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바람둥이는 화내기는 커녕 턱을 괴고 웃으며 성연을 바라보았다. 구의범은 여우 같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설마 내 관심을 끌려는 건 아니지?” 보통 여자들이 그의 관심을 끌려고 하면 그는 겉치레만 보고도 느낄 수 있었지만, 만약 그녀가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관심을 끈다면, 그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풉! 성연은 하마터면 입에 있던 국물을 내뿜을 뻔하자 화가 나서 웃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대단한 나르시스트네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성연:“......” 구의범은 무언가 떠올랐는지 주머니에서 초콜릿 한 봉지를 꺼냈다. “A국 특산품이야, 먹어볼래?” 거절당할까 봐 두려웠는지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거절 당하면 내가 얼마나 면목이 없을까, 받아" 구의범은 성연의 손을 잡아 그녀의 손에 초콜릿을 넣고 일어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 성연: “???” 멀지 않은 테이블에 앉은 여학생이 그쪽을 쳐다보았다. 진주 머리띠를 한 검은 생머리의 여학생이 접시에 숟가락을 푹 집어 넣었다. 그 옆에 앉은 두 여학생은 그녀의 표정이 변하자 안색이 달라졌다. "구의범 왜 저래, 그 초콜릿은 현지 언니가 준 건데…." 단발머리 소녀가 중얼거렸다. 구의범은 현지가 준 초콜릿을 다른 여자에게 주었다. 유진과 성연이 숙사로 돌아왔다. "구의범이 초콜릿을 선물할 줄은 몰랐네요. 이 브랜드의 초콜릿 정말 비싸거든요" 유진은 이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연 언니, 걔가 진짜 언니 좋아하는거 아닐까요?” "아니겠죠, 저는 그저 보름 동안 훈련하러 온 건데, 무슨 관계를 만들고 싶진 않아요" “보름밖에 훈련을 안 한다고요?” 유진은 궁금했다. 그녀가 진짜 공작원이 되고 싶어서 그런 건가? 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름 동안만 훈련해요” 다음날. 성연은 다른 훈련생들처럼 5시에 일어났다. 날씨 탓인지 날이
아내가 보고싶다. 아내가 없는 첫날, 그녀가 보고 싶다. 희승은 보다못해 눈을 뒤집었다. "대표님, 성연 씨가 몇 년 있을 것도 아닌데…."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면, 대표님은 은 미치지 않을까? 사무실 문이 두드려졌고 문을 밀고 들어온 사람은 서영유였다. 그녀는 웃으며 앞으로 다가왔다. "지훈아, 할아버지가 반가에 다녀가시려고 하는데 성연 씨도 안 계셔서 특별히 나한테 저녁에 그 세 아이를 데리러 가라고 부탁하셨어" 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세 어린 아이들은 서영유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가 그들을 데리러 가게 하면, 그들이 난리를 칠 수 밖에 없겠지? 그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됐어, 오늘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강씨 집으로 갈거야” 그는 성연에게 약속했다. 틈만 나면 아이를 데리고 강진을 보러 가겠다고. 서영유는 그가 거절했는데도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래 그럼. 나 먼저 갈게” 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의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고 얼굴빛은 약간 어두워졌다. 엘리베이터 입구에 다다르자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현지야, 아직 훈련소에 있어? 그래, 돌아왔어. 내일 훈련소에 가서 좀 볼게…” 다음날. 유진은 성연과 운동장을 걷고 있었다. "내일 초원으로 훈련하러 간데요. 성연 언니, 누구랑 팀을 꾸릴지 생각해 봤어요?" "아직이요, 교관님이 알아서 하시겠죠" 야외훈련은 산속 깊은 캠프에 가서 2인 1조로 훈련해야 했다. 그녀는 어떻게 배치하든 상관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임무만 완수하면 된다. 성연과 유진은 숙사 아래층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낯익은 그림자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다름아닌 서영유였다. "성연 씨, 이런 우연이. 이틀 동안 훈련소에서 잘 지내셨나요?" 서영유는 얼굴에 웃음기를 띄웠다. 유진은 서영유를 몰랐지만, 그래도 그녀가 이쁘다 생각해서 몇 번 더 슬쩍 보았다. 이 여자의 미모는 상당히 공격적인 편이다. 물론 성연 언니도
서영유는 팔을 두르고 아래층에 서서 그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만약 그녀가 그 세 명의 아이를 갖지 않았다면, 그녀도 지훈 곁에 설 기회가 있었을까? “영유 언니, 오래 기다렸죠?” 현지는 그제서야 황급히 달려와 영유의 생각을 끊고 웃으며 말했다. "정말 돌아올 줄은 몰랐네요?" "그래, 요즘 훈련소는 어때?" 영유는 표정 변화가 자유로웠다. "다 좋아요, 단지… 요 며칠 신입이 들어왔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현지는 그 신인을 언급할 때 안색이 좋지 않았다. 영유는 눈썹을 움직였다. “신입 누구?” “강 뭐라는 애 있어요” “강성연?” 영유의 부드러운 눈동자에 의아한 빛이 스쳐지나갔다. 성연이 온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현지가 그녀를 알다니? “맞아요, 바로 걔에요. 저는 특히 걔를 좋아하지 않아요. 걔가 오자마자 구 도련님을 계속 매달리게 하고, 정말 여우 같으니, 화가 나 죽겠어요!" 현지의 말에 영유의 입가에 웃음기가 조금 더 많아졌다. 현지는 성연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성연을 상대하기 위해 그녀가 손을 쓸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다. 뒤늦게 지훈은 세 아이를 강씨 집에서 반공관으로 데려왔다. 어제 아이들은 강진과 함께 만났고, 모두 강진을 외할아버지로 받아들였다. 영유는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훈아, 돌아왔구나, 저녁은 먹었니, 아니면 내가 하인을 시켜서…." "아빠, 저 졸려요~" 유이는 안아달라며 일부러 영유의 말을 끊었다. 지훈은 몸을 웅크리고 그녀를 안았다. "벌써 졸려?" "네~ 엄마가 그러는데 아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쑥쑥 자란대요" 유이는 졸린 눈을 비볐지만, 사실 그녀는 결코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일부러 아버지에게 매달렸다. "아빠, 그럼 저희한테 동화책 읽어 주실래요?" 유이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어리광을 부렸다. 지훈은 어쩔 수 없는듯 웃었다. "그래, 아빠가 읽어줄게"
교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지는 성연과 함께 산속으로 들어갔고, 성연을 바라보며 친절히 말했다. "강성연 씨라고 했죠, 제 이름은 현지예요. 훈련소에 온 지 3년 됐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성연도 그녀에게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 현지는 또 물었다. "자발적으로 훈련소에 오신거예요?" 성연은 아니라고 대답하지 않고 웃었다. "테스트를 받으러 왔어요" "그렇군요…." 현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나무로 우거진 숲으로 인해 동선이 거의 보이지 않아 신입은 보통 훈련소에 온지 오래된 멤버들을 따라다니기 때문에, 현지가 그녀와 한 조를 하자고 했을 때, 그녀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캠프까지 얼마나 남았을까요?” 성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걸을수록 숲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 걷던 현지는 그녀가 묻자 황급히 시선을 떼며 대답했다. "멀지 않아요. 10분 남짓 남았어요" 성연도 별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10여 분이 지나도 계속 숲속을 돌았고 캠프가 전혀 보이지 않자 그녀의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우리가 잘못 가고 있는 거 아닐까요?" 성연은 돌아서자 현지의 그림자가 이미 사라진 것을 알았다. 성연은 멍하니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현지 씨?" 그러나 숲속에서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성연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현지는 훈련소에서 3년을 보냈고, 캠프로 가는 경로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고의로 그런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현지의 미움을 산 적이 없다. 고의든 아니든, 그들이 정말 잘못됐든, 그녀는 지금 당장 현지를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베이스 캠프. 교관은 인원수를 세어 보다가 두 사람이 빠진 것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세었다. "두 사람 더 있어야 하는데?" “교관 님, 그 신입이랑 현지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대답
한편, 성연은 숲속을 한참 동안 헤맸지만 캠프의 정확한 위치를 몰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설마 숲에 갇힌 건 아니겠지? 하지만 계속 걸으면 구조대원들이 그녀를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냥 있는 게 좋겠다. 성연이 몸에 걸친 배낭을 내려놓고 앉았을 때, 갑자기 뒤에서 수풀 속에서 '슈슉'하는 소리가 들렸다. 성연은 느릿느릿 일어나 수풀 뒤의 움직임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현지 씨?" 응답이 없었지만 인기척도 곧 사라졌다. 서서히, 그녀는 마치 검은 그림자를 본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사람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성연은 조심스럽게 배낭을 들어올리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수풀 사이로 '사샥' 소리를 내며 검은 털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멧돼지 한 마리가 걸어 나왔다. 성연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스쳐간 생각은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절대 달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멧돼지가 아직 적극적으로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녀는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멧돼지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한 그녀는 시린 두 손을 절로 죄었다. “탁” 무심코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녀가 숨조차 돌릴 새 없이, 멧돼지는 그녀를 향해 맹렬히 돌진해 왔다. 성연은 배낭을 버리고 재빨리 나무 뒤로 달려가 멧돼지가 나무에 부딪히는 것을 보았고, 잠시 어지러워하는 틈을 타 민첩하게 다른 나무 위로 올라갔다. 멧돼지는 다시 그녀가 올라간 나무를 향해 돌진했고, 충격을 받은 그녀는 하마터면 나무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질 뻔했으나 굵은 나뭇가지에 올라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몇 번을 더 부딪혔는지, 어쩔 수 없어진 멧돼지는 나무 밑을 두 바퀴 돌고 떠났다. 성연은 나무에 기대어 숨을 돌렸고, 멧돼지가 멀리 갔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나무 위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 밤이 숲을 뒤
"오늘 멧돼지를 만났는데 나무 위로 올라가다가 삐끗 한 것 같아요" 기어오르느라 발을 삐는 아픔이 두려움의 떨림으로 느끼지 못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어째서 금지구역에 왔어요? 이곳은 매우 위험해요" "여기가 금지구역이라고요?" 성연이 의아했다. 희영이이 고개를 끄덕였고, 옆사람도 답했다. "이 깊은 숲은 개발되지 않은 원시 산림으로 흉악한 짐승이 많아요. 멧돼지를 만나셨으니 운이 좋은 편이세요" 그들조차도 감히 함부로 들어오지는 못하지만, 멧돼지를 만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만약 경험이 없는 사람이 곰과 늑대 무리를 만나면 몇 개의 목숨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다.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빠진 채 얼굴이 굳어졌다. 캠프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교관은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굳어 있던 얼굴을 조금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성연이 금지구역에 침입했기 때문에 화가 났다. "금지구역이 어디인지 모르나, 혼자 침입하면 죽는거 몰라?" "죄송합니다" 성연의 좋은 사과 태도를 보고 교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으니 앞으로 이런 위험을 무릅쓰지 마십시오. 오늘 훈련은 결석한 것으로 간주하고 내일 아침에 벌로 운동장을 쓸도록 하겠습니다" 성연은 숙소로 돌아왔다. 유진이 그녀를 보고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왔다. "드디어 돌아 오셨네요, 괜찮으신거죠? 어떻게 금지구역에 갈 수 있어요?" 성연은 내려놓았다. "현지 씨가 일부러 그곳으로 데려갔어요""현지?"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그런데 왜 언니에게 이러는 거죠?” "모르겠어요" 성연은 그녀가 누구의 미움을 산 적이 없다고 기억하지만, 현지는 일부러 그녀를 금지구역으로 데리고 가서 혼자 내버려두었다. 만약 그녀가 운이 좋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빚은 일단 두었다가 이유를 알아낸 뒤 말하자. "유진 씨, 라면 있어요?" 그녀는 오후 내내 음식을 먹지 않았
머리카락 한 가닥이 그녀의 귓바퀴에서 떨어졌고, 그녀는 때때로 손을 들어 올렸다.그저 평상시에 하는 흔한 동작이었지만, 구의범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아름다웠다. 낙엽이 그녀의 머리끝에 떨어지자 구의범은 멍하니 있다가 귀신같이 다가갔고, 발은 빗자루에 걸렸다. 온 정신이 성연에게 가 있었다. 다행히 그는 재빨리 벤치에 손을 얹었고, 그의 갑작스러운 몸짓에 성연은 깜짝 놀라 갑자기 가까워진 얼굴을 돌아보았다. 성연:“......” 구의범:“......” 어둠 속에 서 있던 현지는 이 광경을 보고 화가 나서 손을 벽에 찧었다. 무슨 생각을 하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서영유와의 메시지 목록을 찾아 전송하기를 클릭했다. ** TG그룹. 서영유가 사무실에 와서 문을 두드렸다. 지훈은 서류를 모아둔 채 담담한 눈길로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 있어?" 서영유는 책상으로 다가가 말했다. "방금 소식을 받았는데, 성연 씨가 어제 금지 구역에 들어가서 오늘 아침 교관으로부터 벌로 바닥을 쓸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성연이 어쩌다 금지구역에 잘못 들어간거지? 그녀가 다치지 않았을까, 빌어먹을, 훈련소 사람들은 다 뭐하고 있었던거야? 왜 희영이 그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서영유는 그의 어두운 안색을 보고, 그가 성연이 금지 구역을 침범한 일로 화가 난 줄 알고,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근데 아무 일 없었던 것 같아, 그런데…” "그런데 뭐?" 지훈은 눈짓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런 사진을 보냈어. 나도 한참을 망설이다가 알려주는거야. 너가 성연 씨를 오해할까 봐 걱정돼서…." 서영유는 사진을 지훈에게 건넸다. 사진 속 성연과 구의범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처럼 보였는데, 하필이면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그 둘이 과분한 친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일부러 오해를 불러일으키려고 한 것 같은데…." "성연 씨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려고
성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얘기요?” 현지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약점을 잡은 듯 힘껏 밟았다. "당연히 네가 남의 남자를 뺏은 일이지" 강성연, 순수한 줄 알았는데, 밖에서 다른 남자를 꼬셔서 여기로 들어오게 되었구나. 그녀는 반드시 그녀의 추악한 모습을 들춰내 구의범에게 이 여인의 본모습을 똑똑히 보게 할 것이다! 성연은 그녀의 손을 떼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당신에게 미운털 박힌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일부러 금지구역으로 데려가 혼자 남겨둔 일도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 어디서 소문을 듣고 물어뜯으려고 온 거야? 성연이 먼저 말썽을 일으킬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겁먹은 것도 아니다. 현지 역시 성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네가 구의범을 꼬셨으니 이미 나에게 미움을 산거지!" 구의범? 그 흰 얼굴 때문에? 성연은 냉소를 지으며 눈살을 찌푸린채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건 나와 아무 관계없어요. 당신이 꼬시지 못한걸 왜 나한테 화풀이예요?" “내가 여우라고 했지…” 성연이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주무르자, 현지는 식은땀을 흘렸다. “너…너 뭐하는거야” 그 냉한 얼굴이 다가왔다. "당신 선생님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았나요?" 주변 사람들:“???” 여기서 저 말은 무슨 뜻인가? “열등감은 당신 잘못이 아니지만 열등감으로 비겁하게 구는건, 당신 잘못이죠” 성연은 손을 떼고 팔을 두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어제 교관에게 당신이 일부러 나를 금지구역으로 데려갔다고 말하고, 또 나를 내팽개쳤다고 하면, 교관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너......교관은 너를 믿지 않을 거야!" 현지가 몹시 화를 냈다. "그래요? 당신은 3년 동안 훈련 캠프에 있었고, 저는 방금 왔는데, 당신이 안내 해해준 것 아니고 제가 금지 구역이 어디인지 알고? 당신이 교관을 바보로 보는거 아니고요?" 성연은 어깨를 으쓱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