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남자는 파란 눈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온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그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을 때 강성연은 별안간 총구를 피했다."펑!"총알이 그녀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강성연은 이미 그의 등뒤로 돌아갔으며 팔로 그의 목을 꽉 조였다. 지금 그녀의 눈빛은 매우 잔인했다."Ban ji hun. Where is he?"검은 옷 남자는 뭐라 말했고 강성연은 그를 기절시킨 후 총을 빼앗아 앞으로 달려갔다. 다른 곳, 뒤에 있던 검은 옷 사람들은 모두 반지훈의 총을 맞고 바닥에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반지훈은 마지막 사람까지 명중하였다. 상대가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총을 가지려고 할 때 반지훈은 발로 총을 걷어찼다.원래 깔끔하던 그의 셔츠는 이미 주글주글해졌다. 손과 등에 상처가 가득 했으며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있었다. 그는 몰골이 초췌했지만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그는 그 남자의 손을 밟았다."누가 너희들을 보냈어?"바닥에 있던 남자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지훈이 그를 세게 걷어차자 남자는 선혈을 토해냈다.반지훈은 총으로 그를 조준했다."다시 한 번 묻는다. 누가 보낸 거야?"남자는 절망한 듯 눈을 감았다."펑"하는 소리가 들리자 반지훈은 멈칫했다.그는 총소리가 전해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뒤에서 칼로 습격하려던 사람이 천천히 바닥에 쓰러졌다.반지훈은 총을 쏜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강성연은 천천히 총을 내려 놓았고 손가락 까닥할 힘조차 없었다. 심지어 그 사람이 쓰러진 뒤까지 그녀는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내가 사람을 죽인 거야?그녀는 고의가 아니었고 그저 반지훈을 구하고 싶을 뿐이었다."성연아!"반지훈은 그녀를 향해 뛰어왔다. 강성연은 총을 버리고 그의 품에 쓰러졌으나 창백한 얼굴로 애써 미소를 지었다."반지훈씨, 제가...... 제가 너무 늦게 온 건 아니죠?"반지훈은 그녀를 꽉 그러 안으면서 이를 악물었다."너 미쳤어
날카로운 총소리와 함께 탄알이 반지훈 몸에 박혔다.강성연은 멈칫하다가 동공이 수축되었다.불빛아래 그의 이목구비는 평소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가녀리게 보였다. 반지훈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성연아, 두려워하지마. 난......"그는 고개를 숙이면서 키스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맥없이 쓰러졌다.강성연은 재빨리 그의 몸을 부축했고 등에 생긴 총상을 발견했다.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반지훈을 안고 통곡했다."안, 안돼. 반지훈, 자면 안돼요. 날 떠나지 말란 말이에요!"경찰과 함께 현장에 도착한 연희승과 희영은 강성연이 반지훈을 안고 통곡하는 모습을 보고 흠칫했다."반지훈 대표님......"엠뷸런스는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고 강성연은 곁에 앉아 차가워지고 있는 반지훈의 손을 비비고 있었다. 간호사와 의사가 지혈을 하고 구급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몸을 덜덜 떨었다.병원에 도착한 후 반지훈은 들것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갔다. 강성연과 연희승을 비롯한 사람은 모두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강성연은 그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이 닫히는 찰나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녀는 힘없이 벽에 기대더니 천천히 주저앉았다."형수님......"희영은 다가가 그녀를 위로하려고 했지만 연희승이 그녀를 저지했다.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위로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소식을 알게 된 리비어가 재빨리 달려와 연희승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시선은 축 처진 강성연에게 집중되었다.그는 슬픈 얼굴로 강성연에게 걸어오더니 쪼그려 앉았다."성연아, 반지훈 대표는 복이 많아서 꼭 무사할 거야."강성연은 무릎을 감싸면서 말했다."반지훈씨는 저를 위해 총을 맞은 거예요. 저기에 누워있어야 할 사람은 저라고요......"리비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반지훈 대표가 널 구했다는 걸 알아. 하지만 지금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강성연은 멍한 얼굴로 침묵했다.리
강성연을 본 리비어는 의사와 무언가 얘기를 주고받은 뒤 그녀에게 다가갔다.“성연아, 너도 역시 병원에 있었네.”강성연은 쓴웃음을 지었다.“제가 병원 말고 어딜 가겠어요?”그녀는 리비어를 보며 말했다.“의사 선생님이랑 무슨 얘기 나눴어요?”리비어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웃으며 대답했다.“반 대표님 상태 좀 물어봤어.”“상태 안 좋대요?”강성연의 질문에 리비어는 부인하지 않았다. 강성연은 시선을 내리뜨리며 살짝 거칠어진 목소리로 말했다.“상태가 심각하대요?”“좀 그렇대.”리비어는 안색이 흐렸다. 단지 총상 때문이라면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반지훈의 상황은 총상보다 더욱 복잡한 듯했다.강성연이 말을 하려는데 별안간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잠깐 주저하던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아빠?”“성연아, 너 해외에서 별일 없지? 기사 보니까 S국에 폭동이 일어났다면서.”강진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왔다.강성연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말했다.“전 괜찮아요,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강진이 말했다.“무사하다니 다행이구나. 거기 언제까지 있을 셈이니? 아이들이 널 보고 싶어 해.”강성연은 세 아이를 떠올렸다. 만약 그녀가 무너진다면 아이들은 어떡해야 할까?게다가 반지훈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강성연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 전해주세요. 저랑 아이들 아빠... 모두 무사하다고요.”강성연은 몇 마디 더 당부한 뒤 전화를 끊었다. 리비어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넌 먼저 호텔로 돌아가. 병원은 나한테 맡겨.”강성연은 리비어를 믿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이 떠난 뒤 리비어는 조금 전 그 의사를 찾아갔다. 노크해서 허락받은 뒤 리비어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라이언 의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리비어 씨, 앉으세요.”리비어는 소파 앞에 걸어가 앉았다.“조금 전 했던 얘기 다시 상세히 얘기해줄 수 있나요?”라이언 의사는 리비어를 알고 있었다. 그는 태연자약
당시 호텔의 수원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쓰던 수원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그러니 그 재난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었다.반지훈이 정말 감염되었다면 그의 우려가 정확하다는 걸 의미했다. 누군가 또다시 그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호텔로 돌아온 강성연은 반지훈의 할아버지와 희승이 나오자 살짝 당황했다.반지훈의 할아버지는 그녀를 보자 약간의 노여움을 내비쳤다.“내게 약속했던 일을 잊은 거냐? 지훈이는 지금 너 때문에 입원했어. 이제 만족하니?”강성연은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반박할 수조차 없었다. 반지훈은 그녀 때문에 총에 맞아 입원했기 때문이다.반지훈의 할아버지는 굳은 표정이었다.“지훈이는 너랑 있으면서 많이 위험해졌다. 네가 정말 지훈이를 생각한다면 그 아이 곁을 떠나거라.”강성연은 움찔하더니 이내 말했다.“전 그를 떠날 수 없어요.”“그럼 그 애를 죽게 놔둘 셈이니?”어르신은 화가 난 얼굴이었다. 강성연이 입만 달싹거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언성을 높였다.“강성연, 내가 너희 둘이 같이 있는 걸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훈이는 감정을 너무 중요시해. 넌 지훈이의 약점이야. 그 사람들이 지훈이를 다치게 할 수 있던 건 너 때문이야!”“너랑 걔가 같이 있는다면 지훈이는 결국 너 때문에 죽게 될 거다.”그 말은 강성연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강성연은 마음이 부서질 듯했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반지훈은 그녀를 위해 목숨마저 버릴 수 있었다. 정말 그녀 때문에 반지훈이 죽게 되는 걸까?그런 생각이 들자 강성연은 숨 쉬는 것마저 힘들었다.희승은 강성연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반지훈의 할아버지가 화가 난 상태라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반지훈의 할아버지는 오히려 모든 것을 강성연의 잘못으로 돌릴 수 있었다. 한참 고민하던 희승은 결국 반지훈이 깨어난 뒤에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반지훈의 할아버지는 희승과 함께 떠났다. 그들은 아마 병원으로 향
강성연은 이기적이게도 그의 옆에 있기를 원했다. 그를 혼자 두고 싶지 않은 것뿐인데 오히려 그녀 때문에 그가 다치게 되었다.희영은 풀이 죽어 있는 강성연을 보더니 두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언니,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물러난다면 그건 나약한 거예요.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야죠. 대표님이 다친 게 언니 잘못이에요? 아니잖아요. 우리들의 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들이었어요. 언니가 없었다고 해도 대표님은 이 위기를 겪었을 거예요.”희영의 말을 들은 강성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위로를 꽤 잘하네요.”희영은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강성연은 소파 앞에 가서 앉았다.“참, 서영유는 지금 그들이랑 같이 있겠죠?”“네. 오빠가 조사했었는데... 서영유가 그 사람들이랑 관계가 있다고 했어요. 정말 철저히 숨겼더라고요. 그러니 현지 일도 꾸민 거겠죠.”희영은 그녀에게 다가가 맞은편에 앉았다.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보니 서영유가 배신한 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했다.강성연은 눈알을 굴렸다. 어쩌면 놀이공원 일에도 서영유가 참여했을지 모른다.인제 보니 서영유와 만날 필요가 있을 듯했다.병원.반지훈이 눈을 떴다. 옆에 있던 간호사는 그가 눈을 뜨자 다급히 밖으로 나갔다.“라이언 의사 선생님, 환자가 깨어났어요.”라이언 의사는 반지훈의 할아버지, 희승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반지훈의 할아버지는 침대 옆으로 걸어가 그를 보며 말했다.“지훈아, 정신이 드니?”반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간호사가 그의 산소마스크를 벗겨주었고 반지훈은 병실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성연이는요?”반지훈이 깨어나자마자 강성연을 찾자 반지훈의 할아버지는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아직도 걔 생각하니? 너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희승이 다급히 말을 이어받았다.“강성연 씨는 먼저 호텔로 돌아가셨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반지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등 뒤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그는 헛숨을 들이켰다. 총을 맞은 것만 기억날 뿐 그
서영유는 흠칫하더니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진짜 모르는 거예요?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강성연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럼 당신이 새로 찾은 뒷배 남호연 씨에게 물어볼까요?”“강성연 씨,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서영유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강성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당신이 들은 그대로죠. 어르신은 당신을 아끼시는데 당신은 결국 반씨 일가를 배신하고 남호연을 선택했잖아요. 남호연이 당신을 중요시할 것 같아요?”서영유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면서 냉소를 흘렸다.“왜요? 설마 날 당신 편으로 끌어들일 셈이에요? 아쉽게 됐네요. 반씨 일가로 돌아가면 난 살길이 없을 테니 그럴 바에는 남호연 씨 곁에 있는 게 낫죠.”강성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영유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당신이 15년 전 지훈이 어머니 일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요? 어르신이 연씨 집안 잘못이 아니란 걸 믿을까요? 강성연 씨 너무 단순하네요. 당신이 반씨 집안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당신은 지훈이 걱정이나 해요. 반씨 집안은 제 몸 하나 지키기도 어려울 거예요. 하하.”강성연은 의기양양하게 미소 짓는 서영유의 모습에 눈꼴이 셨다. 심지어 그녀는 반지훈의 얘기를 꺼냈다.반지훈은 강성연 대신 총을 맞아 입원한 상태였고 그날 밤 그 사람들은 남호연과 관련이 있을 터였다. 상대가 누구든지 그녀의 남자를 다치게 했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강성연은 몰래 주먹을 움켜쥐었다.“서영유 씨, 난 당신에게 죽여달라고 빌 기회를 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네요.”“나한테 기회를 준다고요?”서영유는 미친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강성연 씨, 당신이 뭐라고 나한테 기회를 준다는 거죠? 날 이렇게 몰아세운 건 당신들이에요.”강성연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영유는 앞으로 걸어가 강성연의 멱살을 잡았다. 예쁘장한 오관이 사정없이 일그러지면
서영유는 남호연에게 걷어 차여 구석에 부딪혔다. 남호연은 넥타이를 풀어헤치면서 매섭고 악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빌어먹을, 후회돼서 날 배신할 셈이야?”서영유는 몸을 파르르 떨더니 그의 발치로 기어갔다.“아니에요. 전 배신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강성연이 사람을 시켜 절 억지로 끌고 간 거예요. 그리고 절 위협했는데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맹세해요!”남호연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턱을 쥐었다.“서영유, 넌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어. 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서영유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남호연은 의심이 많은 성격이었고 배신자를 가장 혐오했다. 비록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만 바이러스까지 포함해 그녀가 알고 있는 비밀이 너무 많았다. “맹세해요. 정말 얘기하지 않았어요. 남호연 씨, 제발 절 믿어주세요. 전 입도 뻥긋하지 않았어요! 강성연이 절 모함한 거예요!”서영유는 울면서 빌었다. 남호연의 손아귀에 들어간 건 불행한 일이었다. 파라다이스도, 반씨 집안도 돌아갈 수 없었다. 어딜 가든 죽게 될 것이 뻔했기에 남호연에게 빌 수밖에 없었다.남호연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서영유가 안도하고 있을 때 머리 위에서 그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멍청한 것. 이런 함정에 빠져? 이번에 제대로 교훈을 줘야겠네. 네가 다음번에 또 함정에 빠져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면 안 되니까 말이야.”서영유는 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 별안간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문밖을 내다보니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울프독 세 마리를 데리고 서 있었다. 사나운 울프독이 그녀를 향해 짖고 있었다.서영유는 턱이 덜덜 떨리면서 모공까지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남호연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말했다.“남호연 씨, 제가 잘못했어요.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제발요!”남호연은 다리를 빼냈다. 연민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눈빛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목줄을 놓자 울프독 세 마리가 서영유를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다.처참한 비명이 밤하늘을
반지훈은 시선을 내리뜨며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무언가 말하고 싶었는데 별안간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몸을 일으킨 강성연은 마음 아픈 얼굴로 말했다.“반지훈 씨, 괜찮아요?”반지훈은 손을 들어 입을 가리며 기침했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손바닥에서 따듯한 액체가 느껴졌고 반지훈은 잠시 당황했다. 그는 강성연이 눈치채지 못하게 주먹을 움켜쥔 채로 손을 내렸다. 그는 강성연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난 괜찮아. 그냥 사레들린 거야.”강성연은 입을 비죽였다.“배고프지는 않아요? 뭐 좀 먹을래요?”반지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그 말 하니까 갑자기 배고프네. 네가 해준 음식 먹고 싶어.”강성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알겠어요. 내가 음식 해줄게요. 기다리고 있어요.”문가에 선 그녀는 때마침 리비어와 마주쳐서 말했다.“리비어 삼촌, 잠깐 저 대신 지훈 씨 좀 봐주세요.”리비어는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이 떠난 뒤 리비어는 병실로 들어갔고 반지훈이 손바닥을 펴서 보는 걸 보았다.“각혈했어요?”리비어는 알고 있었다.반지훈은 흠칫하더니 손을 움켜쥐었다.“네.”무언가 떠올린 그는 시선을 들어 그를 보았다.“어떻게 아셨어요?”리비어가 대답했다.“지금 당신은 상태가 좋지 않아요.”반지훈은 피가 묻은 손바닥을 움켜쥐며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제가 어떤 상황인지 아시나요?”리비어는 시선을 내리뜨리며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당신은 M 바이러스에 감염됐어요.”병실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반지훈은 입을 꾹 다물더니 한참 뒤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성연이는 알고 있나요?”“아직 몰라요. 라이언 의사랑 저를 빼고는 아무도 몰라요.”리비어가 대답했다.반지훈의 시선이 어둑어둑한 창밖으로 향했다. 그는 M 바이러스를 알고 있었다.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료가 불가능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M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는데 그 사람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사라졌다.게다가 M 바이러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