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녀를 놀라게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훈은 자신의 태도를 부드럽게 할 수밖에 없었다. "너가 내 목숨을 다 앗아갔어" “풉” 아영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지훈 씨, 그 달달함으로 여기 환자랑 의사들 좀 돌봐주시겠어요?” “저는 아내가 있어서 못 돌봐드립니다”지훈이 성연을 들어올리자, 성연은 어리둥절했다. "지훈 씨, 무슨 짓이에요?" 그는 이를 악물었다. “데려가서 검사 좀 해보려고. 맘이 안 놓여” 아영은 눈을 뒤집고 그의 말투를 따라했다. “데려가서 검사 좀 해보려고. 맘이 안 놓여. 하, 느끼해 죽겠네.” 지훈은 그녀를 데리고 가 다른 부상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했지만, 지훈은 굳이 이틀 동안 그녀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가 그녀를 안고 1인 병실로 들어서자 성연은 허탈해했다. "지훈 씨, 난 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 그는 그녀를 병상에 눕혔다. “에어백에 부딪힌 것만 해도 일이야. 붓기 빼고 퇴원해” 성연은 몸을 일으키려했다. “이런 걸 돈 낭비라고 하는 거예요” "내가 돈을 낼 거고, 이 병실은 네 것이야. 누워 있어" 지훈은 그녀를 도로 눕혀 이불을 덮어주었다. 성연은 그가 긴장한 것을 보고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며 웃음을 참았다. "지훈 씨,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렇게 걱정돼요?"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응” 그녀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사실 저도 무서워요” 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에 빠졌다. 한참 후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럼 다시는 다치지 마" “희승 씨는 왜 같이 안 왔어요?” "경찰서에 조사하러 갔어" 지훈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고, 그윽한 호박색 눈동자 속에는 그녀의 모습이 비추어진 것 같았다. 성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방은 음주운전을 하다 차를 세우지 않고 추돌했다. 그가 차에서 내렸을 때는 확실히 강한 술냄새가 났다. 만약 정말로 음주운전이라면 괜찮을 텐데, 만일 그게 아니라면... 지훈은
아영은 움직이지 않았다. 육예찬은 열심히 그녀의 발목을 마사지했고, 이 행동을 아영은 의아하게 여겼다. 육예찬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의 이상행동을 보며 아영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돌려 묻고 싶었지만, 입은 뇌를 거치지 않고 움직였다. “당신 설마 절 짝사랑하는 건 아니죠?” 그는 잠시 멈칫하였다. 병실 안은 쥐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송아영은 정말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었다. 변명할 구실을 찾아 해명하여 이 난처한 상황을 벗어나려 했다. 육예찬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죠?" 그는 냉정한 표정을 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내 약혼녀고 앞으로 결혼할 사이인데, 당신에게 관심을 갖는 게 정상이 아닌가요?" 아영은 아차 싶었다. 육예찬은 발을 떼고 일어나 그녀를 쳐다보았다. "실망스러워요?" 그녀는 허허 웃어보였다. “실망스럽지 않아요, 고마워요. 그리고, 꼭 당신과 결혼할 필요 없어요”말을 마친 후 다시 그를 등지고 돌아 섰다.육예찬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병실을 나서며 그는 지훈과 희승이 복도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고, 희승은 육예찬이 다가오는 것을 힐끗 보고는 몸을 약간 숙였다. “예찬 님” 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예찬은 지훈이 기억을 잃은 것을 알고 희승에게 물었다. "제 사촌은 괜찮나요?" 희승이 대답했다. "성연 씨는 괜찮으시니 걱정하지 마세요” 예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그는 안색이 어두운 지훈을 보고 웃으며 몸을 돌려 떠났다. 지훈은 그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고, 희승은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설명했다. "대표님, 육예찬은 성연 씨의 사촌오빠…" "시끄러워" 지훈은 그를 힐끗 보았다.희승은 더 설명하지 않고 다시 대화 주제로 돌아갔다. “그 한가의 일은…” 지훈은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일단 한수찬에게 맡겨 알아서 하라고 하고, 또 다시 사람 관리잘 못하면 내가 직접 처리하지" 다음날. 구세호가 애인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이혼 합의서를 바라보았다. 종이에는 이미 말라버린 핏자국이 남아 있었고 서명란에는 손유린의 이름만 있을 뿐, 그는 서명하지 않았다. 그는 이혼 합의서를 구겨버렸다. "손유린, 나랑 이혼하고 싶다고? 꿈도 꾸지 마. 날 떠나면 넌 아무것도 없어..." 병원. 해신은 성연을 위해 사과를 깎아주며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는 다 큰 어른이 왜 병원에 입원해요" 성연은 해신이 먹여주는 사과를 먹으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고, 아들이 자신을 꾸짖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엄마가 입원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네 아버지가 엄마를 꼭 병원에 둬야 한다고 한 거야""엄마, 다음 주 학부모회인데 아빠랑 참석하시는 거 맞죠?"성연은 멈칫했다. 해신의 확신하지 못하는 듯한 눈빛을 보았다. “왜, 싫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반 애들이 우리 엄마가 죽었다고 하는데, 엄마가 나타나면 시체가 움직이는 격 아니겠어요?" 성연은 사레가 들렸다. 그녀는 지훈과 귀국한 후 줄곧 지훈과 함께 있었던 일을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그녀가 학부모회에서 지훈의 아내로써 참석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서울 사람들은 모두 지훈이 그녀와 이혼했다고 알고 있고 심지어 그녀가 3년 전 사고로 죽었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거기다 유이와 해신은... 성연은 그의 작은 머리를 만졌다. "미안해, 엄마가 지금 너희 아버지와 함께 있다는 걸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버지가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야. 그 못된 기자들이 아버지를 자극할까 봐 무서워" 해신은 그녀를 이해했다. “그럼 학부모회에 엄마는 가지 않는 게 낫겠죠? 아빠만 있으면 돼요” "아냐" 성연은 그를 바라보았다. "너희 학부모 회의에 엄마는 여러 번 결석했잖아. 걱정 마, 엄마가 요 며칠 동안 방법을 생각해 볼 거야" 문 밖에 서서 문을 밀고 들어가려던 지훈은 마침 그 말을 듣고 병실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문고리에서 손을 떼고 돌아섰다. 한성연은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내용을 보고 돈을 보
그 남자가 그녀를 배신하다니? 한 부인은 당황했다. "성연아, 무슨 짓을 한 거야?" 한수찬은 호통을 쳤다. "당신이 키운 착한 딸이 감히 사람을 사서 고의 음주운전을 시켜 사람을 쳤어. 너는 사는 게 지겨운 거냐, 아니면 감옥에 가고 싶은 거냐!"한 부인은 한수찬의 고함에 어리둥절해하며 한성연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딸이 사람을 사서 누굴 다치게 하다니?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성연은 눈물을 짜내며 애써 해명했다. "아빠, 아니에요, 누군가 절 모함한 거예요…" "모함?" 한수찬은 씩 웃으며 그녀를 가리켰다. "지금 반 대표가 모함하고 있다는 말이냐? 그 사람이 지금 파출소에 있는데, 너를 지목했다. 반 대표가 이 일을 처리하라고 하는데, 한 가의 상황을 너도 알잖냐. 이 불효녀가 이런 큰일을 저지르고도 정신을 못 차리네. 너 정말 날 골탕먹이려고 그러는 거냐?” 한성연의 어깨가 떨렸다. 어떻게 반지훈이…반지훈이 그 여자를 이렇게 감싸주다니? "아빠, 제가…잘못한 건 알지만 악의는 없었어요. 저는 단지 겁만 주고 싶었을 뿐이지, 정말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한수찬이 다가가 또 뺨을 한 대 때리자 한 부인은 놀라 울며 그를 막았다. "여보, 성연이 때리지 마요, 애도 잘못을 알고 있어요" "꺼져!" 한수찬이 그녀를 밀치자 그녀는 비틀거리며 소파에 쓰러졌다. 한수찬이 한성연의 머리 붙들었다. "겁을 줘? 만약 정말 큰 일이 생긴다면, 한 가는 너 때문에 큰 위기에 놓일 거다. 그 여자가 누군지 알아? 그 여자는 반 대표의 아내야!" ‘반지훈의 아내’라는 한마디에 한성연은 완전히 망연자실했다. 소문에서 대표의 아내는 이미 3년 전에 죽었다고 했는데, 그녀가 살아 있다니… 어쩐지, 어쩐지 그녀가 이렇게 날뛰더라니, 알고 보니 그 여자가 3년 전의 원래 본처였구나?"말도 안 돼…아내면 어때서요, 지훈 씨는 3년 전에 이혼했다고요!” 한성연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걸 보고 한수찬은 화가 나서 다시 손을 들었다. 한부인은 울
잠시 후 프런트 직원이 여분의 노트북을 가져왔고, 지훈은 그에게 나가라고 했다. 그는 컴퓨터를 켜 네이버에 검색했다. 과연 그의 예상대로 다른 사람의 노트북에선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반지훈 부인 사망#이라는 검색어를 눌렀다. 숨을 들이 마쉰 채, 시선은 사고라는 두 글자에 머물렀다. 그는 머뭇거리다 페이지를 열었다. 희승은 프런트를 지나다가 프런트의 직원이 대표가 컴퓨터를 가져오라고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남자 직원은 의아해했다. “대표님 사무실에도 컴퓨터가 있지 않나?” 희승은 순간 무언가를 떠올리고 서둘러 사무실로 가서 문을 열었다. "대표님!"사무실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책상 위 노트북은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 희승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 가서 무언가를 보고는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 과연 대표님은 이전의 일을 조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의심을 품었다. 지훈은 차 안에 앉아 라이터를 누르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가 언제부터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이 습관을 기억하고 있었다. 피어오르는 연기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다시 차창을 내리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몇 가지 일을 기억했다. 3년 전 사고는 실재했고, 언론에서는 아내 성연이 그 사고로 죽었다고 추측했다. 심지어 이혼에 대해 언론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잊었다.성연이 그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그를 위해서였고, 공개를 하여 그가 걱정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병원에 병문안을 온 김아린은 크게 다치지도 않았는데 병원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예요?" 아영은 사과를 갉아먹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재수없었어요. 병원에서 막 떠나자마자 음주운전 사고를 당했어요. 하지만 저희 둘 다 경미상만 입었지, 큰 문제는 없어요."김아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운이 없어도 너무 없었네요.” 성연은 손에 든 신문을 접었다. “저
김아린과 수연 간의 원한은 그녀와 송아영과 관련이 없었다. 그러니 김아린은 그녀와 송아영에게 수연의 이 일을 알려주려고 데려간 게 아닐 것이다.아니, 그녀는 송아영을 데려가는 게 아닌, 송아영을 통해 그녀를 데려가려는 게 목적이었다. 왜냐하면 송아영은 그녀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그날 송아영이 떠난 뒤에야 김아린은 그 비밀을 털어놨었기에, 송아영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김아린은 강성연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빙긋 웃었다.“당신은 정말 총명하네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전 확실히 구 씨 큰 부인의 손을 빌려 수연을 탄압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고의적으로 큰 부인에게 소식을 흘리고 원석 경매 현장에 갔었던 거예요. 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어요.”강성연은 눈을 깜빡거렸다.“당신은 그때 노 대표의 일을 도와주었고, 고의적으로 당신과 수연의 일을 저에게 알려줬잖아요. 사실 처음부터 제가 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죠? 저의 도움이 필요한 거네요.”김아린은 어두운 표정으로 창가에 기댔다.“그날 밤 당신의 신분을 알게 된 뒤로 그런 생각을 품게 되었어요. 전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송아영과 소담이는 이 일을 모르고 있어요.”강성연은 멍해졌다.“왜 저인 거예요?”김아린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절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당신 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수연은 소담이를 알고 있어요. 만약 소담이가 나선다면 저의 계획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거예요. 송아영은 솔직한 성격이라 수연이의 상대가 아니에요. 그리고 전 움직일 수 없어요.”소담은 수연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원석 경매를 보러 갈 때 김아린은 고의적으로 소담을 부르지 않았다. 수연은 송아영과 그녀를 모르고 있었다.김아린은 이름을 바꾸고 귀국했기 때문에 수연은 아마 “김아린”의 신분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김아린은 자신의 신분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거다.왜 김아린은 자신의 신분을 이 정도로 감추려 하는 건가, 아마......강성
연희승이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 와서 반지훈이 병원에 가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녀는 의아했다.“오늘 반지훈 대표님을 보지 못했어요. 전 이미 퇴원했어요. 무슨 일이 있어요?”연희승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대표님은 오늘 갑자기 3년 전의 일을 조사하시더니 홀로 나갔어요. 지금도 회사에 돌아오지 않았어요.”강성연은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반지훈씨가 3년 전의 일을 조사했다고요?”“네, 바로 그 교통 사고요. 반지훈 대표님께서 기억이 떠올라 3년 전의 그 사건을 조사하셨을 수도 있어요. 오후 내내 TG 그룹으로 돌아오지 않아 강성연 아가씨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요.”강성연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강성연이 반지훈에게 전화를 몇 통 걸었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 저녁이 되었는데도 반지훈은 돌아오지 않았다.연희승도 반지훈이 평소 다니는 곳에 사람을 보냈지만 그림자도 찾지 못했다.강성연은 차에 앉아 휴대폰을 꽉 쥐었다. 그녀는 저녁노을이 물든 거리에서 오가는 행인들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반지훈은 아직도 기억이 회복되지 않아 그녀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어디로 갔을까?그녀는 누군가가 떠올라 송아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강성연은 곧 구천광의 전화번호를 받았다.구천광은 마침 촬영이 끝나 대기실에 앉아있었다. 스태프가 그의 가발을 벗겨주고 있었다.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인 것을 본 매니저가 휴대폰을 그에게 건네주었다.“구천광 형, 전화가 왔어요.”지인들만 구천광의 개인번호를 알고 있었다. 감독이거나 업무 상의 파트너들은 모두 매니저의 번호만 알고 있었다.그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받았고,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알아차렸다.“강성연 아가씨가 저에게 전화를 할 줄은 몰랐어요.”강성연은 빙긋 웃었다.“급한 일 없이 구천광씨의 일을 방해할 수 없지요. 예전 저에게 반지훈씨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었죠?”구천광은 자리에서 일어선 후 다른 손으로 휴
축축한 바닷바람을 맞은 그에게서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피부에서 서늘한 기운마저 느껴졌다.반지훈은 두 팔로 그녀를 품에 그러안더니 어깨에 턱을 괸다.“성연아, 날 사랑해?”강성연은 멈칫하다가 손으로 차가운 그의 볼을 감쌌다.“왜 갑자기 그렇게 묻는 거예요?”그는 강성연의 손을 잡고 지긋이 바라보았다.“당신의 대답을 듣고 싶어.”강성연은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더니 그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했다.“이 대답이 마음에 들어요?”반지훈은 그녀의 턱을 잡았고, 곧 뜨거운 기운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그의 애틋한 키스에 강성연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반지훈은 그녀를 놓아주었다. 욕망에 젖은 그녀의 몽롱한 눈빛은 매우 매혹적이었다.반지훈은 그녀를 안으면서 입꼬리를 올렸다.“집으로 돌아가자.”“반지훈씨, 다리에 쥐가 났다고 했잖아요?”강성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투덜거렸다.“거짓말쟁이.”반지훈은 강성연의 이마에 키스했다.“뽀뽀를 하니까 괜찮아졌어.”차에 돌아온 강성연은 반지훈의 싸늘한 손을 감싸면서 투덜거렸다.“왜 갑자기 해변가에 와서 바람을 쐬는 거예요? 무슨 나쁜 생각이라도 하는 줄 알았잖아요.”반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웃었다.“내가 어떻게 아내와 자식들을 버리고 먼저 떠날 수 있겠어?”강성연은 그저 묵묵히 그의 손을 감쌌다. 반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더니 이렇게 말했다.“성연아, 미안해.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교통사고의 일은 나 때문인 것 같아. 난 기억을 되돌리고 싶지만, 과거를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그는 멈칫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널 해친 것이라면, 난 어떻게 보상해야 될까? 성연아, 난 어떻게 해야 해?”강성연은 멍해졌고 그녀를 안고 있는 반지훈의 손이 떨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당신에게 이야기 하나 해줄게요.”이야기 속의 쓰레기는 사실 반지훈이 생각한 만큼 “쓰레기”가 아니었다. 비록 자주 질투하고 제멋대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