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존스를 납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쩌면 존스의 집안 배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존스 집안의 유일한 외동아들로, 아리와는 달랐다. 의사가 병실에서 나오자, 성연은 물었다. "존스 씨는 어떤가요?"의사는 웃었다. “다행히 제때 병원에 와서 출혈 쇼크가 일어나지 않았어요. 상처를 꿰맸으니 며칠만 쉬면 됩니다”존스는 병상에 누워 창밖을 내다보다가 성연이 병실에 들어오자 시선을 거두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성연은 침대 옆에 섰다. "전에 저희가 사셀에서 만났을 때, 제가 수지와 당신 삼촌에 대해 물었죠. 삼촌을 위해 비밀로 하고 싶으셨던 거죠?" 비밀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그는 그 대화 주제를 피했다.존스는 잠시 머뭇거리다 창백한 얼굴로 웃었다. "삼촌은 레겔과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그저 실험광이실 뿐이에요. 뭐랄까, 삼촌은 평생 자신의 실험에만 몰두하셔서 외부 일에는 전혀 신경도 안 쓰시고 집안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셨거든요”"그래서 아리가 당신 가족을 떠난 건가요?" 성연은 예전에 지훈에게 어떤 이가 존스 가문을 떠난 지 여러 해가 지났다고 들었는데, 그 어떤 이가 아마 아리를 말한 것 같았다.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 "삼촌의 꿈은 X의 뒤를 쫓는 것이었어요. 사실 s국에서 남가 외에도 레겔은 삼촌이 이런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남가는 바이러스 연구에 관한 '스캔들'이 터지고 레겔이 연루될까 봐 삼촌을 찾아갔다. "사실 레겔이 삼촌을 어떻게 찾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삼촌은 외부와 연락을 안하시거든요” 성연은 한쪽으로 다가가 손을 선반 가장자리에 올렸다. "수지 아닐까요?" 그녀가 수지를 언급하자, 존스는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조라 양, 수지의 일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시죠?" 성연은 창가에 멈춰 섰다. 역광을 받으며, 그녀의 몸을 덮는 한 줄기의 햇살이 그녀의 부드러운얼굴선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 사람은 사실 수지가 아니기 때문이죠” 존스는 간신히 몸을
지훈은 눈을 감은 채 차갑게 피식 웃었다. "이혼하고, 그 다음엔요?" 그는 무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표정이 싸늘했다. "수지와 결혼하나요?” 큰 어르신은 멈칫 하였다. 비록 항체는 수지가 X에게서 빼앗은 것이지만, 그녀도 지훈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들이 항체를 바꾸지 않았다면 지훈은 위험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수지를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수지와 지훈을 이어줄 수도 없었다. "어느 여자든 상관없지만, 강성연은 안된다" 지훈은 웃었지만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3년이 지났어요. 아직도 오지랖을 부리시네요” 큰 어르신은 화를 내며 말했다. “나는 너의 할애비다. 다 너를 위해서야. 3년 전 그 일들이 강성연과 관계 없다 하더라도, 강성연이 없었다면 너는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고, 더욱이 그들의 덫에 걸리지 않았을 거야!” 그는 성연이 무고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훈은 성연을 만난 이후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3년 전 불의의 사고로 그는 불쌍한 성연을 동정했지만, 그들은 함께 있지 말았어야 했다. 이혼은 이혼일 뿐, 갖은 감정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지훈은 눈빛은 그윽해졌다. 이윽고 그는 낮게 웃었다. “성연이 없었더라면 저는 지금 죽었을 거예요. X가 왜 저를 구하려 했을 것 같으세요?” 큰 어르신은 멈칫하더니 말을 하지 않았다. 지훈은 또 냉소하였다. "할아버지는 그 사람들이 꿍꿍이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는데, 그 꿍꿍이가없었다면 목적을 이룰 사람은 수지나 레겔 아니었을까요?" 그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었다. “어쩌면 아버지의 말씀이 옳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할아버지는 결코 자신의 선택을 반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 잘못이 없으세요? 오늘의 저와 성연이도 할아버지가 자초하신 거에요” “이 자식이, 뭐라고?” 큰 어르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것을 보고, 지훈은 눈을 감고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내 손을 뿌리치고 떠났다. 희승은 큰 어르신이 병실에서 나오며 안색이 안 좋아진 것을 보
침대 위의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의 차가운 손을 매만졌다. “지훈아, 죽으면 안 돼. 난 정말 널 해칠 생각이 없었어, 정말 널 구하려고 했을 뿐이야” 수지는 눈시울을 붉혔다. 지훈과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비록 수지의 신분이라 할지라도, 지훈이 '수지'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건 좋은 시작이었다. 그녀가 어렵게 기회를 얻었는데, 왜 그를 구할 수 없는 걸까? “지훈아, 미안해. 내가 널 해친거야. 이게 다 강성연 때문에…그 여자가 나를 모함하려고 항체를 바꾼 거야, 나는 그 항체가 너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주는 몰랐어. 지훈아, 나는 정말 너를 죽게 하고 싶지 않아….” 수지의 손이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뭐 하시는 거죠?"문 밖에서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소리에 수지는 당황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성연은 문 앞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수지는 지훈을 보고는 침울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당신들이 항체를 바꿔서 지훈 씨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와?” 성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지 씨가 아리 선생을 배신하고 레겔과 손을 잡으려 하시니, 저는 막으려 했을 뿐이예요” 수지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수지 앞으로 다가왔다. "설마 반가와 레겔 사이의 일을 모르는 건 아니겠죠? 당신이 레겔에게 기회를 주려는 걸 제가 어떻게 지켜볼 수 있겠어요?" 수지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서 지훈 씨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 친 거야?" 성연은 그녀에게 다가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반지훈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게, 당신 때문 아닌가요?" "무슨 뜻이야?" 수지의 안색이 급변하고 눈빛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성연 이 천한 것이 뭘 알고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걸까?“들으신 그대로예요” 성연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에 얹고 밝게 웃었다. "뭘 흥분해요. 설마 수지 씨, 뭐 찔리는 거라도 있으세요?” 수지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그녀는 수지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매섭게 자신을 바로잡았다. 그녀가 바로 수지다! 수지는 고개를 돌려 성연에게 시선을 보내며 입꼬리를 올렸다. “미안한데 나는 성연 씨가 말한 사람을 몰라. 성연 씨가 나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나를 핍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단지 성연 씨에게 말하고 싶어. 나는 지훈 씨에게 진심이야….” "짝!"수지는 뺨을 얻어 맞고 멍하니 있다가 매섭게 소리쳤다. "감히 나를 때려?""진심이라는 말이 어울릴까요?" 성연은 대수롭지 않은 듯 손목을 문지르더니 이내 그녀의 얼굴에 분노, 경악, 악랄함이 드리웠다. “인정 안하세요?” 수지는 손을 들어 그녀를 때리려 했고, 성연은 눈도 깜박이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성연에게 닿기도 전에 지윤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고, 그녀를 제압하여 무릎 꿇게 했다. 그녀는 소리쳤다. "강성연, 네가 감히!" "계속 연기 안하세요?" 성연은 허리를 굽혀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겨우 뺨 한 대 뿐인데, 이것도 감당 못하시고, 누가보면 얼굴이라도 찢어진 줄 알겠어요?” 수지는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미워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 "네가 나를 놓아주지 않으면, 내가 지훈이에게 너의 진짜 얼굴을 보여 줄거야!" "그래요, 그에게 말할 기회를 드릴게요" 성연은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로 가서 앉았다. "언제까지 자는 척할 거예요? 내가 뽀뽀 해줘야 일어날 거예요?" 지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은 진짜 사고뭉치야” 수지는 당황했다. “지…지훈 씨?” 지훈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숨길 수 없는 한기가 감돌았다. "지훈이라고 부르지 않고?” 수지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무언가를 깨달았고, 믿을 수 없었다. "어째서?" 그가 연기를 하고 방금 그녀가 한 말을 다 들은 걸까? 지훈은 천천히 환자복을 가다듬으며 웃었다. "네가 X의 제자라 하면서 다가왔을 때부터 네 신분에 문제
성연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당신에게 인정할 기회를 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수지는 목이 메었다. 강성연은 일어서서 수지 앞에 멈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서영유, 당신이 그때 남호연을 대신해 일을 하고 싶지 않아 했다는 걸 알아요. 나는 당신에게 기회를 줬지만, 당신은 그걸 소중히 여기지 않았죠. 내가 당신을 손 쓴 이유는 당신이 남호연의 계획에 참여했기 때문이고, 당신이 총을 쐈기 때문이며, 당신이 나를 납치해서 지훈 씨를 남호연 쪽으로 끌어들여서 였어요. 그런 당신이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요?" 성연은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쥐었다. "당신이 진정으로 지훈 씨를 사랑했다면 그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을 것이고, 더욱이 그 해에 지훈 씨의 어머니를 구했겠죠!” 순간 수지의 동공은 흔들렸고, 오장육부가 뒤틀렸다. 성연은 이어서 말했다. "당신이 그녀의 죽음을 보고도 구하지 않고 정보를 숨긴 것까지 알고 있어요. 그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감히 어떻게 지훈 씨가 당신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떻게 감히?”신분이 밝혀진 그녀는 더 이상 수지로 위장할 수 없었다. 서영유는 눈물을 흘리며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때 그녀의 잘못된 선택이 오늘날의 그녀를 만들었다. 그녀는 무서워서 그들을 구조할 시간을 놓쳤다, 그녀는 그때 지훈의 생모가 누구에게 납치되었는지 몰랐지만, 반가와 연가 사이의 원한을 알고 있었기에, 그 일을 연가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년 후 남호연이 그녀를 찾아냈고, 그녀의 악몽이 시작되었다.그때 지훈의 생모를 납치한 사람들이 남씨 집안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후회했다. 그 악마와 거래하지 말았어야 했다. 설령 언젠가 반가가 진실을 알게 되어 물러설 길이 없다 하더라도, 남호연이 그녀를 도왔을 것이다. 그녀는 남호연이 그녀의 몸에 미련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는 어떤 여자에게도 미련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여자를 그저 그가 이용할 수 있는 먹잇감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그는
병실 안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호흡을 멈추었다. 서영유는 바닥에 엎드린 채 아파하며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당황한 표정은 경악스러웠고, 눈물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지훈아...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그가 직접 나서서 그녀를 이정도로 다치게 했단 말인가? 그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본 것은 그의 무뚝뚝하고 무정한 얼굴이었다. “입이 너무 더럽네. 그 정도면 살살 때린거야” 지훈은 그녀를 차가운 시선으로 보았다. “진짜 죽여버리고 싶은 걸 참고 있는거야” 그녀를 죽이고 싶다고? 서영유는 가슴 깊은 곳이 저리고 심하게 아파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말했다. "내가 저 년을 욕하는 게 뭐 어때서 그래, 마음이 아프니? 반지훈, 애당초 너희 반가에 우리 할아버지가 없었다면 오늘의 반가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녀는 허겁지겁 바닥에서 일어나 눈을 붉히며 악랄하게 말했다. "날 죽이고 싶다고? 그럼 지금 당장 해, 죽여! 너희 회사가 얼마나 배은망덕한지 모두에게 보여 주겠어!" 지훈은 싸늘하게 웃었다. "그런 변명을 할아버지 앞에 가서 하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그녀는 벌벌 떨었고, 목이 메었다. "선을 넘는다면 네가 어느 집 사람이든 가만두지 않을거야"그는 그녀를 다시 쳐다보기도 싫었다. "희승아, 사람 시켜서 쟤 데려가라 하고, 어떻게 처리하든 맘대로 하라 해. 맘 약해질 것 없다” 희승은 동생 희영의 죽음과 서영유가 방금 한 말 때문에 그녀에 대한 연민은 커녕 혐오만 있을 뿐이 었다. 그는 손을 흔들었다.경호원 두 명이 병실로 들어와 즉시 그녀를 제압했다. 서영유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반지훈, 네가 하고 싶은 게 뭐야, 나한테 이러면 안 돼, 안 돼!" 지훈은 끝까지 아랑곳하지 않았고, 두 명의 경호원이 그녀를 끌고 나갔다. 성연은 잠시 멍해 있다가 고개를 돌려 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은 등을 돌렸지만, 확실히 서영유가 방금 한 말에 격노했다는 것을 알아
서영유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머리를 감싸쥐고 웃으며 반문했다. "나한테 복수하러 온 거지? 강성연, 날 죽이러 온 거야? 날 죽이고 뭘할려고?" 그녀는 성연을 악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를 죽인다고 너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살아날 수 있을까? 하하하, 그럼 해봐, 그 사람들이 지옥에서 나와 함께 있어줄 테니 외롭지도 않겠네” 성연은 죽을힘을 다해 주먹을 쥐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당신이 그 사람들과 함께 할 자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넌 나 못 죽여” 서영유는 손을 펴고 반쯤 미친 상태로 우쭐해 했다. “넌 꼼수나 부릴 줄 알지, 내가 죽을 만큼 미워도, 죽일 수는 없잖아” 성연은 웃었다. “내가 왜 당신을 미워하는 데에 내 손을 더럽히겠어요?” 그녀는 서영유에게 다가가 말했다. “남호연의 배후가 다 죽었고, 그의 죄 역시 응당 처벌해야 하는데, 지금 당신을 죽이는 건 당신에게 너무 가벼운 처벌이죠" 서영유가 그녀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네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할 수 있겠어?” 경호원이 앞으로 나와 서영유를 잡아당겨 힘껏 밀자 그녀는 침대 위로 넘어졌다. 성연은 헝클어진 옷을 정리했다. "지훈 씨가 3년 동안 겪었던 고통을 경험해 볼래요?" "뭐 하고 싶은거야?" 그녀는 지윤이 상자를 들고 천천히 다가오는 걸 보고는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 경호원 두 명이 그녀를 침대에 누르자 그녀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고함만 질렀다. “강성연, 너 이러면 안 돼. 지훈이를 보게 해줘, 큰 어르신을 뵙게 해 줘!” 경호원이 손을 들어 그녀의 오른쪽 뺨을 때렸다. 그녀의 고개는 옆으로 돌아갔고, 뺨은 곧 부어올랐다. 성연은 안색이 바뀌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봤다. "죽는 것보다 두려운 게 고통이죠. 특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곳에서 죽는 게 가장 무섭고요"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저 흐느끼는 소리만 낼 수 있었다.“자유를 잃고 병에 시달리다 고독하게 죽는 것이 당신에게 가장
지훈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기침이 나았어” 성연이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문 앞으로 그림자가 나타났다. 리비어였다. 그는 커피색 바바리 코트를 입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성연은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리비어 아저씨, 아리 선생님은 지금 어때요?” 리비어가 다가왔다. "아리는 괜찮아. 약간의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 없어" X가 사람을 보내 레겔의 핵심 인물을 찾으려 했다. 태도는 강경했고, 레겔은 X가 일을 키우는게 두려워 아리를 풀어주었다. "레겔은 예전 같지 않아" 지훈은 이불을 끌어당겼다. "롭이라는 남호연의 하수인을 잃었고, 숀과 그리샤는 아무것도 아니야" 리비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숀은 상인에 불과하고, 레겔의 심부름꾼이나 다름없으며, 가문이나 백이 있는 귀족도 아니라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샤는 레겔의 도움이 없었다면 임원 자리에도 앉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쥐는 순간, 진짜 면모를 들어낼 것이다. 자고로 그는 박쥐처럼, 어디든 쉽게 붙어먹는 기회주의자였다. 현재 상황이 레겔에게 불리하니 그리샤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레겔을 배신할 것이다. "여가의 그 태자가 레겔이 항체를 독점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투자했다고 들었다" 리비어가 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은 웃었다. "괜히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리비어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레겔은 지금 그에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지" 성연은 어리둥절해 하며 이야기를 듣다가 리비어가 떠나려 하자 그를 배웅했다. 병원 입구에 다다르자 그는 성연을 돌아보았다. "성연아, 일이 끝나면 m국으로 갈 거니, 아니면 그를 따라 z국으로 갈 거니?" 성연은 잠시 멈칫 하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z국으로 돌아가야죠. 아이들이 보고싶어요” 리비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렴” 성연이 병실로 돌아와 문을 열려하자, 갑자기 병실 안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성연 씨에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