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승은 그저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수찬은 이미 화병으로 입원했고 다음 차례는 나디아 대표일 거다.반지훈 대표는 아마 그들의 평생 악몽으로 될 거다.......구 씨 저택.구천광이 거실에 들어서자 집사가 그에게 몇 마디 했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서재로 걸어갔다.구천광은 노크한 후 문을 열었다.“아버지, 절 찾으셨어요?”구세준은 신문을 내려놓고 안경을 벗었다.“네가 반지훈더러 한 씨 가문에 손을 쓰라고 한 것이냐?”구천광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는 정말 저와 한수찬 딸을 결혼하게 만드실 생각이셨어요?”“넌 이미 서른도 넘었어, 시간이 없어.”구세준은 테이블에 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이전에 네가 연예계에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피울 때 나와 너의 할아버지는 참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은 고려해봐야 해.”“고려해 볼게요.”구천광은 테이블 앞으로 걸어가더니 두 손으로 테이블을 지탱하면서 구세준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절대 한성연 같은 여자는 아니에요.”구세준은 가늘게 눈을 뜨면서 물었다.“설마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저의 혼사에 참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구천광은 눈을 내리깔았다.“제가 어떤 여자를 찾던지 저의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구세준은 커피잔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을 좀 주었다.“천광아, 네가 아버지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어 정말 기뻐.”구천광은 멈칫했고 순간 눈빛이 암울해졌다.“네가 어떤 여자와 결혼하든 가정만 깨끗하면 아버지가 너의 할아버지를 설득해 볼게.”“연예계 여자라도 괜찮아요?”구세준은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곧 얼굴이 굳어졌다.구천광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를 빤히 보다가 몸을 돌려 서재에서 나갔다. 그가 문을 여니 숙모인 손유린이 서재 밖에 서있었다.손유린은 조금 멋쩍은 표정으로 웃었다.“천광아, 돌아왔어?”구천광은 그녀의 손목에 퍼런 멍 자국을 발견했다. 손유린은 그의 시선을 느끼고 재빨리 소매를 내렸다.구천
송아영은 강성연의 손을 잡고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성연이는 반지훈 대표의 아내예요!”두 여자는 깜짝 놀랐다.웨이터가 음식을 올리자 송아영은 강성연에게 그녀들을 소개해줬다. 레게 머리에 호피 무늬 외투를 입은 여자가 바로 단톡방의 소담이였다.소담이의 이름은 그녀의 성격과 매우 어울리지 않았으며 소담이의 아버지는 로얄 변호사 사무사의 유명한 변호사였다. 비교적 섹시하고 육감적으로 생긴 여자는 바로 단톡방의 김 아기인 김아린였다. 김 씨 가문도 구 씨 가문처럼 정치계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김아린의 아버지는 실무직을 내려놓은 전 국회의원이었다. 단톡방에서 송아영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소담이와 김아린의 진짜 신분을 모르고 있었다.강성연은 빙긋 웃었다.“당신들의 진짜 신분은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어요.”김아린은 요리를 집으면서 말했다.“저와 소담이도 당신의 진짜 신분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소담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나디아 주얼리는 지금 당신에게 완전히 당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전 그 대표가 정말 싫었거든요. 만약 우리 아버지가 그 사건을 맡았던 거라면 꼭 구속됐을 거예요.”강성연은 그녀들과 식사를 하면서 점차 친해졌다. 김아린과 소담은 모두 견식이 넓은 상류층 아가씨였기 때문에 보통 재벌 아가씨들보다 더 대범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강성연은 그녀들과 식사를 하는 것이 매우 편안했다.식사는 저녁 9시까지 이어졌고 송아영과 강성연은 그녀들을 레스토랑 입구 까지 배웅했다.김아린은 차 앞에 서서 그녀들에게 말했다.“차가 왔으니 그만 배웅해도 돼요. 다음에 시간 있으면 다시 만나요.”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조심히 들어가세요.”그녀들의 차가 떠난 걸 지켜보던 송아영은 강성연의 팔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어때, 내가 괜찮은 사람들을 소개시켜줬지?”강성연은 그녀와 어깨 동무를 하면서 답했다.“확실히 배경이 단단한 사람들이네. 어떻게 저 아가씨들과 알게 된 거야?”일반적인 상류층 아가씨들은 그녀들과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단톡방에
강성연은 그에게 바짝 붙으면서 목을 그러안았다.“지금 달래고 있잖아요.”반지훈은 그녀의 입술을 깨물면서 한 손으로 단추를 풀었다.“이걸로 부족해.”강성연은 그의 셔츠를 벗겼다.“속이 좁긴, 친구와 밥 먹는 것도 질투해요?”강성연은 그녀를 테이블 위에 앉혔다.“내가 창피해?”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그럴 리가요......”“그럼 날 공개하기 싫은 거야?”강성연은 멈칫했다. 그의 싸늘하고 투명한 노란색 눈동자를 보니 마치 예전의 반지훈을 보는 듯하였다.반지훈은 손을 멈추더니 일어섰다.“정말 다른 사람들 한테 우리의 일을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야?”그는 개의치 않는 게 아니라, 사실 엄청 신경 쓰고 있었다. 외부는 그들의 결혼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그는 마치 강성연 배후의 남자처럼 얼굴 없이 살아야 했다.강성연은 불안해져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반지훈씨......”“성연아, 넌 내가 기억이 회복되면 알려주겠다고 했잖아. 하지만 내 기억이 계속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해? 평생 나의 존재를 숨길 거야?”반지훈은 매우 침착해 보였지만 눈빛은 매우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다. 강성연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그녀는 반지훈이 기억을 잃었을 뿐 바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외부에 덮인 일들, 강성연이 절대 언급하지 않는 일들, 반지훈은 모르고 있어도 의심을 할 것이다.반지훈이 일어서자 강성연은 그의 팔을 잡았다.“반지훈씨, 전 당신을 감춘 적이 없어요.”반지훈은 몸이 굳어졌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강성연은 옷을 여미고 그의 앞에 섰다.“당신에게 예전의 일을 알려주지 않는 건 당신에게 영향이 가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3년 전의 일을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요.”반지훈은 조금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는 아직까지도 심리치료 과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잠재 의식은 이것이 3년 전 그들의 이혼과 관련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심지어 그는 심리적인 암시로 예전의 화면을 보기도 했었다......그건 숨
붉은 머리는 담배꽁초를 땅에 던지더니 부하들더러 반크를 벽에 밀치게 했다.그가 포장한 야식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건달들은 들고 있던 몽둥이로 반크의 손과 몸을 집중적으로 가격했다.반크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으며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두 손이 고통에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는 빌지 않았다.붉은 머리는 그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반크의 등을 밟다가 다시 또 손바닥을 밟았다.“늙다리, 참을성이 좋은데?”그는 부하에게서 몽둥이를 건네 받더니 왼팔을 가리키며 말했다.“누군가가 너의 손을 부러뜨리라고 해서 말이야. 당신이 자초한 짓이니 날 원망하지 마.”그는 이렇게 말한 후 험악한 표정으로 몽둥이를 들었다.별안간 차 한대가 골목 밖에 멈춰 서자 헤드라이트에 눈이 부셨다. 귀를 자극하는 경적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겁이 나서 침을 퉤 하고 뱉은 후 재빨리 사라졌다.반크는 힘없이 벽에 기댔고 온몸이 골절된 것처럼 아팠다. 차에서 코트를 입은 중년 여성이 그를 향해 걸어 오는 게 흐릿하게 보였다.“괜찮으세요? 저기요?”강성연은 휴대폰 벨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은 새벽 3시, 그녀는 흐리멍덩한 기분으로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로 상대가 뭐라고 말했는지 그녀는 번쩍 정신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느 병원이에요?”그녀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일어섰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반지훈도 스탠드를 켜고 일어나 앉았다.“왜 그래?”강성연은 옷방에 가서 외투 하나를 걸치면서 말했다.“반크 아저씨가 부상을 입고 입원했다고 해요. 가봐야 겠어요.”반지훈도 이불을 걷고 일어섰다.“같이 가줄게.”강성연과 반지훈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성연은 부랴부랴 걸어가 병실의 문을 열었다.병실 안, 반크는 침대에 앉아있었는데 얼굴에는 멍 자국이 선명했고 두 팔은 모두 깁스를 하고 있었다.침대 곁에 서있던 중년 여성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반크를 병원에 데려온 여성은 매우 부드러워 보였고 옷차림도 수수하고 단아했다.“반
반크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강성연은 이미 알아차리고 낯빛이 좀 어두워졌다.“아주 좋아요. 나디아 대표가 한 짓 똑똑히 기억하겠어요.”그녀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 곁의 사람을 건드린다면 꼭 그대로 갚아줄 것이다.반크가 걱정했다.“성연아, 상대도 일반인이 아니야. 나디아 대표는 아마 폭로된 스캔들이 soul 주얼리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그랬을 거야. 앞으로 다른 짓을 꾸밀 수도 있어.”강성연은 웃으며 대답했다.“전 어떻게 할 지 알아요.”강성연과 반지훈은 병원에서 나왔다. 그녀는 반크가 홀로 병원에 남아있는 것이 걱정되었다.“반지훈씨, 연희승더러 사람을 보내 반크 아저씨를 보호하게 해줄 수 있나요?”반지훈은 그녀가 건달들이 병원을 찾아올까 걱정한다는 걸 알고 연희승에게 전화를 했다.돌아가는 길,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릴 때 반지훈은 그녀에게 기댔다.“성연아,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디아를 부도 나게 만들어도 되, 내가 옆에서 서포트 해줄게.”강성연은 풉 웃었다.“나디아가 부도 나면 나디아 회사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거예요.”반지훈은 개의치 않았다.“일자리는 다시 찾을 수 있잖아. 나디아가 당신을 건드린 거니 그들 대표에게 복수해야지.”그의 아내는 그 어떤 억울함도 받으면 안되었다. 반지훈은 일개 나디아 따윈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구 씨 저택의 옆쪽 별장.손유린은 늦은 저녁에야 돌아갔다. 별장에 있던 가정부는 아직도 자지 않고 해장국을 끓이고 있었다.손유린은 조금 의아했다. 가정부가 해장국을 끓인다는 건 그가 돌아왔다는 걸 의미했다.가정부는 늦게 돌아온 손유린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가정부는 그녀가 나간 이유를 알고 있었다.“둘째 사모님, 돌아오셨어요? 사장님도 조금 전에 돌아오셨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엄청 취하셨거든요. 지금 해장국을 끓이고 있어요.”가정부도 평소에 사장님이 둘째 사모님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있었다. 만약 사장님이 둘째 사모님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면 둘째 사모님도 항상
나디아 대표는 만만찮은 사람이 아니었다. 어디서 변호사를 찾았는지 soul주얼리를 비방으로 고소하겠다고 경고장을 날렸다.그로 인해 주얼리 업계 사람들이 전부 그 일을 알게 되었다.네티즌들은 두 회사가 공개적으로 서로를 물고 뜯고 싸우는 걸 구경했다. 누군가는 soul주얼리가 지금 대세라고 안하무인이 되었다고 비난했고 누군가는 나디아 대표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강성연이 사무실에 앉아 태블릿으로 데이터를 보고 있는데 한 직원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강 대표님, 나디아 주얼리가 저희에게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저희를 비방으로 고소한다는데요.”강성연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말했다.“그러라고 해요.”바로 그때, 지윤이 한 남자를 잡고 안으로 들어왔고 그를 걷어차서 무릎을 꿇게 했다.그 직원은 움찔했다.“이건 누구죠?”“반크 아저씨를 다치게 한 사람이에요.”태블릿을 내려놓은 강성연은 지윤에게 손쉽게 잡힌 청년을 보았다.“나디아 대표가 날 비방으로 고소한다고 하다니 우습네요. 나도 아직 내가 죽었다고 날 비방한 일로 그를 고소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게다가 몰래 사람을 매수해서 우리 soul주얼리 직원을 건드리다니, 내가 나디아에 한 번 갔다 와야겠어요.”나디아 주얼리.강성연은 선글라스를 벗고 차에서 내렸다. 지윤은 청년을 붙잡고 강성연의 뒤를 따랐다. 나디아 주얼리에 들어서자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강성연은 예약하지 않고 쳐들어갔고 지윤은 문을 박차고 들어간 뒤 그 청년을 앞으로 밀었다.청년은 사무실 안에 내동댕이쳐졌고 사무실 안에 있던 중년 남자가 벌떡 일어나 흐려진 안색으로 말했다.“당신들 누굽니까? 감히 나디아 주얼리에서 행패를 부려요?”강성연은 태연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다.“노 대표님, 건망증이 심하시네요. 노 대표님이 저희 soul주얼리 임원을 건드렸는데 제가 나디아로 찾아오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노 대표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겨우 여자 둘이라는 생각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겨우 여자 둘이 감히 s
노 대표는 허둥지둥 바닥에서 일어나 창백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감... 감히 소란을 피운다면 내가...”“경찰 부르시게요?”강성연은 냉담한 표정으로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경찰 부르세요. 노 대표님께 그럴 용기가 있다면요.”“그... 그게 무슨 뜻이죠?”강성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똑같이 겁을 먹은 청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의 멱살을 잡은 채로 책상 앞으로 끌고 가 노 대표를 향해 던졌다.노 대표는 겁을 먹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강성연은 그의 머리채를 쥐어 고개를 들어 올리게 한 뒤 노 대표에게 보여줬다.“이 사람 알죠?”노 대표는 대답하지 않았다.강성연은 청년을 보며 말했다.“말해봐요. 이 사람이 반크 씨 팔을 얼마에 샀죠?”청년은 덜덜 떨며 말했다.“2, 2천만 원이요.”“그러면 내가 2억 줄게요. 이 사람 다리 부러뜨려요.”강성연의 입꼬리에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노 대표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말했다.“미... 미친 거예요?”“노 대표님도 사람을 사서 우리 soul주얼리 사람 건드렸잖아요. 심지어 그의 팔을 부러뜨렸죠. 그런데 왜 난 당신 다리를 부러뜨릴 수 없죠?”자리에서 일어난 강성연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하는 경호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이 사람 다리 부러뜨리는 사람한테 2억을 줄게요.”그 말에 경호원들은 전부 흔들렸다.쉽게 2억을 벌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할까?경호원들의 모습에 노 대표는 진심으로 두려워졌다.“당... 당신 누구예요? 뭐 하려는 거예요?”강성연은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은 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노 대표님, 저 기억 안 나세요? 기억 못 해도 괜찮아요. 제가 알려드리죠. 전 당신이 죽었다고 떠벌리고 다니던 zora예요. 앨리스이기도 하죠. 그리고 한국 이름은 강성연이에요.”노 대표는 앨리스는 몰라도 강성연은 알고 있었다. zora가 바로 강성연이고 반지훈의 죽은 아내였다.그는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그럴 리가. 당신은 이미...”“제가 죽었다고 누가
강성연은 차 안에 앉아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지윤에게 말했다.“가요, 경찰서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경찰에게 넘겨요.”강성연이 줄곧 증거를 꺼내지 않은 건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변변찮은 경호원들이 없었다면 지윤에게 시켰을 것이다. 반크가 당한 일을 아주 제대로 돌려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노 대표가 모든 죄를 그녀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고 해도 이 자료들이 있다면 누가 끝장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반지훈의 차는 경찰서 밖에 멈춰 서 있었다. 강성연과 지윤이 안에서 나오자 반지훈이 차창을 내렸다.“일 크게 번졌어?”강성연은 허리를 숙이고 차창에 기댄 채로 눈을 깜빡였다.“네, 일이 커졌죠. 사람 시켜서 아주 단단히 혼쭐내줬거든요.”반지훈은 그녀의 콧등을 톡 두드리며 말했다.“그는 맞아야 하긴 해.”“그 사람이 나한테 복수하려 한다면요?”강성연은 일부러 무서운 척했다.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지막하게 웃었다.“내가 그런 기회를 줄 리가 없잖아.”병원.노 대표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전화를 여러 통 걸어 도움을 청했지만 반지훈 전처의 일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바로 전화를 끊거나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그는 경상도 쪽 윗사람과 인연이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 친구는 도와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잠시 뒤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노 대표, 미안해. 나도 어쩔 수가 없다.”노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다리가 아파 이를 악물었다.“어쩔 수가 없다니? 여자 하나 상대 못 한다는 거야?”“노 대표, 내가 도와주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위에서 나한테 엮이지 말라고 했어. 지금 노 대표도 제 코가 석 자일 텐데 그들도 노 대표 때문에 이 일에 연루되는 걸 원하지 않아.”노 대표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그는 흥분하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 내 코가 석 자라니?”“노 대표가 한 일들, 이미 누군가 경찰에게 증거를 넘겼어. 지금 위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난리야. 김씨 집안에서 이 일을 처리하는 데 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