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이 고의적으로 그녀의 손을 꽉 잡자 강성연은 쓰읍 소리를 냈다."나쁜 사람이네요. 그저 궁금했을 뿐인데 화를 낼 필요가 있나요?"반지훈은 웃었다."싫으면 싫은 거지.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어?"강성연은 손을 뿌리친 후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당신은 다른 여자를 좋아해본 적이 없어요?"반지훈은 눈을 깜박거렸다."없어."반지훈은 곧 강성연에게 물었다."그렇다면 당신은?"날 만나기 전에 성연이는 다른 남자를 좋아한 적이 있을까?강성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있어요. 대학교 때 위에 학년 선배를 짝사랑한 적이 있어요."반지훈 주위의 공기가 싸늘해지자 그녀는 픽 웃음을 터뜨렸다."그 선배를 짝사랑한 여학생이 많았어요. 얼굴도 잘생기고 성적도 좋기 때문에 저만 짝사랑한 것이 아니라고요. 그리고 그 선배는 제가 누군지도 몰라요.""허, 알고 싶었어?"반지훈은 질투를 하며 물었다.강성연은 배시시 웃었다."아니요, 아니요. 당신이 이렇게 우수하고 멋있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다른 남자를 생각하겠어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반지훈은 빨간 신호등 앞에서 차를 멈추었다. 그는 강성연의 뒷목을 잡으면서 키스를 했다.강성연은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이 새빨개졌다.그녀는 반지훈을 살짝 밀치면서 말했다."그만 해요!"반지훈은 기분이 좋은지 눈썹을 치켜 올렸다.블루 오션으로 돌아온 반지훈은 현관에 들어서기 바쁘게 강성연을 벽으로 밀쳤고 폭풍과 같은 키스를 퍼부었다.반지훈은 그녀의 입술을 훔치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살결을 쓰다듬었다. 강성연도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반지훈이 그녀의 머리끈을 풀자 삼단과 같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렸고 살짝 풀어진 옷은 더욱 유혹적으로 보였다.하필 이때 반지훈의 휴대폰이 울렸다.강성연은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지훈씨, 먼저 전화를 받아요."반지훈은 이 상황을 방해 받는 것이 짜증났는지 눈빛이 싸늘해졌다. 하지만 그는 순간의 즐거움에 이성을 놓지 않았고 강성연을 놓아준 후 전화를 받았다.
서영유는 그녀와 연혁이 만나는 장면을 큰어르신이 보게 하려고 했다.반지훈은 그녀의 말에 고민하고 있는 듯하였고 강성연도 턱을 괴면서 생각했다."만약 서영유의 부하가 저를 감시하고 있는 거라면 언제든지 저에게 손을 쓸 수 있어요. 그런데 왜 저를 미행하기만 하는 걸까요?"반지훈은 몸을 곧게 세우더니 눈을 깜박거렸다."보아하니 우리 주변에 사람을 이용한 것 같아.""주변의 사람이요? 하지만 그날 제가 남양 식당에 간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당신과......"강성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데 숨을 들이쉬었다.하지만 반지훈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녀에게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가르쳐줘야겠어."다음날.반지훈은 희영을 행정 사무실에 불렀다.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들어오더니 연희승을 본 후 이렇게 물었다."반지훈 대표님, 절 찾으셨어요?""그날 내가 너더러 남양 식당에 가라고 했잖아. 그 일을 또 누구에게 알려주었어?"반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뒤적이면서 이렇게 물었다.희영은 생각하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영유 언니요. 그날 아침 마침 저와 함께 있었어요. 대표님이 저에게 전화를 하자 영유 언니에게 말했지요."희승은 이마를 주무르면서 이를 악물었다."희영, 넌 돌머리냐? 왜 서영유에게 모든 걸 다 말하는 거야? 설마 우리가 잡은 그 사람의 위치도 알려준 건 아니겠지?"이 바보 같은 여동생은 정말 이용당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구나.희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설마 영유 언니와 말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꽤 관심하는 것 같던걸요."연희승은 아차 싶었다.역시 이 바보 같은 여동생이 "고발"한 것이었다.반지훈은 서류를 테이블 위에 던지더니 싸늘한 눈으로 말했다."널 괜히 돌머리라고 하는 것이 아니구나. 설마 넌 이 모든 일이 서영유의 짓이라는 걸 몰라?"희영은 제자리에 굳어졌다."뭐라고요?"그녀는 곧 이렇게 반박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영유 언니는 얼마나 부드럽고 착한 사람인데요?
서영유는 커피를 들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서영유는 반지훈이 하마터면 "사고"가 날뻔한 그날 일 때문에 큰어르신이 그녀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 그날 지훈이가 하마터면 부상을 입을 뻔한 일은 제가 똑똑히 조사해냈어요. 윤혁의 짓이었어요."큰어르신은 멈칫하더니 신문을 내려놓고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윤혁? 윤혁은 내가 너에게 준 사람이 아니냐?"큰어르신은 윤혁을 모를 리가 없었다. 윤혁은 훈련 캠프에서 파라다이스로 간 사람이었고 희호와 같이 파라다이스를 위해 일했었다. 하지만 그 후 큰어르신은 서영유에게 윤혁을 주었다.서영유는 그의 곁에 앉으면서 재빨리 해명했다."네, 그 사람이에요. 할아버지, 하지만 전 윤혁이 그런 짓을 꾸미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모르고 있었다고?"큰어르신은 신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윤혁은 너의 명령을 듣잖아. 만약 너의 명령이 없었다면 윤혁이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하겠느냐?"큰어르신의 의심 가득한 표정을 보면서 서영유는 눈물을 훔쳤다."할아버지는 제가 지훈에 대한 감정을 알고 있잖아요. 전 강성연을 해친 적이 있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전 지훈이를 해치지는 않아요."큰어르신은 그녀의 말을 판단하고 있는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할아버지, 사실 윤혁은 저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가 한 일은 모두 저의 허락을 받고 한 일이 아니었으며 윤혁은 저에게 그런 감정을 품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큰어르신은 그를 바라 보았다."그렇기 때문에?"서영유는 입술을 깨물었다."윤혁은 저에게 사귈 것을 강요했어요. 전 거절하면서 반지훈을 사랑한다고 했어요. 윤혁은 아마 이를 알고 지훈이를 해친 것 같아요. 할아버지, 죄송해요. 모두 저의 잘못이에요."큰어르신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만약 이것이 진실이라면 윤혁은 정말 반지훈을 "질투"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다.서영유는 갑자기 소매를 거두더니 흉터가 있는
희영은 더 이상 서영유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서영유는 표정이 좀 변하더니 이렇게 말했다."희영아, 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누가 너에게 그런 말을 했어? 난 정말 모르고 있었어......""아직도 연기하는 거예요? 그 사람은 죽기 전에 이미 자백했어요. 모두 언니가 한 짓이고 현지와 현지의 부모님도 모두 언니가 죽이라고 했다고 말이에요!"희영이의 말에 큰어르신은 몹시 어두워진 표정으로 서영유를 바라 보았다.서영유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희영아, 너 지금 날 모함하고 있는 거야. 현지의 일은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네, 이 일은 언니와 상관이 없다면 그날 밤 반지훈 대표님이 하마터면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일은 언니가 한 짓 맞죠?"희영은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그 일은 언니가 윤혁에게 시킨 거잖아요. 윤혁은 언니 부하예요!"서영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그래, 윤혁이 한 일이 옳아. 난 아까 할아버지께 윤혁이 나 몰래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이미 말했어! 난 사전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희영이 믿지 않자 서영유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희영아, 예전 우리가 함께 훈련 캠프에 있을 때 기억나? 너희들은 내가 지훈에 대한 마음을 알고 있잖아. 내가 어떻게 지훈이를 해칠 수 있겠어?"희영은 서영유가 이를 승인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서영유는 모든 짓을 윤혁에게 뒤집어 씌웠다.희영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더니 굳은 얼굴로 말했다."윤혁이 죽었기 때문에 이 일을 그에게 뒤집어 씌우는 건가요?"큰어르신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윤혁이가 죽었어?"서영유는 몸을 돌려 큰어르신을 바라 보았다. "할아버지, 전 정말 모르고 있었어요! 윤혁이가 왜 갑자기 죽은 거죠? 분명 어제만 하여도 살아있었어요!"희영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만 연기 해요. 윤혁은 최 교관을 죽이러 훈련 캠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가 폭발하여 죽은 거예요. 멀쩡한 차가 왜 폭발했을까요? 설마 무슨 시한 폭탄이라도 달아둔 건 아니겠죠?""이 일은 나와 관련이
어르신은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허허 웃으며 말했다."모르고 있었다고?"그는 찻잔을 내려놓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윤혁이가 죽었기 때문에 이 일이 너와 관련이 있다는 걸 증명하지 못한다고 여겨 그렇게 말하는 거지?"서영유는 바르르 떨었다.어르신은 희호에게 말했다."그 사람을 데려와."그 사람?누구를 데려오라고 하는 거야?서영유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얼굴에 혈색도 싹 가셔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희호는 부상을 입은 최 교관을 데려왔다.최 교관을 본 서영유는 완전히 당황했다.최희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니!윤혁은 최희를 죽이지 않은 거야!어르신은 최 교관을 보면서 말했다."알고 있는 걸 다 말해."최 교관도 원래 서영유를 배신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형님이 죽었다는 사실을 안 그는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어르신, 큰어르신, 이 모든 일의 주범은 서영유 아가씨입니다. 서영유 아가씨가 형님의 목숨으로 협박하면서 저더러 현지를 죽이라고 했습니다. 전 그때에서야 강성연 아가씨가 독사에게 물린 일도 서영유 아가씨가 윤혁에게 시킨 짓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너...... 허튼 소리 하지마!"서영유는 계속 변명하려고 했다.하지만 최 교관은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저의 말의 진위는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형님도 당신이 죽인 것이 아닙니까? 며칠 전 윤혁은 저를 죽이러 왔을 때 당신의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한다고 말했었습니다!"그는 이렇게 말한 후 냉소했다."만약 그날 구 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나타난 게 아니었다면 전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겁니다."큰어르신은 실망과 싸늘함이 섞인 표정으로 서영유를 바라 보았다.서영유는 고개를 저었다."제가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윤혁이 한 짓이지 제가 한 게 아니에요!"최 교관은 싸늘하게 말했다."당신은 아직 모르죠? 형님은 반지훈 대표에게 잡히기 전에 저한테 녹음 파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형님은 장차 당신이 말을 바꾸면서 절 죽이려고 한다면 이
"할아버지도 제가 지훈이를 사랑하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전 지훈이를 위해 그렇게 했던 거예요!"큰어르신은 그녀를 뿌리쳤다."지훈이를 위해서? 지훈이까지 해쳐놓고 지훈이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거냐?"서영유는 동공이 수축되었다."아닙니다. 그 일은 정말 제가 한 게 아니에요. 현지의 일은 확실히 제가 한 거예요. 하지만 지훈이의 일은 윤혁의 짓이란 말이에요. 전 정말 모르고 있었어요!"큰어르신은 펑펑 울고 있는 서영유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난 원래 널 믿었고 널 보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네가 한 짓은 너무 도를 지나쳤어. 그리고 지훈이는 내 손자야."그날 밤 일이 서영유와 관련이 없다 하여도 지금까지 그녀가 저지른 건 작은 잘못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큰어르신이 어떻게 사람의 목숨도 안중에 두지 않는 사람을 손자 곁에 둘 수 있겠는가?큰어르신은 몸을 돌렸다."자수하거라."자수?서영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가 어떻게 자수할 수 있어? 감옥에 가면 내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잖아!그녀는 별안간 테이블에 있던 가위로 자신을 찌르려고 했다. 큰어르신이 반응하기도 전에 희호는 재빨리 그녀를 제압했다.그리고는 바닥에 떨어진 가위를 멀리 걷어찼다."서영유 아가씨, 진정해요."희호는 그녀가 한 짓을 알고 매우 실망했지만 계속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었다.서영유는 흐느끼면서 말했다."제가 자살하게 내버려 둬요. 전 감옥에 들어가면 안됩니다. 제가 저지른 일 때문에 서 씨 가문의 명성이 더러워지면 안돼요. 죽은 부모가 저에 대해 실망하는 것도 싫고요. 할아버지, 저의 부모에게 약속하셨잖아요, 절 잘 키워줄 거라고요. 제발 이렇게 빌게요, 절 감옥에 보내지 마세요. 감옥만 아니면 어디라고 좋습니다!"큰어르신이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울면서 큰어르신에게 기어갔다."할아버지, 제가 여태껏 할아버지 곁에 있지 않았나요? 절 손녀처럼 예뻐했잖아요. 그러니 한 번만 봐주세요. 정말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아요.
그는 혼잣말을 하고 있는 듯하였다.강성연은 눈을 내리깔면서 이렇게 말했다."좀 나아졌어요?""나아져도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현지 아버지는 자조적으로 말했다."아내도 죽고 딸도 죽었는데 전 왜 살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현지 아버지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누구라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강성연은 눈을 내리깔았다."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잘 아실 겁니다."현지 아버지는 멈칫하더니 멋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네, 저도 인정합니다. 저희는 그 돈을 탐내지 말아야 했습니다."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사실 저희도 딸의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슬펐습니다. 훈련 캠프에 찾아가 물어보니 자살이라고 하더군요, 저희 부부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훈련 캠프에서는 저희에게 배상금을 주면서 부검결과를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서울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한 여자가 우리를 찾아왔습니다."그는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지 힘들게 입을 열었다."그녀는 저희에게 딸의 죽음이 당신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신 때문에 현지가 죽은 것이라고요. 그녀가 당신의 회사 주소를 알려줬기 때문에 저와 아내가 찾아갔던 겁니다. 저와 아내가 그 돈에 이성을 놓았던 겁니다. 어쨌든 딸이 죽었으니 돈이라도 더 얻을 생각이었지요. 하지만......"그는 얼굴을 가리면서 울었다."그 여자는 정말 저희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전 일찍부터 경계하고 있었지만 결국 피하지 못한 거지요."현지 아버지는 매우 후회하고 자책했다.하지만 후회와 자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강성연은 더 이상 그와 이야기하지 않고 묵묵히 병실에서 나왔다. 마침 반지훈도 통화가 끝났다.강성연은 그에게 다가갔다."반...... 아버님 쪽은 어떻게 되었어요?""역시 할아버지는 서 씨 가문의 은혜를 보고 그 여자를 놓아줬어."반지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강성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그의 싸늘한 손을 잡았다."할아버지는 서영유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잖아
"노부인, 오셨어요?"강성연은 웃으면서 그녀를 맞이했다.남여진 부인은 자애롭게 웃었다."네가 정식적으로 회사를 성립했다고 들었다. 당연히 내가 와서 너를 지지해줘야지."강성연은 남여진을 존중했기 때문에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 남여진은 힘들게 고개를 들면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었다."부인께서 지지해주시면 꼭 불티나게 팔릴 겁니다. 아마 서울시의 동종업자들이 저를 다 질투하겠죠?"남여진 부인은 싱글벙글 웃었다."너도 참, 나를 추어올리기만 하는구나."강성연은 휠체어를 밀면서 귀빈실로 향했다. 그리고 이미 준비한 찻잔을 부인에게 건네주었다."노부인, 최근 무탈하셨죠?""걱정하지마, 잘 지내고 있어."남여진 부인은 찻잔에 담긴 차를 호호 불었다."한동안 널 보지 못해서 이 늙은이를 잊은 줄 알았어."강성연은 배시시 웃었다."그럴 리가요. 제가 누굴 잊어도 부인은 잊을 수 없죠."남여진 부인은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예전에 나와 1년 안에 너의 주얼리를 세계에 알리겠다고 약속했잖아. 지금 보아하니 1년도 필요 없겠어."강성연은 멈칫하다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그저 시작이 좋은 것에 불과해요."남여진 부인은 손을 저었다."시작이 좋은 것도 좋은 거지. 아니면 내가 오늘 왜 널 찾아왔겠니? 지금 좋은 기회가 생겼어."기회?강성연이 반응하기도 전에 남여진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다음달 초, S국의 칸 주얼리 쇼가 바로 너의 기회야. 네가 칸 주얼리 쇼에 가본 적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건 사셀을 대표해서 간 거잖아. 이번에 너는 스스로의 브랜드를 대표하여 갈 수 있어."강성연은 확실히 칸 주얼리 쇼에 초청된 적이 있었다. 예전 그녀는 사셀에 있을 때 "한국풍"의 주얼리로 칸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S국 사람들은 zora가 사셀의 주얼리 디자이너라는 것만 알고 있었고 그녀의 작품도 사셀 브랜드 작품에 속했다.저작권이 강성연 손에 없으니 그녀는 그저 명성만 얻은 것이었다.하지만 soul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