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송아영과 강성연은 먼저 골동품 거리로 향했다. 골동품 거리는 서울시에서 가장 큰 골동품 거래 시장으로 도자기나 옥기 말고도 서화 수집, 보석 장사도 있다.그 구역은 복고풍 건축물이 서로 어우러진 예스러운 마을로 각종 아름다운 골동품과 특산품을 파는 노점상이 즐비했다.송아영과 강성연은 원석 경매 건물 밖에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김아린이 두 경호원과 함께 느긋하게 걸어오는 걸 보았다.“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김아린은 두 사람의 앞으로 걸어와 미안한 듯 웃어 보였다.“주말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차로 들어올 수가 없더라고요. 주차할 곳 찾느라 한참 걸렸어요.”강성연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괜찮아요. 나랑 아영이도 이제 막 도착했어요.”김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네요. 자리는 이미 예약해뒀어요. 맨 앞줄이에요. 그러면 이제 원석 고르러 가요.”그들은 경매장에 들어섰다. 맨 처음 보이는 것은 화려하고 웅장한 로비였다. 안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고 대다수는 범상치 않은 옷차림에 무도회 가면을 쓰고 있었다.이런 경매장에 오는 사람들은 골동품 업계에 종사하는 상인이거나 돈이 넘쳐 나서 운을 시험하러 온 사람들이었다.그들을 맞이하러 온 직원도 가면을 쓰고 있었고 그들에게도 가면을 건네주었다.강성연은 무도회 가면을 썼고 송아영이 물었다.“왜 다들 가면을 쓰고 있는 거지?”강성연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이런 장소에서는 긴장감이 중요하거든. 비밀스레 굴수록 좋아. 가면을 쓰면 서로 알아보지도 못하니까 편하기도 하고.”강성연은 반만 말했고 송아영은 아리송한 얼굴이었다. 고개를 돌린 김아린은 미소 띤 얼굴로 보충했다.“강성연 씨 말은 가면을 쓰면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서로 신분을 모르는 상황에서 승부는 양쪽의 수중에 있는 저력과 재력에 달렸죠. 간단히 말하자면 이득을 보게 되든 그냥 돈을 날리게 되든 얼굴을 모르면 앞으로 아무도 트집을 잡지 않을 거라는 거죠.”경매장에서는 난동을
김아린은 그녀와 친하지 않았고 송아영이 그날 소개해준 덕에 조금 알게 된 것뿐이었다.만약 빈번히 연락하고 아주 친한 관계였다면 그녀가 자신을 도운 것에 무척 감격했을 것이다.하지만 김아린이 그녀를 도운 건 송아영의 뜻도 아니었으니 조금 의심되는 건 사실이었다.송아영이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나디아 대표 일 말하는 거야?”송아영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손을 들어 입을 가리며 말했다.“김아린이 너 도왔어?”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송아영은 강성연을 툭툭 치며 말했다.“의리 있네.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널 도운 걸 보니 말이야.”강성연은 허탈한 듯 웃었다.“아무 이유 없이 날 도왔다고? 정말 그럴 거로 생각해?”“강성연 씨.”김아린이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를 불렀다. 김아린은 고개를 돌려 그녀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곳으로 걸어가 보니 김아린이 6번과 2번 원석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두 개 다 보석이 나올 것 같은데 확신이 서지 않아요.”강성연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했다. 대신 하나를 선택해달라는 뜻이었다. 김아린이 이런 장소에 왔다는 건 원석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는 뜻이었는데 강성연에게 선택해달라고 했다.강성연의 시선이 두 원석으로 옮겨졌다. 그녀는 손전등으로 원석을 비춰봤다. 원석을 볼 때는 에메랄드 원석의 겉면을 봐야 했다. 에메랄드 원석의 겉면은 보통 사포 같거나 거칠거나 매끄러운 질감 세 가지로 나뉜다.겉면이 매끄러울수록 더 좋았고, 입자가 곱고 물이 있다면 에메랄드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강성연은 허리를 숙이고 2번과 6번 겉면을 보았다. 2번의 겉면이 6번보다 더 매끄러웠는데 물이 보이지 않았다. 표면에 청색 알갱이도 보이지 않았다.김아린이 그녀를 보고 말했다.“2번이 낫지 않아?”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해. 그런데 청색 알갱이가 보이지 않아. 반드시 에메랄드가 나올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어.”어떤 이들은 겉면만 보기에 속기 쉬웠다. 원석은 원래 도박이라 망설이는 사람들은 확신이 없어 도박
고개를 돌리니 송아영이 보이지 않았다.송아영은 화장실에서 세수했다. 그녀는 놀란 얼굴이었다. 비록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사람을 잘못 본 건 아니다. 조금 전 그 중년 남성은 분명 사촌오빠의 삼촌이었다.그리고 사촌오빠 삼촌의 곁에 있는 건 절대 그의 아내가 아니었다. 사촌오빠 삼촌이 바람을 피우는 걸까?다시 한번 확인해볼 셈이었다.송아영은 부랴부랴 가면을 챙겨 화장실에서 나왔다. 막 가면을 썼는데 복도 어귀에서 누군가와 부딪혔다.송아영이 비틀거리며 넘어지려 하자 상대방이 제때 그녀를 붙잡았다. 상대방이 누군지 보지도 못했는데 머리 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송아영?”송아영은 가면을 쥐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앞의 키 큰 남성은 비록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윤곽과 목소리가 너무 익숙했다.“어떻게 날 알아본 거예요?”송아영은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머리 위에서 육예찬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이 몸매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죠.”송아영은 흠칫하다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육예찬 씨, 내 몸매 폄하하지 않으면 죽는 병 걸렸어요?”육예찬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왜 여기 있는 거예요? 누구랑 왔어요?”“무슨 상관이에요.”송아영이 화를 내며 떠나려 하자 육예찬이 그녀의 팔을 잡아 돌려세웠다. 그는 그녀의 앞길을 막으며 말했다.“아빠가 부자라고 이런 곳에 와서 돈 막 쓰는 거예요?”송아영은 그의 멱살을 잡더니 발꿈치를 들고 이를 악물었다.“난 돈 안 써요. 친구랑 같이 와준 거라고요. 알아요?”발꿈치를 든 송아영은 겨우 육예찬의 어깨에 닿을 정도였다. 기세 또한 상대방의 키에 꺾였다.고개를 숙인 육예찬은 발꿈치를 들어도 작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조그마한 고양이가 그의 얼굴을 할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육예찬은 갑자기 몸을 숙였고 발꿈치를 들고 있던 송아영은 그가 허리를 숙이자 발꿈치가 바닥에 닿았고 등이 벽에 닿았다.육예찬은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보니 갑자기 놀리고 싶어졌다.“발을 들어도 모자라니 내가 좀 봐줄
구천광의 어머니라는 말에 송아영은 살짝 흠칫했다. 그녀는 무언가 떠올린 건지 갑자기 말수가 적어졌다.김아린이 강성연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여기 커플 한 쌍이 있으니까 괜히 저희만 불쌍해 보이네요.”김아린은 당연히 송아영과 육예찬의 혼사에 관해 알고 있었다. 그 말에 송아영은 울컥 화가 치밀어 강성연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누가 저 사람이랑 커플이라는 거예요? 지금 나 따돌리는 거예요?”김아린은 다시 강성연을 잡아당겼다.“커플이 아니라고 해도 앞으로 부부 될 사이잖아요.”강성연은 두 사람에게 이리저리 끌려 삶에 미련 없는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경매가 시작되자 두 사람은 잠잠해졌다.회의장에 들어가 보니 적어도 천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김아린이 예약한 자리는 맨 앞줄이라 경매대와 가까웠다.강성연은 구천광의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육예찬도 첫 번째 줄에 앉아있는 걸 보았다.모든 이들이 자리에 앉자 스크린에 다른 귀빈들이 선택한 원석이 나왔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가격을 부르며 경매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 원석에서 에메랄드가 나온다면 이득을 보게 된다. 물론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이 그 원석을 가져가게 된다.만약 에메랄드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냥 돈을 버리는 셈이 되기 때문에 다들 신중했다.경쟁은 상당히 치열했다. 일부 베테랑들은 스크린 위 원석을 보고 에메랄드가 나올 가능성을 판단한 뒤 그것을 살지 말지 결정했다.마지막으로 13번과 2번 원석이 나왔다. 그 두 원석은 김아린이 봐둔 것이고 먼저 13번 경매가 이루어졌다.송아영이 김아린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두 개 다 나올까요?”김아린은 스크린을 빤히 바라보았다.“적어도 하나는 나오겠죠.”누군가 팻말을 들었다.“60억.”“70억.”더욱 많은 사람이 가격을 불렀다. 2번 원석은 겉보기에는 매끄럽지만 표면에 물과 비취 알갱이가 보이지 않았다. 13번 표면에는 비취 알갱이가 보였고 베테랑이라면 당연히 13번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150억.
중년 남성의 안색이 심하게 어두워졌다.2번 경매가 시작되었고 김아린이 팻말을 들었다.“100억.”단숨에 100억이라는 거액을 부르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13번에서 에메랄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2번에 도박을 걸 수밖에 없었다.중년 남성은 감히 팻말을 들 수 없었다. 200억을 썼는데 나온 게 얼마 없으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2번은 160억의 가격에 라민희가 낙찰받았다.강성연은 김아린이 일부러 원석을 라민희에게 양보해줬다고 느꼈다. 김아린이 100억이라는 가격으로 시작했다는 건 돈이 모자라지 않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라민희와 계속 경쟁하지 않는 건 도박할 엄두가 나지 않았거나 어쩌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지도 몰랐다.2번 원석이 백스테이지에서 잘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가운데를 잘랐는데 녹색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더 아래로 향하니 녹색이 보였고 세 번째 자를 때가 되니 매우 짙은 청록색이 보였다.“정말 나왔네요!”무대 아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누군가 두 배 되는 가격으로 라민희가 낙찰받은 그 비취 원석을 사려고 했다.라민희는 일부러 가격을 더 불렀고 무려 540억에 2번 원석을 사들였다. 그리고 원석을 골라 팔게 된 김아린도 이득을 보게 되었다.김아린은 강성연에게 웃어 보였다.“이 원석은 강성연 씨가 골라준 건데 내 믿음이 틀리지 않았나 보네요.”강성연은 웃었다.“김아린 씨에게 확신이 없었다면 날 믿지 않았겠죠.”오늘 원석을 보러와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재밌는 구경을 하게 됐다. 중년 남성은 여자를 데리고 도중에 나가려 했지만 라민희의 경호원이 그들을 막았다. 경호원이 그에게 뭐라고 말하자 남성은 경호원과 함께 휴게실로 향했다.강성연이 다시 라민희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을 때 라민희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고 육예찬과 이모만 보였다.김아린이 입을 열었다.“가서 구경할래요?”송아영이 재밌는 구경을 놓칠 리가 없었다.“당연히 가야죠!”강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또한 궁금했기에 그녀들을 따라갔다.세 사람
구세호는 멈칫하였다. “손유린이 내가 여기 있다고 가르쳐 주었습니까??” 라민희는 찻잔을 내려놓고 비꼬며 말했다. “유린 씨가 세호 씨랑 수연, 그 바람녀를 몇 년 동안이나 감싸주고 있는데, 아직도 유린 씨를 의심하세요?” 구세호는 침묵했다. 라민희는 몸을 일으켰다. “유린 씨는 현명한 여자예요. 그분이 당신이랑 이혼해서 손해 보는 것은 절대 그분 쪽이 아니에요. 당신 쪽이지. 조만간 후회할 날이 올 겁니다. 저와 세준 씨는 절대 돕지 않을 거예요” 그녀들은 옆 휴게실에서 나왔고, 송아영은 자신의 고모에게 말의 뜻을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아마 가십거리라고 생각이 든 모양이다. 성연과 김아린은 복도에 머물다가 송아영이 떠나자 성연이 입을 열었다. "설마 구 부인에게 밀고한 사람이 당신은 아니겠죠?" "맞아요" 김아린이 쉽게 인정하자 성연은 약간 놀랐다. "어떻게 구가의 이런 은밀한 일을 알고계시는 거죠?" 언론조차 구세호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그녀는 이를 분명하게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구부인 마저 이곳에 나타나게 했다. 모두 그녀가 누설한 것이다. 그녀는 긴 머리를 쓸어 올리며 성연을 향해 빙긋 웃었다. “왜냐면 제가 수연 그 여자를 알거든요” 성연은 멍해졌다.김아린은 기둥에 기댔고 안색은 어두워졌다. “제가 그 사람이랑 약간의 인연이 있거든요.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도 없어요. 사실 그 사람이 저희 아버지의 사생아예요. 저보다 네 살 많은 이복 언니죠”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외로 그녀는 이런 개인적인 일들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얘기해 주었다. “성연 씨가 국내에 없던 삼 년 동안, 아영 씨가 당신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김아린은 고개를 숙였다. 냉정한 얼굴 아래, 수많은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 “아영 씨가 말하길, 성연 씨와 제가 비슷한 점이 많대요”성연은 시선을 돌려 아래층에서 경매 중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희 둘 다 동생을 못 죽여서안달난 악랄한 언니가 있죠. 하지만 아린 씨는 저보
몇 년 후 귀국하였을 땐, 그 소문은 이미 잊혀진 후였고 김아린이라는 이름은 새로운 사람 같았다. 성연은 사실 김아린의 이성과 냉철함에 감탄했다. 만약 다른 소녀였다면, 그 당시 그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마음이 여린 경우는 진작에 유언비어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비록 그녀가 김아린과 같은 일을 겪었다고는 하지만, 그녀조차도 김아린처럼 참을성 있게 버틸 수 있었을 거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었다.만약 김아린이 김 씨 집안 백이 없었다면, 유족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감옥에 들어가게했을 것이고, 그녀는 모든 책임과 죄를 뒤집어써야 했을 것이다. 성연은 너무 깊은 생각에 잠겨 방 문 앞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훈은 서재에서 나오다가 그녀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왔어?” 성연은 정신을 차리고 돌연 그의 품에 안겼다. 지훈은 당황하다가 손바닥으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왜그래?" “보고싶었어요” 성연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그녀의 애교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지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방 문을 열어 그녀를 안고 들어갔다.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두 손으로 침대 가장자리를 받쳐 그녀를 팔 안에 두었다. 낮은 목소리가그녀를 향해 울렸다. “돌아오자마자 보고 싶었다니,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성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지훈 씨, 나중에 바람 피울 거예요?" 그는 멈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왜 바람을 피워야 하지?" 아마 오늘 있었던 일이 꽤나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 “돈 많은 남자들은 결혼 후 애인을 만드는 걸 좋아하잖아요. 당신도 나중에 제가 질리면 저보다 어리고 젊고 예쁜 사람을 찾아 밖에서 만나는 거 아니예요?” 지훈은 그녀의 눈가에 입 맞춤했다. “아니. 난 당신만 있으면 돼. 그럴 일은 절대 없을거야” 성연은 손가락으로 그의 넥타이를 감았다. “계속 한 사람이랑만 자면, 질리지 않아요?” “길가에 핀 들꽃보
구세호는 손톱을 뜯으며 안절부절하였고, 어르신의 화가 무서워 말을 하지 못했다. 라민희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아버지, 화 푸세요" "내가 어떻게 화를 풀겠냐?" 구 어르신은 탁자를 두드렸다. "유린이처럼 좋은 며느리가 30년 넘게 너와 함께 있으면서 이 집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냐? 바깥에서 여자들이랑 놀든 말든 상관없다, 적어도 네 집에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지!” 구세호는 쥐었던 손을 풀고 미간을 찌푸렸다. "형수님, 이 일 형수님이 폭로한 것입니까?"라민희는 멈칫하다가 엄숙하게 말했다. "제가 했다고 생각하세요?"그녀의 얼굴은 침착했고, 망설임이 없었다. “만약 정말 제가 했다면, 제가 왜 경매장에서 세호씨에게 그런 쓸데없는 말을 했겠어요? 저도 구 가의 며느리인데, 당연히 구 가의 체면을 생각했겠죠" 구세호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때 손유린이 문밖에서 들어왔다. 화장도 연하고 옷차림도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모습이었다. “아버님, 형수님” 손유린을 보자 구 어르신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졌다, "유린아, 이 뉴스들은 내가 처리하게 할 테니 걱정 마렴. 세호에게 다 설명하라고 하마" 그러나 손유린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사실, 저 세호 씨와 이혼하기로 결정했다고 말씀드리려고 왔어요" 구 어르신은 멍해졌다. 라민희 마저도 의아해했다. 그녀는 손유린과 구세호가 이혼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단지 손유린이 홧김에 한 말인 줄 알았고, 그녀가 진짜로 움직일 줄은 몰랐다. 가장 놀란 사람은 구세호였다. 그는 손유린을 바라보았고, 표정은 복잡미묘하였다. “나랑 이혼 하겠다고?” 손유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네, 30년 동안의 결혼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의범이도 이제 성인이고, 제 선택을 존중해 주었어요" 오랫동안 침묵하던 구 어르신은 한숨을 쉬었다. "너희들끼리 상의해서 처리해라.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그는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고, 라민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