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지난번 그녀가 달려나가 한태군을 찾으러 갔을 때 보디가드는 이미 한태군의 모습을 기억했었다.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던 도우미 아주머니가 문뜩 뭔가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빼꼼 내밀고 한태군에게 물었다.“저기 도련님께서는 아침을 드셨나요?”한태군이 싱긋 미소 지었다.“번거로우시겠지만 제 몫까지 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너 아침 안 먹었어?”그가 나른한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너한테서 밥 한 끼 얻어먹으려고 했지.”그녀가 양손으로 허리를 짚으며 말했다.“밥을 먹으려면 돈을 내야지.”한태군이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그녀를 끌어당겨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깜짝 놀란 그녀가 서둘러 주방을 힐끗 바라보았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아침 준비를 하느라 거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잔뜩 긴장한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뭐 하는 거야.”“돈 내라며.”그가 그녀의 턱을 붙잡더니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일단 이자부터 줄게.”“무슨 이자… 읍!”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태군이 예고도 없이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그녀가 호흡을 멈추며 그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실었다. 파르르 떨리는 눈초리가 마치 나비의 날갯짓처럼 곡선을 그렸다.따듯하고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마치 그녀의 영혼까지 빼앗아 갈 것만 같았다.순간 아직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다는 것을 떠올린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를 밀어냈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뾰로통하게 중얼거렸다.“너랑 말 안 해.”한태군이 낮게 쿡쿡 웃었다. 그가 그녀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그래도 결국엔 나랑 말해줄 거잖아”화가 난 유이가 입을 살짝 벌리고 그의 손가락을 깨물었다.그는 전혀 아프지도 간지럽지도 않았다. 손가락 위로 보이는 작은 이빨을 보고 그가 웃지도 울지도 못하며 말했다.“토끼도 급하면 진짜 사람을 무는구나.”아침 준비를 마친 도우미 아주머니가 거실을 내다보았다. 두 사람은 진작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
“두렵지 않을 리가요.”한태군이 피식 웃었다.“오늘날 리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백이령 덕분이었죠. 백이령이 그녀를 이용해 어떤 이득을 보려 했다면 진작 그녀를 잡아둘 수 있는 미끼를 마련해 두었을 거예요. 만약 리사가 그녀의 손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그녀가 어디로 도망치던 계속하여 그녀의 앞길을 막을 거예요.”데이비의 사람들한테 붙잡힌 리사가 자신의 출로를 찾지 못하면 결국 마지막으로 백이령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백이령이란 줄까지 끊긴다면 리사는 완전히 끝장나게 된다.전유준이 백미러로 뒤를 힐끗 바라보았다. 한태준의 곁에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지켜본 결과, 그의 수단은 한 번도 자신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데이비마저 암시장 쪽 사람들과 한태군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렇게 말했었다. 한태군은 앞으로 늑대 같은 놈이 될 거라고. 지금 그의 눈에 엇나가는 일을 하면 나중에 꼭 그에게 크게 당할 거라고. 죽지 않더라도 살 한 움큼 정도는 떨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며 그를 평가했었다.리사는 그에게 기껏해야 어릿광대에 불과했다. 그녀가 계속하여 그의 마지노선을 건드려왔는데 한태군이 그녀를 가만둘 리가 없었다.그 시각, 리사는 병원에서 눈을 떴다. 공사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른 아침에 그녀를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온몸에 피범벅이 되어 숨이 간당간당한 상태였다.문을 열고 들어온 간호사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물었다.“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을 당하신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저희가 대신 신고해 드릴게요.”리사가 막 뭐라고 말을 하려던 그때, 몇몇 장정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뒤로 데이비가 미소를 지으며 병실로 들어왔다.“간호사 선생님, 저희 쪽 사람이 폐를 끼쳤네요.”그가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명함을 건네받은 간호사가 이름을 보더니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렌지 님…”데이비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부드러운 태도로 물었다.“상태가 어떤가요.”간호사가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며 창백한 얼굴로 답
그녀의 손이 미처 책에 닿기도 전에 등 뒤의 누군가가 그녀 대신 책을 꺼내주었다.“이 책 찾아?”뒤를 돌아본 강유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등 뒤에 있던 남자는 전형적인 서양인의 백색 피부가 아니라 아주 건강한 구릿빛 피부를 갖고 있었다. 그는 유럽 쪽 얼굴에 더 가까웠는데 검은색 곱슬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눈은 안쪽으로 푹 패어 들어갔는데 그 속에 담긴 눈동자가 옅은 갈색을 띠었다. 선명하고도 독특한 외모의 소년이었다.문제는 그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다는 점이었다.남자가 미소 짓자 하얗고 가지런한 이빨이 훤히 드러났다.“나 기억 안 나? 우리 같이 향수 모델 했었잖아.”강유이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그게 너였다고?”자세히 보니 그의 생김새가 확실히 그날 그녀와 함께 광고를 찍었던 젊은 모델과 닮아있었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난 아안이라고 해.”책을 건네받은 유이가 신기한 듯이 물었다.“너도 우리 학교 학생이었어? 하지만 나 연극 영화과에서 널 본 적 없는데.”“나 연극 영화과 아니야.”아안이 그녀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정확히 말하면 난 미술학과 학생이야.”빅토리아 로열 대학교 내에는 경영학과와 미술학과가 따로 나누어져 있었다. 캠퍼스만 해도 그 크기가 어마어마한테 학과는 당연히 더 많았다.때문에 그녀가 지금껏 학원 학생 전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유이야, 책 다 찾았어?”그때 유이를 기다리고 있던 진예은이 다가왔다.진예은이 책장에 기대서서 실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왜 이렇게 늦나 했네. 남자랑 같이 있었어?”강유이가 당황하며 서둘러 말했다.“헛소리하지 마. 이쪽은 나랑 함께 향수 광고를 찍었던 애고, 마침 도서관에서 마주쳤을 뿐이야.”말을 마친 그녀가 아안을 바라보며 손에 든 책을 흔들어 보였다.“이거 고마워. 그럼 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아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강유이와 진예은이 자리를 떠났다.
강유이가 입술을 꼭 깨물며 대답하지 않았다.그녀가 한태군을 보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생긴 얼굴을 보고 어떻게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진예은이 손을 저었다.“알았어. 그만 말할게. 더 하면 너 오늘 밤에 야한 꿈을 꿀지도 모르겠어.”강유이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제발 그 입 좀 다물어.”아안이 도서관 복도에 서서 두 사람이 아웅 거리며 멀어지는 뒷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그가 자리를 벗어났다.한씨 그룹.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전유준이 문을 열었다. 그의 뒤에 서있던 한재욱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태군아.”한태군이 파일을 덮으며 고개를 들었다.“오셨어요, 작은아버지.”“리사가 데이비 손에 들어갔다면서.”한재욱이 의자를 끌어당기며 자리에 앉았다.“태군아, 너 데이비와 연락하며 지냈던 거니?”한태군이 파일을 한쪽 편에 내려놓았다.“아니요. 그저 레이린 정의 손을 빌렸을 뿐이에요.”한재욱이 미간을 찌푸렸다.“정 회장이 레이린을 데리고 퇴원했더구나. 아마 데이비를 피하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아. 네가 레이린의 손을 빌려 리사를 데이비한테 넘겼다고. 만약 레이린이 그게 네 뜻이었다는 걸 말하기라도 하면…”“그러지는 않을 거예요.”한태군이 미소 지었다.“레이린은 자기가 예전에 데이비의 심기를 어지럽혔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어요. 그녀가 리사를 그에게 보낸 것도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죠. 그게 아니었다면 정 회장님께서 지금 자기 딸 얼굴조차 못 봤을 거예요.”예전에 자기 멋대로 행동하며 다니던 레이린은 이제 그녀가 뿌린 대로 되돌려 받게 될 것이다. 데이비는 이제 그녀가 함부로 거역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피하든지 아니면 계속 자기 멋대로 행동할지, 그녀 스스로가 깨닫지 못할 수 있어도 정 회장은 아니었다.“리사 배후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알아봤어?”한재욱이 물었다.“알아봤어요. 작은아버지 사고의 원인도 그들
그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특별하다고?”“내 말은 네 생김새가 무척 특별하다는 뜻이었어. 마치 그림 속에서나 나올법한 고대 페르시아인 모습 같아.”Y 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족은 백인이었다. 때문에 아안과 같은 얼굴은 백인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얼굴과 분위기 모두 압도적이었다.아안이 웃었다.“칭찬 고마워.”차가 그가 말했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안이 유이에게 인사하고 차에서 내렸다.신턴 빌라에 도착한 강유이가 차에서 내리자 곧바로 그녀의 눈에 익숙한 차량 한 대가 보였다. 그 차는 그곳에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정차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뒷좌석 창문이 절반쯤 내려갔다. 한태군이었다.강유이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창문에 기대며 물었다.“설마 여기서 계속 나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한태군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집으로 올 줄 알았어.”그녀는 굳이 그에게 감출 생각이 없었다.“마침 방향이 같아서 누구 한 명 바래다주고 왔지.”“누구를?”한태군이 차창에 기대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아안 헤리스?”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네가 어떻게 알아?”그가 피식 웃더니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그가 엄숙하게 물었다.“걔가 나보다 잘 생겼어?”강유이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왜 걔랑 비교하려고 해.”“아직 대답 안 했어.”“두 사람 모두 잘 생겼어.”그의 얼굴이 침울해지는 것을 본 강유이가 배시시 웃으며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다음 말을 보충했다.“내 마음속에는 네가 가장 잘 생겼어.”한태군이 손을 빼며 말했다.“나 먼저 갈게.”그가 막 창문을 올리려 하자 강유이가 그를 잡았다.“화났어?”“아니.”강유이가 아무 말도 못 하자 한태군이 손을 내밀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피식 웃었다.“나 저녁 먹고 가?”그녀가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한태군이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럼 어쩔 수 없이 여기 남아 밥을 먹어야겠네.”“……”도우미 아주머니는 강유이가 남
한태군이 셔츠를 벗고 있었다. 근육질 몸이 건장하고 탄탄해 보였다. 과하게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닌 잔근육이라 더욱 몸매가 균형적이고 예쁘게 느껴졌다. 그의 몸이야말로 옷을 입으면 적당히 살집이 붙어 보이고 옷을 벗으면 약해 보이는 표본이었다.그런데 치골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난 거 아닌가!시선을 더 아래로 내리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과가 되더니 서둘러 등을 보이며 돌아섰다.“왜 갑자기 옷은 벗고 난리야!”한태군이 태연한 표정으로 셔츠를 옆에 두고 그녀의 등 뒤로 다가왔다.그가 그녀를 향해 몸을 살짝 숙이며 그녀의 손에서 잠옷을 빼냈다.“씻으려고 벗었지.”강유이의 귀가 점점 더 빨개졌다. 그가 그녀의 등 뒤로 가까이 접근할 때에는 등에서 불이라도 날 것만 같았다. 그녀가 자기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너 내가 올 줄 알고 있었잖아. 일부러 그랬지!”한태군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맞아. 일부러 그랬어.”그녀의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한태군이 그녀의 얼굴을 가리는 손을 내리게 하고 자신의 손과 겹쳤다.“만족해?”그녀의 시선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뭘 말이야…”“내 몸.”강유이는 순간 너무 놀라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수그렸다. 얼굴에 불이라도 달린 것처럼 뜨거웠다. 문뜩 뭔가를 떠올린 그녀가 입을 삐쭉거렸다.“리사도 본 거 아니야?”그가 잠깐 멈칫거리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럴 리가.”그녀가 잔뜩 의심하며 물었다.“진짜?”한태군이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러더니 살짝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걔 앞에서 벗고 다닌 것도 아닌데.”강유이가 그를 보며 눈을 치켜떴다.“너 설마 그런 생각을 했었던 거 아니야?”그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녀의 손바닥을 자기 심장 부근에 가져다 댔다.“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그녀의 손바닥에서 뜨거운 그의 맥박이 느껴졌다. 그가 숨을 쉴 때마다 그의 심장이 두근거렸다.한태군이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강유이의 시선을 느낀 한태군이 그녀를 돌아보았다.“왜?”그녀가 무심히 그의 시선을 피했다.“아니야.”한태군이 그녀의 등 뒤에 놓인 의자 등받이에 손을 뻗으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저 꼬마가 너야?”깜짝 놀란 그녀가 그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태군이 피식 웃었다.“엄청 귀엽게 생긴 게 딱 봐도 너 어릴 적 모습이네.”강유이가 그의 얼굴을 밀어냈다.“영화나 봐.”그가 미소 지으며 답을 하지 않고 다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등장하자마자 그는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단지 모른척했을 뿐이었다.밤은 점점 더 깊어져갔고 드디어 영화가 막을 내렸다. 한태군은 고개를 돌려 소파 팔걸이에 기대 잠든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문득 소리 내어 웃었다.그가 팔을 뻗어 그녀의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었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안아들었다.그녀의 머리가 기울어지며 그의 어깨에 기댔다.방으로 들어간 그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는 나가지 않고 침대 머리맡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가 몸을 숙이며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좋은 꿈 꿔.”다음날 빅토리아대학교.수업을 듣던 강유이는 순간 졸음이 밀려와 미간을 주물렀다. 어젯밤 자신이 언제 잠들었던지 아예 기억이 나질 않았다.아침에 눈을 뜬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도우미 아주머니께서 한태군은 이미 돌아갔다고 말해주었다.현재 책상에 엎드려있는 그녀의 걱정거리는 딱 하나였다. 자신의 나쁜 잠버릇을 그가 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노트에 필기하던 진예은이 갑자기 강유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다크서클 엄청 심한데. 어젯밤에 뭐 도둑질이라도 한 거야?”그녀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책을 들고 보는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쩐지 양심이 찔렸다.“아니거든.”진예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설마 말한 대로 거둔다고, 꿈에 홀딱 벗고 있는 한태군이라도 나온 거 아니야?”순간 어젯밤
진예은은 마늘이고, 양파고 그가 묻는 것마다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는다고 답했다.아안이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강유이가 진예은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야?”진예은은 유이의 말을 못 알아들은 것처럼 말했다.“뭐가 일부러라는 거야.”강유이는 그녀의 사정 따위 상관없이 바로 직설적으로 물었다.“마늘이랑 양파, 너 지금껏 식당에서 잘만 먹었잖아.”그녀가 멈칫거리다가 대답했다.“식당에서 파는 양파랑 마늘에만 알레르기가 안 생겨. 그러면 안 돼?”강유이가 웨이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아안에게 말했다.“걱정 마, 얘 다 먹을 수 있어.”“……”아안 역시 진작 이상함을 눈치챘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네 친구가 싫어하면 바꾸면 돼.”“바꿀 필요 없어. 밥은 네가 사주는데 얻어먹는 우리가 편식할 수야 없지.”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맛있다고 생각한 걸로 시켜. 나도 먹어 보고 싶으니까.”아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시킬게.”진예은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한태군이 그녀더러 강유이한테 잘 붙어있어라고 한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이 계집애는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면 순식간에 다른 길로 샐 애였다.이십 분 후, 아안이 시킨 음식이 기본상 다 올랐다.Pulpeta는 쿠바식 떡갈비였다. 양념한 소고기와 햄을 계란과 함께 버무린 후 오븐에 구워내는 음식이었다.그 외에 속에 치즈가 들어있는 완자 튀김, 햄, 달콤한 바나나 스낵까지 하나같이 특색 있는 당지의 음식이었다.강유이가 하나씩 맛보았다. 아안이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어때?”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은데. 엄청 맛있어.”아안도 씩 웃었다.“좋아해서 다행이야.”진예은은 아안의 속을 꿰뚫어 볼 듯이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듣기로 아안 너 유이랑 같이 향수 광고를 찍었었다며. 나 궁금한 거 있는데, 그 광고를 찍은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왜 이제야 유이한테 접근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