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창문을 올렸다.나중에 봐요?송아영과 강성연은 눈빛을 주고받은 후 김아린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그녀들에게 하는 말이 아는 듯싶었다.지윤은 먼저 송아영을 배웅해 준 후 김아린과 강성연을 배웅했다. 강성연은 그녀에게 물었다.“괜찮아요?”김아린은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답했다.“괜찮아요.”“내 생각에 이주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요즘 최대한 혼자 외출하지 마요.”김아린은 멍하니 있다가 곧 웃으며 말했다.“네,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요.”차는 클라우드 아파트 앞에 멈춰 섰다. 김아린이 차에서 내려 작별 인사를 한 다음에야 지윤은 시동을 걸었다.지윤은 백미러로 강성연을 보면서 말했다.“아가씨, 전 며칠 후 M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강성연은 깜짝 놀랐다.“X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지윤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보스는 잘 지내고 있어요. 저희 친부모님의 소식이 있어 돌아가려고요.”강성연은 눈을 내리깔았다.“정말 잘 됐어요. 그렇게 해요.”그녀는 또 이렇게 보충했다.“필요한 게 있으면 꼭 저에게 말해줘요.”지윤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은 soul 주얼리 회사에 돌아갔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반지훈은 소파에 앉아 주얼리 잡지를 보고 있었다. 그의 외투는 소파에 걸쳐있었고 온 지 한참 되는 듯하였다.그는 고개를 들더니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왔어?”강성연이 그의 품에 안기자 반지훈은 잡지를 곁에 두고 그녀의 허리를 그러안았다.강성연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오래 기다렸어요?”반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반 시간이면 오랜 건가?”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왜 나한테 전화를 하지 않은 거예요?”반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친구들과 밥 먹으러 갔잖아? 당신을 방해하면 저녁에 벌받지 않겠어?”강성연은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나쁜 사람.”반지훈은 그녀의 볼에 뽀뽀하더니 이렇게 물었다.“내 어디가 나빠
강해신은 입에 경련이 일더니 강유이의 얼굴을 밀치며 말했다.“여동생 좀 바꿔줘요.”강유이는 그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한태군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계속 밥을 먹었다. 두 남매의 유치한 다툼에 끼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블루 오션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성연은 한태군이 시언이처럼 철이 일찍 들었다고 칭찬했다.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도 그 자식이 마음에 들어?”강성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웃으며 말했다.“어머나, 어린 애도 질투하는 거예요?”반지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자식 어디가 시언이랑 닮았어? 어린 나이에 생각이 많은 걸 보니 일반 놈이 아니야.”반지훈은 식사 때 해신이를 향해 도발하는 한태군의 눈빛을 보고 인상이 썩 좋지 않았다.한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똑같았다. 어린 나이부터 속이 깊으니 성인이 되면 절대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강유이는 강해신처럼 세심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눈치채지 못했다.강성연은 그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그 아이가 성희롱을 당할 때의 반응을 보고 남다른 아이라고 생각하긴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한태군이 속이 깊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당신은 한씨 가문 사람이 싫어요?”반지훈은 창밖을 바라보았다.“싫은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건 아니야.”“당신의 엄마 때문인가요......”반지훈은 그녀에게 어머니 한미영이 한씨 가문의 양딸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반지훈의 어머니는 한씨 가문에서 즐겁게 지내지 못했다.반지훈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자 강성연은 캐묻지 않았다. 반지훈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물어보지 않을 거야?”강성연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겼다.“말하고 싶지 않으면 묻지 않을게요.”반지훈은 큭큭 웃더니 그녀를 품에 안았다.“당신은 내 아내잖아. 물을 자격 있어.”강성연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너무 많이 물어보면 귀찮다고 생각할 거예요. 묻지 않을래요.”반지훈은 눈을 내리깔면서 웃었다.“난 그렇게 말한 적 없어.”그녀가 말했다.“내가 싫어요
그녀는 그가 아까 나중에 보자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늦은 저녁에?구천광은 방안의 치킨 냄새를 맡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또 배달을 시킨 거예요?”그녀는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아, 조금 전에 치킨을 시켰어요. 같이 먹을래요?”구천광이 집으로 들어오자 김아린은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늦은 저녁에 남자를 집에 들여놓은 거야?구천광은 테이블에 놓인 큰 사이즈 치킨과 맥주 몇 병을 바라봤다.“술 마셔요?”김아린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다가가 맥주를 치웠다.“아니요. 관상용이에요.”“집이니 마시고 싶으면 마셔요.”구천광은 소파에 앉았다.김아린은 손을 멈칫하더니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결국 김아린은 맥주를 마셨고 두 사람은 맥주캔을 부딪혔다.김아린이 물었다.“새 드라마 찍는 거 아니었어요?”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감독과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며칠 후면 제작팀과 함께 진성에 가서 촬영할 거예요.”왜냐하면 최근 제작진은 겨울에 눈이 내리는 신을 찍으려고 했다. 서울은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았고, 진성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김아린은 턱을 괴면서 그를 바라보았다.“난 드라마의 눈 배경은 모두 CG인 줄 알았는데 진짜 눈을 배경으로 찍는 거였어요?”구천광은 웃으면서 말했다.“다들 편안하게 스튜디오에서 난방을 틀어놓고 촬영하고 싶죠. 하지만 배우라는 이 직업에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김아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웃었다.“그러니 당신의 팬들이 모두 당신을 좋아하는 거군요. 실력도 있고 노력하는 배우를 누가 좋아하지 않겠어요? 만약 당신한테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팬들이 탈덕하지 않을까요?”구천광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니요.”김아린은 그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살짝 멍해졌다. 흐릿한 불빛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가 취해 그런 건지 그가 아주 매혹적으로 느껴졌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당신 TV 속과 달라 보여요.”구천광은 여전히 그녀를 지긋이 바라봤다.“어디가 다른데요?
그녀는 무기력한 얼굴로 일어나 문을 열었다.“아린 씨, 왜 전화를 안 받......”잔소리를 하려던 송아영은 잠옷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목덜미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김아린은 하품을 했다.“무음 모드로 해서 듣지 못했어요.”송아영이 계속 그녀의 목덜미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숙이면서 목덜미를 만졌다.“왜 그래요?”송아영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누가 한 거예요?”김아린은 멈칫했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목덜미를 감싸면서 문을 쾅 닫았다.송아영은 다시 벨을 눌렀다.“아린 씨, 솔직하게 말해요! 집에 남자 숨긴 거죠?”김아린은 화장실에 가서 확인하고는 얼굴이 새빨개졌다.구천광은 이 정도로 굶주렸던 거야?soul 주얼리 회사.강성연이 이율에게 일을 맡기고 있을 때 복도에서 송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연아, 나 너무 슬퍼.”강성연이 이마를 주무르자 곧 송아영이 억울한 표정으로 문 앞에 나타났다.“어제 아린 씨가 남자랑 같이 집에 있었어. 내가 들어가서 보지도 못하게 해. 무조건 다른 남자가 생긴 거야. 내 10만 원 어떡해.”이율은 강성연을 보며 말했다.“대표님,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율이 서류를 안고 사무실을 떠나자 송아영은 강성영 품에 안겼다. 그녀의 10만 원이 아까워서였다.강성연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밀쳤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믿지 않는 거야? 내가 두 눈으로 봤다고. 아침에 전화했는데 안 받길래 찾아갔지. 근데 목덜미랑 온 곳에 모두 키스마크가......”송아영은 이렇게 말하면서 얼굴이 새빨개졌다.“사촌 오빠는 그런 사람이 아닐 거야, 그러니 무조건 다른 남자일 거지. 우리 사촌 오빠랑 썸을 타면서 어떻게 다른 남자랑 잘 수 있어. 우리 오빠는 어떡해?”강성연은 사무실 뒤에 있는 소파에 앉으면서 서류를 펼쳤다.“왜 네 사촌 오빠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송아영은 손으로 책상을 지탱했다.“사촌 오빠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그녀는 구천광이 그렇게 굶주
“한씨 가문은 어머니를 키워주셨잖아요.”반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정말 한씨 가문을 싫어하지만, 한씨 가문이 그의 어머니를 키운 것도 사실이었다.비록 그들은 이익 때문에 그의 어머니를 입양한 거지만.여 노부인은 미간을 찌푸렸다.“난 한씨 가문 일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여준우 그 자식의 말로는 한씨 가문 이번 일이 계승자와 관련이 있다고 하더구나.”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한씨 가문은 계승자가 한 명뿐이잖아요.”한씨 어르신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같은 배에서 태어난 자식이 아니었다. 전처가 낳은 아들의 이름은 한수철로 한희운의 아버지였다. 전처가 별세한 후 한씨 어르신은 큰아들과 나이가 비슷한 여자와 결혼한 다음 한재욱을 낳았다.그래서 한재욱은 조카인 한희운보다 8살 밖에 크지 않았다. 도리에 따른다면 한수철의 장손인 한태군이 한씨 가문을 계승해야 했다.하지만 한재욱의 어머니, 즉 한씨 어르신의 후처는 한태군이 한씨 가문을 계승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한씨 어르신이 별세한 후 한씨 노부인이 모든 권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한수철은 건강 문제로 스스로를 지키기도 힘들었다. 한희운은 비록 황실 공주와 결혼을 했지만 공주는 황실의 신분을 버리고 한희운과 결혼했기 때문에 황실 사람들은 이 일에 참견하지 않을 거다.여 노부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수철은 드러눕기 전에 그래도 주인 노릇을 했었어.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한희운이 그 아이를 서울에 보내지 않았다면 아마 목숨도 부지하지 못했을 거다.”반지훈은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그러니 한재욱은 한씨 가문을 계승할 기회가 있으나, 한태군은 없네요.”한재욱이 한씨 가문을 계승할 생각이었다면 외국에 있는 한태군을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하지만 한재욱은 그에게 한태군을 보호해 달라고 부탁했었다.여 노부인은 웃으며 말했다.“그 여자는 자신의 아들이 한씨 가문을 계승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들을 매우 증오한다고 들었어. 아니면 너의 어머니 한미영을 입양하지 않았을
“반장이 모든 걸 해야 한다면 부반장을 뽑을 필요가 있었을까?”강해신이 벌떡 일어서면서 반박하려고 할 때 누군가가 분필로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강유이는 허리에 손을 차고 그를 바라보았다.“둘째 오빠, 게으름 피우지 마.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잖아.”다른 학생들은 감히 강해신에게 일을 시키지 못하지만 강유이는 달랐다.그는 혀를 차더니 책상 위에 장식품을 들고 한태군을 바라보았다.“알겠어. 그저 물건 하나를 거는 것뿐이잖아.”강유이 곁에서 도와주고 있던 리사가 웃으며 말했다.“강해신은 반장 선거에서 한태군한테 져서 저러는 거야?”한태군이 전학 오기 전에 강해신은 반에서 1등이었다.한태군이 전학 온 후 그는 학년 1등에서 2등이 되었고, 두 사람은 반의 “라이벌”이 되었다.강유이가 탄식했다.“둘째 오빠는 너무 승부욕이 강하고,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해.”하지만 이건 둘째 오빠를 탓할 수 없었다. 큰오빠는 둘째 오빠보다 성적이 좋지만 항상 져주곤 했었다.둘째 오빠는 독특한 방면에 재능이 있었는데 그 방면은 큰오빠와 그녀도 따라갈 수 없었다.리사는 부러워하며 말했다.“나한테도 저런 오빠가 있으면 좋겠어.”비록 강해신은 반에서 성격이 까탈스러운 학생이지만 여동생만큼은 끔찍하게 아꼈다.강해신은 사다리에 올라가 트리를 장식했다.사다리에 서있던 남학생 둘이 갑자기 손을 놓자 사다리에 있던 강해신은 평형을 잃고 비틀거렸다.미처 방비하지 못한 강해신은 바닥으로 떨어지려고 했다.“해신아!”“둘째 오빠!”교실 친구들은 모두 비명을 질렀고 강해신도 자신이 죽을 거라 생각했다. 바로 이때, 누군가가 그를 사다리에서 잡아당겼고 두 사람은 함께 넘어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다리는 창문에 부딪히더니 곧 창문 밖으로 떨어졌다.모든 학생의 얼굴이 창백해졌으며 강해신도 손바닥에 식은땀이 났다.“한태군, 괜찮아?”리사가 달려오면서 물었다.“둘째 오빠, 태군 오빠.”강유이가 그들 앞에 쪼그려 앉으면서 물었다.강해신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팔이
“태군 오빠, 팔 괜찮아?”동생이 또 한태군에게 달려가 묻자 강해신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그 오빠가 더 걱정되는 거지.한태군은 그녀를 향해 웃었다.“난 괜찮아.”그녀는 고개를 숙였다.“오빠를 구해줘서 고마워. 엄마는 나한테 생명의 은인은 몸으로 갚아야 된다고 했어. 오빠가 둘째 오빠를 구했으니, 둘째 오빠는 성인이 된 후 오빠랑 결혼할 거야.”“......”강해신은 피라도 토할 것 같았다.그는 재빨리 강유이의 입을 막았다.“너 바보 아니야? 나는 남자고, 한태군도 남자인데 어떻게 결혼할 수 있어?”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남자랑 남자는 결혼할 수 없는 거야?”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당연하지.”강해신과 한태군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서로 콧방귀를 뀌었다.강유이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물었다.“근데 아까 밑에서 사다리 잡고 있었던 애들 있잖아. 왜 갑자기 손을 놓은 거지?”한태군은 그들을 바라보며 침묵했다.강해신은 팔짱을 꼈다.“내가 어떻게 알겠어? 내가 무겁다고 그러는 거겠지.”강유이는 허리에 손을 차더니 분노하며 말했다.“하여튼 그 애들 탓이야. 아빠한테 고발할 거야.”“됐어.”강해신은 머리를 긁적였다.“만약 아빠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엄마도 알게 될 거야. 엄마가 걱정하게 하지 말자.”강유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해신은 강유이를 데리고 먼저 교실로 돌아갔다. 한태군은 팔짱을 끼고 계단 입구에 서서 두 남학생이 내려오길 기다렸다.“너희들 일부러 그런 거지?”두 남학생은 멍한 표정으로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한태군에게 다가왔다.“그저 장난을 치고 싶었던 거야. 고의가 아니었어.”“그러니까 말이야. 누가 강해신더러 아무 일도 하지 말랬어? 돈 많고 신분 높은 아빠만 믿잖아, 일찍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한 남학생은 한태군과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한태군, 너도 강해신이랑 자주 다투잖아. 넌 강해신보다 성적 좋고 인기도 많은데 왜 참는 거야?”한태군은 자신
강성연은 지윤을 공항까지 배웅했다.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 때 갑자기 김아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강성연은 전화를 받았고 수화기 너머 매우 복잡한 소리가 들려왔다. 김아린의 목소리와 협박조의 남자 목소리였다.강성연이 이상함을 눈치챘을 때 상대방은 전화를 끊었다.강성연이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휴대폰은 꺼져있었다. 강성연은 불길한 느낌에 연희승에게 전화를 걸었다.다른 한편, 이주는 김아린의 휴대폰을 걷어찼다. 휴대폰은 벽에 부딪혀 액정이 깨졌고 완전히 망가졌다.그는 다가와 김아린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몰래 전화를 건 거야? 누구한테? 설마 그때 그년들?”김아린은 두피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얼굴이 창백해졌다.“저희 아버지가 알까 걱정되지도 않아요?”“너희 아버지?”이주는 하하 웃더니 표정이 음침해졌다.“은퇴한 사람을 내가 왜 두려워해야 해? 지금 널 구할 수 있어?”그는 김아린의 얼굴을 툭툭 쳤다.“김지원. 그때 네 일 때문에 임수호가 죽지만 않았어도 내가 감옥에 가고 이 꼴이 되진 않았어!”김아린은 몸을 덜덜 떨었다.“그때 일은 수연이 당신들을 사주한 거잖아요. 걔를 찾아가요.”“제기랄, 수연은 죽었잖아. 솔직히 말해서 수연이 안 죽었으면 우린 걔를 찾았을 거야.”이주는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수연한테 찾아가 10억을 달라고 했어. 그런데 돈도 주지 않고 죽어버렸지 뭐야. 정말 재수 없으려니.”김아린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당신이 수연이한테 돈을 요구한 거예요?”그러니 수연이가 갑자기 한성연에게 10억 원을 요구한 거였다. 모두 이주 때문이었다.“그때 그 재수 없는 년 때문에 우리가 감옥에 갔잖아. 출소하면 당연히 그년부터 찾아가야지.”이주는 그녀의 목을 조르는 듯했지만 힘을 주지는 않았다.“예전엔 걔한테 스폰서가 있어 건드리지 못했어. 하지만 그 스폰서한테 버려지자 마자 내가 찾아갔지. 근데 그년이 나한테 돈도 안주고 죽어버렸지 뭐야.”이주는 입을 크게 벌리며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