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외할아버지는 외조부가 서재에서 오랫동안 있었다고 말했었어. 그분은 당신의 외조부가 남긴 단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강성연은 정신을 차렸다.“연 씨 저택의 서재인가요?”그랬다. 외할아버지는 그 사람들이 그를 납치하려는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았을 것이다.반지훈은 강성연의 손등에 손을 포갰다.“난 당신이 걱정할까 두려워 이 병을 공개하지 않았던 거야. 그리고 그들도 감히 공개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어.”반지훈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3년이나 되었지만 지금도 매체들은 그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모르고 있었다.누군가가 바이러스로 실험하고 있고, 또 마침 선거 때가 되었으니 일찍부터 바이러스에 대해 공개한다면 도리어 그들에게 불리할 것이다.“당신의 말처럼 유일하게 선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거야.”반지훈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성연아, 이제부터 하게 될 일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어, 난 당신이......”강성연은 픽 웃었다.“제가 물러섰으면 좋겠어요?”반지훈은 묵묵히 있었다.“전 S국에 왔을 때부터 이미 이 구덩이에 뛰어든 거예요. 그리고 전 한 번쯤은 이기고 싶어요.”그녀는 이렇게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지금 연 씨 저택에 다녀올게요.”**지윤은 차를 연 씨 저택 앞에 세웠다. 그녀의 외할아버지가 실종된 뒤로 연 씨 가문의 대문은 계속 굳게 닫혀있었다.정원 밖의 은행나무에는 어느새 노란빛이 내려앉아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겼다.강성연은 차에서 내려 지윤을 흘깃 보았다.지윤이 한참 동안 문을 두드렸지만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연 씨 가문의 하인들도 모두 떠난 듯하였다.지윤이 대문을 걷어차자 곧 문이 열렸다.두 사람은 거실에 들어갔고 테이블에는 뽀얀 먼지가 뒤덮인 찻물과 엎어진 차 잔이 보였다. 흰색 테이블도 찻물에 누렇게 물들었다.귀중품이 계속 남아있는 걸 보아하니 하인들도 허둥지둥 떠난 듯하였다.“아가씨, 깨진 자기 꽃병에 탄알이
전화를 끊은 강성연은 점점 표정이 어두워졌다.지윤이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아가씨, 누가 왔어요. 이만 빨리 나가요.”“그는 우리 둘을 모두 보내주지 않을 거야.”강성연은 지윤의 팔을 잡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한 사람은 나갈 수 있어.”지윤은 미간을 찌푸렸다.강성연과 지윤이 서재에서 나오자 검은 옷을 입은 사람 몇 명이 위층으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찾았다!”그들은 강성연과 지윤에게 달려들었다.지윤은 강성연을 밀쳤다.“아가씨, 먼저 떠나세요.” 강성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아까 내가 했던 말을 잊지마. 그리고 다치면 안돼.”지윤은 멈칫하더니 강성연을 빤히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녀는 외투를 벗고 검은 옷 무리들에게 달려들었다.강성연은 뒷문 계단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녀가 밖으로 나가기 바쁘게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도망치려고?”강성연은 팔꿈치로 그의 얼굴을 내리쳤으며 돌려차기로 그를 제압했다.그 남자가 땅에 쓰러지자 손에 총을 든 남자가 강성연을 향해 총을 쏘려고 했다. 그녀는 신속하게 남자의 손목을 돌려 총구의 방향을 돌린 후 업어치기로 아까 남자의 위에 그를 내리 꽂았다.강성연은 그의 총을 빼앗은 후 신속하게 다리 쪽으로 한발 쐈다.남자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그녀가 대문 쪽으로 달려가자 갑자기 차 몇 대가 길을 가로막았다. 차에서 내린 검은 옷 무리들은 모두 총으로 그녀를 조준하고 있었다.강성연은 일찍부터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총을 던지고 두 손을 들었다.차에 끌려갈 때 강성연은 연 씨 저택을 보면서 희미하게 웃었다.마취약을 맞고 의식을 잃었던 강성연이 정신을 차려고 보니 그녀는 커다란 실험실 안에 묶여있었다. 실험실 주위에는 의료 기계들로 가득 했으며 벽 쪽에 놓인 녹색 유리관에는 아기와 성인 남녀들의 시체가 포르말린에 담겨있었다.짙은 화학 물질의 냄새에 강성연은 습관이 되지 않았다.대문이 열리자 남호연과 방호복을 입은 의료 인원들이 걸어 들어왔다.“강성연 아가
S국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14살에 불과했으며 외국어 한 마디도 못했다.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빈민촌에서 배를 곯으며 살아갔다.그때 상류층 사람들은 빈민굴에서 지내는 이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말 잘 듣는 짐승과 다름이 없었다.심지어 빈민굴에서 지내는 부모들은 살기 위해 딸을 부잣집에 하녀로 보내기도 했다.여자의 부모도 그녀를 자식이 없는 늙은 상인에게 팔아 넘겼다.늙은 상인에게 팔려간 여자의 생활은 고통스러웠다. 매질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고달픔과 졸음에 시달려야 했다.그 후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외국어를 배웠으며 늙은 상인의 예쁨을 받으려고 갖은 애를 썼다. 심지어 주동적으로 늙은 상인의 고객들을 접대하기도 했다.젊고 예쁜 그녀는 당연히 고객들의 환심을 샀고, 늙은 상인은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이에 기분이 좋아진 늙은 상인은 그녀를 자신의 수양딸로 삼았으나 그녀는 자신의 싫어하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하지만 하늘도 그녀를 가엽게 여겼는지 몇 년 후 늙은 상인은 병으로 죽게 되고 여자는 명분이 정당하게 모든 재산을 계승하게 된다. 또한 그녀도 상류층 사회의 아가씨로 되었다.25살이 되던 해에 그녀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의학생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성취욕이 있고 야심만만한 남자는 연구생 시험에 실패하고 낙담하던 시기에 여자를 만난 것이다. 그는 감언이설로 여자를 기쁘게 만드는 남자들과 달랐기 때문에 여자는 곧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여자는 그를 사랑하여 그의 사업에 도움을 주었으며 두 사람은 3년 후 결혼했다.여자가 도움을 주고 있었던 사업은 바로 남자가 연구하고 있던 한가지 약물이었다. 그건 암세포, 심지어 고통을 억제하는 약물이었는데 남자가 암 말기 환자들에게 실험을 해보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여자는 남자를 위해 예전에 모질게 자신을 팔았던 부모를 집으로 데려왔고, 부모를 이 위험한 약물의 실험체로 사용했다.그 후 여자의 부모는 1년 동안 병에 걸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아버지의
남호연은 고개를 들어 강성연을 바라보았다.“제가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큰공주와 건달의 신분을 알 수 있죠?”강성연은 픽 웃었다.“네. 당신이 말한 그 여자는 남 씨 가문을 일으킨 당신의 조모겠네요.”“네.”남호연의 눈은 매우 차가웠고 일말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그 늙은 상인은 저희와 아무런 혈연 관계가 없어요. 저의 조모 떄문에 여태까지 대를 이어온 거죠.”“그러니 당신의 조부가 큰공주 사건을 일으킨 건가요?”그는 살짝 의자에 기대더니 싸늘하게 웃으면서 강성연을 바라보았다.“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얻지 못하는 물건을 망가뜨리려고 하잖아요. 지금 남 씨 가문의 권력과 작위는 모두 조부의 덕이에요.”그의 조부는 황실의 중시를 받지 않는 사생아인 레겔 왕작의 편에 섰다. 큰공주의 세력을 무너뜨려 레겔이 왕위에 오른다면 그는 그 다음으로 높은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큰공주와 반영운은 항상 그들의 계획을 망쳤다. 큰공주가 점차 국민의 사랑과 국왕의 중시를 얻자 그들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그건 바로 S국의 국민이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만드는 것이다. 큰공주가 이 바이러스 앞에서 속수무책이라면 곧 민심을 잃게 될 것이다.남호연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웃었다.“필경 그때 큰공주는 국민들의 신앙이었어요. 신앙조차 그들을 구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계속 큰공주를 믿을 수 있겠어요?”강성연은 눈빛이 어두워졌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담담하게 물었다.“그럼 30년 전에 바이러스 재해는요?”남호연은 좀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30년 전은 그저 사고였어요.”그의 웃음기 섞인 무덤덤한 말에 강성연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사고라고요? 고의적으로 호텔 물탱크에 바이러스를 넣은 사건이 사고였다고 말한 건가요?”남호연은 천천히 일어서더니 정장 단추를 풀면서 걸었다.“정말 사고였어요. 그때 저는 나이가 어렸고 철이 없어 아버지의 약을 훔친 후 물탱크에 던진 것이었어요.”“사실 전 아버지가 연구하는 그 약물을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바꿀 수 있는 건 없어요. 레겔의 목적은 반씨 집안이고 연씨 집안은 그저 반씨 집안을 상대하는 데 쓰이는 카드일 뿐이에요.”“그러면 당신이랑 반지훈은 무슨 원한이 있는 거죠?”강성연은 경멸에 찬 표정으로 웃었다.“단순히 당신이 레겔의 개이기 때문인가요?”남호연은 혀를 차더니 성큼성큼 걸어가 강성연의 앞에 섰다. 그는 강성연의 화가 난 얼굴을 보며 말했다.“강성연 씨, 나한테 이렇게 말을 많이 시킨 건 시간을 끌어서 누군가 당신을 구하러 오길 바라는 거죠?”강성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는 냉소를 흘렸다.“애석하게도 당신을 구하러 올 사람은 없어요. 당신이 정신을 잃었을 때 다른 사람이 당신 소지품을 모두 가져갔거든요. 위치추적이 될 리가 없는데 누가 이곳을 찾을 수 있겠어요?”강성연의 손을 뒤로 묶은 밧줄이 조금 풀렸다. 그녀는 남호연이 신중한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라면 무조건 그녀의 모든 소지품을 거뒀을 것이다.그런데 유일하게 반지만 안 들켰다.남호연은 허리를 숙이며 어두운 눈빛으로 강성연을 응시했다.“반지훈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은 이제 곧 알려지겠죠.”강성연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리자 남호연은 그녀의 턱을 쥐고 말했다.“반지훈은 이제 얼마 못 버텨요. 게다가 선거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으니 막으려면 발표할 수밖에 없겠죠.”강성연은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설마 날 이용해 그를 협박할 수 있을지 도박한 건가요?”“인생은 원래 도박이에요. 하지만 이 도박은 조금 의외네요. 난 그가 당신을 신경 쓸 거로 생각했거든요.”강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사람을 시켜 반지훈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어떻게 됐는지 짐작이 가요?”남호연은 웃었고 강성연의 눈동자는 파문 하나 일지 않았다.“묻지도 않던데요.”남호연은 연민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성연 씨는 또 3년 전처럼 버림받았네요.”강성연은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내리뜨린 속눈썹이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그는 큰 손으로 그녀의 목을 졸랐다.“왜요? 누군가 당신을 구하러 올 것 같아요?”강성연은 그에게 목이 졸려 얼굴이 빨갛게 되었고 숨쉬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미소를 짜냈다.“지하실이라 이렇게 은폐된 걸 보면 M 바이러스만 있는 건 아닌가 봐요?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도 있을 것 같네요. 혹시나 이곳에 유출 사고가 일어난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도망칠 수 있을까요?”남호연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강성연이 갑자기 다리를 들어 그의 가랑이를 걷어찼다. 남호연은 고통 때문에 표정이 어두워졌고 두 눈동자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날카로웠다.강성연은 재빨리 자신을 묶어두었던 밧줄을 풀었다. 남호연의 뒤에 서 있던 의료진들은 잇달아 총을 꺼내 들었으나 아무도 감히 총을 쏘지는 못했다.바이러스가 유출된다면 방호복을 입고 있다고 해도 방독 마스크가 없으므로 바이러스 가스를 흡입하는 순간 끝장나기 때문이다.강성연은 재빨리 시험품 뒤에 섰다. 은색 상자 안에는 파란색의 작은 관이 잔뜩 놓여 있었다.“강성연, 죽으려고!”남호연은 총을 꺼내 들었고 강성연은 신속히 피했다.“쨍강!”그녀의 뒤에 있던 포르말린이 담긴 유리에 금이 갔다.“도련님, 절대 총을 쏘면 안 됩니다!”의료진들이 다급히 말렸으나 남호연은 그들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는 이미 이성을 잃고 눈이 벌게졌다.“탕! 탕! 탕!”총소리가 이어졌다. 소화전에 총알이 박히자 경보가 울리기 시작하면서 실내에 즉시 빨간불이 켜졌다.흰색 기체가 소리를 내며 파이프에서 배출되었고 책상 위에 깨진 몇 병의 액체가 공기 중에 노출되었다.“큰일이에요! 얼른 도망쳐요!”몇몇 의료진들이 우르르 몰려가 탈출하려 했지만 스피드도어가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남호연은 강성연을 덮쳤고 그의 몸이 닿는 순간 강성연은 고개를 돌리며 다리를 들어 옆차기를 했다.남호연은 팔뚝으로 막으면서 잽싸게 피했다.강성연은 계속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세게 밀었고 남호연은 중심을 잃고 책상
강성연은 그를 바라보며 맥없이 대답했다.“난 남씨 집안이 왜 레겔과 그 귀족들의 마음에 들려고 아득바득 애를 썼는지 생각해 봤어요. 당신들은 본질적으로 열등감을 느끼고 있어요. 당신들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이용해 집안을 세웠죠. 당신들의 조상은 남씨가 아니에요. 부유한 상인의 후손도 아니고요. 그냥 밀입국한 보통 집안일 뿐이죠. 연씨 집안은 진정한 귀족인데 남씨 집안은 아니죠. 당신들은 중시 받기를 원했겠죠. 그래서 그들을 위해 암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약물을 연구하는 것이 당신들이 진짜 존재하는 의미겠죠.”남호연은 말을 하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강성연은 냉소했다.“남호연 씨, 이건 당신의 업보예요. 당신은 인생이 도박이라고 했죠. 맞아요. 난 일부러 지윤 씨가 날 지키게 했어요. 내가 도망친 것도 도박이었죠. 당신이 날 잡을 거라는 것에 도박을 건 거죠.”강성연은 천천히 반지를 뺐고 반지 안쪽에서 반짝이는 붉은빛이 바로 위치추적기였다.“그리고 이 도박에서 난 이겼어요.”경찰차 여러 대가 남씨 집 안팎을 철저히 봉쇄했고 지하 실험실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밖에는 취재진으로 가득했고 그들은 분노에 차서 누군가 바이러스를 비밀리에 연구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그해 발생한 바이러스의 피해가 실시간 검색어로 급부상하게 되면서 며칠째 대중들은 총회 건물 밖에서 정부가 당시 바이러스의 진실을 숨긴 것에 항의했다.심지어 선거 당일에도 현장에 수많은 항의자가 몰려들어 중단되었고 레겔을 지지하던 자들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그만큼 치열한 상황이었다.병원 중환자실.심전도에서 보이는 선이 완만한 기복을 이루고 있었다. 산소마스크를 쓴 채 병상에 누워있는 강성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점차 의식을 되찾은 강성연이 눈을 떴을 때 흰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손바닥에서 뜨거운 땀과 온도가 느껴지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침대맡에 엎드려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강성연은 산소마스크를 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몸을
“남호연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을 때 그는 이미 독가스에 감염되어서 폐와 심장이 심하게 망가졌어. 게다가 다리에 출혈도 심한 상태라서 미처 구하지 못했어.”강성연은 눈동자를 움직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지훈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경찰 쪽은 내가 너 대신 설명했어. 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을 쏜 거야. 게다가 넌 그를 죽일 생각도 없었잖아. 그래서 다리를 쏜 거겠지.”강성연은 웃었다.“내가 정말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면요?”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3년 전 그 사고는 그가 꾸민 짓이에요. 직접 손을 쓴 건 서영유고요. 비록 당시에 총으로 남호연의 머리를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업보를 갚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어요.”“성연아.”반지훈은 몸을 숙여 그녀를 보았다. 그는 그녀의 고개를 돌려 강성연이 자신을 직시하게 했다.“나랑 약속해. 앞으로 절대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이야.”강성연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당신은요?”반지훈은 말하지 않았다.강성연이 물었다.“반지훈 씨, 3년 전 당신은 날 대신해 총을 맞았어요. 당신이 정말 죽었다면 내가 어땠을지 생각해본 적 있어요?”반지훈은 그녀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갖다 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우리 둘 다 다치면 안 돼. 알겠지?”강성연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이내 이불로 얼굴을 가리며 눈을 깜빡였다.“나 지금 배고파요. 음식 먹고 싶어요.”반지훈은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뭐 먹고 싶은데?”“당신이 만든 음식이요. 흰 쌀밥에 한식이요.”강성연은 배를 만지작거렸다. 정신을 차리니 더 배가 고픈 것 같았고 지금 당장 밥을 먹고 싶었다.반지훈은 정말 그녀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갈비탕에 닭고기, 미역, 쌀밥에 녹두죽이 있었다.강성연은 얌전히 책상다리하고 앉아 그가 밥을 먹여주기를 기다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