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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반지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차는 천천히 장도 별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반지훈은 아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아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기는 했다.

다행히도 강시언이 그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고 먼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반지훈은 지금 17살 이전의 기억만 갖고 있으니 여덟 살 넘는 남자아이와 이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들 부자를 힐끗 쳐다본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희승에게 물었다.

“17살의 반지훈 씨는 저런 모습이었나요?”

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희승은 어쩐지 그리운 얼굴이었다.

“대표님은 예전에 저런 모습이셨어요. 대표님 어머님께서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요.”

강성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반지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의 반지훈은 차갑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기억을 잃어서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적어도 잠재의식 속에는 그들이 존재했다.

그가 어떤 모습이든 그가 반지훈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반지훈은 장도 별장이 낯설었다. 별장으로 돌아온 뒤 그는 주위를 한참 동안 둘러보다가 강성연에게 물었다.

“우리 방은 어디 있어?”

우리 방이라는 말에 강성연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희승에게 짐을 부탁한 뒤 반지훈의 앞에 섰다.

“우리 방이 아니라 당신 방이에요. 날 따라와요.”

반지훈은 강성연의 뒤를 따르며 미간을 팍 구겼다.

“부부라면 같은 방에서 지내야 하는 거 아니야?”

강성연은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죠. 우리는 부부였지만 3년 전 당신이 내게 이혼하자고 한 뒤로 따로 살았어요.”

반지훈의 눈동자에 티 나지 않게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강성연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방에 도착한 뒤 반지훈은 주위를 쓱 둘러본 뒤 미간을 구겼다. 확실히 여자와 함께 살았던 흔적은 전혀 없었다.

강성연은 뒷짐을 진 채로 그에게 다가가 웃어 보였다.

“왜요? 설마 나랑 같이 지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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