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동안 평정심을 되찾지 못했다.그는 끊임없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러다 보니 단단하기만 했던 남자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그 시각.성운시.한 폐기된 공장.진도하의 어머니인 유서화는 두 손이 묶인 채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의 몸은 이미 새빨간 피가 가득했는데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게 분명했다. 목에 금목걸이를 한 대머리가 유서화 옆에 와서 서더니 악독하게 얘기했다.“잘 생각했어? 이 계약서에 사인 할 거야, 말 거야?”유서화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자 대머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그는 바로 유서화를 발로 걷어차며 코웃음을 쳤다.“말을 안 해? 그래, 어디 한번 언제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는지 보자고.”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옆에 있는 열댓 부하들에게 얘기했다.“사인을 하겠다고 할 때까지 패.”“네!”열댓 부하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유서화를 향해 무차별적인 폭행을 퍼부었다.유서화는 고통 속에서 작게 신음을 흘렸다.하지만 그녀는 살려달라고 빌지 않았다.바위처럼 단단한 주먹이 그녀의 몸에 쏟아졌다.그러자 그녀는 천천히 의식을 잃는 기분이었다.그리고 그러던 중,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돌아온 것 같았다. 아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겨우 얘기했다.“이 집은 내가 아들한테 물려줄 거야. 절대로 팔 수 없어!”대머리는 그 말을 듣고 오만하게 웃었다.“아들에게 물려준다고? 유서화 씨, 헛꿈 꾸지 말지. 당신 아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어! 5년이 지났는데, 아마 죽지 않았을까? 게다가 살아 돌아와서 뭐 해.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오늘 당장 빌린 돈을 다 갚던가, 아니면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던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유서화는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바로 반박했다.“아니, 그럴 리 없어! 내 아들은 죽지 않았어! 내 아들은 그저 임무를 수행 중이야!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고! 꼭 돌아올 거야!”그
그의 목소리는 헬리콥터의 소리보다 컸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현장의 모든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대머리는 두려움을 겨우 극복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당신... 당신 누구야?”“진도하다!”“뭐? 네가 진도하라고? 넌 이미 죽었잖아!”대머리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그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5년 전 해저 감옥에 갇힌 진도하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돌아오다니?!이게 가능한 일인가?!매달려 있던 유서화는 진도하라는 세글자를 듣고 눈을 번쩍 떴다.“아들, 아들이야? 우리 아들이 돌아왔어?!”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눈앞이 흐려지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진도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멈칫하더니 살기를 거두고 흥분에 겨워 얘기했다.“엄마, 저예요! 제가 돌아왔어요!”그리고 그는 빠르게 유서화 곁으로 다가갔다.털썩. 그는 바로 바닥에 꿇어앉아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엄마, 죄송합니다. 다 제가 불효자여서 그래요! 5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유서화는 고개를 젓더니 어릴 때처럼 손을 뻗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했다. 하지만 두 손이 묶여있어 그녀는 그저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돌아왔으니 됐어... 돌아왔으니...”그 말을 마친 유서화는 슬픔과 기쁨 속에서 눈을 감더니 기절해 버렸다.“엄마!”깜짝 놀란 진도하가 그녀의 손을 풀어주고 그녀를 내려놓았다.진도하는 몸을 숙소 유서화의 상처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저 격한 감정으로 인해 쓰러진 것이라는 것을 알고 겨우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그는 벌떡 일어나서 몸을 돌려 대머리와 그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눈이 새빨개진 그는 마치 맹수 같았다. 대머리와 그의 부하들은 그 모습을 보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진도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노려보았다.대머리가 버벅대며 얘기했다.“진, 진도하! 네가 뭘 어쩔 건데!”진도
그가 어떻게 진도하를 모를 수 있겠는가. “나를 기억하는데 감히 내 엄마를 건드려?”진도하가 눈썹을 찡그리고 산악 악동을 노려보며 얘기했다.“내가 죽은 줄 알았지? 내가 안 돌아올 줄 알았지?”“아니... 그게 아니라...”대머리가 급하게 머리를 저었다.진도하는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 그리고 바로 헬리콥터에서 내린 호위대를 향해 얘기했다.“이들을 모두 묶어서 매달아 놔!”“네!”호위대 멤버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신성 장군이 명령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이 쓰레기 같은 자식들을 처리했을 것이다. 감히 신성 장군의 어머님을 이토록 잔인하게 괴롭히다니. 죽어 마땅했다!이 호위대는 바로 대머리와 부하들 앞에 가서 물에 빠진 개를 구해주듯이 그들을 바닥에서 들어 올렸다.대머리는 머리가 거꾸로 향한 채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도하, 도하 형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그제야 부하들도 알게 되었다. 그들이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그들도 산악 악동과 같이 빌기 시작했다.“제발 살려주세요!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하지만 진도하가 그의 어머니를 괴롭힌 사람들에게 마음이 약해질 리가 없었다.그는 호위대 사람들에게 얘기했다.“사냥개를 풀어줘. 저들이 내 엄마에게 한 짓을 그대로 돌려주지! 어떻게 되었든 간에 일주일은 버티게 해라, 알겠나?”“알겠습니다!”호위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 세 마리의 사냥개를 풀었다.사냥개 세 마리는 대머리와 부하들을 물기 시작했다. 한순간, 공터에는 대머리와 부하들의 비명밖에 남지 않았다.“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물지 말아주세요!”“정말 잘못했어요, 얼른 이 개들을 데려가요! 더 물면 죽겠어요!”그 비명을 들은 진도하는 그제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그는 유서화를 바닥에서부터 안아 올려 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어느새 그는 집 부근에 도착했다. 이곳은 오래된 마을이었다. 5년 전부터 재개발 얘기가 나오던 곳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
자식은 다 부모의 배에서 나왔다. 그러니 진도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유서화가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진도하가 충동적으로 일을 처리할까 봐 두려웠던 유서화는 알려주지 않고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이 일은 나중에 얘기하고. 지금은 네 아빠 혼자서 병원에 있을 거야. 아직 밥을 드시지 않았을 테니 일단 밥부터 해서 가야겠어.”말을 마친 유서화는 고통스러운 마음을 꾹 참으며 주방으로 가서 밥을 차렸다.진도하는 원래 주방에 가서 도와주려고 했다가 유서화가 그를 쫓아냈다.진도하는 절뚝이는 유서화가 주방에서 바삐 오가는 것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리며 자책했다.주먹을 꽉 쥔 그가 생각했다.그가 돌아왔으니 은혜도 갚고, 복수도 하겠다고! 이 5년 동안, 그의 부모를 욕보인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잡을 것이다. 부모님을 도와준 사람의 은혜는 꼭 갚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서화는 음식을 다 만들고 도시락통에 넣어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도하야, 넌 이제 돌아온지 얼마 안됐으니 집에서 쉬어. 난 네 아빠한테 밥을 가져다주고 올게.”진도하는 거절 하며 말했다.“엄마, 같이 가요. 5년이나 아빠를 만나지 못했는데, 저도 보고 싶어요.”유서화는 머뭇거렸다. 아들이 제 아빠의 상처를 보고 흥분할까 봐 걱정되었다.하지만 남편이 5년 동안 사라졌다가 돌아온 아들을 보면 기운이 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어찌할지를 몰랐다. 하지만 기대에 찬 진도하의 눈을 보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당부했다.“네 아빠를 만나면 집에서 일어난 일은 네 아빠에게 말하지 마. 산악 악동은 그저 우리 집을 갖고 싶어 했을 뿐이지 나한테 별다른 짓을 하지 않았어. 네 아빠가 내가 다친 걸 알면 화를 내고 걱정할 테니까. 그건 네 아빠의 병이 낫는 데에 좋지 않아.”진도하는 입술을 씹고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말하지 않을게요.”어차피 유서화를 괴롭혔던 산악 악동은 살아서 공터를 벗어나기
유서화는 두 부자를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리고 얼른 입을 열었다.“여보, 식사하세요.”“그래.”기분이 좋아진 진유진은 침대에 누워있다가 바로 일어났다.유서화는 얼른 가서 그를 부축하고 도시락통을 꺼내 밥을 먹여주었다.그 모습을 본 진도하는 눈물을 닦으며 조용히 병실에서 나왔다.그리고 바로 의사 사무실에 와 문을 두드리려는데 나오는 간호사와 마주쳤다.간호사가 의문스럽게 물었다.“장 의사 선생님은 회의하러 가셨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진도하는 문을 두드리려던 손을 거두고 얘기했다.“아, 3번 방, 6번 침대의 진유진 환자의 상황을 물어보려고요.”간호사는 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보더니 물었다.“두 사람은 무슨 관계죠?”“제가 환자분 아들입니다.”진도하가 그 말을 마치자마자 간호사는 그를 무시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이윽고 진도하는 아니꼬운 간호사의 말을 들었다.“하, 당신이 바로 그 어르신의 불효자식이었군요! 이제 와서 관심하는 척이라도 하는 거예요? 당신의 아내가 아버님을 괴롭힐 때는 뭐했어요?!”진도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간호사를 보며 얘기했다.“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전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요?”“결혼을 안 했다고요? 그럼 이민영 씨는 누구예요!”간호사가 바로 얘기했다.진도하는 이민영이라는 이름을 듣고 간호사가 사람을 착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다만 간호사가 왜 이민영이 자기 아버지를 괴롭힌다고 하는지 몰랐다.그는 마음속에 수만 가지 물음표가 있었다. 그리고 간호사는 아주 많은 일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그 생각에 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간호사의 팔을 붙잡고 그녀를 데리고 복도로 갔다.“이거 놔요!”간호사는 더러운 것을 만진 듯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았다.진도하는 미안한 표정으로 간호사를 쳐다보며 물었다.“죄송합니다. 그래도 알아보고 싶어서요. 이민영 씨가 우리 아빠를 계속 괴롭혔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입니까?”“하, 가서 아내분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간호사가
그 말을 들은 진도하는 피가 삭 식는 기분이었다. 몸에서는 살기가 새어나갔고 말투마저 스산해졌다.그의 주변 온도가 갑자기 내려갔다.서수진은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복도가 으스스하다고 느끼며 작게 몸을 떨며 얘기했다.“네. 그리고 우리 병원의 사람들은 거의 다 이 일을 알아요.”그 말을 들은 진도하는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이민영이 이토록 잔인할 줄은 몰랐다.그 당시 그는 성운시에서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구애를 거절하고 이민영을 선택해 그녀와 약혼했다.하지만 그가 사라진 5년의 시간동안 이민영이 이렇게 자기의 부모님을 대할 줄이야! “왜 사람을 시켜 우리 아버지를 팬 겁니까? 단순히 돈 때문에?”진도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남겨준 돈이 모자랐나요?”서수진은 슬픔에 잠긴 진도하를 보며 자기가 그를 오해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몰랐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녀는 또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당신 부모님 집이 재개발될 건가 봐요. 이민영 씨가 부모님을 협박해서 재개발되면 그 돈을 다 자기한테 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싫다고 하셨고 이민영 씨는 또 길거리 양아치들을 데리고 아버님을 폭행했죠.”멈칫한 서수진이 계속해서 얘기했다.“맞다, 어제 이민영 씨가 또 사람들을 데리고 병실에 와서 사고를 쳤어요. 그리고 아버님을 협박하면서 재개발의 돈을 주지 않으면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했어요.”그 말을 들은 진도하는 겨우 화를 억누르며 서수진에게 얘기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말을 마친 그는 바로 떠났다.서수진이 뒤에서 소리치며 그를 잡았다.“잠시만요.”진도하는 멈춰서서 의문스럽다는 듯 고개를 돌려 서수진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죠?”서수진이 어색하게 웃고 걱정스럽다는 듯 얘기했다.“흥분하지 말아요. 그 사람들 못 이길 테니까.”진도하는 마음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서수진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 그는 같이 웃어주며 손을 흔들고 떠나버렸다.그는 바로 이민영
“진짜?”유서화는 여전히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엄마, 저 진짜 괜찮아요. 그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 이따가 제가 오면 조금 쉬어요.”아들이 일이 있다는 말을 들은 유서화는 빨리 대답했다.“급한 일이 있으면 얼른 가서 일부터 봐. 여기서 걱정할 필요 없어. 게다가 네 아빠가 엄살이 많아서 귀찮을 테니 내가 보살피면 돼.”말을 마친 유서화는 진도하를 밖으로 밀어서 내보냈다.병실 밖에 온 유서화는 호주머니에서 낡은 손수건을 꺼냈다. 그 손수건 안에는 낡은 돈이 있었는데 가장 큰돈은 만 원짜리였는데 한 장뿐이었다. 남은 것은 천 원, 오백 원, 백 원, 심지어는 오십 원짜리도 있었다.”돈을 세던 유서화는 손수건의 돈을 다 진도하에게 주며 얘기했다.“일단 가져가서 써. 부족하면 또 달라고 해.”말을 마친 유서화는 돈을 전부 진도하에게 주었다.그 순간, 진도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는 남진의 장군이자 대하에서 유일하게 무공훈장을 받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부상으로 인해 지금 병원에 누워계시고 어머니는 몸에 지닌 현금이 5만 원도 없다. 그 생각에 진도하는 죄책감이 밀려왔다.5년 동안,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는 손을 저으며 얘기했다.“엄마, 저도 돈 있어요.”말을 마친 그는 도망치듯 떠났다.감정이 북받쳐 오른 그는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하자마자 구급차 한 대가 보였다. 그 사람들은 침대를 밀며 급하게 달려왔다.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보이는 쭉쭉빵빵한 몸매, 길쭉하게 뻗은 다리, 예쁘장한 얼굴은 거의 절세 미녀 같았다.대하에서 놓고 봐도 제일의 미녀가 될 수 있었다.그들이 진도하를 스쳐 지날 때 진도하는 저도 모르게 그녀를 쳐다보았는데 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였다.제때 구한다면 희망이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바로 목숨을 잃을 것이었다.사람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진도하는 저도
응급실의 의사와 간호사는 다 이상한 시선으로 진도하를 보고 있었다.“당신이 살릴 수 있어요?”“혹시 누구세요? 의사는 맞아요?”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했다.“이분이 무슨 병인지는 알아봤습니까? 이분을 구할 능력은 되고요? 30분이나 지체할 수 있겠어요?”그 세 질문에 의사와 간호사들 다 할 말이 없어졌다.그들은 원인도 알아내지 못해 무슨 방법으로 그녀를 구할지도 몰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지금 호흡이 점점 사라지고 눈에도 힘이 없으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의사와 간호사들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진도하가 또 얘기했다.“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은 의사의 의무죠. 하지만 당신들이 그럴 능력이 없으니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진도하는 침대 옆으로 걸어왔다.의사와 간호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그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진도하는 고개를 숙여 침대의 여자를 보았다. 입술이 보랏빛으로 된 것을 보니 독에 당한 모양이었다.그는 손을 여자의 손목에 올려놓고 맥을 짚었다.미간은 찌푸리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원인을 알아챘다.여자는 아마도 장기적으로 독약을 조금씩 섭취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 독이 모여서 그녀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었다.까딱 잘못하면 바로 목숨을 잃을 정도였다.그는 바로 품에서 침을 꺼내더니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얘기했다.“잠시 나가주세요.”의사와 간호사는 진도하를 믿을 수밖에 없어 그대로 응급실에서 나왔다.그들이 전부 나간 후, 진도하는 눈앞의 절세 미녀를 보았다.그도 미녀라면 수없이 봐왔지만 지금 이 여자는 천상계에만 있을 것처럼 생겼다.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웃옷을 벗기고 속옷을 벗겼다.그녀는 길쭉한 몸매에 군살 하나 없었고 손은 부드러웠으며 피부는 탱글탱글했다.피부가 얼마나 하얀지, 마치 백옥같았다.속옷 아래의 살덩이는 도톰했다. 그 모습에 진도하의 동공이 약간 흔들렸다. 한순간이었지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실례하겠습니다.”그는 속으로 그를 혼내고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