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다" 큰 어르신은 손을 들어 성연의 말을 끊으며 어두운 눈빛을 보냈다. "네가 한 말을 기억하면 돼" 큰 어르신은 돌아서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서영유는 성연의 눈빛 속 암담함과 불쾌함을 보고는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성연 씨, 할아버지는 결국 나를 편애하니 헛수고하지 마세요" 성연은 그녀를 보며 냉소했다. "그래요, 영유 씨는 이간질하는 능력으로 큰 어르신의 환심을 샀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반가에 남으려고 하니, 이름을 반영유로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지훈 씨와 남매가 되어야 명분이 서지 않겠어요?" 서영유는 얼굴을 붉히며 이를 악물었다. “성연 씨, 잘난 척 하지마요” 그녀의 어깨를 밀고 빠른 걸음으로 큰 어르신을 따라갔다. 성연은 남양빌딩에서 나오자마자 희영이 차 안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차에 올라탔고 큰 소리로 차 문을 닫았다. 희영은 그녀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형수님, 괜찮으세요?" 성연은 이를 악 물고 웃었다. "괜찮아요, 밥 먹는데 파리가 꼬여서 속이 좀 안좋아요" "남양 식당 위생이 그렇게 안 좋다고요? 파리까지?" 희영은 그녀의 말이 진짜인 줄 알았다. "고소해야겠네요!" 성연은 애써 웃었다. "자, 회사로 돌아가요” 희영은 성연을 위너 주얼리까지 데려다주었다. 위너가 정식으로 영업을 하기 전이라 홀이 조용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마자 지훈의 전화를 받았다. "밥 먹었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화가 풀린 성연은 웃어보였다. "밥은 안 먹고 얘기만 좀 했어요" 그는 잠시 멈췄다가 농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곁에 없으니 입맛이 없어?" 성연은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남양 식당에서 서영유랑 큰 어르신과 마주쳤어요. 큰 어르신은 내가 연혁과 만나고 있는 줄 알고 계셨고 나에 대한 오해는 깊어졌을 거예요" "걱정할 것 없어. 내가 설명 할게” 휴대전화를 사이에 두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위
그녀는 이대로 가다가는 그의 눈에서 불꽃이 타오를 것을 알았다. 비록 지금 회사에 아무도 없지만, 그녀는 반크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을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무슨 말이예요. 근데 그 남자가 보호하려고 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어요?" 그는 고개를 들어 짙은 눈빛을 거두고 답했다. "훈련소 사람이야" "훈련소 사람, 설마….” "알고 있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목에 키스하고 키스마크를 남겼다. 성연은 그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자신도 모르게 손끝을 움츠렸다. “희승 씨네 랑 같은 계급인 건가...음” "응?" 지훈은 일부러 동작을 멈추었다. 슬퍼하는 그녀의 얼굴을 장난스럽게 바라보았다. 성연은 입술을 깨물고 어색하게 눈을 떼며 소리쳤다. “좀 제대로 대답해요!”그는 웃었다. "그럼 아무렇게나 소리 내지 마, 위험해." 성연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다. 그러자 지훈은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고 대답했다. "최 교관이야" "그 사람이라니?"성연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정말 최교관이 바로 그 '스파이'이고, 현지의 일에 가담했다고요?” 최교관과는 당연히 아는 사이지만, 그 일이 최교관과 관련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날 사격 시험장에서 최교관은 계속 감독하고 있었다. 하정윤이 독사에게 공격을 당해 그녀가 손을 뻗어 그녀를 귀하다가 물렸을 때도, 최교관과 희호는 가장 먼저 그녀에게 달려왔다. 만약 최교관이 누군가 뱀을 놓아 그녀를 해칠 것을 미리 알았다면…. 하지만 당시 하정윤이 뱀을 놀라게 하지 않았다면, 다른 심사원들이 뱀을 놀라게 했을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물렸을 텐데, 그가 설마 이 문제를 걱정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날 최교관은 뱀이 나타날 일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다. "최교관은 왜 그랬을까?" 성연은 의심했다. "그 남자가 최교관을 보호한다면 절대로 위험을 무릅쓰게 하지 않을 것인데" 지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떤 사람이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잖아. 그도
실내에 불이 켜지자, 그는 노트북을 들고 들어오는 희승을 힘겹게 쳐다봤다. "난…말 안 할 거야"설령 배가 고파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더라도 그는 끝까지 버텼다. 희승이 말했다. "물어볼 생각 없었어요" 남자는 멍하니 허탈하게 앉아 있었다.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았다. 희승은 의자를 끌어당겨 앉더니 가져온 생수 한 병을 발 옆에 놓았다. “사실 당신이 말을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말을 안 해도, 누군가가 말을 할 거거든요” 남자는 그 물을 노려보았다. 이미 창백해진 얼굴엔 핏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막에서 목이 말라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물에 대한 갈망이 강했고, 침을 삼킬 때 는 목이 바짝 말라 아팠다. 희승은 노트북을 켜고 그의 앞으로 화면을 돌렸다. "이 사람이 당신 같은 기개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남자의 동공은 약간 축소되어 완전히 굳어졌다. “당신의 친 동생이예요” 희승은 웃으며 생수병을 그가 손에 쥘 수 있는 자리로 옮겼다. “대표님이 이 사건을 조사하고 계세요. 저 자를 심문하려 하고요” 남자는 힘이 빠져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가 너희 손에 붙잡힌 건 내가 자초한 일이야. 제발 그를 놓아줘, 그가 고문을 받을 거야, 나는 자백할 수 없어, 그는 죽을 거야” 희승은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대표님은 그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은…확실하진 않네요” 그 사람이 누군지 그는 잘 안다. 남자는 깊은 고민에 빠져 당황한 것 같다. 희승은 컴퓨터를 덮고 일어섰다. "대표님이 당신의 기개를 마음에 들어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당신은 다른 사람과 함께 했잖아요, 윤혁이라는 동료가 있죠?" 그는 표정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가 그들의 손에 붙잡혔고,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들은 모두 알아냈다. 그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마른 입술을 움직였다. "네, 윤혁과 저는 모두 서영유의 부하입니다. 그는 줄곧 서영유를 따라다니
훈련소. “구의범, 네 이쁜이가 떠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설마 아직도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구의범은 친구 몇 명과 공을 찼는데, 몸에 땀이 줄줄 흘러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다. 친구들이 와서 그의 어깨를 치며 건넨 조롱에 그는 손을 흔들었다. “저리 가, 그만 좀 놀려라” 그 사람은 벤치를 넘어 옆에 앉아 발 옆에 있는 물병을 들고 비틀어 열었다. "너의 이쁜이가 훈련소를 떠난 후, 너는 정신도 못 차리고 공도 잘 못 차고 있잖아" 그는 한 모금 마시고는 담담히 말했다. "혼이 다 빠져나갔나?" 구의범은 피식 웃었다. “혼은 무슨, 난 진지했어. 얼른 집에 갈련다” 그 사람은 믿지 않았다. "네가 집에 가서도 왕이겠냐? 너희 부모님이 신경 쓰시잖아, 훈련소에서는 얼마나 자유롭냐" “자유롭지” 구의범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마나 더 즐거울 수 있을까. 몇 년만 더 있으면 집에 갈 수 있을 텐데. 여기서 먹고 죽느니 차라리 집에 가서 즐겁게 지내는 게 낫겠다" 훈련소에서는 간부에 합격하거나 혹은 몇 년 있다가 집에 가야했다. 비록 집안의 엄격한 통제를 피해 몇 년을 보낸 셈이지만, 조만간 집에 가야 하지 않겠는가? 구의범이 일어나자 그 사람이 물었다. "어디 가?" 그는 답했다. "숙소에 가서 샤워 할래. 냄새가 지독하다" 구의범은 기숙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때 두 사람을 보았는데, 최교관은 등을 돌리고 있었고, 그의 앞에 있던 남자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 손을 최교관 어깨에 얹고 무슨 귓속말이라도 하는 듯했다. 그 남자는 구의범을 곁눈질로 보았다. 수상한 눈빛으로 갑자기 챙을 내리고 얼굴을 가린 채 몸을 돌려 재빨리 떠났다. 최교관은 사지가 굳은 채 두 걸음 뒤로 물러섰고 몸은 약간 불안정했다. 최교관은 무언가를 눈치채고 앞으로 달려가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구의범은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최교관!" 그의 시선은 그의 배에 꽂힌 칼에 떨어졌고 그의 손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남자는 차를 몰고 훈
반지훈은 전화를 받았다."어떻게 됐어?""반지훈 대표님, 윤혁이 훈련캠프에서 최 교관을 찔렀습니다. 하지만 구 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이를 발견했기 때문에 최 교관은 죽지 않았습니다만......"반지훈은 담뱃재를 콜라 캔에 털면서 어두운 눈빛으로 물었다."하지만 뭐?""저희는 길목에서 그를 잡으려고 했으나 윤혁의 차가 갑자기 폭발했습니다. 윤혁은 죽었습니다."희호의 말에 반지훈은 멈칫했다.그가 담배 꽁초를 콜라 캔에 던지자 치익 하는 소리가 났다.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폭발했다고? 누군가가 윤혁의 차에 손을 썼단 말이냐?"희호가 대답했다."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윤혁을 죽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반지훈은 픽 웃더니 말을 잇지 않았다.서영유는 스스로의 수하마저 목숨을 살려두지 않았다.그녀는 윤석이 정말 자신을 배신한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서영유는 고의적으로 윤혁더러 최 교관을 죽이라고 했다. 그녀는 윤혁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무슨 일이 생겼나요?"강성연의 목소리에 반지훈은 사색에서 깨어났다.그는 전화를 끊은 후 눈을 뜬 여자를 보면서 부드럽게 웃었다."깨어났어?""일찍부터 깨어났어요."그녀는 모든 대화내용을 들었다."계획이 또 실패한 거예요?"반지훈은 그녀의 곁에 앉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응, 윤혁은 죽었고 최 교관은 부상을 입었어."강성연은 눈을 내리 깔았다."보아하니 서영유는 정말 마음이 모진 것 같네요."다른 사람의 목숨을 안중에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하의 목숨도 가볍게 여겼다.반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그러안으면서 그녀를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윤혁이 죽어도 서영유는 도망칠 수 없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거만으로도 충분해."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플라워엔의 그 남자와 현지 아버지는 모두 증인이었다.서영유가 자신의 수하마저 죽였다는 소식을 두 사람에게 알려준다면 그들은 계속 서영유를 위해 비밀을 감춰줄까?그러지 않을 것이다.늦은 저녁.반지훈은 다시 한 번 강성연을 데리고 "플라워엔
반지훈은 희승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조금 후 희승은 무엇을 조사해냈는지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반지훈은 휴대폰을 테이블에 놓았다."이 여자야?"남자는 휴대폰을 흘깃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은 휴대폰을 들고 살펴 보았다. 이 여직원의 이름은 양수진?행정 사무실의 여직원이잖아?서영유의 미움을 샀어?강성연은 반지훈을 바라 보았다."어떻게 이 직원이라는 걸 알았어요?"반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무 이유도 없이 며칠 동안 출근을 하지 않았어. 그래서 조사하는 건 어렵지 않아."양수진은 며칠 동안 출근을 하지 않았고 동료들도 그녀가 어디에 갔는지 몰랐다. 그녀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쓰던 물건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었다. 행정부의 부장은 희승에게 이를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하여 반지훈은 오늘 이 남자의 말을 듣고 갑자기 그 일이 떠오른 것이다.그 남자는 계속 말했다."윤혁이 이 여자를 죽였고 저는 시체를 처리했습니다. 전 이 여자의 시체를 근교의 숲 속에 파묻었습니다."강성연은 한참 동안 입술을 꾹 다물고 있더니 이렇게 말했다."당신들은 이런 일을 하면 보복을 당할까 두렵지 않아요?""저희와 같은 사람은 스스로의 목숨을 걸고 돈을 법니다. 그러니 뭘 두려워하겠습니까?"남자는 허허 웃더니 담배를 피웠다."전 살인을 했다는 걸 인정합니다. 전 좋은 사람이 아니고 언젠가 감옥에 가게 되겠죠. 하지만 이 일들이 남동생에게 연루되지만 않는다면 사형이라도 달갑게 받겠습니다."강성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에 연루된 것이다. 강성연은 이 남자가 남동생을 목숨처럼 아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반지훈은 그를 바라 보았다."윤혁은 예전에 훈련 캠프의 사람이었을 거야. 내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그는 예전에 일급 훈련 캠프에 가야 할 사람이었어."남자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윤혁은 실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예전에 부하들도 모두 윤혁을 숭배했습니다. 그는 서영유 아
반지훈이 고의적으로 그녀의 손을 꽉 잡자 강성연은 쓰읍 소리를 냈다."나쁜 사람이네요. 그저 궁금했을 뿐인데 화를 낼 필요가 있나요?"반지훈은 웃었다."싫으면 싫은 거지.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어?"강성연은 손을 뿌리친 후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당신은 다른 여자를 좋아해본 적이 없어요?"반지훈은 눈을 깜박거렸다."없어."반지훈은 곧 강성연에게 물었다."그렇다면 당신은?"날 만나기 전에 성연이는 다른 남자를 좋아한 적이 있을까?강성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있어요. 대학교 때 위에 학년 선배를 짝사랑한 적이 있어요."반지훈 주위의 공기가 싸늘해지자 그녀는 픽 웃음을 터뜨렸다."그 선배를 짝사랑한 여학생이 많았어요. 얼굴도 잘생기고 성적도 좋기 때문에 저만 짝사랑한 것이 아니라고요. 그리고 그 선배는 제가 누군지도 몰라요.""허, 알고 싶었어?"반지훈은 질투를 하며 물었다.강성연은 배시시 웃었다."아니요, 아니요. 당신이 이렇게 우수하고 멋있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다른 남자를 생각하겠어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반지훈은 빨간 신호등 앞에서 차를 멈추었다. 그는 강성연의 뒷목을 잡으면서 키스를 했다.강성연은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이 새빨개졌다.그녀는 반지훈을 살짝 밀치면서 말했다."그만 해요!"반지훈은 기분이 좋은지 눈썹을 치켜 올렸다.블루 오션으로 돌아온 반지훈은 현관에 들어서기 바쁘게 강성연을 벽으로 밀쳤고 폭풍과 같은 키스를 퍼부었다.반지훈은 그녀의 입술을 훔치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살결을 쓰다듬었다. 강성연도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반지훈이 그녀의 머리끈을 풀자 삼단과 같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렸고 살짝 풀어진 옷은 더욱 유혹적으로 보였다.하필 이때 반지훈의 휴대폰이 울렸다.강성연은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지훈씨, 먼저 전화를 받아요."반지훈은 이 상황을 방해 받는 것이 짜증났는지 눈빛이 싸늘해졌다. 하지만 그는 순간의 즐거움에 이성을 놓지 않았고 강성연을 놓아준 후 전화를 받았다.
서영유는 그녀와 연혁이 만나는 장면을 큰어르신이 보게 하려고 했다.반지훈은 그녀의 말에 고민하고 있는 듯하였고 강성연도 턱을 괴면서 생각했다."만약 서영유의 부하가 저를 감시하고 있는 거라면 언제든지 저에게 손을 쓸 수 있어요. 그런데 왜 저를 미행하기만 하는 걸까요?"반지훈은 몸을 곧게 세우더니 눈을 깜박거렸다."보아하니 우리 주변에 사람을 이용한 것 같아.""주변의 사람이요? 하지만 그날 제가 남양 식당에 간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당신과......"강성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데 숨을 들이쉬었다.하지만 반지훈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녀에게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가르쳐줘야겠어."다음날.반지훈은 희영을 행정 사무실에 불렀다.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들어오더니 연희승을 본 후 이렇게 물었다."반지훈 대표님, 절 찾으셨어요?""그날 내가 너더러 남양 식당에 가라고 했잖아. 그 일을 또 누구에게 알려주었어?"반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뒤적이면서 이렇게 물었다.희영은 생각하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영유 언니요. 그날 아침 마침 저와 함께 있었어요. 대표님이 저에게 전화를 하자 영유 언니에게 말했지요."희승은 이마를 주무르면서 이를 악물었다."희영, 넌 돌머리냐? 왜 서영유에게 모든 걸 다 말하는 거야? 설마 우리가 잡은 그 사람의 위치도 알려준 건 아니겠지?"이 바보 같은 여동생은 정말 이용당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구나.희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설마 영유 언니와 말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꽤 관심하는 것 같던걸요."연희승은 아차 싶었다.역시 이 바보 같은 여동생이 "고발"한 것이었다.반지훈은 서류를 테이블 위에 던지더니 싸늘한 눈으로 말했다."널 괜히 돌머리라고 하는 것이 아니구나. 설마 넌 이 모든 일이 서영유의 짓이라는 걸 몰라?"희영은 제자리에 굳어졌다."뭐라고요?"그녀는 곧 이렇게 반박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영유 언니는 얼마나 부드럽고 착한 사람인데요?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