어내고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쪽 오래 살아도 한주 정도만 살 텐데 나한테 복수라? 접어요. 하하...”아까 오명훈의 팔을 부러트릴 때 오명훈의 몸이 주색으로 인해 다 망가져 있음을 발견했다. 오명훈의 숨결은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져 오래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오명훈은 당연히 진도하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진도하가 무서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진도하가 역겨운 표정으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꺼져 주세요!”오명훈의 수하들은 사면이라도 받은 듯 황급히 오명훈을 부축해 세우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
“그때 네 몸에 있던 옥 패물을 보고 네 출신이 만만치 않겠다고 생각했었어.”“만약에 네가 친부모 찾으러 간다고 해도 엄마 아빠는 막지 않을 거야. 아들, 엄마 아빠는 이번 생에 너를 만날 수 있은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해.”진도하는 그제야 시선을 테이블로 돌렸다. 옥 패물은 연한 녹색을 띠고 있었고 “도하” 이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내 이름도 이 옥 패물에 근거해서 지은 거구나.’진도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옥 패물을 들어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정기가 안쪽에서 밖으로 흘러나오려고 하는 것 같았다.유서화의 말이 맞았다. 진도하의 친부모는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한평생을 길러주셨는데 저는 영원히 엄마 아빠 아들이에요.”진도하가 옥 패물을 뒤집어 보니 뒤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음력 12월 29일.”이 날짜는 진도하를 의혹에 빠지게 했고 유서화에게 물었다.“엄마, 이 날짜는 뭐에요?”유서화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나도 모르겠어. 너를 발견했을 갓 태어났는지 아주 작았어. 그래서 네 생일은 아닌 것 같아. 얼핏 들은 소식으로는 이 날짜에 용천 섬으로 돌아가면 전대미문의 기회를 얻을 수 있대.”진도하가 머리를 끄덕이고는 옥 패물을 테이블 위에 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감정을 담아 말했다.“엄마, 아빠, 저는 그 사람들 찾으러 가지 않을 거예요! 저한테는 엄마 아빠가 친부모예요. 영원히 엄마 아빠 옆에 남아서 효도할 거예요.”자식은 엄마가 제일 잘 안다고 했다. 유서화는 친부모가 자신을 버린 것 때문에 친부모를 원망하는 거라고 생각해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바보 같긴. 그들은 너를 버린 게 아니야! 그냥 사정이 있을 뿐이지.”유서화는 아직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바다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고 세계 종말이라도 온 듯싶었다.하지만 이상했던 건 모든 폭풍이 진도하를 만난 후 조용해졌다는 것이었다.진도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사정이 있다고 자기의 핏줄
진용진이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내 생각엔 아마도 원수를 만난 거 같아. 바닷물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거든...”진도하가 침묵했다. 그는 자신이 친부모를 오해했음을 깨달았다.지금 그의 마음은 정신없이 요동쳤고 정서도 왔다 갔다 했다.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떠올랐다.12월 29일, 용천 섬!!‘근데 용천 섬은 도대체 어딨고 거기에 뭐가 있는 거지? 그해 부모님은 거기서 무슨 사고를 당하신 거지?’진도하는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무력감이 그를 감쌌다. 슬픔이 진도하를 덮쳤고 그는 머리를 무릎에 파묻었다.유서화가 그런 진도하를 위로 하려 했지만 진용진이 유서화에게 가만히 있자고 눈짓했고 이내 유서화를 데리고 별장에서 나갔다.유서화는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진용진에게 물었다.“도하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왜 위로도 못 하게 해요?”진용진이 설명했다.“힘들어하니까 혼자 있을 시간을 줘야 하는 거야. 우리가 계속 옆에 있으면 억누르려고 애쓸 거고. 그렇게 참다가 언젠간 병 나.”유서화는 그제야 진용진의 깊은 뜻을 알아챘다.유서화는 그래도 걱정스럽게 말했다.“하... 애한테 이 사실을 알려준 게 잘한 건지 모르겠어요.”진용진도 따라서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나는 맞다고 생각해. 도하도 이제 알아야지.”이 말을 끝으로 둘은 걱정스레 집안을 쳐다보았다.홀로 집에 남은 진도하의 눈빛이 점점 흐려졌다. 슬픈 감정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진도하는 자신의 친부모들이 자신을 버린 이유를 수백 번이고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 이유에 이 상황은 없었다.동시에 그는 한 가지 더 깨달은 게 있었다. 친부모가 자신을 데리러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이미 죽임을 당했을 거라는 걸 말이다.‘그래, 12월 29일에 용천 섬에 꼭 가봐야겠어.’이렇게 생각하자 진도하의 눈빛이 다시 밝아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표정은 어느새 다시 확신에 차 있었다.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걱정
“네, 강 씨 본가에 데려다줘요.”진도하가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허윤겸이 대답하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고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 씨 본가와 가까운 사거리에 도착했다.진도하는 허윤겸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용천 섬이 어디 있는지 조사해 줘요.”“네, 알겠습니다.”허윤겸이 정자세로 똑바로 서며 대답했다.진도하는 허윤겸이 준비한 선물을 들고 강 씨 본가로 걸어갔다.하인의 가이드 하에 진도하는 강 씨 본가의 거실 입구까지 왔다.거실에 들어서자마자 강유진이 보였다. 강유진이 약간 투정 부리며 말했다.“왜 이제 와요.”진도하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진이 다짜고짜 진도하의 손을 잡고는 그녀의 아버지 강재용 옆으로 갔다.“아빠, 이쪽은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진도하에요. 도하 씨가 저번에 아빠 구해줬어요.”강재용은 책을 보고 있다가 딸 강유진의 말을 듣고는 머리를 들어 진도하를 쳐다봤다.한번 보았을 뿐인데 강재용은 이 청년이 평범한 청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강재용이 입을 떼기 전에 진도하가 먼저 말했다.“아저씨, 저번에 너무 급하게 오다 보니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이번에 특별히 특산물을 가져왔습니다. 드시면 건강에 큰 도움이 있을 겁니다.”진도하는 이렇게 말하며 선물을 내려놓았다.강유진이 선물을 받아서 들며 물었다.“무슨 특산물이에요?”진도하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그냥 술이랑 보약이에요.”진도하는 선물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아저씨, 한 잔 드셔 보실래요? 이 술 아저씨에게 굉장히 좋은 술이에요.”강재용은 원래도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인지라 진도하의 말을 듣고는 흥미를 보였다.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아저씨 건강이 좋아진 지 얼마나 됐다고 술을 권하는 거예요? 무슨 꿍꿍이에요? 아저씨 죽이려고 작정했어요?”호통과 함께 깁스한 청년이 거실로 들어왔다. 오명훈이었다.진도하는 오명훈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강재용에게 말했다.“아저씨, 이 술 보통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