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연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그러면 지훈 오빠한테 제가 찾아왔다고 얘기해주세요.”직원은 참을성 있게 미소를 띤 채로 대답했다.“한성연 씨,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저희는 대표님께서 내리신 명령을 수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성연 씨께서 직접 대표님께 전화하시는 게 좋겠어요.”한성연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휴대폰을 꺼냈지만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 그녀에게는 반지훈의 연락처가 없었다.저번에 회사로 찾아와 같이 밥 먹으려고 할 때는 봤었는데 왜 이번에는 보지 못하는 걸까?바로 그때, 반지훈이 때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은 희승이 아니라 젊은 단발머리 여자였다.그 여자는 정장 대신 중성적인 캐주얼한 차림을 하고 있었고 얼굴은 소년처럼 수려했다.“지훈 오빠!”한성연은 반지훈을 보자 곧장 그에게로 달려갔다. 높은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일부러 발을 접질린 척하며 반지훈을 덮치려했지만 그녀는 넘어지지 않았다.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쥐어 그녀의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이다.한성연은 살짝 당황하며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잡고 있는 지윤을 보았다. 그녀는 화가 난 얼굴로 지윤을 보았다.“이거 놔요.”지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놓았고 한성연은 비참하게 반지훈의 코앞에서 자빠졌다.한성연은 몸을 일으키며 성질을 부리려고 했는데 반지훈이 꼼짝하지 않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서러운 얼굴로 말했다.“지훈 오빠, 이 여자가 나 괴롭혀. 나 넘어져서 너무 아파.”그러면서 바닥에 쓸려서 피가 나는 손바닥을 보여주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반지훈은 쳐다보지도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아파?”한성연은 그가 자신을 걱정한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응, 엄청 아파.”“아파야지, 그럼.”한성연은 당황스러웠다. 반지훈의 싸늘한 눈빛을 보는 순간 그녀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지훈 오빠...”그는 차갑게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한성연, 난 바
“반 대표님, 한성연 씨가 대표님에게 마음이 있나 봅니다. 방법을 좀 생각하셔야 할 것 같아요. 강성연 씨께서 또 질투하실 수도 있습니다.”희승이 일깨웠다.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나한테 아내가 있다는 걸 모르는 거야?”그는 희승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성연이가 몰래 결혼해서 아무도 모르는 거야?”희승은 당황했다.반지훈은 3년 전 일을 잊었고 어르신은 반지훈에게 불리한 기사들을 전부 막았다. 그리고 회사 내부 직원들도 반지훈 앞에서 강성연의 이름을 꺼낼 수 없었다.물론 그 금지령을 내린 건 반지훈 본인이었다.그러나 현재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희승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괜한 생각 하지 마세요. 강성연 씨께서도 거론하지 않는 건 대표님을 위해서입니다.”“뭘 위해서인데?”반지훈은 시선을 내리뜨렸다. 책상 위에 놓인 그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분명 그때 성연이에게 이혼을 강요한 일이랑 관련이 있는 거지? 난 하루빨리 기억을 되찾고 싶어. 내가 기억을 찾는 데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희승아, 지금 당장 Z국에서 가장 뛰어난 심리상담사에게 연락해. 최면을 할 거야.”그는 자극적인 수단을 통해 강제로 기억을 되찾을 생각이었다.*한씨 저택.“아빠, 반지훈이 기억을 되찾은 것 같아요. 제가 그에게 거짓말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이제 어떡해요?”한성연은 아버지 한수찬에게 보고했고 한수찬은 다급히 신문을 내려놓았다.“기억을 되찾았다고?”한성연은 확신할 수 없었다.“그런 것 같아요.”한수찬은 딸을 반씨 집안에 시집 보내고 싶었다. 어차피 반지훈은 이혼했고 아이가 있다지만 방해가 되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기억을 되찾았다면 방법이 없었다. 오히려 반씨 집안의 미움을 살지도 몰랐다.“그러면 포기해. 네 오빠가 윤씨 집안 딸이랑 결혼하면 좋은 자리 알아봐 줄게.”“싫어요!”한성연은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서울시에 반지훈보다 더 나은 남자
가장 중요한 건 한성연이 이 말을 자신의 친한 친구에게 얘기했고 그 친한 친구가 때마침 단톡방에 있어 채팅 기록을 전부 캡처해 그들에게 보냈다는 거다. 송아영은 화면을 보면서 웃겨 죽을 것 같았다.강성연은 답답하단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너희 그 바닥도 참 혼란스럽네.”“그건 한성연이 이 바닥에서 평판이 좋지 않아서야. 다들 겉으로는 친한 척하는데 사실 몰래 헐뜯고 다녀.”송아영은 말을 마친 뒤 두 손으로 턱을 받치면서 눈을 깜빡였다.“난 그냥 재밌는 일 있으면 구경하는 거야. 단톡방에서 거의 말 안 해. 가끔가다 보면 기자들도 모르는 내용도 알게 된다니까.”강성연은 문득 궁금해졌다.그녀는 핸드폰을 들며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러면 나도 그 단톡방에 초대해줄래?”송아영의 얼굴에서 서서히 미소가 사라졌고 대신 놀라움이 드리워졌다.송아영은 강성연을 단톡방에 초대했다.단톡방 이름은 ‘서울시 미혼녀들 모임’이었는데 백여 명 정도 있었다.강성연은 이름을 앨리스라고 고쳤고 송아영이 초대한 거라 의심받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앨리스라는 이름이 조금 익숙할 뿐이었다.김 아기가 말했다.“어느 앨리스죠?”송아영이 대답했다.“soul주얼리 디자이너 앨리스예요.”정윤이 말했다.“너 부활한 거야?”송아영이 대답했다.“그게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내가 새로 초대한 친구니까 다들 상냥하게 대해줘.”앨리스가 송금 봉투를 보냈고 단톡방이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다.송아영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성연아, 돈이 많아서 쓸데가 없으면 나한테 주지.”강성연은 돈을 꽤 많이 보냈으면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들었다.“앞으로 잘 부탁해요.”송아영은 입을 비죽였다.“넌 단톡방에 몰래 숨어들어서 정보를 얻어낼 생각인 거잖아.”강성연은 웃었다.“그러면 안 돼?”송아영은 대꾸하지 않았다.저녁, 반씨 저택.강성연은 침대 위에 엎드려 단톡방 채팅 기록을 보았다.단톡방에 들어간 건 좋은 선택이었다. 송아영이 말한 것처
강성연은 그의 손에 깍지를 끼면서 그와 깊은 애정을 나누었다. 강성연은 아리따운 얼굴과 몽롱한 눈빛으로 그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우리 결혼사진 찍을 생각이에요?”반지훈은 땀을 흘리며 그녀를 꼭 안더니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땀방울이 그의 눈썹뼈를 따라 강성연의 눈가에 떨어졌다. 마치 눈물점을 찍은 것처럼 뜨거웠다.“저번에는 별로 내켜 하지 않았잖아?”강성연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내가 언제요?”반지훈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팔뚝에 핏줄이 불거졌고 강성연은 숨이 가빠 말이 뚝뚝 끊겼다.“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요?”반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은 뒤 그녀의 귓가에 입을 맞추고는 작게 웃었다.“알겠어. 날이 밝으면 찍으러 가자.”다음 날, 웨딩 촬영 스튜디오.강성연은 메이크업 룸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고 스타일리스트가 그녀의 머리를 만져주면서 이따금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두 시간 뒤, 강성연은 블랙과 화이트가 어우러진 웨딩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검은색 머리카락은 공주처럼 땋아 올렸고 머리에 검은색 화관을 쓰고 있었으며 목에는 검은색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신성한 흰 웨딩드레스는 검은색 베일로 덮여 있어 거룩하면서도 신비롭고 고귀하면서도 차가워 보였다.직원은 그녀의 뒤에서 커튼을 젖혔고 몸을 돌리자 그녀의 모습이 반지훈의 시야에 들어왔다.어두운 색이 잘 어울리던 반지훈은 잘 재단된 흰색 슈트를 입고 있었다. 흰색 슈트는 그의 우아하고 남다른 분위기를 돋보이게 했고 그의 날카로운 이목구비에 부드러움을 더해줬다.반지훈은 강성연을 응시했다. 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강성연은 드레스를 들고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고 그의 품에 안겼다. 그녀는 반지훈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우리 남편 흰색 입으니까 엄청 멋있네요.”반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내 아내도 여전히 아름답네.”사진을 찍을 때가 되자 강성연과 반지훈은 협조를 아주 잘했다. 두 사람은 애정을
예상외로 강역은 그 돈을 가지고도 도박을 하러 갔고, 전날 밤 4천만원 이상을 벌었다. 그는 현지 친구들을 클럽에 초대해 술을 마셨고, 하룻밤만에 약 천만원을 썼다. 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만약 강역이 그 돈으로 다시 사업을 한다면, 은밀히 그에게 자금을 대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고, 그녀는 그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었다. 과거에도 그는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항상 잘해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그가 이렇게 무너졌으니, 그녀로써도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경호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 이 사실을 안 강 노부는 화가 나서 강역의 셋방으로 달려갔다. “나보고 돈 없다, 돈 없다 하더니, 감히 도박에 클럽이나 가서 술이나 퍼마셔?” 강역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어젯밤 숙취에 취해 이제야 술이 깨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질책에도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친구가 빌려 준 돈으로 도박해서 제가 벌었는데, 클럽에서 돈 좀 쓴게 뭐 어때서요?” “넌 네 애미랑 자식도 생각 안하냐, 그런 양아치 친구들이 가족보다 중요해?” 강 노부는 화가 나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다. 강역은 담배를 땅에 버리고 일어섰다. “네, 걔들이 더 중요해요. 말만 어머니지, 솔직히 지금까지 저한테 해준게 뭐가 있어요? 그리고 강현도 그래요, 그동안 어머니에게서 안 좋은 것만 보고 배웠는데, 이제와서 저한테 버리시기까지 하시게요?” 그는 빈정거리며 말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신 같은 엄마도, 그 쓸모 없는 아들도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강 노부는 동공이 움츠러들었고, 화가나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너,,,너 뭐라고 했냐?” 강역은 소파에 앉았다. “내 인생의 불행은 모두 어머니가 자초한 거예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어머니에 대해 저도 오랫동안 참았어요. 이제부터 나는 어머니가 죽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어머니나 강현이나, 이젠 죽든 말든 나와 아무 상관 없어요!” 강 노부는 몸을 떨었고 얼굴은 순식간에 창
강 노부는 순간 숨이 막혔다. “어떻게 그래, 고작 몇 만원도 못 낸단 말이냐?” 강현이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자 강 노부의 얼굴빛이 변했다. "현아, 그 돈…너 다 썼니?"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강 노부는 화가 나서 그에게 노발대발하였다. "어떻게 그 돈을 함부로 쓸 수 있어, 너 그 돈 가져다 어디에 썼어?" 그 돈은 여행사를 팔아 얻은 돈이고, 아직 수천만원이 남았을 터이다. 그들은 진성 강가네에서 서울시까지 와서, 저렴한 호텔에 임대해 있었는데, 모두 강진의 유산을 받기 위해서였다. 평소 돈을 카드에 넣어뒀는데, 그녀는 어디서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 손자에게 맡겼다. 어쨌든 그녀는 자신의 손자가 그녀의 말을 들을 것이라고 믿었고 감히 그 돈을 함부로 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수천만원이 갑자기 사라졌으니, 그녀가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강현은 불만을 터뜨렸다. “그 돈은 저 장가갈 때 쓰는 거에 허락하셨잖아요, 결국 그 돈이 제 돈인데, 제가 어떻게 쓰든 제 일이죠!” “현아!” 강 노부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게 어떤 돈인데 그건 너 장가갈때 써야할 돈인데, 그걸 네가 다 써버렸다니, 네가 어떻게… 네가 어떻게 지금 그 돈을 다 쓸 수 있어! 할머니에게 말해봐라. 그 돈 다 어디다 썼어!” 강현은 돌연 할머니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변명할 수 없었다. “아…아는 여자가 한 명 있는데…제가 많이 좋아해요…”강 노부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너… 이 망할 놈아, 그 여자한테 돈을 다 썼어?"강현은 황급히 해명했다. "할머니, 수정이는 정말 좋은 여자예요. 아버지가 빚을 져서 딸까지 팔려고 하길래 제가 불쌍해서 수정이에게 돈을 빌려주고 아버지 빚을 갚으라고 했어요. 수정이도 약속했어요, 그 돈 다시 저에게 돌려줄 거에요” 강 노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침대에 쓰러져 울음을 터뜨렸다. “이 못난 놈아, 내가 한 평생 키운게 이런 못난 놈이라니!” * "수정?" 창가에 서서 통화로 경호원의
그는 어둠 속에 서있었고, 조금의 빛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의사는 손에 든 괘종시계를 보고 희승이 건네준 종이 한 장을 집어들었다. "사고현장, 보이세요?" 사고 현장? 지훈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의사는 또 한번 암시해주었다. “부인이 타고 계시던 차에 사고가 났고, 선생님은 현장에 갔어요” 어둠 속에 서 있던 지훈의 몸이 굳어 있었고, 멀지 않은 곳의 흐릿한 불빛을 느낀 그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희미한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성연아, 성연아 내가 잘못 했어…” "우리 이혼 안 해, 나 혼자 두지 마…" 지훈은 돌연 마른 체구의 남자가 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무너져 통곡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숨이 막혔고, 머리가 깨질 듯 한 날카로운 소리가 주위의 모든 소리를 덮었다. “지훈 씨” 그가 고개를 들자, 성연은 포대기를 안고 그의 앞에 서있었다. 그녀는 담담한 웃음을 띠고 그에게 다가왔다. "우리에게 또 아이가 생겼네요. 봐요, 얼마나 당신을 닮았는지" 성연은 아이를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 그러나 아이는 피투성이의 살덩어리였다. 지훈은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 앉았다. 안색은 점점 창백해졌고, 온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희승이 그에게 다가왔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의사는 시계를 닫고 소파에 앉았고, 희승은 그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최면은 효과가 없는 건가요? 왜 대표님이 이렇게 놀라실까요?" 의사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기억장애는 뇌의 외상 후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 선생님의 경우 최면에 방해가 될 수 있고, 잠재의식에서 피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희승은 멍했다. 대표님의 잠재의식에서 피하고 싶은 일? 설마… 희승은 경호원들에게 의사를 경호하라고 지시했다. 큼직한 응접실에 지훈의 모습이 쓸쓸히 잠식되어 있었다. 희승은 커튼을 열어 실내를 밝혔다. 황혼의 빛은 소파 앞쪽으로 떨어졌고, 떨어지는 빛에는 많은 먼지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대표님… 괜찮
그를 원망하지 마. “지훈 씨!” 한 외침이 그를 혼돈의 의식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그는 천천히 눈앞에 있는 사람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그가 본 그 원망 가득한 성연이 아니라 그를 걱정하고 사랑해주던 성연이었다. 성연은 차가운 그의 뺨을 두 손으로 덮고 몸을 숙여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지훈 씨, 괜찮아요? 겁주지 마요" 지훈은 그녀를 힘껏 품에 안았다.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고, 그녀의 따스한 실제의 체온이 느껴지자 비로소 마음속의 한기가 점차 사라졌다. 희승이 차를 몰고 반가 저택으로 돌아갔고, 지훈은 피곤한 듯 성연의 어깨에 기대었다. 성연은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남자를 돌아보았다.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희승은 정신과 의사가 그에게 심리적 암시를 준 후 많이 놀란 것 같다고 말했다. 무의식적으로 저항하고, 도피하는 일, 그때의 그 사고… 그가 아이의 일을 받아드릴 수 없는 걸까? S국에 있을 때 직접 말을 꺼냈지만 당시 지훈의 얼굴에선 놀람을 제외하고 별다른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그녀 앞에서 감정을 억눌렀던 것일까? 그의 현재 상황에서, 정말 이 일을 그에게 말한다면 그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최면을 끝내고 돌아간 후, 그는 그날 밤 열이 났다. 성연은 그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침대 옆에 앉아 뜨거운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아주었다. 그의 자는 모습은 매우 불안했다. 입으로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성연은 그의 뜨거운 손을 잡고 옆에서 위로했다. "저 여기 있어요, 괜찮아요, 어서 자요" 그녀의 대답을 들었는지, 지훈의 호흡이 한결 누그러졌다. 잠옷 차림의 두 아이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 아빠 또 아프세요?" "아빠 지금 정말 약하시다" 성연은 그들의 머리를 문지르며 마지못해 말했다. "너희 아빠가 아무리 대단해도 신은 아니야. 그냥 열이 있을 뿐이야, 너희처럼 약 먹고 자고 나면 괜찮아지실 거야" 해신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래도 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