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안색이 심하게 어두워졌다.2번 경매가 시작되었고 김아린이 팻말을 들었다.“100억.”단숨에 100억이라는 거액을 부르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13번에서 에메랄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2번에 도박을 걸 수밖에 없었다.중년 남성은 감히 팻말을 들 수 없었다. 200억을 썼는데 나온 게 얼마 없으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2번은 160억의 가격에 라민희가 낙찰받았다.강성연은 김아린이 일부러 원석을 라민희에게 양보해줬다고 느꼈다. 김아린이 100억이라는 가격으로 시작했다는 건 돈이 모자라지 않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라민희와 계속 경쟁하지 않는 건 도박할 엄두가 나지 않았거나 어쩌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지도 몰랐다.2번 원석이 백스테이지에서 잘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가운데를 잘랐는데 녹색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더 아래로 향하니 녹색이 보였고 세 번째 자를 때가 되니 매우 짙은 청록색이 보였다.“정말 나왔네요!”무대 아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누군가 두 배 되는 가격으로 라민희가 낙찰받은 그 비취 원석을 사려고 했다.라민희는 일부러 가격을 더 불렀고 무려 540억에 2번 원석을 사들였다. 그리고 원석을 골라 팔게 된 김아린도 이득을 보게 되었다.김아린은 강성연에게 웃어 보였다.“이 원석은 강성연 씨가 골라준 건데 내 믿음이 틀리지 않았나 보네요.”강성연은 웃었다.“김아린 씨에게 확신이 없었다면 날 믿지 않았겠죠.”오늘 원석을 보러와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재밌는 구경을 하게 됐다. 중년 남성은 여자를 데리고 도중에 나가려 했지만 라민희의 경호원이 그들을 막았다. 경호원이 그에게 뭐라고 말하자 남성은 경호원과 함께 휴게실로 향했다.강성연이 다시 라민희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을 때 라민희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고 육예찬과 이모만 보였다.김아린이 입을 열었다.“가서 구경할래요?”송아영이 재밌는 구경을 놓칠 리가 없었다.“당연히 가야죠!”강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또한 궁금했기에 그녀들을 따라갔다.세 사람
구세호는 멈칫하였다. “손유린이 내가 여기 있다고 가르쳐 주었습니까??” 라민희는 찻잔을 내려놓고 비꼬며 말했다. “유린 씨가 세호 씨랑 수연, 그 바람녀를 몇 년 동안이나 감싸주고 있는데, 아직도 유린 씨를 의심하세요?” 구세호는 침묵했다. 라민희는 몸을 일으켰다. “유린 씨는 현명한 여자예요. 그분이 당신이랑 이혼해서 손해 보는 것은 절대 그분 쪽이 아니에요. 당신 쪽이지. 조만간 후회할 날이 올 겁니다. 저와 세준 씨는 절대 돕지 않을 거예요” 그녀들은 옆 휴게실에서 나왔고, 송아영은 자신의 고모에게 말의 뜻을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아마 가십거리라고 생각이 든 모양이다. 성연과 김아린은 복도에 머물다가 송아영이 떠나자 성연이 입을 열었다. "설마 구 부인에게 밀고한 사람이 당신은 아니겠죠?" "맞아요" 김아린이 쉽게 인정하자 성연은 약간 놀랐다. "어떻게 구가의 이런 은밀한 일을 알고계시는 거죠?" 언론조차 구세호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그녀는 이를 분명하게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구부인 마저 이곳에 나타나게 했다. 모두 그녀가 누설한 것이다. 그녀는 긴 머리를 쓸어 올리며 성연을 향해 빙긋 웃었다. “왜냐면 제가 수연 그 여자를 알거든요” 성연은 멍해졌다.김아린은 기둥에 기댔고 안색은 어두워졌다. “제가 그 사람이랑 약간의 인연이 있거든요.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도 없어요. 사실 그 사람이 저희 아버지의 사생아예요. 저보다 네 살 많은 이복 언니죠”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외로 그녀는 이런 개인적인 일들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얘기해 주었다. “성연 씨가 국내에 없던 삼 년 동안, 아영 씨가 당신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김아린은 고개를 숙였다. 냉정한 얼굴 아래, 수많은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 “아영 씨가 말하길, 성연 씨와 제가 비슷한 점이 많대요”성연은 시선을 돌려 아래층에서 경매 중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희 둘 다 동생을 못 죽여서안달난 악랄한 언니가 있죠. 하지만 아린 씨는 저보
몇 년 후 귀국하였을 땐, 그 소문은 이미 잊혀진 후였고 김아린이라는 이름은 새로운 사람 같았다. 성연은 사실 김아린의 이성과 냉철함에 감탄했다. 만약 다른 소녀였다면, 그 당시 그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마음이 여린 경우는 진작에 유언비어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비록 그녀가 김아린과 같은 일을 겪었다고는 하지만, 그녀조차도 김아린처럼 참을성 있게 버틸 수 있었을 거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었다.만약 김아린이 김 씨 집안 백이 없었다면, 유족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감옥에 들어가게했을 것이고, 그녀는 모든 책임과 죄를 뒤집어써야 했을 것이다. 성연은 너무 깊은 생각에 잠겨 방 문 앞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훈은 서재에서 나오다가 그녀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왔어?” 성연은 정신을 차리고 돌연 그의 품에 안겼다. 지훈은 당황하다가 손바닥으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왜그래?" “보고싶었어요” 성연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그녀의 애교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지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방 문을 열어 그녀를 안고 들어갔다.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두 손으로 침대 가장자리를 받쳐 그녀를 팔 안에 두었다. 낮은 목소리가그녀를 향해 울렸다. “돌아오자마자 보고 싶었다니,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성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지훈 씨, 나중에 바람 피울 거예요?" 그는 멈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왜 바람을 피워야 하지?" 아마 오늘 있었던 일이 꽤나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 “돈 많은 남자들은 결혼 후 애인을 만드는 걸 좋아하잖아요. 당신도 나중에 제가 질리면 저보다 어리고 젊고 예쁜 사람을 찾아 밖에서 만나는 거 아니예요?” 지훈은 그녀의 눈가에 입 맞춤했다. “아니. 난 당신만 있으면 돼. 그럴 일은 절대 없을거야” 성연은 손가락으로 그의 넥타이를 감았다. “계속 한 사람이랑만 자면, 질리지 않아요?” “길가에 핀 들꽃보
구세호는 손톱을 뜯으며 안절부절하였고, 어르신의 화가 무서워 말을 하지 못했다. 라민희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아버지, 화 푸세요" "내가 어떻게 화를 풀겠냐?" 구 어르신은 탁자를 두드렸다. "유린이처럼 좋은 며느리가 30년 넘게 너와 함께 있으면서 이 집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냐? 바깥에서 여자들이랑 놀든 말든 상관없다, 적어도 네 집에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지!” 구세호는 쥐었던 손을 풀고 미간을 찌푸렸다. "형수님, 이 일 형수님이 폭로한 것입니까?"라민희는 멈칫하다가 엄숙하게 말했다. "제가 했다고 생각하세요?"그녀의 얼굴은 침착했고, 망설임이 없었다. “만약 정말 제가 했다면, 제가 왜 경매장에서 세호씨에게 그런 쓸데없는 말을 했겠어요? 저도 구 가의 며느리인데, 당연히 구 가의 체면을 생각했겠죠" 구세호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때 손유린이 문밖에서 들어왔다. 화장도 연하고 옷차림도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모습이었다. “아버님, 형수님” 손유린을 보자 구 어르신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졌다, "유린아, 이 뉴스들은 내가 처리하게 할 테니 걱정 마렴. 세호에게 다 설명하라고 하마" 그러나 손유린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사실, 저 세호 씨와 이혼하기로 결정했다고 말씀드리려고 왔어요" 구 어르신은 멍해졌다. 라민희 마저도 의아해했다. 그녀는 손유린과 구세호가 이혼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단지 손유린이 홧김에 한 말인 줄 알았고, 그녀가 진짜로 움직일 줄은 몰랐다. 가장 놀란 사람은 구세호였다. 그는 손유린을 바라보았고, 표정은 복잡미묘하였다. “나랑 이혼 하겠다고?” 손유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네, 30년 동안의 결혼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의범이도 이제 성인이고, 제 선택을 존중해 주었어요" 오랫동안 침묵하던 구 어르신은 한숨을 쉬었다. "너희들끼리 상의해서 처리해라.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그는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고, 라민희는
그녀는 돌아서서 만년필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만년필을 집어 들고 탁자 위에 다시 놓았다. "나는 이미 서명했어요. 만약 당신이 서명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버님을 찾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 모두를 생각해서, 나도 이혼 때문에 법원에 가고 싶지 않아요. 3일의 시간을 줄게요” 그녀의 손바닥의 상처는 얼얼할 정도로 아팠다. 피는 타일 바닥에 떨어졌고, 마치 피어나는 꽃처럼 점차 번져갔다. 그녀는 구 가를 나와 뒤돌아보지도 않았고, 어떠한 미련도 없었다. 병원. 손유린은 간호사에게 그녀의 상처를 꿰매 달라고 부탁했고, 간호사는 그녀에게 요 며칠 동안 물에 닿지 말고 일주일 후에 실밥을 풀러 오라고 말했다. 그녀가 가방을 들고 진료실을 나섰을 때, 복도에서 아영과 성연을 만났다. 성연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그날 밤 반크 아저씨를 구한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아영이 돌연 그녀를 불렀다. “둘째 아주머니?”손유린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에게 다가왔다 “아영이 구나” 그녀는 그제서야 성연을 발견했고,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아영이 물었다. “둘째 아주머니 다치셨어요?” 그녀는 당황하다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뒤로 숨겼다. "괜찮아, 넘어져서 피부가 조금 찢어진 것뿐이야. 이분은 네 친구니?" 아영은 성연를 끌어당겨 소개했다. "네, 저랑 친한 친구 성연이에요" 성연이 웃었다. “아영이 지인이셨군요. 그날 밤 일은 제가 기회를 봐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 날밤 일?” 아영이 궁금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손유린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예요. 그 분은 지금 어떠세요?”"반크 아저씨는 괜찮으세요. 한동안 쉬시면 괜찮아질 거예요" 성연의 대답을 듣고서야 아영은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하였다. 그니까 성연이 말한 반크 아저씨를 구한 여자가 바로 둘째 아주머니인 것이다. 몇 마디 나눈 후, 손유린은 먼저 자리를 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아영은 그녀를 엘리베이
물론, 남자들도 나이가 들면 외모를 유지해야 하고, 고강도의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배불뚝이 남자들은 보통 접대를 하다 마신 술 때문에 생긴 술배다. 업무 스트레스는 많고 운동과 관리를 할 시간은 없다. 게다가 불규칙한 식사 습관에 기름진 음식을 좋아한다면 자연히 비만이 된다. 그녀들은 반크와 한참 있다가 병원을 떠났다. 아영은 차 앞으로 걸어가더니 갑자기 말했다.”성연아, 반크 아저씨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결혼하지 않은거야?" 성연이 차 문을 열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그녀가 차에 탔고, 아영도 조수석에 따라 타 안전벨트를 당겼다. "둘째 아주머니가 진작 반크 아저씨 같은 남자와 결혼했다면, 지금 분명 행복했텐데" 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웃었다. "네 일은 신경도 안 쓰면서 남의 일은 신경 쓰니?" 아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차를 운전한 지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뒤에서 다른 차가 들이받았고, 차가 흔들리며 성연은 3년 전 그 끔찍한 사고를 떠올렸다. 그녀는 핸들을 잡은 채 트라우마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했다. “성연아!” 그녀가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앞차를 들이받는 것을 보고 아영은 핸들을 빼앗았고, 차는 중심을 잃고 길가의 표지판을 들이받았다. 희승은 갑자기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와 회의를 중단했고, 양쪽 고위 임원들은 그가 지훈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속삭이는 걸 보았다. 지훈은 갑자기 어두운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오늘 회의는 끝입니다" "하지만 대표님, 이건 2000억짜리 프로젝트인데…." 고위 임원이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지훈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희승을 따라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서로를 쳐다보는 임원들만이 남겨졌다. 지훈은 넥타이를 풀며 차에 올라탔다. "사고 낸 사람은 알아냈나?"희승은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다. "확인해 보니 상대방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부딪힌 거였습니다. 성연 씨는 아무렇지 않지만 많이 놀란 듯...""빨리 병원으로 가" 차츰 얼굴이 어두워진 지훈은 왜 인지 '사고'라는
성연은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녀를 놀라게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훈은 자신의 태도를 부드럽게 할 수밖에 없었다. "너가 내 목숨을 다 앗아갔어" “풉” 아영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지훈 씨, 그 달달함으로 여기 환자랑 의사들 좀 돌봐주시겠어요?” “저는 아내가 있어서 못 돌봐드립니다”지훈이 성연을 들어올리자, 성연은 어리둥절했다. "지훈 씨, 무슨 짓이에요?" 그는 이를 악물었다. “데려가서 검사 좀 해보려고. 맘이 안 놓여” 아영은 눈을 뒤집고 그의 말투를 따라했다. “데려가서 검사 좀 해보려고. 맘이 안 놓여. 하, 느끼해 죽겠네.” 지훈은 그녀를 데리고 가 다른 부상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했지만, 지훈은 굳이 이틀 동안 그녀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가 그녀를 안고 1인 병실로 들어서자 성연은 허탈해했다. "지훈 씨, 난 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 그는 그녀를 병상에 눕혔다. “에어백에 부딪힌 것만 해도 일이야. 붓기 빼고 퇴원해” 성연은 몸을 일으키려했다. “이런 걸 돈 낭비라고 하는 거예요” "내가 돈을 낼 거고, 이 병실은 네 것이야. 누워 있어" 지훈은 그녀를 도로 눕혀 이불을 덮어주었다. 성연은 그가 긴장한 것을 보고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며 웃음을 참았다. "지훈 씨,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렇게 걱정돼요?"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응” 그녀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사실 저도 무서워요” 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에 빠졌다. 한참 후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럼 다시는 다치지 마" “희승 씨는 왜 같이 안 왔어요?” "경찰서에 조사하러 갔어" 지훈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고, 그윽한 호박색 눈동자 속에는 그녀의 모습이 비추어진 것 같았다. 성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방은 음주운전을 하다 차를 세우지 않고 추돌했다. 그가 차에서 내렸을 때는 확실히 강한 술냄새가 났다. 만약 정말로 음주운전이라면 괜찮을 텐데, 만일 그게 아니라면... 지훈은
아영은 움직이지 않았다. 육예찬은 열심히 그녀의 발목을 마사지했고, 이 행동을 아영은 의아하게 여겼다. 육예찬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의 이상행동을 보며 아영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돌려 묻고 싶었지만, 입은 뇌를 거치지 않고 움직였다. “당신 설마 절 짝사랑하는 건 아니죠?” 그는 잠시 멈칫하였다. 병실 안은 쥐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송아영은 정말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 변명할 구실을 찾아 해명하여 이 난처한 상황을 벗어나려 했다. 육예찬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죠?" 그는 냉정한 표정을 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내 약혼녀고 앞으로 결혼할 사이인데, 당신에게 관심을 갖는 게 정상이 아닌가요?" 아영은 아차 싶었다. 육예찬은 발을 떼고 일어나 그녀를 쳐다보았다. "실망스러워요?" 그녀는 허허 웃어보였다. “실망스럽지 않아요, 고마워요. 그리고, 꼭 당신과 결혼할 필요 없어요”말을 마친 후 다시 그를 등지고 돌아 섰다.육예찬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병실을 나서며 그는 지훈과 희승이 복도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고, 희승은 육예찬이 다가오는 것을 힐끗 보고는 몸을 약간 숙였다. “예찬 님” 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예찬은 지훈이 기억을 잃은 것을 알고 희승에게 물었다. "제 사촌은 괜찮나요?" 희승이 대답했다. "성연 씨는 괜찮으시니 걱정하지 마세요” 예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그는 안색이 어두운 지훈을 보고 웃으며 몸을 돌려 떠났다. 지훈은 그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고, 희승은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설명했다. "대표님, 육예찬은 성연 씨의 사촌오빠…" "시끄러워" 지훈은 그를 힐끗 보았다.희승은 더 설명하지 않고 다시 대화 주제로 돌아갔다. “그 한가의 일은…” 지훈은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일단 한수찬에게 맡겨 알아서 하라고 하고, 또 다시 사람 관리잘 못하면 내가 직접 처리하지" 다음날. 구세호가 애인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