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영은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져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허둥지둥 도망쳤다.강성연 사무실에 도착한 뒤에도 송아영은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바로 소파에 주저앉았다.작업실에서 나온 강성연은 송아영의 넋 나간 표정을 보고 빙긋 웃었다.“무슨 일 있어?”송아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커피를 테이블에 놓았다.“너, 너 거야......”커피를 든 강성연은 송아영이 말을 더듬는 걸 발견했다.“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놀라는 거야?”“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커피를 포장하는 길에 한성연을 만났고 하마터면 싸울 뻔했어.”강성연은 커피를 들고 의자에 앉았다.“그것뿐이야?”송아영은 입술을 깨물었다.“응.”“그런데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간거야?” “더워서 그런 거야!”송아영은 버럭 화를 냈다. 강성연은 그녀의 이상한 표정을 눈치 채고 한참 동안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한성연과 싸운다 하여도 송아영은 이러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모습을 보아하니...... 마음에 켕기는 것이 있는 듯하였다.“참, 성연아, 인터넷에서 떠들고 있는 카피는 뭔 소리야?”송아영은 강성연이 눈치챌까 두려워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강성연은 무심하게 자료를 보며 대답했다.“동종업자들의 경쟁인 거지. soul에서 새로 출시한 커플 액세서리가 인기를 얻으니 질투하는 거야.”송아영은 의아해 했다.“어느 주얼리 회사인 건데?”강성연은 고개를 들면서 웃었다.“요즘 인기를 좀 얻은 주얼리 회사인데 나디아라고 해.”나디아는 예전 위너 주얼리처럼 창립된 지 오랜 회사였지만 케이트, 티파니 몬드, 티어 주얼리처럼 유명하지는 않았다.최근 몇 해 동안 나디아는 티어 주얼리와 soul 주얼리를 누르고 티파니 몬드에 도전하고 있었다. 겨우 주얼리 업계의 TOP 3가 된 나디아는 당연히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soul 주얼리는 판매량이 어마어마하고 상류층 사모님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케이트처럼 개인 맞춤 제작도 했다. 맞춤 제작한 주얼리는 하나뿐이라 다른 사람과 같은 걸 사용
하지만 대부분 네티즌들은 카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비록 풍격은 비슷하지만 그만의 특색이 있어 카피라고 확정할 수 없었다. 그들은 도리어 왜 카피라고 단정하느냐고 반문했다.아마 나디아 주얼리에서도 soul 주얼리가 계속 인기 검색어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손을 쓰려고 했다.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거금을 들여 이 인기 검색어를 올려놓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디아가 2배의 가격을 내면 상대는 4배를 냈고, 거금을 들여 인기 검색어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강성연이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보고 있을 때 반크가 걸어 들어왔다.“성연아, 나디아가 검색어를 포기한 것 같아. 이제는 돈이 없을 거야.”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돈은 없지만 다른 수단을 쓸 가능성이 있어요.”강성연이 나디아와 자본 전쟁을 할 때 반지훈은 돈으로 한 씨 가문을 부도내고 있었다. 연희승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부부는 집의 재산을 다 탕진하려는 건가?가여운 한수찬은 한 씨 가문의 주식이 이틀 만에 폭락한 이유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너무 조급해 구 씨 가문과의 결혼도 토론할 여유가 없었다.한수찬은 아들 한지욱에게 전화를 해 친구인 구천광 혹은 육예찬에게 도움을 빌라고 했지만 한지욱은 거절했다. 그리하여 한수찬이 화병으로 입원했다 한다.강성연은 단톡방에서 한수찬이 회사 주식이 폭락하여 화병으로 입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김 아기: 누가 한 씨 가문에게 복수하는 거 아니야? 이틀 동안 주식이 이렇게 폭락하다니?][풀잎: 한성연은 울먹거리던 걸, 구 씨 가문에 시집가지 못할 것 같아.][소담: 누군가가 한 씨 가문을 겨냥한 것이 분명해, 아니면 이 정도로 폭락하지 않을 거야. 우리 기업의 주식이 이 정도로 폭락하면 아빠는 구걸하러 갈 지도.][김 아기: 설마 반지훈 대표님이 아닐까? 그때 한성연이 아버지와 함께 반지훈 대표님을 속였잖아.]강성연은 이 문자를 보고 풉 웃었다.그녀는 곧 연희승에게 문자를 보내 한 씨 가
“난 그게 안돼.”반지훈은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후 거칠게 키스를 했다.벌써 늦가을에 들어섰는지 어젯밤 큰 비에 날씨는 갑자기 추워졌다. 노랗게 물든 낙엽은 축축히 젖은 채 물웅덩이에 둥둥 떠있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아이들을 사립 학교에 보냈다. 강성연을 soul 주얼리로 배웅하는 길에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반지훈에게 기대 졸고 있었다.반지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아직도 피곤해?”“네.”강성연이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당신 탓이잖아요.”그는 웃으면서 그녀에게 귓속말을 했다.“당신 탓이지.”강성연은 고개를 들더니 그의 어깨에 턱을 괴면서 바라보았다.“제가 당신더러 하룻밤에 두 번이나 하라고 한 건 아니잖아요.”기억을 잃은 반지훈은 절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력까지 왕성해 강성연은 정말 죽을 뻔했다.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의기양양했다.이때 강성연의 전화가 울렸다. 반크 아저씨는 큰 일이 없으면 이른 아침부터 그녀에게 전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전화를 받았다.“반크 아저씨?” “성연아, 인터넷에 여론이 변했어, 나디아는 우리가 카피한 걸 증명하려고 힘을 쓴 것 같아.”반지훈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카피?”강성연은 다가오려는 반지훈을 밀치려고 했지만 반지훈은 그녀의 손목을 잡으면서 지그시 바라보았다. 마치 알려주지 않으면 아주 화낼 거라는걸 표현하는 듯하였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반크에게 몇 마디 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반지훈의 준수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면서 물었다.“인터넷에서 저의 디자인이 카피한 거라고 해요. 여보, 절 믿을 거죠?”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녀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볐다.“당연히 내 아내를 믿지, 어느 놈이 감히 내 아내가 카피했다고 하는 거야. 연희승, 지금 당장 알아내.”운전을 하고 있던 연희승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강성연이 풉 하고 웃었다.“벌써 조사했어요. 동종 업계 회사
#soul태도 정말 역겹네.#반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성연아, 오늘 soul 주얼리의 판매량이 또 10% 정도 떨어졌어. 회사는 이미 환불 전화를 몇 통이나 받았어.”강성연은 눈을 깜박였다.“보아하니 저희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것 같군요.”“그렇다면 넌 어떻게 할 건데?”반크는 강성연이 이유가 있어 신분을 밝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강성연은 패드를 그에게 건네준 후 휴대폰을 꺼냈다.“나디아가 저희 soul 주얼리가 카피했다고 모함하니 저도 반격을 해야지요.”인터넷에서 카피 루머가 파다하게 퍼지고 있을 때, 인터넷에 #나디아 짝퉁#이라는 검색어가 올라왔다.나디아 주얼리가 부실 제작한 짝퉁 주얼리를 고가로 팔며 zora가 별세했다는 헛소문을 퍼뜨린다고 폭로한 글이었다. 그리고 나디아 주얼리 대표가 술집에서 여자에게 술을 강요하는 스캔들도 낱낱이 폭로되었다.연이은 파격 폭로에 더 이상 네티즌들의 시선은 soul 주얼리에게만 집중되지 않았다. 나디아 주얼리 대표가 어린 소녀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폭로한 사진 속의 소녀들은 억지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인지라 심지어 경찰까지 출동했다.반크는 인터넷의 인기 검색어를 보면서 놀라 했다.“성연아, 네가 어떻게 이 일들을 알고 있었던 거야?”강성연은 빙긋 웃었다.“단톡방 덕분이지요.”한 시간 전 그녀는 “단통방”에서 나디아 대표에 대한 일을 물었고, 단톡방에 있는 아가씨들이 soul 브랜드 주얼리를 주문하면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약속했다. 예약할 때 단톡방의 닉네임만 남기면 되었다.상류층 아가씨들은 평소에 인맥이 매우 넓기 때문에 기자들도 모르는 정보까지 알고 있었다.단톡방에 있던 아가씨 몇 명은 나디아 주얼리 대표에 대한 인상이 좋지 못했다. 그녀들은 가끔 그 대표가 술집에서 소녀들에게 술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마침 단톡방에 티어 그룹 도련님의 전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티어 그룹 도련님에게서 나디아가 티어
연희승은 그저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수찬은 이미 화병으로 입원했고 다음 차례는 나디아 대표일 거다.반지훈 대표는 아마 그들의 평생 악몽으로 될 거다.......구 씨 저택.구천광이 거실에 들어서자 집사가 그에게 몇 마디 했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서재로 걸어갔다.구천광은 노크한 후 문을 열었다.“아버지, 절 찾으셨어요?”구세준은 신문을 내려놓고 안경을 벗었다.“네가 반지훈더러 한 씨 가문에 손을 쓰라고 한 것이냐?”구천광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는 정말 저와 한수찬 딸을 결혼하게 만드실 생각이셨어요?”“넌 이미 서른도 넘었어, 시간이 없어.”구세준은 테이블에 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이전에 네가 연예계에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피울 때 나와 너의 할아버지는 참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은 고려해봐야 해.”“고려해 볼게요.”구천광은 테이블 앞으로 걸어가더니 두 손으로 테이블을 지탱하면서 구세준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절대 한성연 같은 여자는 아니에요.”구세준은 가늘게 눈을 뜨면서 물었다.“설마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저의 혼사에 참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구천광은 눈을 내리깔았다.“제가 어떤 여자를 찾던지 저의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구세준은 커피잔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을 좀 주었다.“천광아, 네가 아버지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어 정말 기뻐.”구천광은 멈칫했고 순간 눈빛이 암울해졌다.“네가 어떤 여자와 결혼하든 가정만 깨끗하면 아버지가 너의 할아버지를 설득해 볼게.”“연예계 여자라도 괜찮아요?”구세준은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곧 얼굴이 굳어졌다.구천광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를 빤히 보다가 몸을 돌려 서재에서 나갔다. 그가 문을 여니 숙모인 손유린이 서재 밖에 서있었다.손유린은 조금 멋쩍은 표정으로 웃었다.“천광아, 돌아왔어?”구천광은 그녀의 손목에 퍼런 멍 자국을 발견했다. 손유린은 그의 시선을 느끼고 재빨리 소매를 내렸다.구천
송아영은 강성연의 손을 잡고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성연이는 반지훈 대표의 아내예요!”두 여자는 깜짝 놀랐다.웨이터가 음식을 올리자 송아영은 강성연에게 그녀들을 소개해줬다. 레게 머리에 호피 무늬 외투를 입은 여자가 바로 단톡방의 소담이였다.소담이의 이름은 그녀의 성격과 매우 어울리지 않았으며 소담이의 아버지는 로얄 변호사 사무사의 유명한 변호사였다. 비교적 섹시하고 육감적으로 생긴 여자는 바로 단톡방의 김 아기인 김아린였다. 김 씨 가문도 구 씨 가문처럼 정치계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김아린의 아버지는 실무직을 내려놓은 전 국회의원이었다. 단톡방에서 송아영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소담이와 김아린의 진짜 신분을 모르고 있었다.강성연은 빙긋 웃었다.“당신들의 진짜 신분은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어요.”김아린은 요리를 집으면서 말했다.“저와 소담이도 당신의 진짜 신분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소담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나디아 주얼리는 지금 당신에게 완전히 당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전 그 대표가 정말 싫었거든요. 만약 우리 아버지가 그 사건을 맡았던 거라면 꼭 구속됐을 거예요.”강성연은 그녀들과 식사를 하면서 점차 친해졌다. 김아린과 소담은 모두 견식이 넓은 상류층 아가씨였기 때문에 보통 재벌 아가씨들보다 더 대범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강성연은 그녀들과 식사를 하는 것이 매우 편안했다.식사는 저녁 9시까지 이어졌고 송아영과 강성연은 그녀들을 레스토랑 입구 까지 배웅했다.김아린은 차 앞에 서서 그녀들에게 말했다.“차가 왔으니 그만 배웅해도 돼요. 다음에 시간 있으면 다시 만나요.”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조심히 들어가세요.”그녀들의 차가 떠난 걸 지켜보던 송아영은 강성연의 팔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어때, 내가 괜찮은 사람들을 소개시켜줬지?”강성연은 그녀와 어깨 동무를 하면서 답했다.“확실히 배경이 단단한 사람들이네. 어떻게 저 아가씨들과 알게 된 거야?”일반적인 상류층 아가씨들은 그녀들과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단톡방에
강성연은 그에게 바짝 붙으면서 목을 그러안았다.“지금 달래고 있잖아요.”반지훈은 그녀의 입술을 깨물면서 한 손으로 단추를 풀었다.“이걸로 부족해.”강성연은 그의 셔츠를 벗겼다.“속이 좁긴, 친구와 밥 먹는 것도 질투해요?”강성연은 그녀를 테이블 위에 앉혔다.“내가 창피해?”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그럴 리가요......”“그럼 날 공개하기 싫은 거야?”강성연은 멈칫했다. 그의 싸늘하고 투명한 노란색 눈동자를 보니 마치 예전의 반지훈을 보는 듯하였다.반지훈은 손을 멈추더니 일어섰다.“정말 다른 사람들 한테 우리의 일을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야?”그는 개의치 않는 게 아니라, 사실 엄청 신경 쓰고 있었다. 외부는 그들의 결혼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그는 마치 강성연 배후의 남자처럼 얼굴 없이 살아야 했다.강성연은 불안해져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반지훈씨......”“성연아, 넌 내가 기억이 회복되면 알려주겠다고 했잖아. 하지만 내 기억이 계속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해? 평생 나의 존재를 숨길 거야?”반지훈은 매우 침착해 보였지만 눈빛은 매우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다. 강성연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그녀는 반지훈이 기억을 잃었을 뿐 바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외부에 덮인 일들, 강성연이 절대 언급하지 않는 일들, 반지훈은 모르고 있어도 의심을 할 것이다.반지훈이 일어서자 강성연은 그의 팔을 잡았다.“반지훈씨, 전 당신을 감춘 적이 없어요.”반지훈은 몸이 굳어졌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강성연은 옷을 여미고 그의 앞에 섰다.“당신에게 예전의 일을 알려주지 않는 건 당신에게 영향이 가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3년 전의 일을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요.”반지훈은 조금 굳은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는 아직까지도 심리치료 과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잠재 의식은 이것이 3년 전 그들의 이혼과 관련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심지어 그는 심리적인 암시로 예전의 화면을 보기도 했었다......그건 숨
붉은 머리는 담배꽁초를 땅에 던지더니 부하들더러 반크를 벽에 밀치게 했다.그가 포장한 야식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건달들은 들고 있던 몽둥이로 반크의 손과 몸을 집중적으로 가격했다.반크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으며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두 손이 고통에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는 빌지 않았다.붉은 머리는 그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반크의 등을 밟다가 다시 또 손바닥을 밟았다.“늙다리, 참을성이 좋은데?”그는 부하에게서 몽둥이를 건네 받더니 왼팔을 가리키며 말했다.“누군가가 너의 손을 부러뜨리라고 해서 말이야. 당신이 자초한 짓이니 날 원망하지 마.”그는 이렇게 말한 후 험악한 표정으로 몽둥이를 들었다.별안간 차 한대가 골목 밖에 멈춰 서자 헤드라이트에 눈이 부셨다. 귀를 자극하는 경적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겁이 나서 침을 퉤 하고 뱉은 후 재빨리 사라졌다.반크는 힘없이 벽에 기댔고 온몸이 골절된 것처럼 아팠다. 차에서 코트를 입은 중년 여성이 그를 향해 걸어 오는 게 흐릿하게 보였다.“괜찮으세요? 저기요?”강성연은 휴대폰 벨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은 새벽 3시, 그녀는 흐리멍덩한 기분으로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로 상대가 뭐라고 말했는지 그녀는 번쩍 정신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느 병원이에요?”그녀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일어섰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반지훈도 스탠드를 켜고 일어나 앉았다.“왜 그래?”강성연은 옷방에 가서 외투 하나를 걸치면서 말했다.“반크 아저씨가 부상을 입고 입원했다고 해요. 가봐야 겠어요.”반지훈도 이불을 걷고 일어섰다.“같이 가줄게.”강성연과 반지훈은 병원에 도착했다. 강성연은 부랴부랴 걸어가 병실의 문을 열었다.병실 안, 반크는 침대에 앉아있었는데 얼굴에는 멍 자국이 선명했고 두 팔은 모두 깁스를 하고 있었다.침대 곁에 서있던 중년 여성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반크를 병원에 데려온 여성은 매우 부드러워 보였고 옷차림도 수수하고 단아했다.“반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