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얘기요?” 현지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약점을 잡은 듯 힘껏 밟았다. "당연히 네가 남의 남자를 뺏은 일이지" 강성연, 순수한 줄 알았는데, 밖에서 다른 남자를 꼬셔서 여기로 들어오게 되었구나. 그녀는 반드시 그녀의 추악한 모습을 들춰내 구의범에게 이 여인의 본모습을 똑똑히 보게 할 것이다! 성연은 그녀의 손을 떼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당신에게 미운털 박힌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일부러 금지구역으로 데려가 혼자 남겨둔 일도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 어디서 소문을 듣고 물어뜯으려고 온 거야? 성연이 먼저 말썽을 일으킬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겁먹은 것도 아니다. 현지 역시 성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네가 구의범을 꼬셨으니 이미 나에게 미움을 산거지!" 구의범? 그 흰 얼굴 때문에? 성연은 냉소를 지으며 눈살을 찌푸린채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건 나와 아무 관계없어요. 당신이 꼬시지 못한걸 왜 나한테 화풀이예요?" “내가 여우라고 했지…” 성연이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주무르자, 현지는 식은땀을 흘렸다. “너…너 뭐하는거야” 그 냉한 얼굴이 다가왔다. "당신 선생님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았나요?" 주변 사람들:“???” 여기서 저 말은 무슨 뜻인가? “열등감은 당신 잘못이 아니지만 열등감으로 비겁하게 구는건, 당신 잘못이죠” 성연은 손을 떼고 팔을 두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어제 교관에게 당신이 일부러 나를 금지구역으로 데려갔다고 말하고, 또 나를 내팽개쳤다고 하면, 교관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너......교관은 너를 믿지 않을 거야!" 현지가 몹시 화를 냈다. "그래요? 당신은 3년 동안 훈련 캠프에 있었고, 저는 방금 왔는데, 당신이 안내 해해준 것 아니고 제가 금지 구역이 어디인지 알고? 당신이 교관을 바보로 보는거 아니고요?" 성연은 어깨를 으쓱
"꼭 강성연을 건드릴 필요는 없잖아. 정유진이 강성연과 같은 기숙사고 친하니까 정유진을 겨냥하면 돼."오후에는 훈련이 없어 강성연은 기숙사에서 책을 보면서 시험 계획을 짜고 있었다.이틀만 더 지나면 그녀는 시험을 신청할 수 있었다. 보름이라는 시간도 아주 빨리 지날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반나절 동안 정유진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강성연은 책을 내려놓았다."유진아, 돌아......"고개를 돌린 강성연이 반지훈이 문을 닫는 걸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반지훈, 당신이 어떻게......""놀랐어?"반지훈은 문을 잠갔다.강성연은 정유진이 갑자기 돌아올까 걱정되었다. 그녀가 문을 열려고 문 쪽으로 가자 반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안더니 침대까지 안고 갔다."반지훈, 당신 미쳤어요? 여기는 여자 기숙사에요, 당신......"강성연은 버둥거렸다.이 남자는 무슨 뜻이지?나타나기 바쁘게 그런 짓을 하려고?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머리 위로 올리더니 그녀의 몸을 "검사"하는 듯하였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금지 구역에 갔다며? 정말 대단해, 다친 곳이 없나 보네."강성연은 멈칫했다. 설마 희영이가 알려줬나?"반지훈, 먼저 손부터 놔요."강성연은 다른 사람들이 볼까 걱정되었고 정유진도 언제 돌아올지 몰랐다."나 보고 싶었어?"반지훈은 그녀의 턱을 잡으면서 빤히 바라 보았다.강성연은 속눈썹이 바르르 떨렸다. 그녀는 갑자기 그날 서영유가 반지훈이 선물한 반지를 끼고 있었던 것이 떠올라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돌렸다."아니요."반지훈은 눈빛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이렇게 말했다."구 씨 가문 둘째 때문에? 그 기생오라비가 마음에 든 거야?"뭐?구 씨 가문 둘째?기생오라비?강성연은 그의 신분에 조금 놀라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정유진은 구의범의 집안이 아주 무시무시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를 구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성이 구 씨고 둘째라고 하니, 설마 구천광의......"반지훈, 무
강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지훈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호주머니에서 그 백옥 반지를 꺼냈다. 그는 강성연의 손에 천천히 끼워줬다."오늘 그저 당신에게 선물을 주려고 온 거야. 봐봐, 마음에 들어?"강성연은 손가락에 백옥 반지를 본 순간 표정이 확 바뀌었다.마음에 드냐고?허허......강성연은 몸을 일으키더니 반지를 벗어 바닥에 던졌다. 백옥 반지는 "쩍"하는 소리와 함께 갈라졌고 반지훈의 표정도 순식간에 조금 어두워졌다.그는 조금 화난 표정으로 강성연의 손목을 잡았다."강성연, 내가 눈 감아준다고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마!""당신은 절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강성연은 붉어진 눈으로 그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습다고 생각했다."반지훈, 전 바보가 아니에요. 당신은 서영유에게 이 백옥 반지를 사주려고 제이드 하우스에 간 거잖아요.""서영유에게 주려고 했던 물건 아닌가요? 왜 서영유가 꼈던 물건을 저에게 주는 거예요? 절 거지라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이 거절한 물건을 주는 거예요?"반지훈은 어안이 벙벙했다. 강성연은 무슨 뜻이지? 그가 언제 이 백옥 반지를 서영유에게 선물했었던가?그리고 서영유가 이 반지를 꼈었다고?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반지훈은 힘들게 입을 열었다."성연아, 난......""전 지금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 서영유가 꼈던 쓰레기를 가지고 이만 꺼져줘요!"강성연은 침대에 털썩 눕더니 등을 돌렸다. 왜인지 그녀는 마음이 점점 더 아파졌다.마치 마음 속에 무엇인가가 오랫동안 쌓여있었던 것 같았다. 원래 건드리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건드리면 모두 폭발하게 되었다.그녀는 백옥 반지에 대한 일을 모르는 척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영유가 꼈던 물건을 그녀에게 주다니?날 뭐로 생각하는 거야?단순하고 무지한 소녀로?반지훈은 강성연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다시 천천히 거두더니 굳은 얼굴로 일어섰다."버리고 싶으면 버려. 그리고 난 한 번도 이 백옥 반지를 서영유에게 선물하려고 한
"정유진은 어디에 있어?"강성연은 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들을 바라 보았다.그 중 한 여자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오늘...... 현지 일행이 유진을 데려가는 걸 보았어. 어디로 갔는지는 우리도 몰라."또 현지구나!강성연은 눈빛이 조금 싸늘해졌다.현지는 두 친구와 기숙사에서 정유진을 괴롭힌 일을 우스갯소리 삼아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갑자기 누군가가 기숙사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현지는 걸어 들어온 강성연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야, 너 예의도 없......""철썩!"침대에 앉아있던 여자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래졌다.뺨을 맞은 현지는 얼굴을 감싸 쥐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강성연을 바라 보았다."네가...... 네가 감히 나를 때려?""철썩!"강성연이 다시 한 번 뺨을 갈기자 현지는 바닥에 쓰러졌다."정유진은 어디 있어요?"강성연이 정유진을 찾자 뺨을 두 번 맞은 현지는 바닥에서 일어섰다."날 때리고 그런 걸 물어? 알려줄게, 난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현지가 달려들려고 하자 강성연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강성연이 다시 한 번 거칠게 뺨을 갈기자 현지는 눈앞이 새카매져 제자리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얼굴이 조금 부어 올랐고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말했다."네가 감히......"강성연은 탁자에 있는 포크를 손에 쥐었다.침대에 앉아있던 여자 세 명은 모두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강성연은 그녀들을 흘깃 본 후 현지에게 다가가 멱살을 쥐는 것이었다. 강성연은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혔고 포크로 목을 찌르려고 했다.강성연의 차가운 눈빛에서 왠지 모를 공포가 느껴졌다."사람 괴롭히는 거 재미있어요?""강...... 강성연, 넌 현지를 어떻게 하려는 거야......"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입을 연 여자를 바라 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제가 어떻게 하려는 건지 궁금하면 덤벼봐요. 어차피 전 두려운 것이 없고 마침 오늘 기분도 꿀꿀하거든요. 당신들이 때마침 날 건드
강성연은 그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배고프지? 가방에 컵라면 하나 있어. 그저께 네가 준 거야, 내가 물 부어줄게."정유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셨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리더니 정유진을 바라 보며 말했다."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그녀는 현지가 정유진에게 화풀이 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그녀가 정유진을 찾지 않았다면 정유진은 저녁 내내 갇혀있었을 것이다.정유진은 입 꼬리를 올렸다."언니를 탓할 수 없어요, 사실 제가 부족한 탓이죠. 3달 동안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잖아요. 저와 같은 사람이 어떻게 특수 요원이 되겠어요?"그녀는 체력이 뒤떨어져 여자들도 이기지 못했다. 도리어 화장실에 갇혀 물벼락을 맞았으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다.강성연은 뜨거운 물을 부은 컵라면을 옆에 놓은 후 정유진 옆에 앉았다."넌 아직 일러. 일, 이년의 연습으로 특수 요원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넌 나이가 아직 어리니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하게 될 거야.""성연 언니, 정말 보름만 있나요?"정유진은 그녀를 보면서 물었다.강성연은 눈을 내리깔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정유진은 탄식하더니 말했다."어쩌다 언니와 같은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보름 후에 떠나다니요."강성연은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내가 보고 싶으면 희영이에게 연락하면 돼. 내가 널 보러 올 수도 있고.""정말인가요?"정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또 이렇게 물었다."참, 현지는 언니가...... 밖에서 남자를 건드렸기 때문에 들어온 것이라 했어요, 전...... 믿지 않았어요."강성연은 콧방귀를 뀌었다."믿지 않으면 돼. 오늘 내가 그 사람들을 이미 한바탕 혼냈어.""혼냈다고요? 언니는 두렵지 않나요?""두렵다고 피하면 해결돼?"강성연은 정유진을 빤히 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얌전히 있는데 다른 사람이 굳이 널 건드리는 것이라면? 참으면 다른 사람들은 널 더 괴롭힐 거야. 그들은 반항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괴롭히니까."정유진은 강성연
"네, 교관님. 강성연이 이유 없이 저희를 위협했고 현지를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그녀들은 서로의 증인이 되어줄 수 있었기에 당연히 혼자인 강성연이 두렵지 않았다.강성연이 뭐라 말하려고 할 때 교관은 책상을 내리쳤다."됐다. 변명할 필요 없어. 훈련 캠프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지금 짐을 싸고 떠나면 된다."현지 일행은 속으로 의기양양했다. 네가 아무리 강해도 지금 쫓겨나게 되었잖아.강성연이 제자리에서 꿈쩍하지도 않자 교관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내가 가보라고 하지 않았어?""전 갈 수 없습니다."강성연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저 사람들이 먼저 잘못을 한 것인데 왜 제가 나가야 합니까?"교관은 그녀처럼 고집이 세고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책상을 내리치면서 말했다."강성연, 이곳은 훈련 캠프야. 네가 규칙을 어겼으니 난 널 내보낼 권리가 있어!""전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나갈 수 없어요.""너......""최씨, 왜 그러는 건가? 엄청 화가 났군."이때 희영이가 웃으면서 사무실 밖에 나타났다.교관은 미간을 찌푸렸다."당신이 어떻게 오셨습니까?"희영은 그의 곁에 서서 어깨를 두드렸다."어느 학생이 훈련 캠프의 규칙을 어겼다는 말을 들었어. 그래도 해명은 들어야 하지 않겠나?"교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희영은 훈련 캠프 희호 장관의 여동생일 뿐만 아니라 파라다이스의 중요 임원이기도 했다.그 말인즉 희호와 반 장관 외에 다른 사람은 그녀를 명령할 수 없었다.그러니 희영이가 다른 일에 참견을 해도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희영 언니, 강성연은 어제 포크로 우리를 협박했어요. 현지는 하마터면 부상까지 입을 뻔 했어요.""그래요, 희영 언니. 저희는 강성연이 먼저 도발했다고 증언할 수 있어요!"그녀들은 강성연을 쫓아내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희영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강성연을 바라 보았다."저 학생들이 다쳤어?""아주 건강합
"좋은 건 배우지 않고 팀원을 모함하는 걸 배웠어? 그리고 팀원을 괴롭히다니. 최씨, 제대로 벌하지 않으면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발생할거야."교관은 희영이 참견하자 반박할 수 없어 이렇게 말했다."너희들은 모두 훈련장을 열 바퀴씩 뛰어!"현지 일당은 원하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씩씩거리면서 사무실을 나섰다.강성연은 희영과 함께 사무실을 나왔다."도와줘서 고마워요."그녀는 희영이 자신을 도와준다는 걸 알아차려 매우 고마웠다. "형수님, 천만에요. 참, 어제 반지훈 대표님께서 오셨을 때 금지 구역에 가신걸 말씀하셨습니까?"그녀가 원래 보고하려고 했었지만 반지훈 대표는 이미 알고 있었다.강성연은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알려준 것이 아니었나요?"희영은 멍한 얼굴로 다급히 손을 저었다."제가 아닙니다, 전 아직 보고하지 못했습니다. 형수님이 말씀한 게 아니었습니까?"강성연은 고개를 저었다. 희영이가 말한 것이 아니라면 누가 또 반지훈에게 소식을 전한 것일까?심지어 반지훈은 그녀와 구의범의 일까지 알고 있었다. 누가 암암리에서 날 감시하고 있나?TG그룹."반지훈 대표님, 제이드 하우스 쪽에 직원이 말하길 대표님께서 사신 백옥 반지를 12일 오후에 카운터로 보냈다고 합니다. 이튿날 아침 서영유 아가씨가 대표님 대신 가져갔습니다......"연희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지훈은 눈빛이 싸늘해졌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그러니 강성연이 훈련 캠프에 간 그날, 그가 서영유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서영유는 이미 백옥 반지를 가지고 있었다.그녀가 글쎄 함부로 백옥 반지를 끼고 강성연을 찾아간 것이다.반지훈은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어릴 적부터 서영유와 아는 사이고 할아버지가 중시하는 사람이라 하여도 그는 봐주지 않을 것이다."희호에게 서영유가 훈련 캠프에 가는 걸 금지하라고 전하거라."연희승은 멍해졌다."하지만...... 큰어르신께서는 서영유 아가씨에게 이틀 뒤 강성연 아가씨의 시험 상황을 감시하라고 했습니다.""그
일주일 뒤에 떠난다고?구의범은 멍한 표정이었다."이렇게 빨리 나가?""네, 원래 저는 보름만 있으려고 온 거예요. 일주일 후 시험 성적을 받으면 떠날 거예요."강성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훈련 캠프에서 너무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임무만 완성하면 돌아갈 생각이었다.구의범은 강성연이 떠난다는 말을 듣고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다.어떡해, 아쉬운걸."구 도련님, 저에게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요."속마음을 들킨 구의범은 조금 난감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낭비라고 할 수 있어.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야.""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전 이미...... 결혼했고 아이도 있어요. 그러니 정말 저에게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잖아."구의범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이쁜이...... 장난치는 거야? 날 받아주지 않는다 하여도 이런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어.""거짓말이 아니에요, 그럴 필요도 없고요. 믿지 않으면 조사해봐요. 구 씨 가문의 실력으로 절 조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강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구의범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는 이쁜이가 결혼했으며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그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강성연은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조식을 보내줘서 고마워요. 그 은혜는 이후에 갚을게요."강성연은 이렇게 말한 후 곧 자리를 떴다.구의범은 계속 제자리에 굳어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쁜이가 어떻게 결혼했을 수 있어. 어느 놈이 나 먼저 이쁜이를 빼앗아간 거야!"구의범."구석에 숨어 엿듣고 있던 현지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들었지? 저 여자는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는데 널 유혹한 거라고. 얼마나 단정하지 못한 여자인지 알았지?""구의범, 말해봐!"현지가 그의 팔을 흔들며 이렇게 말하자 구의범은 그녀의 손을 확 뿌리쳤다.구의범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떠났다.현지는 너무 화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