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머리는 담배꽁초를 땅에 던지더니 부하들더러 반크를 벽에 밀치게 했다.그가 포장한 야식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건달들은 들고 있던 몽둥이로 반크의 손과 몸을 집중적으로 가격했다.반크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으며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두 손이 고통에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는 빌지 않았다.붉은 머리는 그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반크의 등을 밟다가 다시 또 손바닥을 밟았다.“늙다리, 참을성이 좋은데?”그는 부하에게서 몽둥이를 건네 받더니 왼팔을 가리키며 말했다.“누군가가 너의 손을 부러뜨리라고 해서 말이야. 당신이 자초한 짓이니 날 원망하지 마.”그는 이렇게 말한 후 험악한 표정으로 몽둥이를 들었다.별안간 차 한대가 골목 밖에 멈춰 서자 헤드라이트에 눈이 부셨다. 귀를 자극하는 경적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겁이 나서 침을 퉤 하고 뱉은 후 재빨리 사라졌다.반크는 힘없이 벽에 기댔고 온몸이 골절된 것처럼 아팠다. 차에서 코트를 입은 중년 여성이 그를 향해 걸어 오는 게 흐릿하게 보였다.“괜찮으세요? 저기요?”강성연은 휴대폰 벨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은 새벽 3시, 그녀는 흐리멍덩한 기분으로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로 상대가 뭐라고 말했는지 그녀는 번쩍 정신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느 병원이에요?”그녀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일어섰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반지훈도 스탠드를 켜고 일어나 앉았다.“왜 그래?”강성연은 옷방에 가서 외투 하나를 걸치면서 말했다.“반크 아저씨가 부상을 입고 입원했다고 해요. 가봐야 겠어요.”반지훈도 이불을 걷고 일어섰다.“같이 가줄게.”강성연과 반지훈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성연은 부랴부랴 걸어가 병실의 문을 열었다.병실 안, 반크는 침대에 앉아있었는데 얼굴에는 멍 자국이 선명했고 두 팔은 모두 깁스를 하고 있었다.침대 곁에 서있던 중년 여성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반크를 병원에 데려온 여성은 매우 부드러워 보였고 옷차림도 수수하고 단아했다.“반
반크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강성연은 이미 알아차리고 낯빛이 좀 어두워졌다.“아주 좋아요. 나디아 대표가 한 짓 똑똑히 기억하겠어요.”그녀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 곁의 사람을 건드린다면 꼭 그대로 갚아줄 것이다.반크가 걱정했다.“성연아, 상대도 일반인이 아니야. 나디아 대표는 아마 폭로된 스캔들이 soul 주얼리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그랬을 거야. 앞으로 다른 짓을 꾸밀 수도 있어.”강성연은 웃으며 대답했다.“전 어떻게 할 지 알아요.”강성연과 반지훈은 병원에서 나왔다. 그녀는 반크가 홀로 병원에 남아있는 것이 걱정되었다.“반지훈씨, 연희승더러 사람을 보내 반크 아저씨를 보호하게 해줄 수 있나요?”반지훈은 그녀가 건달들이 병원을 찾아올까 걱정한다는 걸 알고 연희승에게 전화를 했다.돌아가는 길,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릴 때 반지훈은 그녀에게 기댔다.“성연아,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디아를 부도 나게 만들어도 되, 내가 옆에서 서포트 해줄게.”강성연은 풉 웃었다.“나디아가 부도 나면 나디아 회사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거예요.”반지훈은 개의치 않았다.“일자리는 다시 찾을 수 있잖아. 나디아가 당신을 건드린 거니 그들 대표에게 복수해야지.”그의 아내는 그 어떤 억울함도 받으면 안되었다. 반지훈은 일개 나디아 따윈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구 씨 저택의 옆쪽 별장.손유린은 늦은 저녁에야 돌아갔다. 별장에 있던 가정부는 아직도 자지 않고 해장국을 끓이고 있었다.손유린은 조금 의아했다. 가정부가 해장국을 끓인다는 건 그가 돌아왔다는 걸 의미했다.가정부는 늦게 돌아온 손유린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가정부는 그녀가 나간 이유를 알고 있었다.“둘째 사모님, 돌아오셨어요? 사장님도 조금 전에 돌아오셨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엄청 취하셨거든요. 지금 해장국을 끓이고 있어요.”가정부도 평소에 사장님이 둘째 사모님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있었다. 만약 사장님이 둘째 사모님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면 둘째 사모님도 항상
나디아 대표는 만만찮은 사람이 아니었다. 어디서 변호사를 찾았는지 soul주얼리를 비방으로 고소하겠다고 경고장을 날렸다.그로 인해 주얼리 업계 사람들이 전부 그 일을 알게 되었다.네티즌들은 두 회사가 공개적으로 서로를 물고 뜯고 싸우는 걸 구경했다. 누군가는 soul주얼리가 지금 대세라고 안하무인이 되었다고 비난했고 누군가는 나디아 대표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강성연이 사무실에 앉아 태블릿으로 데이터를 보고 있는데 한 직원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강 대표님, 나디아 주얼리가 저희에게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저희를 비방으로 고소한다는데요.”강성연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말했다.“그러라고 해요.”바로 그때, 지윤이 한 남자를 잡고 안으로 들어왔고 그를 걷어차서 무릎을 꿇게 했다.그 직원은 움찔했다.“이건 누구죠?”“반크 아저씨를 다치게 한 사람이에요.”태블릿을 내려놓은 강성연은 지윤에게 손쉽게 잡힌 청년을 보았다.“나디아 대표가 날 비방으로 고소한다고 하다니 우습네요. 나도 아직 내가 죽었다고 날 비방한 일로 그를 고소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게다가 몰래 사람을 매수해서 우리 soul주얼리 직원을 건드리다니, 내가 나디아에 한 번 갔다 와야겠어요.”나디아 주얼리.강성연은 선글라스를 벗고 차에서 내렸다. 지윤은 청년을 붙잡고 강성연의 뒤를 따랐다. 나디아 주얼리에 들어서자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강성연은 예약하지 않고 쳐들어갔고 지윤은 문을 박차고 들어간 뒤 그 청년을 앞으로 밀었다.청년은 사무실 안에 내동댕이쳐졌고 사무실 안에 있던 중년 남자가 벌떡 일어나 흐려진 안색으로 말했다.“당신들 누굽니까? 감히 나디아 주얼리에서 행패를 부려요?”강성연은 태연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다.“노 대표님, 건망증이 심하시네요. 노 대표님이 저희 soul주얼리 임원을 건드렸는데 제가 나디아로 찾아오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노 대표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겨우 여자 둘이라는 생각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겨우 여자 둘이 감히 s
노 대표는 허둥지둥 바닥에서 일어나 창백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감... 감히 소란을 피운다면 내가...”“경찰 부르시게요?”강성연은 냉담한 표정으로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경찰 부르세요. 노 대표님께 그럴 용기가 있다면요.”“그... 그게 무슨 뜻이죠?”강성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똑같이 겁을 먹은 청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의 멱살을 잡은 채로 책상 앞으로 끌고 가 노 대표를 향해 던졌다.노 대표는 겁을 먹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강성연은 그의 머리채를 쥐어 고개를 들어 올리게 한 뒤 노 대표에게 보여줬다.“이 사람 알죠?”노 대표는 대답하지 않았다.강성연은 청년을 보며 말했다.“말해봐요. 이 사람이 반크 씨 팔을 얼마에 샀죠?”청년은 덜덜 떨며 말했다.“2, 2천만 원이요.”“그러면 내가 2억 줄게요. 이 사람 다리 부러뜨려요.”강성연의 입꼬리에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노 대표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말했다.“미... 미친 거예요?”“노 대표님도 사람을 사서 우리 soul주얼리 사람 건드렸잖아요. 심지어 그의 팔을 부러뜨렸죠. 그런데 왜 난 당신 다리를 부러뜨릴 수 없죠?”자리에서 일어난 강성연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는 경호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이 사람 다리 부러뜨리는 사람한테 2억을 줄게요.”그 말에 경호원들은 전부 흔들렸다.쉽게 2억을 벌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할까?경호원들의 모습에 노 대표는 진심으로 두려워졌다.“당... 당신 누구예요? 뭐 하려는 거예요?”강성연은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은 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노 대표님, 저 기억 안 나세요? 기억 못 해도 괜찮아요. 제가 알려드리죠. 전 당신이 죽었다고 떠벌리고 다니던 zora예요. 앨리스이기도 하죠. 그리고 한국 이름은 강성연이에요.”노 대표는 앨리스는 몰라도 강성연은 알고 있었다. zora가 바로 강성연이고 반지훈의 죽은 아내였다.그는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그럴 리가. 당신은 이미...”“제가 죽었다고 누가
강성연은 차 안에 앉아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지윤에게 말했다.“가요, 경찰서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경찰에게 넘겨요.”강성연이 줄곧 증거를 꺼내지 않은 건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변변찮은 경호원들이 없었다면 지윤에게 시켰을 것이다. 반크가 당한 일을 아주 제대로 돌려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노 대표가 모든 죄를 그녀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고 해도 이 자료들이 있다면 누가 끝장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반지훈의 차는 경찰서 밖에 멈춰 서 있었다. 강성연과 지윤이 안에서 나오자 반지훈이 차창을 내렸다.“일 크게 번졌어?”강성연은 허리를 숙이고 차창에 기댄 채로 눈을 깜빡였다.“네, 일이 커졌죠. 사람 시켜서 아주 단단히 혼쭐내줬거든요.”반지훈은 그녀의 콧등을 톡 두드리며 말했다.“그는 맞아야 하긴 해.”“그 사람이 나한테 복수하려 한다면요?”강성연은 일부러 무서운 척했다.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지막하게 웃었다.“내가 그런 기회를 줄 리가 없잖아.”병원.노 대표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전화를 여러 통 걸어 도움을 청했지만 반지훈 전처의 일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바로 전화를 끊거나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그는 경상도 쪽 윗사람과 인연이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 친구는 도와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잠시 뒤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노 대표, 미안해. 나도 어쩔 수가 없다.”노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다리가 아파 이를 악물었다.“어쩔 수가 없다니? 여자 하나 상대 못 한다는 거야?”“노 대표, 내가 도와주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위에서 나한테 엮이지 말라고 했어. 지금 노 대표도 제 코가 석 자일 텐데 그들도 노 대표 때문에 이 일에 연루되는 걸 원하지 않아.”노 대표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그는 흥분하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 내 코가 석 자라니?”“노 대표가 한 일들, 이미 누군가 경찰에게 증거를 넘겼어. 지금 위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난리야. 김씨 집안에서 이 일을 처리하는 데 진씨
반크는 시선을 내리뜨렸다.“제대로 혼쭐났겠네.”다리뼈가 부러져서 병원에 누워있는 건 둘째 치고 소송에 차압, 압류까지 되었으니 참으로 비참했다.무언가 떠올린 강성연이 물었다.“참, 그날 밤 아저씨를 구했던 여자는 주소랑 이름 남기지 않았어요? 아저씨 생명의 은인인데 제가 아저씨 대신 감사 인사를 해야죠.”반크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웃었다.“남기지 않았어. 인연이 닿으면 나도 답례해야겠지.”강성연은 반크와 잠깐 있다가 병실을 떠났다. 그녀는 지윤과 함께 복도에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에서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한성연이었다.한성연은 강성연을 알지 못했다. 그저 강성연 옆에 있는 여자가 눈에 익어서 몇 번 더 시선을 준 것뿐이었다.한성연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지윤의 팔뚝을 덥석 잡았다.“당신 반 대표님 곁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왜 병원에 있지?”지윤은 대답하지 않았다.강성연은 한성연의 손을 치웠다.“내 비서랑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한성연은 의아한 얼굴로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기보다 예쁘고 분위기 있는 여자를 보자 위협을 느낀 건지 미간을 구겼다.“당신 비서라고?”“그런데?”강성연의 얼굴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한성연은 그녀를 훑어보았다. 강성연의 몸매를 보니 그날 사무실에 있었던 여자랑 아주 비슷한 듯했다. 그리고 반지훈의 곁에 그녀의 비서가 있었다면 역시...“당신이 반 대표님이 새로 만나는 여자인가 보네?”한성연이 질투하듯 말했다. 강성연이 먼저 반지훈을 가로챘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다.“수단이 대단하네.”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래? 칭찬 고맙네.”강성연은 손목시계를 보고 말했다.“난 아직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어.”강성연이 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한성연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반 대표님한테 전처가 있다던데, 반 대표님 기억이 되돌아와서 그녀를 잊지 못할까 두렵지 않나 봐?”엘리베이터에 탄 강성연은 선글라스를 끼면서 입꼬리
큰일이었다. 다른 여자들이 몰래 그녀를 비웃을 게 뻔했다.사실 구천광이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성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 한성연이 신경 쓰는 건 사람들의 눈길이다. 게다가 그녀가 원하는 건 반지훈처럼 아내를 아낄 줄 아는 남자였다.구천광은 외모도 출중하고 다재다능하지만 연예인이다 보니 다른 여자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해야 했다.하지만 반지훈은 달렸다. 그녀가 조사한 데 근거하면 반지훈은 여성과의 접촉이 아주 적었다. 지금까지 여자라고는 그의 전처뿐이었다. 순정파인 남자야말로 가장 매혹적이었다.soul주얼리.강성연은 희승의 연락을 받고서야 노 대표의 일을 처리한 게 김씨 집안, 즉 김아린의 아버지라는 걸 알았다. 강성연은 약간 의외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카톡으로 송아영을 살짝 떠보았지만 송아영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송아영이 김아린에게 도와달라고 한 건 아니었다.김아린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도운 건지, 아니면 그녀처럼 노 대표에게 불만을 품고 있어서 윗사람과 노 대표의 연줄을 완전히 끊어버리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송아영이 메시지를 보냈다.“성연아, 주말에 김아린이랑 같이 원석 보러 가기로 했는데 너 부르라고 하더라. 네가 원석 잘 볼 거라면서. 갈래?”강성연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답장을 보냈다.“그래.”김아린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든 노 대표 일에 있어서 빚을 진 건 맞으니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저녁이 되고 강성연은 샤워한 뒤 화장대 앞에 앉아서 화장품을 바르고 있었는데 반지훈이 안으로 들어와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는 강성연의 어깨에 코를 박았다.“성연아, 너 향기 좋다.”강성연은 간지러워서 목을 움츠리고 웃었다.“방금 샤워해서 그래요.”“넌 평소에도 향기로워.”반지훈은 그녀의 귓가에 붙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강성연은 로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나 주말에 친구랑 놀러 가요. 저녁에 돌아오지 않으면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밥 먹어요
...주말.송아영과 강성연은 먼저 골동품 거리로 향했다. 골동품 거리는 서울시에서 가장 큰 골동품 거래 시장으로 도자기나 옥기 말고도 서화 수집, 보석 장사도 있다.그 구역은 복고풍 건축물이 서로 어우러진 예스러운 마을로 각종 아름다운 골동품과 특산품을 파는 노점상이 즐비했다.송아영과 강성연은 원석 경매 건물 밖에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김아린이 두 경호원과 함께 느긋하게 걸어오는 걸 보았다.“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김아린은 두 사람의 앞으로 걸어와 미안한 듯 웃어 보였다.“주말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차로 들어올 수가 없더라고요. 주차할 곳 찾느라 한참 걸렸어요.”강성연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괜찮아요. 나랑 아영이도 이제 막 도착했어요.”김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네요. 자리는 이미 예약해뒀어요. 맨 앞줄이에요. 그러면 이제 원석 고르러 가요.”그들은 경매장에 들어섰다. 맨 처음 보이는 것은 화려하고 웅장한 로비였다. 안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고 대다수는 범상치 않은 옷차림에 무도회 가면을 쓰고 있었다.이런 경매장에 오는 사람들은 골동품 업계에 종사하는 상인이거나 돈이 넘쳐 나서 운을 시험하러 온 사람들이었다.그들을 맞이하러 온 직원도 가면을 쓰고 있었고 그들에게도 가면을 건네주었다.강성연은 무도회 가면을 썼고 송아영이 물었다.“왜 다들 가면을 쓰고 있는 거지?”강성연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이런 장소에서는 긴장감이 중요하거든. 비밀스레 굴수록 좋아. 가면을 쓰면 서로 알아보지도 못하니까 편하기도 하고.”강성연은 반만 말했고 송아영은 아리송한 얼굴이었다. 고개를 돌린 김아린은 미소 띤 얼굴로 보충했다.“강성연 씨 말은 가면을 쓰면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서로 신분을 모르는 상황에서 승부는 양쪽의 수중에 있는 저력과 재력에 달렸죠. 간단히 말하자면 이득을 보게 되든 그냥 돈을 날리게 되든 얼굴을 모르면 앞으로 아무도 트집을 잡지 않을 거라는 거죠.”경매장에서는 난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