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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나한테서 그 항체를 가지고 싶은 건 아니지?”

X는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그의 핑계를 까발렸다. 아리는 다소 난감한 얼굴이었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X는 몸을 일으켜 탁자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두 손으로 탁자를 짚으며 말했다.

“그 항체는 줄 수 있어. 하지만 내게 약속 하나 해줘야겠어.”

노크하려던 수지는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X가 메트로폴리탄의 헨리라니!

심지어 그는 반지훈을 치료할 수 있는 항체를 갖고 있었다.

수지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무언가 떠올린 그녀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만약 그녀가 항체를 손에 넣어 반지훈을 구한다면 정정당당하게 반지훈과 함께 있을 수 있을 거다.

강성연은 3년 전 불이 났었던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 아파트는 한인 타운에 있는 아파트였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아파트는 완전히 새로워졌지만 사람이 타죽은 적이 있다 보니 창고나 다름없이 변했다.

그녀는 집주인에게 물었다.

“저 방에서 살던 수지 씨, 전에 누군가와 접촉한 적이 있나요? 예를 들면 친구요.”

집주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있어요. 아직 기억해요. 수지 씨가 당시 얼굴을 다친 여자를 집에 데려온 적 있는데 그 여자는 집 밖에 거의 나가지 않았어요. 가끔 나오긴 하는데 얼굴을 꽁꽁 싸매고 나왔어요.”

강성연은 시선을 내리뜨렸다.

“그 여자에 대해 기억하시나요?”

집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네요. 그리고 얼굴도 잘 보지 못했어요. 그냥 키가 큰 한국인인 것만 기억해요.”

집주인이 떠나고 난 뒤 강성연은 복도에 멈춰 서서 떠나지 않았다. 그 층은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었고 복도는 새롭게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지만 천장에 거뭇거뭇한 흔적이 있었다.

얼굴을 잃어 꽁꽁 싸매고 있는 한국인. 3년 전의 화재로 수지가 타죽었다면 그 여자는 수지의 신분을 대신했을 거다.

강성연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녀가 수지의 신분을 대신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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