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노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피로 새로운 항체를 만들었다고 해도, 피를 뽑아 분해한 뒤 비활성혈 상태라면, 항체의 생존율이 굉장히 낮아요”즉, 매번 피를 뽑을 때마다 몇 초 밖에 안되는 짧은 분해 추출 기회가 있는 셈이다. 한번 실패하면 다시 피를 뽑아야 하니, 얼마나 많은 피를 뽑아야 하는가!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피를 다 빼야 하나? X는 그의 걱정을 이해했다. 그도 원래 이 방법을 사용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연이 그를 믿는다고 말한 것을 생각하니, 그것도 그에게 약간의 심리적 부담을 주었다. 그는 그녀의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지만, 동시에 실패를 걱정했다. 당시의 그는 빠른 시간 안에 항체를 개발하지 못해 연은희를 구하지 못했다. 지금의 그는 할 수 있을까? 그 자신도 모른다. 그는 몇 년 동안 죄책감 속에서 살아왔다. 그는 무엇을 하든 상관없었지만, 실험만큼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항체를 가져간 것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겠죠?’ 귓가에 맴도는 말이 그의 결심을 굳혔고,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해봐야 알지" 마노가 물었다. “그럼 앨리스 양도 동의했나요?” X는 자료를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그녀를 실망시킬 수 없겠지?”“그때 은희 씨 일을 가슴에 담아두고 계신 거라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지금 바로 보스를 대신해서 연락을 돌려볼게요” ** S국, 장도 별장. 노랗게 마른 잎이 나비처럼 나무에서 떨어져 땅으로 돌아갔다.지훈은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뒤적거렸으나 마음은 딴 곳에 가 있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는 그의 눈빛은 깊고 농후했다. 희승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서재로 들어가 책상 위에 커피를 내려놓았다. "대표님. 성연 씨가 M국에 가서 뭐하시는지 묻지 않으십니까?" 지훈은 주먹을 쥔 채 입술에 대고 기침을 몇 번 했다. “그녀가 말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말해 줄 거야” 원래 그는 하루라도 그녀를 만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
잠시 후, 그는 책을 덮었다. “가자, 가서 보자” 명란당은 가로수길에 위치해 있었다. 인사동 최고 맛집으로, “인사동 핫플레이스”로 불렸다. 복고풍의 건물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근처에는 골동품을 파는 전당포, 이색 중식당, 보석 가게, 주점, 카페 등이 있었다. 오가는 행인 대부분은 동양인 이였으며, 외국인도 있었다. 호화스러운 명란당 VIP룸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다도 전문가는 우려낸 보이차를 다기에 따르고 찻물이 일렁거리지 않을때 까지 몇 초간 기다렸다. 이후 왼쪽부터 순서대로 손님 잔에 차를 따랐다. 큰 어르신은 찻잔을 들고 입을 열었다. "수지 양은 어느나라 사람인가? 다도에 대해 잘 아는 것 같군"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인은 하얀 자켓에 차분한 블랙 셔츠를 입고 있어, 시크한 분위기를 풍겼다. 검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어깨까지 가지런히 빗어 귀 뒤로 넘겼다. 이목구비가 아름다웠으나 예리해 보였다. 수지는 미소 지었다. “아버지는 중국계, 어머니는 일본계이십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S국에 왔고, 다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 큰 어르신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X가 당신의 상사인데,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지?" "선생님은 행방을 밝히지 말라고 하셨고, 저에게 이 자리에 갈 때 무언가를 전달해 달라 하셨습니다" 수지는 뒤에 있는 사람에게 구리로 된 상자를 건네달라 지시했다. 상자를 열자, 안에 있는 것이 깨지지 않도록 금벨벳 실크 천이 싸여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감싸진 그 물건이 큰 어르신의 눈앞에 나타나자, 큰 어르신은 멍해졌다. "이건…." “최초의 무증상 바이러스” 수지의 얼굴색은 변하지 않았다. “당시 남 선생님이 개발한 것인데, 안타깝게도 남 선생님의 연구는 실패했습니다. 저희 선생님이 이것을 가지고 계신 이유는 이것이 있어야 지만 30년 전 그 바이러스에 대한 해독약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30년 전 그 재난은
돌아가는 길, 지훈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의 눈빛이 그윽했다. 희승은 백미러로 흘깃 보았다. "대표님, 수지 양이 정말 X의 제자일까요?" 너무 어려보였는데? 지훈은 시선을 거두었다. "연혁을 찾으면 알게 될 거야" "연혁이요?" 희승은 어리둥절했다. "연혁이 X를 안다고요? 30 년의 그 재해에서, X가 나타나고 s국에서 한바탕 난리 난 뒤부터 이름을 알렸어요. 명성이 높은 것 치고 그를 본 사람이 극히 드물다고 하고요. 그리고 나서 그가 의학계에서 은퇴한 이후 본 사람은 더더욱 없죠. 연혁은 어떻게 X를 알게 되었을까요?" 지훈은 눈을 치켜들었다. "연은희 때문에" “성연 씨 모친이요?” 희승은 깜짝 놀랐다. “성연 씨 모친이 메트로폴리탄 사람과 관계가 있지 않나요? 그녀가 X도 알고 있는건가요? 설마 X는….” “우리가 아는 건 X가 M국 사람이라는 것일 뿐, 메트로폴리탄과 관련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아” 지훈의 눈빛이 차가웠다. “수지 양을 미루어 보았을 때… 확실히 뭔가를 준비하고 있어” 남호연이 죽고 연혁이 행방불명이 되었으며, 레겔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하필 이때 “X”와 관련된 수지가 튀어나온 것이다. 모든 것이 평온해 보이지만 성난 파도가 숨어 있는 것 일지, 단순한 우연일지, 아니면 위험한 계획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는 휴대전화 잠금화면 속 사람의 사진을 보았고, 차가운 눈빛은 부드러워졌다. 손끝이 그녀의 뺨을 살짝 스쳤다. “성연아...” ** 성연은 침대에 누워 한참을 쉬었다. 세 차례 피를 뽑은 까닭에 그녀는 온 몸이 허약해 졌다. "일어났어요?" 샤샤는 대추차를 들고 침대로 가서 앉으며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좀 어때요?” "좀 나아졌어요" 성연은 창백하게 웃으며 그녀가 건넨 차를 받았다. 샤샤는 한숨을 쉬었다. "며칠 더 쉬셔야지 피를 뽑을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몸이 견디지 못할 거예요"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성연은 고개를 떨구었다. "괜찮아요. 연
건강검진을 마친 그녀는 수술복을 입고 수술실을 찾았다. 그녀는 수술대에 누워 조명기구 보면서 자신이 아이를 낳았을 때도 버텨낸 것을 생각했다. X가 그녀 곁으로 가 혈액을 걸었다. 피를 흘리기 시작했을 때, 마취제를 발라두어 성연은 별다른 고통을 느끼지 않았지만 혈관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이 느껴지며 서서히 통증이 느껴졌다. 이 통증은 느리게 찾아왔지만 혈액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계속 같은 상처에 칼이 베여 살갗을 찢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묵묵히 이를 악물고 참았다. 혈액이 들어오면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여 호흡곤란까지 오기 시작했다. "수혈해" X는 냉정을 유지했다. 샤샤는 준비한 혈액 주머니를 걸었다. 혈액이 빠져나간 만큼 빠르게 수혈해야 했다. 성연은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급된 산소로 숨을 쉬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피를 흘린 성연은 팔 전체가 마비될 정도로 아팠지만 시종일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샤샤는 옆에서 차분하게 그녀를 위로하며 그녀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마노와 X도 마찬가지로 옷이 땀에 젖어 등뒤에 축축하게 달라붙었다. 시간은 1분 1초를 다투었다. X가 항체세포를 추출하자 마노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성공했다!” 샤샤는 즉시 성연을 마취시켰고, 곧 성연은 의식을 잃고 기절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그녀의 손에 있던 수술 부위도 이미 꿰매져있었다. “앨리스” 샤샤는 침대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어때요, 아직도 아파요?"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 "많이 아프지는 않아요" 그녀는 약을 내려놓았다. "상처 부위가 아프면 진통제를 한 알 드세요" 성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백한 입술을 움직였다. “성공 한거죠?” "그럼요" 샤샤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곧 연구 결과가 나올 테니 푹 쉬세요" 일주일 후. 마노는 보고서를 들고 실험실로 왔다. "X, 결과가 나왔어요. 우리가 정말 성공했어요!" X
리비어는 그녀의 곁에 섰다. "몸은 좀 나아졌니?"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다 나았어요. 참, 리비어 아저씨, s국에서 외할아버지 소식 들으셨어요?” 리비어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그 말을 듣고 성연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외할아버지가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두려움은 커져갔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s국으로 돌아갈래요” “넌 아직 돌아갈 수 없어”"왜요?" 성연은 당황했다. 리비어의 어두운 안색을 보고는 물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에요?"리비어도 그녀를 속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X의 신분을 사칭해 s국에서 신형 항체를 만들어냈다고 하고 다녔어. 지금 활발히 활동 중이고. 연혁이 실종되었고 남가가 몰락했는데, 하필 이 시기에 누군가 신분을 사칭해 신형 항체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수상하잖니.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칭? X의 신분을 사칭해 신형 항체를 개발한 사람이 있다니? 성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s국에서 그런 연구를 할 사람이 남씨 집안 사람을 제외하고 또 누가 있을까요? 남호연은 이미 죽었는데, 누가 X의 신분을 사칭하죠?” 게다가 왜 “X”의 신분을 이용하였을까. “X”의 유명세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한 것일까? 하지만 만약 그 유명세를 이용해 이익을 챙겼다면 감히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사칭이 밝혀지면 그도 법적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감히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키다니, 분명 뭔가 진짜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리비어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X만이 알지 않겠냐" 성연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희승의 전화를 받았다. “성연 씨, 언제쯤 돌아오실 까요? 지금 대표님이…” ** 센시티의 하늘은 뿌옇게 흐려졌고 도시 전체가 색깔을 잃은 듯 어두운 색에 휩싸였다. 지훈은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큰 어르신은 초조해하며 복도를 배회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
대답을 들은 큰 어르신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하였고, 그제서야 웃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 정말 잘됐군” 희승의 표정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뜻밖에도 바이러스가 억제되다니? 하지만 그 사람이 X가 아니라면, 누가 이런 능력이 있겠나? 설마 그와 대표의 추측이 모두 틀렸단 말인가? 수지는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큰 어르신, 이제 선생님을 믿으시겠습니다?" 큰 어르신은 좋은 결과를 얻으니 당연히 더 믿고 싶어졌다. "이번에는 정말 X선생 덕분이야, 이 은혜를 마음에 새기고 있겠네.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시게" “과분해요, 선생님은 평생 연구에 힘쓰셨고, 필요한 것도 없으세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됐다면 선생님도 만족하실 것입니다” 수지는 겸손하고 함축적인 대답으로 큰 어르신의 인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오늘이후부터 수지양이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하게. 사양하지 말고” 수지는 눈을 내리깔고 웃었다. 눈 밑에는 싸늘한 기운이 스쳤다. “알겠습니다” 성연이 s국 공항에 도착해 출구로 나가자, 지윤이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윤은 아직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 “아가씨, 몸은 괜찮으신건죠…?” "괜찮아요" 그녀는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 “병원으로 가죠” 이내 지윤이 차를 몰고 병원에 도착하였고, 성연은 쉬지 않고 입원동을 향해 달려갔다. 간호사실에 가서 지훈이 있는 병실을 물었고, 그녀는 VIP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 문 앞에 다다르고, 지훈에게 기대어 있는 여자가 보였고, 두 사람의 입술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있었다. 거기에 지훈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었지만 밀어낼 뜻은 없어 보였다. 지훈은 성연을 보고 당황하여 빠르게 수지의 손을 놓았다. 얼굴에 어두움이 드리워졌다. “성연아, 너가 어쩐 일이야” 성연과 수지의 시선이 마주쳤다. "제가 잘못 했네요. 대표님과 미녀분의 데이트를 방해했을까요?" 이 여자,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에, 외모는 매우 아름다운 편이다. 강하고 공격적인 아름다움에
성연은 말이 없었다. 그도 어쩔 수 없었다. “그 여자는 할아버지가 남아서 돌봐달라고 한 거야” 그는 결코 필요하지 않지만. 성연은 웃었다. “큰 어르신이 정말 당신을 생각해주고 계시네요. S국의 X가 당신 안의 바이러스를 통제해 주었고, 그녀는 X의 제자이고, 큰 은인이니, 큰 어르신은 당신이 일찍 나와 정리하고 그녀와 결혼하길 바라시는 거죠?” 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코를 움켜쥐었다. “그렇게 못된 말만 골라 하면, 맘이 편하냐?” "방금 그녀를 잡은 손으로 나를 건드리지 마요!" 성연이 그의 손을 툭툭 쳤다. 그녀는 매우 신경이 쓰였다. 마치 그녀의 물건을 누군가가 건드린 것 같았다. 극혐! 지훈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마음에 다른 사람을 위한 자리는 없어. 네가 다 차지했는 걸. 믿지 못하면, 꺼내서 너에게 보여줄까? 응?" "피범벅이 돼서 싫어요" 성연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녀의 머리 위로 턱을 괴었다. "그 여자가 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을 알고 있었어.방금도 일부러 내 위로 넘어진 거야. 그걸 내가 역으로 이용한 거고” 그의 설명을 들은 성연은 그의 품에서 일어나 말했다. “역으로 이용해요? 내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그대로 키스하려던 거 아니에요?” 지훈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의 “생트집” 잡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3년이 지났는데 그의 성연은 정말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귀엽다. “얼굴을 다시 본거야” 결국 한숨을 쉬며 해명했다. 해명하지 않으면 그의 작은 아내가 지윤과 함께 병원을 헐어버릴 것 같았다. "얼굴을 봐?" 성연이 다가왔다. “그런 타입의 얼굴을 좋아해요?” 지훈은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의 붉은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호박색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타입을 좋아해” 그의 눈에는 그녀의 모습만이 비쳤다. 성연은 더 이상 그를 괴롭히지 않았다. “됐어요. 리비어 아저씨에게
적은 그를 견제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말로 견제당한 것은 그들이다. 지훈은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입술을 엷게 다물었다. "며칠만 떠난다고 하더니 이렇게 오래 가있다니,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어" 성연은 눈을 깜박였다. “만약 내가 정말 돌아오지 않는다면요?” 그는 대답이 없었다. 성연은 턱에 놓인 차디찬 손을 잡았다. "지훈 씨,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내가 꼭 구해줄게요" 지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X를 찾으러 m국에 간거야?" “맞아요” 그녀가 그의 허리를 감쌌다. "X가 이미 방법을 찾았지만, 좀 더 기다려야 해요" **수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최고층으로 올라갔다. 얼굴은 어두웠다. 그녀는 3년 동안 s국에 숨어 있었다. 마침내 남호연이 죽었지만, 성연 그 천한 것이 정말 살아있을 줄은 몰랐다! 기존에 아리가 개발한 항체로 지훈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아마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녀는 신분도 바꾸고 이름도 바꿨다. 큰 어르신도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고, 다시 그녀를 신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강성연은 죽지 않았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녀는 다시 얼굴의 감정을 추스르고 주먹을 쥐고 엘리베이터를 나와 옥상 개인 수영장에 도착했다. 주위에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 몇 명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 큰 수영장에서, 금발의 한 남자가 태연하게 잠영하고 있었다. 수지가 물가에 서서 말했다. “선생님” 아리가 수영장에서 헤엄쳐 물안경을 벗고 몸을 일으켜 올라오니, 뒤에 있던 경호원이 그에게 타월을 걸쳐주었다. 그의 나이는 마흔다섯 살, 섹시한 수염이 나 있었다. 서양인의 이목구비로, 비교적 진한 이목구비에 서른이 넘은 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바다처럼 사납고 깊은 눈매, 과하지 않은 근육질 몸매, 성숙한 남성미가 물씬 풍겼다. "그가 그 항체를 사용했다고?" 그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있는데도 목소리가 우렁찼다. 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을 마치고도 계속 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