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있으라고요?”라민희는 눈이 벌게졌다.“우리 아들이에요. 난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이 다시 발생하길 바라지 않아요!”“내가 그걸 바라겠어?”구세준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침착하려 했다.“상대는 날 노린 거야. 내가 천광이를 데려올게.”라민희는 당황했다.“뭐라고요? 당신을 노린 거라고요?”구세준은 말하지 않았다.“설마...”라민희는 누군가를 떠올렸지만 말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설마 한재욱일까?아니, 한재욱이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다.“설마 뭐?”구세준이 그녀를 바라보자 라민희는 살짝 당황하며 입술을 깨물었다.구세준은 그녀의 생각을 눈치채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이건 권력 싸움이니까.”라민희의 안색이 다소 창백해졌다.“내가 누굴 생각하는지 알고...”구세준은 몸을 일으킨 뒤 밖으로 나갔다.“괜한 생각하지 마. 천광이는 무사할 거야.”라민희는 그를 불러세웠다.“이미 알고 있는 거죠?”구세준은 문 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라민희는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 그가 움직이지 않자 라민희는 입을 가렸다. 우는 것 같기도, 웃는 것 같기도 했다.“나랑 한재욱 일을 알고 있는 거예요? 알고 있으면서 그동안 아무 말 안 했던 거네요. 전혀 개의치 않으니까.”구세준은 얼굴을 가렸다.“당신은 줄곧 한재욱을 마음에 뒀잖아. 만약 그때 당신 아버지가 반대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한재욱의 아내가 됐겠지. 그랬으면 지금보다 행복했을 거야.”라민희는 얼굴을 가린 채 통곡했다.그녀는 구세준을 원망할 수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그도 당시 강요에 의해 그녀와 결혼했었기 때문이다.구세준은 그녀에게 마음이 없었고 수십 년을 같이 살면서 아들도 생겼지만 그들 사이에는 언제는 벽이 있었다.우스운 건 라민희가 결혼 뒤에야 한재욱에게서 남녀 간의 사랑을 얻고 사랑받는 기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그녀는 수없이 많은 밤을 후회 속에서 보냈다. 그녀는 바람을 피웠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남편은 줄 수
“김아린 씨요.”웨이터는 김아린을 알고 있었다. 그는 싱긋 웃었다.“김아린 씨는 오늘 오지 않으셨습니다.”강성연은 미간을 구겼다.“오지 않았다고요?”웨이터가 대답했다.“네. 왔으면 저희 모두 알았을 거예요.”거짓말 같지는 않았다.강성연은 홀을 쭉 둘러보았다. 김아린은 골드 룸살롱에 없고 전화도 꺼진 상태였다. 그녀는 지금 어디 있는 걸까?매니저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직원들에게 위층 룸을 정리하라고 했다. 고개를 돌린 순간 강성연이 보이자 매니저는 흠칫했다.직원이 매니저에게 다가가 말했다.“김아린 씨를 찾으러 오셨대요.”“김아린 씨?”매니저는 강성연을 보고 그들에게 다가갔다.“김아린 씨는 오지 않으셨습니다. 무슨 일로 김아린 씨를 찾으시는 거죠?”강성연은 태연하게 대답했다.“전화해도 안 받고 답장도 안 해서요. 룸살롱에 있는 줄 알았어요.”매니저는 살짝 놀란 듯 보였다.“전화를 안 받는다고요?”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몰래 매니저의 표정을 관찰했지만 그는 정말 모르는 건지 그녀보다 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강성연이 떠보듯 물었다.“사장님이라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매니저는 정신을 차리고 웃어 보였다.“김아린 씨 행적은 김아린 씨가 먼저 알리지 않는 이상 저희 사장님께서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그는 강성연을 바라봤다.“손님은 김아린 씨랑 무슨 사이죠?”강성연은 미소 지었다.“친구예요. 아주 친한 사이죠.”강성연은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평소에는 전화를 잘 받는 데 갑자기 전화를 껐더라고요. 조금 걱정돼서요.”매니저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문밖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 두 명이 들어왔다. 매니저가 말했다.“잠시만요.”그는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그중 한 사람이 그에게 뭐라고 말하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탔고 매니저가 다가와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김아린 씨가 오신다면 손님께 연락하라고 전해드리겠습니다.”강성연은 강요하지 않았
“당신이 골드 룸살롱의 사장인가요?”남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보시다시피 당신은 지원이 친구겠죠. 난 당신에 관해 들은 적 있어요.”강성연은 당황했다.남자가 김아린을 다정하게 지원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친한 사인 듯했지만 김아린은 그와 만난 적이 없었다.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렸다.“이미 알고 있다고 하니 본론만 말할게요. 난 아린 씨를 찾으러 왔어요. 아린 씨가 위험에 처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난...”남자는 깍지를 낀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우리가 의심스럽다, 이건가요?”강성연은 대답하지 않았고 남자는 정중하게 말했다.“난 다른 사람은 해쳐도 지원이는 절대 해치지 않아요. 내가 지원이에게 주경우 씨 일에 손 떼라고 한 건 지원이를 위해서였어요.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원이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 게 분명해요.”강성연은 시선을 들어 그를 보았다.“수연 씨는 당신 손에 있는 건가요?”그는 부인하지 않았다.“네. 내 손에 있죠.”역시...강성연은 무언가 깨달았다.“당신은 김 씨 집안이랑 관련이 있군요. 그렇지 않으면 아린 씨를 이렇게 도울 리가 없죠. 아린 씨를 안다면 왜 아린 씨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거죠?”남자는 손을 들어 안경을 추켜올릴 뿐 대답하지 않았다.“성연 씨가 날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대신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드릴게요. 큰 도움이 될 거예요.”...구천광과 김아린은 같은 방에 갇혀 있었다. 문 앞에는 그들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었고 창문도 철창살로 막혀 있었다.방 안은 화장실을 제외하면 아무런 가구도 없었다. 의자도 없어서 양쪽으로 나눠진 두 사람은 벽에 기대어 바닥에 앉아야 했다.구천광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김아린은 무릎을 끌어안은 채로 바닥을 보며 넋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우리 죽을까요?”구천광은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뇨.”김아린은 고개를 들었다.“전혀 걱정되지 않는 모양이네요.”
김아린은 멈칫했다. 도시락이 두 갠데 젓가락이 하나뿐이라니?구천광은 도시락을 내려놓았다.“됐어요. 저녁 한 끼 안 먹어도 버틸 수 있어요.”김아린은 별생각 없이 자신의 젓가락을 반으로 부러뜨려 윗부분을 그에게 건넸다.“대충 써요.”구천광은 그녀를 보다가 젓가락을 건네받았다.두 사람은 처량하게 반쪽짜리 젓가락으로 밥을 먹었다.*밤에 큰비가 한바탕 쏟아졌고 거리 네온사인은 빗속에서 몽롱하게 빛나면서 마치 물거품처럼 어두운 밤 속에 잠겼다.서재 안에는 책상 옆의 따뜻한 조명만 켜져 있었다. 희승이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나서야 반지훈은 들고 있던 서류를 닫았다.“구 씨 집안에서는 뭐라고 해?”희승이 대답했다.“자리에서 물러나는 걸로 구천광 씨를 구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너무 위험한 것 같습니다. 그들이 사람을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요.” 구천광은 고진욱의 손에 있을 것이다. 그 물건들은 경찰에게 몰수당했고 주경우는 몸을 숨겼다. 어쩌면 고진욱도 주경우가 어디로 숨었는지 모를 것이다.그러니 고진욱에게 가장 안전한 방법은 구천광을 손에 쥐고 구세준을 위협하는 것이었다.반지훈은 손끝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깊은 고민에 잠겼는데 강성연이 커피를 들고 서재 안으로 들어왔다.희승이 움찔했다.“사모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갑자기 사모님이라고 하니 어색하네요.”강성연은 커피를 책상에 내려놓았다.희승은 반지훈을 보며 진지하면서도 비굴한 어조로 말했다.“대표님이 그러라고 하셨거든요.”반지훈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는 강성연이 가져온 커피를 들며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날 위해 커피를 탄 거야?”강성연은 팔짱을 꼈다.“싫으면 마시지 말아요. 난 희승 씨를 위해 준비했거든요.”“...”희승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전 괜찮습니다. 밤에 마시면 잠이 안 와서요.”“구천광 씨한테도 무슨 일 있는 거예요?”강성연은 그제야 물었다. 조금 전 문밖에 있을 때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반지훈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구천광
“주경우 사장 아들이요.”강성연의 말에 희승은 넋이 나갔고 더욱 의문이 짙어졌다.“주경우 사장 아들이라니... 그게 무슨 단서예요?”반지훈은 사색에 잠겼다.강성연은 몸을 일으키며 반지훈의 어깨에 팔꿈치를 댔다.“주경우 씨는 아들을 높은 자리에 앉히려고 아들에게 많은 사람을 소개해 줬어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몰라요. 주경우 씨 아들이 놀 줄만 아는 부잣집 도련님처럼 보이긴 해도 사실은 많은 사람의 약점을 틀어쥐고 있다는 걸요.”희승은 뜸을 들였다.“수완이 꽤 좋다는 뜻이군요.”주경우도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번 건을 실패하게 만든 사람이 절대 자신을 놔주지 않을 거란 걸 알고 도망쳤다.그의 아들 주석훈은 흥청망청 돈 쓰면서 놀 줄만 아는 부잣집 도련님처럼 보였고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고 여겨졌다.주석훈을 이용해 주경우를 협박하려고 해도 경상도 부동산 부자인 주경우의 장인어른을 고려해야 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버릴 수는 있지만 외손자 주석훈을 버릴 리는 없었다.반지훈은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보니 남들이 무시한 주석훈이 중요한 인물인 건 확실하네.”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도 주석훈의 손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몰라요. 그래서 일단 주석훈이 튀어나오게 한다면 그들의 정력은 주석훈에게로 향할 거예요. 우리는 그 점을 이용해 그들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어요.”희승은 손뼉을 쳤다.“좋은 방법이네요. 어떻게 할까요, 대표님?”반지훈은 커피를 마셨다.“골드 룸살롱의 사장이 네게 이걸 알려줬다고 했지. 그러면 그의 행방도 알려줬겠네.”“주석훈은 골드 룸살롱에 있어요. 잘 놀고먹으면서 대접받고 있대요.”“골드 룸살롱의 사장이 이런 단서를 공짜로 알려주지는 않았겠지.”반지훈은 고개를 돌려 강성연을 보았다.“성연아, 그 사람이랑 무슨 약속을 한 거야?”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렸다.“사실 그 사람의 조건은 아주 간단해요. 김아린 씨랑 관련된 거예요.”강성연은 골드 룸살롱의 사장이 그녀에게 도와달라고 한 걸
“당신…”검은옷의 경호원이 인기척을 듣고 다가왔다. “무슨 일이시죠?”관리자가 말했다. “이놈이 소란을 피우네요.”구천광은 계속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 “소란 아닙니다. 그저 김아린 씨가 위통이 있으셔서 불편해하시는 것뿐이에요. 왜요, 고 회장님은 위약도 주기 아까워하시는 겁니까?” 검은옷의 경호원은 구천광을 쳐다보고는 휴대전화를 들고 한쪽으로 가 전화를 걸었고, 이후 고 회장이 말했다. “근처 약국에 가서 위약 한 병 사와. 필요한 게 있다 하면 일단 들어줘.” 관리자는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저 본부를 받는 입장이라 생각하여 일단 시키는 대로 하였다. 구천광은 김아린 곁으로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요?”김아린은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아파했고, 말도 하지 못했다. 창백한 얼굴에 약간의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10분 후, 관리자는 약을 사오고 따뜻한 물도 준비해 주었다. 구천광은 그녀를 대신해 컵에 물을 따라 그녀에게 약과 함께 건넸다. 그녀는 약을 받아 삼키고 물을 마셨다. 밖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춥고 습한 바람이 창밖에서 들어왔고, 그녀는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구천광이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고, 그녀는 따뜻함을 느끼고 위에서 느껴지던 통증도 줄어들었다. 그녀는 소근거리며 말했다. “저한테 주시면 천광 씨는 어쩌시려고요?” 구천광은 벽에 기대었다. “괜찮아요, 전 안 추워요.” 김아린은 고개를 숙였다. 만약 그녀가 혼자 있었다면,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발견돼 구출될 때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골드 룸살롱에 며칠 동안 억류되어 있던 주석훈도 화를 참지 못하였다. 그는 술잔을 깨뜨리며 분풀이를 하였고, 그를 지키던 몇몇 사람들을 가리켰다.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한다고? 진짜 대단하다, 나를 죽을 때까지 가둘 작정이냐?" 그를 지키는 경호원은 무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석훈은 화가 나서 책상을 걷어찼고, 허리를 짚은
주석훈은 골드 룸살롱에서 발을 뗀 순간, 습격을 당해 끌려갔다. TG그룹,연희승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고, 허락을 받은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 “대표님, 착수했습니다.” 반지훈은 서류를 정리했다. “일이 마무리되면 구 사장네로 보내.” 연희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떠나려 하던 참에 뭔가를 떠올렸다. “참, 대표님, 사모님이 한성연의 행방을 알아내셨습니다. 예상대로라면 사모님은 지윤 씨와 함께 한성연을 찾아가셨을 것입니다.”반지훈이 눈썹을 찡그렸다. 이 시각, 한성연은 자신에게 닥칠 일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얼리 매장에서 나오다가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져서 화장실로 달려가 세면대에서 토했다. 물을 틀어 씻어냈고, 겨우 진정되는 듯했으나 다시 토했다. 그녀는 탈진할 정도로 토를 해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이내 무언가를 떠올렸고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생리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설마... 병원 산부인과. 한성연은 검사 결과를 받고 손을 떨었다. 임신이라니! 그런데 왜 하필 이때? 원래 그녀는 임신을 하면 구의범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구의범은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지만, 다음날 밤 그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다. 그녀가 노리는 것은 그날 밤이었다! 성공하기만 하면 그녀가 구가에 시집갈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임신을 했다. 2주나 먼저 임신이 된 건데, 그녀가 어떻게 구 가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겠나? 한성연은 임신 확인서를 숨긴 채 곧장 호텔로 향했다. 방 현관에 막 들어가니,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녀가 외출할 때 방을 청소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것을 떠올렸다. 뭐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돌아섰다. 지윤이 갑자기 문밖에서 나타났고, 그녀의 앞을 막았다. 한성연이 소리를 지르하자, 지윤의 손에 든 칼이 그녀의 목에 닿았고, 그녀는
그녀가 울부짖었다. “강성연, 날 또 협박하는거야?” 강성연은 여전히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나한테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112를 누르고 화면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현상금을 받기만을 기다릴게.” “멈춰!” 이번에 한성연은 정말 당황했다. 그녀는 당연히 자신이 은닉죄에 속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았다! 감히 양아버지를 배신할 수 없었다. “난…경찰서에 갈 수 없어. 나 임신했어!” 한성연은 울먹거리며 말했다. 강성연은 피식 웃었다. “임신한 걸 왜 나한테 얘기해, 내 애도 아니고.” 한성연은 두 손을 움켜쥐고 떨었다. “너도 아이가 있는 사람으로써, 네가 이렇게 하는 게 아이를 낳아야 할 엄마에게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네 그런 억지는 나한테 안 통해. 나는 너에게 10분의 시간을 줄 거야.” 강성연은 인정사정이 없었다. 그녀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잠시 후,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 강성연과 지윤은 호텔을 나왔다. 주차장에서 강성연은 손에 들고 있던 녹음 펜을 조 팀장에게 건넸다. 조 팀장은 녹음펜을 받았다. “사모님이 도와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강성연은 미소를 지었다. “별말씀을요.”조 팀장이 사복을 몇 개 들고 호텔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지윤에게 물었다. “내가 그 여자를 팔아먹은 게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지윤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강성연은 웃으며 물었다. “왜요?” “그 여자를 놓아주겠다고 한 적도 없고, 그날 거래에 그 여자가 없었다면 실패하지 않았을 겁니다.” 강성연은 블루 오션 별장으로 돌아왔고, 반지훈은 그녀보다 먼저 돌아와 저녁을 차려놓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가방을 내려놓고 반지훈에게로 다가가 뒤에서 그를 껴안고 얼굴을 등 뒤에 밀착시켰다.“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반지훈은 웃었다. “당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