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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그는 어둠 속에 서있었고, 조금의 빛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의사는 손에 든 괘종시계를 보고 희승이 건네준 종이 한 장을 집어들었다. "사고현장, 보이세요?"

 사고 현장?

 지훈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의사는 또 한번 암시해주었다. “부인이 타고 계시던 차에 사고가 났고, 선생님은 현장에 갔어요”

 어둠 속에 서 있던 지훈의 몸이 굳어 있었고, 멀지 않은 곳의 흐릿한 불빛을 느낀 그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희미한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성연아, 성연아 내가 잘못 했어…”

 "우리 이혼 안 해, 나 혼자 두지 마…"

 지훈은 돌연 마른 체구의 남자가 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무너져 통곡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숨이 막혔고, 머리가 깨질 듯 한 날카로운 소리가 주위의 모든 소리를 덮었다.

 “지훈 씨”

 그가 고개를 들자, 성연은 포대기를 안고 그의 앞에 서있었다. 그녀는 담담한 웃음을 띠고 그에게 다가왔다. "우리에게 또 아이가 생겼네요. 봐요, 얼마나 당신을 닮았는지"

 성연은 아이를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

 그러나 아이는 피투성이의 살덩어리였다.

 지훈은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 앉았다. 안색은 점점 창백해졌고, 온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희승이 그에게 다가왔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의사는 시계를 닫고 소파에 앉았고, 희승은 그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최면은 효과가 없는 건가요? 왜 대표님이 이렇게 놀라실까요?"

 의사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기억장애는 뇌의 외상 후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 선생님의 경우 최면에 방해가 될 수 있고, 잠재의식에서 피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희승은 멍했다. 대표님의 잠재의식에서 피하고 싶은 일?

설마…

 희승은 경호원들에게 의사를 경호하라고 지시했다. 큼직한 응접실에 지훈의 모습이 쓸쓸히 잠식되어 있었다.

 희승은 커튼을 열어 실내를 밝혔다. 황혼의 빛은 소파 앞쪽으로 떨어졌고, 떨어지는 빛에는 많은 먼지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대표님…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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