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당신에게 인정할 기회를 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수지는 목이 메었다. 강성연은 일어서서 수지 앞에 멈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서영유, 당신이 그때 남호연을 대신해 일을 하고 싶지 않아 했다는 걸 알아요. 나는 당신에게 기회를 줬지만, 당신은 그걸 소중히 여기지 않았죠. 내가 당신을 손 쓴 이유는 당신이 남호연의 계획에 참여했기 때문이고, 당신이 총을 쐈기 때문이며, 당신이 나를 납치해서 지훈 씨를 남호연 쪽으로 끌어들여서 였어요. 그런 당신이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요?" 성연은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쥐었다. "당신이 진정으로 지훈 씨를 사랑했다면 그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을 것이고, 더욱이 그 해에 지훈 씨의 어머니를 구했겠죠!” 순간 수지의 동공은 흔들렸고, 오장육부가 뒤틀렸다. 성연은 이어서 말했다. "당신이 그녀의 죽음을 보고도 구하지 않고 정보를 숨긴 것까지 알고 있어요. 그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감히 어떻게 지훈 씨가 당신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떻게 감히?”신분이 밝혀진 그녀는 더 이상 수지로 위장할 수 없었다. 서영유는 눈물을 흘리며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때 그녀의 잘못된 선택이 오늘날의 그녀를 만들었다. 그녀는 무서워서 그들을 구조할 시간을 놓쳤다, 그녀는 그때 지훈의 생모가 누구에게 납치되었는지 몰랐지만, 반가와 연가 사이의 원한을 알고 있었기에, 그 일을 연가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년 후 남호연이 그녀를 찾아냈고, 그녀의 악몽이 시작되었다.그때 지훈의 생모를 납치한 사람들이 남씨 집안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후회했다. 그 악마와 거래하지 말았어야 했다. 설령 언젠가 반가가 진실을 알게 되어 물러설 길이 없다 하더라도, 남호연이 그녀를 도왔을 것이다. 그녀는 남호연이 그녀의 몸에 미련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는 어떤 여자에게도 미련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여자를 그저 그가 이용할 수 있는 먹잇감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그는
병실 안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호흡을 멈추었다. 서영유는 바닥에 엎드린 채 아파하며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당황한 표정은 경악스러웠고, 눈물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지훈아...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그가 직접 나서서 그녀를 이정도로 다치게 했단 말인가? 그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본 것은 그의 무뚝뚝하고 무정한 얼굴이었다. “입이 너무 더럽네. 그 정도면 살살 때린거야” 지훈은 그녀를 차가운 시선으로 보았다. “진짜 죽여버리고 싶은 걸 참고 있는거야” 그녀를 죽이고 싶다고? 서영유는 가슴 깊은 곳이 저리고 심하게 아파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말했다. "내가 저 년을 욕하는 게 뭐 어때서 그래, 마음이 아프니? 반지훈, 애당초 너희 반가에 우리 할아버지가 없었다면 오늘의 반가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녀는 허겁지겁 바닥에서 일어나 눈을 붉히며 악랄하게 말했다. "날 죽이고 싶다고? 그럼 지금 당장 해, 죽여! 너희 회사가 얼마나 배은망덕한지 모두에게 보여 주겠어!" 지훈은 싸늘하게 웃었다. "그런 변명을 할아버지 앞에 가서 하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그녀는 벌벌 떨었고, 목이 메었다. "선을 넘는다면 네가 어느 집 사람이든 가만두지 않을거야"그는 그녀를 다시 쳐다보기도 싫었다. "희승아, 사람 시켜서 쟤 데려가라 하고, 어떻게 처리하든 맘대로 하라 해. 맘 약해질 것 없다” 희승은 동생 희영의 죽음과 서영유가 방금 한 말 때문에 그녀에 대한 연민은 커녕 혐오만 있을 뿐이 었다. 그는 손을 흔들었다.경호원 두 명이 병실로 들어와 즉시 그녀를 제압했다. 서영유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반지훈, 네가 하고 싶은 게 뭐야, 나한테 이러면 안 돼, 안 돼!" 지훈은 끝까지 아랑곳하지 않았고, 두 명의 경호원이 그녀를 끌고 나갔다. 성연은 잠시 멍해 있다가 고개를 돌려 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은 등을 돌렸지만, 확실히 서영유가 방금 한 말에 격노했다는 것을 알아
서영유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머리를 감싸쥐고 웃으며 반문했다. "나한테 복수하러 온 거지? 강성연, 날 죽이러 온 거야? 날 죽이고 뭘할려고?" 그녀는 성연을 악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를 죽인다고 너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살아날 수 있을까? 하하하, 그럼 해봐, 그 사람들이 지옥에서 나와 함께 있어줄 테니 외롭지도 않겠네” 성연은 죽을힘을 다해 주먹을 쥐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당신이 그 사람들과 함께 할 자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넌 나 못 죽여” 서영유는 손을 펴고 반쯤 미친 상태로 우쭐해 했다. “넌 꼼수나 부릴 줄 알지, 내가 죽을 만큼 미워도, 죽일 수는 없잖아” 성연은 웃었다. “내가 왜 당신을 미워하는 데에 내 손을 더럽히겠어요?” 그녀는 서영유에게 다가가 말했다. “남호연의 배후가 다 죽었고, 그의 죄 역시 응당 처벌해야 하는데, 지금 당신을 죽이는 건 당신에게 너무 가벼운 처벌이죠" 서영유가 그녀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네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할 수 있겠어?” 경호원이 앞으로 나와 서영유를 잡아당겨 힘껏 밀자 그녀는 침대 위로 넘어졌다. 성연은 헝클어진 옷을 정리했다. "지훈 씨가 3년 동안 겪었던 고통을 경험해 볼래요?" "뭐 하고 싶은거야?" 그녀는 지윤이 상자를 들고 천천히 다가오는 걸 보고는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 경호원 두 명이 그녀를 침대에 누르자 그녀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고함만 질렀다. “강성연, 너 이러면 안 돼. 지훈이를 보게 해줘, 큰 어르신을 뵙게 해 줘!” 경호원이 손을 들어 그녀의 오른쪽 뺨을 때렸다. 그녀의 고개는 옆으로 돌아갔고, 뺨은 곧 부어올랐다. 성연은 안색이 바뀌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봤다. "죽는 것보다 두려운 게 고통이죠. 특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곳에서 죽는 게 가장 무섭고요"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저 흐느끼는 소리만 낼 수 있었다.“자유를 잃고 병에 시달리다 고독하게 죽는 것이 당신에게 가장
지훈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기침이 나았어” 성연이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문 앞으로 그림자가 나타났다. 리비어였다. 그는 커피색 바바리 코트를 입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성연은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리비어 아저씨, 아리 선생님은 지금 어때요?” 리비어가 다가왔다. "아리는 괜찮아. 약간의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 없어" X가 사람을 보내 레겔의 핵심 인물을 찾으려 했다. 태도는 강경했고, 레겔은 X가 일을 키우는게 두려워 아리를 풀어주었다. "레겔은 예전 같지 않아" 지훈은 이불을 끌어당겼다. "롭이라는 남호연의 하수인을 잃었고, 숀과 그리샤는 아무것도 아니야" 리비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숀은 상인에 불과하고, 레겔의 심부름꾼이나 다름없으며, 가문이나 백이 있는 귀족도 아니라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샤는 레겔의 도움이 없었다면 임원 자리에도 앉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쥐는 순간, 진짜 면모를 들어낼 것이다. 자고로 그는 박쥐처럼, 어디든 쉽게 붙어먹는 기회주의자였다. 현재 상황이 레겔에게 불리하니 그리샤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레겔을 배신할 것이다. "여가의 그 태자가 레겔이 항체를 독점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투자했다고 들었다" 리비어가 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은 웃었다. "괜히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리비어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레겔은 지금 그에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지" 성연은 어리둥절해 하며 이야기를 듣다가 리비어가 떠나려 하자 그를 배웅했다. 병원 입구에 다다르자 그는 성연을 돌아보았다. "성연아, 일이 끝나면 m국으로 갈 거니, 아니면 그를 따라 z국으로 갈 거니?" 성연은 잠시 멈칫 하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z국으로 돌아가야죠. 아이들이 보고싶어요” 리비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렴” 성연이 병실로 돌아와 문을 열려하자, 갑자기 병실 안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성연 씨에
강성연은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고개를 숙여 호주머니에서 금색 반지를 꺼냈다.“이건 외할아버지가 저에게 남겨준 거예요. 그 사람은 외할아버지가 죽지 않았다고 말했어요!”강성연은 그의 팔을 잡았다.“반지훈씨, 절 속이는 거죠? 외할아버지는 살아있을 가능성도 있어요, 죽지 않았다고요!”그녀에게 가족은 외할아버지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그들을 미혹시킬 수 있는 함정을 꾸몄으니 꼭 무사할 것이다.반지훈은 다시 한 번 그녀를 꽉 그러안았다.“성연아, 네가 슬퍼할 걸 알아. 하지만 너의 외할아버지가 연 씨 가문의 반지를 너에게 넘겨준 이유는 아주 명확하잖아.”강성연은 멍해졌고, 그를 밀치려고 가슴팍에 댔던 손을 꽉 움켜쥐었다.그래, 외할아버지가 왜 나에게 연 씨 가문 가주의 신분을 대표하는 반지를 전해준 걸까? 나에게 가주의 자리를 물려주려고?강성연도 자신이 왜 슬픈지 알 수 없었다. 3년 동안 그녀는 외할아버지와 자주 만난 건 아니었지만, 혈연 관계가 있어 그런 듯하였다.연혁은 그녀의 외할아버지였고, 그녀의 아버지 외에 유일하게 피를 나눈 가족이었다.창 밖의 밤빛은 짙었고 방안의 불빛은 매우 흐릿했다. 반지훈은 뒤에서 그녀를 안더니 턱을 그녀의 정수리에 괴었다. 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움켜쥐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아.”“네?”강성연은 창 밖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대답했다.“내가 곁에 있어 줄게.” 반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쓸어 올리더니 귓불에 키스를 했다.“이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이 당신을 엄청 보고 싶어 해.”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신분으로 돌아가라는 거예요?”반지훈은 낮게 웃었다.“당연히 내 아내지.”강성연은 콧방귀를 뀌었다.“Z국 사람들은 모두 당신과 제가 이혼한 사실을 알아요. 그러니 당신과 함께 돌아가는 건 너무 체면이 깎이는 일이에요.”그는 넓은 품으로 강성연은 그러 안더니 그녀에게 진한 키스를 하였다.“그럼 내가 사정해서 돌아왔다고 해.”그는 이렇게 말하더니
남자는 차 한 잔을 따랐다.“고모할머니가 널 보고 싶어 하셔.”반지훈은 침묵하더니 한참 뒤에서야 말했다.“S국에 있으신 거야?”“그래.”남자는 찻물을 마셨다.“그저 널 찾아가기 불편할 뿐이지.”위층에서 있던 강성연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조금 의아했다. 반지훈의 할머니가 S국에 있다고?그리고 그녀는 남자의 신분을 대체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아마 여 씨 가문의 도련님인 여준우일 것이다.“아내와 같이 와도 돼. 고모할머니는 손자 며느리를 보고 싶어 하거든.”여준우는 찻잔을 입술에 대면서 가볍게 웃었다.그들은 몇 마디만 대화를 나누었고, 여준우는 곧 별장을 떠났다.강성연은 방에 있는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었다. 반지훈이 방에 들온 뒤에서야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이야기 끝났어요?”그는 “응”이라고 답하더니 그녀의 곁에 가까이 앉았다.“뭘 보고 있어?”“별거 아니에요.”강성연은 책을 닫더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왜 당신에게서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죠?”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반지훈은 턱을 그녀의 어깨에 괴더니, 느긋하게 그녀의 허리를 그러안았다.“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법적인 부부가 아니야, 그래서 언급하지 않았어.”강성연은 멍해졌다. 법적인 부부가 아니라고? 그 말인즉, 반지훈의 할머니가 임신했지만 두 사람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할아버지가 잘못한 거야.”반지훈은 일어서더니 큰 창문 앞으로 걸어갔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반지훈은 느긋하게 대답했다.“그때 할아버지는 그저 조부가 남긴 ‘파라다이스’를 지키려고 했고, 젊은 시절은 매일 살얼음판 위를 걸어 다니는 것과 다름이 없었어. 만약 할아버지가 결혼하고 가정을 이룬다면, 할아버지의 아내와 아이는 약점으로 되는 거지.”강성연은 불현듯 깨달았다.“그래서 큰어르신이 아버님을 서 씨 가문에 보낸 거예요?”반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는 예전에 할머니도 동의하셨다고 했어. 심지어 명분도 없는 상황
엘리베이터가 12층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레스토랑은 전체 대관된 것 같았고, 밖에는 보디가드 몇 명과 서비스를 하는 웨이터만 남아있었다.복도에 서있던 여준우는 고개를 숙이고 손목 시계를 확인했다.“제 시간에 왔네.”반지훈이 담담하게 물었다.“할머니는 어디에 있어?”“안에 있지.”여준우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들과 함께 들어갔다. 반지훈은 강성연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갔고, 곧 그들을 등진 채 테이블에 홀로 앉아있는 백발의 할머니를 발견했다. 그녀는 꽃병에 꽂힌 장미를 다듬고 있었다.여준우는 백발 할머니 곁에 멈춰 서서 허리를 숙였다.“고모할머니.”반지훈은 강성연을 데리고 할머니 맞은편에 있는 자리에 섰다. 여 노부인은 그제서야 장미를 꽃병에 꽂은 후 곁으로 옮기더니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오랜만에 보는구나. 아버지는 잘 지내?”강성연은 그제서야 여 노부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나이가 일흔이 남짓해 보이는 노부인은 백발이 창창했지만 여전히 얼굴에서 예전의 미모를 엿볼 수 있었다.나이가 지긋했지만 그녀의 우아하고 싸늘한 기품은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 그녀의 기품은 바로 이 속세에서 물들지 않은 그 맑은 눈빛에서 나오는 거였다.반지훈은 미소를 지었다.“잘 지내고 있어요. 보고 싶으시면 보러 가세요.”여 노부인은 강성연에게 시선을 돌렸다.“이 사람이 바로 너의 아내인 거냐?”반지훈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앉거라.”여 노부인은 차를 따르면서 느긋하게 말했다.“오늘 이 레스토랑에는 우리 밖에 없기 때문에 편안하게 있거라.”여준우는 노부인 왼쪽 편에 앉아 웨이터를 불러 요리를 올리라고 했다. 웨이터는 곧 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할머니가 어떻게 S국에 있어요?”반지훈이 그녀를 바라보자 여 노부인은 찻잔을 들었다.“네가 S국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일을 준우에게서 들었다. 하지만 지금 너의 안색을 보니 많이 좋아진 것 같구나
느긋하게 물을 마시고 있던 강성연은 이 말을 듣고 그만 사레 들릴뻔하였다.여 노부인의 엄숙한 얼굴에도 점차 미소가 번졌다.“너의 마음에 들면 다행이야. 하지만 넌.”여 노부인은 여준우를 바라보았다.“아버지가 여러 나라의 아가씨를 찾아줬는데 한 명도 만나지 않더니, 무슨 얼굴로 지훈이를 말하는 거야?”여준우는 킥킥 웃었다.“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리고 고모할머니도 평생 결혼하지 않았잖아요. 저도 결혼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죠.”순간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졌다.강성연은 여 노부인을 바라보았다. 여 노부인의 표정은 아까와 다름이 없지만, 눈에서 어두운 빛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할머니, S국에서 얼마나 있을 예정이에요?”반지훈이 화제를 돌리자 여 노부인은 고개를 들었다.“곧 돌아갈 거야. 네가 무사한 걸 보니 시름 놓았어.”식사가 끝난 후, 반지훈과 강성연은 여 노부인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 차 앞에서 여 노부인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돌아가면 아버지에게 안부를 전해줘.”반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여 노부인과 여준우는 차를 타고 떠났다. 강성연은 차가 멀어지는 걸 지켜보더니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그를 보았다.“저 호구는 당신을 도우려고 그랬던 거군요.”그는 웃었다.“아까 왜 그 사람 앞에서 호구라고 말하지 않았어?”강성연은 팔짱을 꼈다.“친한 사이가 아니니 그렇게 말하면 미움을 사지 않겠어요?”반지훈은 그녀를 그러안았다.“촌수로 따지면 당신은 여준우의 사촌 형수야. 그러니 여준우는 감히 뭐라고 하지 못해.”“법적으로 저희는 이혼했어요. 당신과 계속 살지는 저의 기분에 따라 결정할 거예요.”강성연은 그의 손을 밀치더니 연희승이 가져온 차를 향해 걸어갔다.반지훈은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완치되니 강성연은 예전의 복수를 하려고 했다. 차라리 완치되지 않는 게 나았을 것 같다.*어두운 복도에 누런 불빛만 벽을 어렴풋이 비추고 있었다.경호원은 차게 식은 음식을 들고 자물쇠 잠긴 방문으로 걸어갔다. 그가 예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