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건너편의 사람이 뭐라고 하자 수지가 대답했다.“아리 씨는 레겔 씨를 도울 생각이 없었어요. 오직 저만이 도울 수 있어요. 제가 X에게 있는 항체를 손에 넣어 반지훈을 구한다면 사람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이제는 당신들이 이 거래를 할지 말지에 달려있어요.”수지는 전화를 끊은 뒤 고개도 돌리지 않고 복도를 떠났다. 복도에서 나온 지윤은 병실로 들어가는 사람을 서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강성연은 차 안에 앉아서 차창을 반쯤 내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지윤이 병원에서 나와 차에 올라타자 강성연이 물었다.“수지 씨는 아직 떠나지 않은 건가요?”“네.”지윤이 대답했다.강성연은 시선을 내렸다. 비록 반지훈이 일부러 수지에게 관심 있는 척 보여 수지가 자신에게 기회가 있다고 착각하게 할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설마 반지훈의 곁에 착 달라붙어 떠나지 않으려는 것일까? 여자와 남자가 단둘이 병실에 있다니, 혹시나 수지가 참지 못하고 달려든다면 지금 반지훈의 상태에 그녀를 밀어낼 수 있을까?스스로 괴로움을 자초한 꼴이었다.“아가씨, 수지 씨가 헨리 씨의 신분을 알아냈습니다.”그 말에 강성연이 위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라졌다.“그녀가 어떻게 안 거죠?”“조금 전 수지 씨가 레겔의 사람에게 연락했습니다. 그녀는 헨리 씨가 X라면서 그의 손에 새로운 항체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항체를 얻을 생각인 듯합니다. 아마 내일쯤 움직일 것 같습니다.”지윤의 말에 강성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윤을 그곳에 남긴 덕에 많은 것을 알아냈다.수지는 X의 항체를 손에 넣을 생각인 듯했다. 어르신에게 내일이면 항체가 도착할 것이라고 자신감에 가득 차서 말한 이유가 있었다.강성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그렇게 항체를 갖고 싶어 하는데 기회를 한 번 줘야겠네요.”다음 날, 세관 검사.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은백색 상자를 들고 세관을 빠져나와 차 앞에 서 있던 경호원 세 명에게 그 상자를 건넸다.경호원은 상자를 들고
...“뭐라고? 항체를 빼앗겼다고?”안색이 달라진 아리가 경호원의 어깨를 잡았다.“누가 빼앗은 거야?”경호원은 고개를 숙였다.“프린스의 사람이었습니다.”아리는 그를 놓아준 뒤 탁자 앞에 서서 이를 악물었다. 그는 경호원의 말을 계속해 들었다. 그들은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에 의해 길 막음을 당했고 상대는 수도 많고 총까지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목적은 그 상자였다.아리는 담뱃갑을 털어보았지만 비어있었다. 그는 담뱃갑을 구겨 바닥에 내던졌다.“제기랄!”어렵사리 X의 항체를 손에 넣어 연구하려 했는데 오히려 레겔의 사람에게 빼앗겼다.그는 X가 최고의 항체 두 개를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두 항체는 M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상황을 완화할 수 있었다. 물론 감염 중기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었다.그 두 항체 안에는 감염된 세포를 격리할 수 있는 유전적 요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확률은 낮지만 아무리 작은 확률이라도 아주 큰 발견이었다.그는 당장이라도 그 항체를 이용해 연구할 생각이었는데 하필 결정적인 순간에 빼앗겼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존스가 때마침 문밖에 나타났다.“삼촌.”아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고 존스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삼촌, 새로운 항체를 연구해냈다면서요?”“누가 얘기했어?”아리가 눈살을 찌푸렸다.존스는 살짝 당황하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수지에게 항체를 병원에 가져가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지금 기자들 모두 이 일에 주목하고 있는데요.”병원.반지훈은 새로운 항체를 주사한 뒤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어르신과 희승, 강시언이 그의 옆에 서 있었다.그가 눈을 뜨는 순간 어르신이 흥분하며 말했다.“지훈아, 어떻니?”“괜찮네요.”반지훈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고 희승이 그를 부축했다.의사와 수지는 함께 병실로 들어왔고 수지는 그에게 다가가며 웃어 보였다.“반지훈 씨, 의사 선생님이 반지훈 씨 체내에 있는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많이 늦춰졌다고 해요. 항체가 정말 효과가 있나 봐
반지훈이 고개를 들었다.“이건 X 씨의 항체야. 효과가 없다고 해도 목숨을 위협하지는 않을 거야.”희승은 당황했다. 그는 반지훈이 말한 ‘X’가 누구인지 추측하고 있었다.“이틀 뒤 기자회견이 있을 거야. 준비는 다 됐지?”반지훈이 물었고 희승은 정신을 차렸다.“준비됐습니다.”반지훈은 웃으며 신문을 접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봤다.“재밌을 것 같네.”이틀 뒤 기자회견이 열렸고 현장에 도착한 기자와 언론들은 모두 이 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반지훈이 항체에 의해 치유된다면 의학계의 유례없는 기적이 될 것이다.M바이러스는 과거 S국을 휩쓸어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남씨 일가가 무너진 뒤 가짜 백신 사건까지 터졌기에 더욱더 분노가 폭발했다.인위적인 재해 때문에 S국 전체가 지옥이 될 뻔했다. 그리고 당시 X가 만든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해독제는 이미 충분히 강력했다.반지훈은 휠체어에 앉아있었고 희승이 그의 휠체어를 밀었다. 그는 천천히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그의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최근 많이 알려진 ‘X’의 학생 수지였다.기자들은 서로 앞다투어 인터뷰했다.“반지훈 씨, 전 세계에 유일한 M바이러스에 감염자라고 들었는데 이번에 항체를 투여한 소감을 여쭙고 싶습니다.”“반지훈 씨, 항체가 정말 효과가 있습니까? 정말 M바이러스를 치유할 수 있습니까?”카메라의 밝은 플래시 아래 반지훈의 윤곽이 점차 선명해졌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그는 검은색의 슈트를 입고 셔츠 단추를 목 끝까지 잠갔다.준수하고 기상이 뛰어나며 풍채가 좋은 걸 보면 전혀 감염자 같지 않았다.그는 뼈마디가 도드라진 손가락을 겹쳐서 다리 위에 놓았다. 그의 변함없는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항체는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그의 대답에 기자들은 놀라워하다가 흥분했다.가짜 항체가 있는 건 아니냐는 대답에 수지는 웃으며 기자의 질문에 날카롭게 대답했다.“선생님께서 연구하신 항체가 가짜일 리 없죠. 이번에도 선생님 덕분에 반지훈 씨
항체는 그녀가 가져온 것이고 반지훈도 그녀가 구했다. 어르신은 그녀를 더욱 중요시할 터이니 반지훈과 어르신이 그녀의 편에 선다면 아리가 온다고 해도 무서울 건 없었다.휠체어에 앉은 반지훈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고 사람들은 의아했다. 심하게 앓고 있어서 외출할 때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던 그가 갑자기 일어났기 때문이다.설마 항체가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거의 죽을 뻔한 사람이 이렇게 빨리 회복하다니?X가 그의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처음 뵙겠습니다, X 씨.”X?기자들은 혀를 찼다.“헨리 씨가 X 씨라고?”“세상에, 정말 엄청난 정보네요!”수지는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시선은 반지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반지훈이 어떻게 헨리가 X라는 걸 아는 걸까?X는 반지훈과 악수했다.“자네 이름은 많이 들어봤네.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 자네는 젊고 준수하며 재능도 출중하니 앨리스가 당신을 그렇게 그리워한 이유가 있었군.”반지훈은 웃음기 있는 얼굴로 고개를 돌려 수지를 보았다.“X 씨가 당신 선생님이라면서요? 정말 고맙네요. 정말 선생님을 뵙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수지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 모든 카메라가 그녀를 향했다. 수지는 ‘X’의 학생이고 항체를 이용해 반지훈을 구했으니 수지야말로 오늘 밤의 주인공이었다.X는 수지를 보며 말했다.“나한테는 저런 제자가 없는데. 제자라면 내 후배 아리의 제자 아닐까?”X의 말에 기자들은 전부 얼이 빠졌다.수지가 X의 학생이 아니라고?수지는 안색이 창백해져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X가 왜 이곳에 나타난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절대 의심받을 수는 없었다.수지는 X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제 선생님은 아리 선생님이 맞습니다. 아리 선생님께서는 당신이 모습을 드러내게 하려고 일부러 당신의 이름을 쓴 겁니다. 그래서 저도 협조할 수밖에 없었어요. 역시 예상대로 종적을 감추었던 X 씨께서 모습을 드러내셨네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반지훈의 곁에 섰다.“반지훈 씨
그는 코웃음을 쳤다.“그 항체는 X가 내게 연구하라고 넘겨준 거였어. 그의 몸에 있는 바이러스를 치유할 수 없다고. 그는 새로운 유형의 M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이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없어. X가 건네준 건 십여 년 전 연구해낸 항체였어. 일반적인 M 바이러스 감염자에게만 효과가 있다고.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걸 그에게 사용한 거야?”수지는 흠칫 놀랐다. 주위 사람들이 전부 움직임을 멈췄고 소리도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아리는 기자들을 보며 말했다.“우리가 왜 항체를 연구했다고 생각합니까? 남씨 일가가 연구한 바이러스 백신은 항암 효과를 바라서였어요. 바이러스 세포를 통해 인체 유전자를 개량해 사람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거였죠. 참 이상적인 생각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씨 일가는 실패했고 당시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켰어요. 우리가 연구한 건 당시 남씨 일가가 연구한 것과 같아요. 딱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절대 실험에 사람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아리는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수지를 보았다.“내 곁에 3년 동안 있으면서 이것도 몰랐어?”기자들은 귓속말로 의논하기 시작했다.남씨 일가가 바이러스를 연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그때 그 재앙을 떠올렸다. 심지어 사람들은 혹시나 또 한 번 재앙이 터질까 봐 공포에 질렸다. 그래서 그들은 반지훈의 감염과 항체에 대해 무척 중시하고 있었다.“X 씨, 저 항체가 정말 반지훈 씨한테 효과가 없습니까?”한 기자가 물었고 X는 고개를 끄덕였다.기자들은 탄식을 내뱉었다.바로 그때, 반지훈이 다시 한번 기침하기 시작했다. 기침이 너무 심해 희승이 다급히 그를 부축했고, 이내 반지훈의 손가락 틈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기자들은 겁을 먹었고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이 그들을 제지했다.“찍지 마세요. 오늘 기자회견은 여기서 끝입니다.”수지는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안색이 파리한 채로 반지훈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았다.왜 이렇게 된 걸까?“그 항체는 부작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경호원이 그들을 보냈다.X는 방호복을 입고 중환자실 에서 나왔다.“물건은 가져왔어?”리비어는 은백색의 상자를 그에게 건네줬고 어르신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들을 보았다.“이걸로... 지훈이를 구할 수 있나?”X는 상자를 받아 들고 말했다.“어르신께서 믿으신다면요.”어르신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수지가 준 항체는 반지훈에게 해를 끼쳤다. 그런데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믿고 싶지 않아도 믿지 않을 수 없었다.X는 상자를 들고 다시 들어갔다.경호원에게 가로막힌 수지는 강성연과 리비어를 향해 소리쳤다.“이것들 다 당신들이 파 놓은 함정이지!”분명 그들이 꾸민 짓일 거다!항체를 이미 빼앗았는데 어떻게 똑같은 항체가 또 존재한다는 말인가?분명 그들이 덫을 놓았을 거다.강성연은 천천히 몸을 돌려 수지를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무슨 함정이요?”수지는 이를 악물었다.“X 씨가 만들어낸 항체는 하나뿐인데 당신들에게는 두 개가 있었어! 그러니까 당신들은 가짜 항체를 내게 준 거야!”이렇게 된 마당에 다른 걸 고려할 틈이 없었다.그녀가 빼앗은 항체가 효과가 없는 가짜였던 건 그들의 계획 때문이다.강성연은 웃었다.“누가 항체가 하나뿐이라고 했죠?”수지는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말을 하지 못했다.“당신이랑 레겔이 연합해 빼앗은 그 항체는 X가 예전에 만들었던 유형이에요. 그 유형의 항체는 M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지만 오직 일반적인 중기 감염자에게만 효과가 있어요.”강성연은 느긋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리 씨 제자라면서요? 당신도 반지훈 씨 피를 뽑은 적이 있죠. 아리 씨는 이 방면에서 전문가예요. 그라면 반지훈 씨가 감염된 게 일반적인 M바이러스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요?”수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아리는 그녀에게 반지훈이 감염된 것이 일반적인 M바이러스가 아니라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수지 씨는 반지훈 씨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반지훈 씨의 생
“정확히 말하자면, 별 영향이 없다” X는 몸을 돌렸다. “단순히 거부반응이 있을 뿐 무증상 바이러스는 비교적 완고한 세포에 속해. 약물이 주입되면 확산된 세포들이 활성화돼 신진대사를 가속화하지. 몸이 못 따라 주겠지만, 죽을정도는 아니야” 성연은 멈칫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항체가 이렇게 거부반응이 심하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아마 도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X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자책할 필요 없다. 그 항체는 원래 아리에게 연구하라고 하려 했어, 네가 리비어에게 조심하라고 알리지 않았더라도, 그때 그 사람은 항체 두 개를 갖고 있었을 거야" 어느 쪽이든 결국 지훈에게는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수지와 레겔의 계략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다. X가 떠난 후, 성연은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항체 일이 정말 당신들이 한 짓일 줄은 몰랐네” 성연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그녀가 수지라는 것을 알았다. 수지는 그녀에게 다가와 비웃음을 지었다. “내 원래 의도는 지훈 씨를 위해서였어. 그런데 당신이, 그의 전처라는 사람이 이런 일에까지 나를 간 보다니, 당신은 정말 지훈 씨의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나 봐?" “그러면 수지 씨는요?” 성연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표정에는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 “항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사하려 급급하셨죠?” 수지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것도 당신들이 방해해서 그런거잖아!" 그녀는 말을 마친 후 성연에게 다가갔다. "만약 큰 어르신이 자신의 손자가 이렇게 된 것이 당신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당신들의 계략이 성공할 것 같아?" 성연이 말을 하지 않자 수지의 눈가에 싸늘한 기운이 스쳤다. "큰 어르신이 당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어. 어차피 당신과 지훈 씨는 이미 이혼했으니, 내가 충고하나 하지. 그 사람에 대해 너무 많이 상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아 참 그리고…." 그녀는 웃었다. "지훈 씨는 나
희승은 무언가를 떠올렸다. “참, 며칠 동안 수지 양이 줄곧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하셨습니다. 수지 양이 어떻게 성연 씨가 항체에 관한 그녀의 행동을 예측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이 일을 큰 어르신에게 알렸습니다. 큰 어르신은 여전히 믿으시고 성연 씨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지훈의 손은 멈칫 하였다. 옆으로 몸을 돌렸고, 눈빛은 그윽하고 고요해보였다. 은백색 승용차 한 대가 노란 오렌지 빛 포플러 나무 사이를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드넓은 풀밭과 양쪽에 우뚝 솟은 포플러 나무는 짙은 남색 하늘 아래 마치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경치의 외진 교외. 바로 그곳에 아리의 숙소가 있었다. 지윤은 독립된 마당이 있는 3층짜리 별장 앞에 차를 세웠다. 마당 밖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성연은 차 안에서 내렸고 지윤이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어떤 남자가 문을 열러 걸어왔다. 그 남자는 문을 닫아 둔 채 안에서 물었다. "누구를 찾으시죠?" “아리 선생님 집에 계시나요?” "안계십니다" 남자가 문을 닫으려 하자 지윤이 문을 걷어찼다. 남자는 즉각 총을 꺼내 방어하려고 했지만, 지윤에 의해 땅에 쓰러졌고, 지윤은 그의 총을 빼앗아 그의 머리에 들이댔다. 위층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지윤은 남자를 기절시키고 성연과 함께 별장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몸싸움의 흔적으로 어지러웠고 바닥에는 핏자국까지 남아 있었다. 위층에서 인기척이 들려왔고, 두 사람은 곧장 서재로 달려갔다. 지윤은 총을 장전한 채 문을 열었다. 서재에는 의자에 묶인 채 꽃병을 깨트려 인기척을 내고있던 존스만이 있었다. 성연은 어리둥절 했다. “존스 씨?” 그녀는 다가가서 그를 풀어주고 그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뜯었다. 말할 기회를 얻은 존스는 숨을 헐떡였다. "삼촌이 레겔의 부하들에게 끌려갔고, 그들이 나를 여기에 가두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게 했어요!" 지윤은 총을 거두며 얼굴을 찡그렸다. "맞는 말씀 같네요. 레겔은 아리 선생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