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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작가: 김평화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1-01 13:18:55
말을 마친 후 강유진은 옆의 직원에게 얘기했다.

“스카이타운은 성남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아파트예요. 이 점을 봐서 저와 약혼자가 집을 사러 온 건데, 이렇게 아무 사람이나 이곳에 들인다면 전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을 남긴 채, 이민영이 방을 나갔다.

직원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같이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아가씨, 화내지 마세요! 지금 바로 쫓아버리겠습니다!”

그제야 이민영은 자리에 멈춰 섰다.

이민영의 담담 직원은 진도하 앞으로 와 물었다.

“선생님, 실례지만 혹시 오늘 집을 사러 오신 겁니까? 아니라면 먼저 떠나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스카이타운의 집은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영업부의 직원으로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한 그녀는 이민영과 장민준이 진짜 집을 보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허름하게 차려입은 이 남자는 손도 투박해서 딱 보면 공사장에서 노가다를 하는 사람 같았다. 이런 사람은 스카이타운의 집을 전혀 살 수가 없다.

진도하는 계속 참으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

“누가 내가 못 산대요?”

당당한 기세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그는 전쟁터에서 오래 살며 산처럼 쌓인 시쳇더미 속에서 살아남으며 살기를 수련했다.

그러자 직원은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두려워 벌벌 떨며 입만 뻐끔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직원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이민영이 코웃음 치고 차갑게 얘기했다.

“네까짓 게 이곳의 집을 산다고? 허세 부리지 마! 창피한 줄도 몰라? 네가 여기 집을 사면 내가 당장 너한테 머리 박고 사과할게.”

이 말을 내뱉는 이민영의 콧대는 이미 하늘을 찌를 만큼 자신 있었다.

그녀는 진도하와 그의 부모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집을 살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녀에게 혼수비용으로 6천만 원을 주겠다고 하면서 5년 동안이나 모았지만 절반밖에 모으지 못한 그들이었다.

진도하는 이민영을 깔보며 얘기했다.

“내가 살 수 있든 없든, 이곳의 집은 사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다시 영업부로 돌아갔다.

원래 이곳의 집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데 직원의 태도를 보고 이민영의 일까지 겹치니 이곳에 대해 실망한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영업부를 걸어 나갔다.

그러자 이민영이 뒤에서 비꼬듯이 얘기했다.

“살 수 없으면 없는 거지. 허세는 무슨!”

그러자 진도하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차갑게 이민영을 보면서 얘기했다.

“그럼 하나 사도록 하지.”

이민영은 진도하의 신경을 박박 긁었다.

어차피 진도하에게 집 한 채쯤은 장난감을 사는 것과 같았다.

그러자 이민영이 또 웃으며 얘기했다.

“그럼 일단 사고 얘기해!”

그리고 영업부의 복도에서 얘기했다.

“다들 와 보세요! 여기 거지가 이곳의 집을 사겠대요!”

말하면서도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해서 소리 내 웃었다.

영업부의 모든 사람이 의문스럽다는 눈빛으로 이곳을 쳐다보았다.

어느새 그들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때, 누구도 영업부의 문 앞에 붉은 스포츠카가 멈춰 섰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조금 붙는 핏의 브이넥의 긴 외투를 입은 여자가 차에서 내려왔다.

그녀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고 쭉 뻗은 몸매가 햇빛 아래서 더욱 빛났다.

바로 강유진이었다.

그녀는 사람들 가운데서 진도하를 발견 했다.

진도하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사람들 가운데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입구의 사람은 강유진을 보고 이런 큰 손님을 놓칠세라 바로 달려갔다.

“강 사장님.”

강유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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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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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제가 군부대를 나왔을 때 받았던 퇴직금인데 두 분이 생활비로 쓰세요. 비밀번호는 엄마 생일이에요."유서화는 아들과 은행카드를 번갈아 보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아들, 엄마가 그럼 우리 아들이 힘들게 번 돈 잘 맡아두고 있을게. 그러다 너 결혼 할 때 다시 돌려줄게."그 말에 진도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엄마, 두 분 검소하게 사시는 건 저도 너무 존중해요. 하지만 엄마, 쪼들려 사는 거랑 검소하게 사는 건 다르잖아요. 정 그러시면 낭비만 하지 않으시면 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준 돈 너무 아끼려고 하지 마시고 사고 싶은 거 다 사세요. 엄마 아들은 이제부터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테니까.""걱정하지 마요. 한 달 후면 제가 이 성운시에서 제일 돈이 많은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유서화는 아들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그래그래, 알겠어."진도하는 당연하게 자신을 믿지 않는 엄마를 보며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생각하고는 이내 이해를 했다.‘그래, 지금부터 증명해 보이면 되는 거야. 더는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걸 두 분이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되면, 그때는 진심으로 안심하시겠지.’이때, 서수진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말을 건넸다."아저씨, 이제 퇴원하셔도 돼요."진용진이 그녀의 말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드디어 퇴원할 수 있는 거야? 아이고, 그것참 잘됐네."그리고는 신발을 신더니 신이 나서 퇴원할 준비를 했다.진도하가 서수진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우리 아빠 이제 진짜 괜찮아지신 거 맞죠?"서수진은 그런 진도하를 보며 갸우뚱했다."진도하 씨가 의사 시면서 아버지 상처는 안 봐 드렸어요?"그러자 진도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 차마 제 눈으로는 못 보겠더라고요..."진도하는 진용진이 생명에 위협이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는 모든 치료를 다 병원 의료진한테 맡겼다. 한창 전장에 있었을 때, 이것보다 더한 상처들도 많이 봐왔던 그였지만 다친 상대가 자신의 아버지가 되자 마음이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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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집이라고??"유서화와 진용진이 동시에 물었다."네."진도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무슨 말이니?""가 보면 알아요."말을 끝낸 진도하가 얼른 근처에 있는 택시를 잡았다. 그러자 유서화가 또다시 물었다."여기서 많이 멀어? 멀지 않은 거면 우리 걸어가도 되는데. 택시 탈필요 없어."진도하가 택시 뒷문을 열어젖히고는 두 사람을 꾸역꾸역 태웠다."멀어요. 도보로 1시간 정도 걸려요."그러자 유서화가 소스라치게 놀랐다."도보로 1시간이나 걸린다고?? 그러면 택시비만 얼마야!""..."진도하는 두 사람을 택시에 태운 후 아무런 대꾸도 없이 택시 앞좌석에 앉았다.그러자 유서화도 이내 생각을 바꾼 듯 말했다."그래, 네 아빠가 퇴원 한 날인데 이 정도 사치는 부리지 뭐."택시는 한참을 달려 스카이타운 앞에 멈춰 섰다. 택시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던 유서화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여기 너무 깔끔하고 화려하고 좋다."단지 내부에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가지런히 심겨 있었고 중심에는 강물도 흐르고 있었다. 또한, 어른들을 위한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 동시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갖춰지어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여러 명의 보안요원이 깔끔한 복장을 한 채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단지를 거닐며 순찰을 돌고 있었다.시골집에만 있었던 유서화도 일전 사람들을 통해 스카이타운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이곳이 상당히 비싼 데다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는 걸 아는 그녀는 불안한 목소리로 진도하를 향해 물었다."아들, 여기는 왜 온 거야?""좀 있으면 알게 돼요."진도하는 안내표시를 따라 부모님을 데리고 A구역 1호 별장으로 향했다. A구역은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별장 앞에는 햇빛을 가리는 고층 빌딩이 하나도 없었다. 진도하는 별장 문을 열쇠로 열고는 부모님을 향해 말했다."엄마, 아빠, 얼른 들어오세요."진용진과 유서화는 문 앞에 멈춰 서서 계속 주위만 둘러보며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아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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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진도하도 오늘 집 내부를 처음 구경하게 됐는데 부모님의 말씀대로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좋았다.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었고, 그 옆에는 가정부 방이 따로 있었다. 또 그 옆에는 아이들 방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 갖가지 장난감과 각종 아이 용품들로 가득했다.다음으로 보이는 건 넓은 거실이었는데, 남향이라 따스한 햇볕이 스며들었고, 소파와 텔레비전 그리고 에어컨까지 구비되어있어 몸만 들어오면 될 정도였다. 부부는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두 분 어떠세요? 마음에 들어요?""마음에 들다마다! 너무 좋아.""여기는 집 내부도 큰데 마당도 딸려 있고 저쪽 뒤에는 텃밭도 있더구나. 너희 엄마랑 거기서 채소를 심어도 되겠다."두 사람의 상당히 만족한 듯한 평에 진도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는 손뼉을 한번 치며 말했다."두 분 결정하신 거죠? 그럼 지금 당장 이사해요, 우리."그러자 유서화가 말했다."여기는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뭐가 너무 많아서 따로 가지고 올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오늘은 집에 가서 이불 정도만 가지고 오고 나머지는 천천히 하자."진용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네 엄마 말이 맞다. 그리고 혹시 여기 있기 불편해지면 다시 시골로 내려갈 수도 있고."두 사람은 별장에서 휴식을 조금 취하고는 이불을 가지러 시골로 내려갔다. 진도하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유서화에 의해 거절당했다.부모님이 떠나는 걸 확인한 진도하는 강유진한테 전화를 걸었다. 강유진이 그한테 이 별장을 선물했다는 걸 진도하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신호가 얼마 안 가 강유진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고민은 좀 해보셨어요?"진도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별장, 당신이 준 거죠?"그러자 강유진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마음에 들어요?""마음에 들긴 하는데... 제가 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여기에 사는 건 마음이 좀 불편하네요. 이렇게 하죠. 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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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31화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30화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9화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8화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7화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6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5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4화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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