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669화

그녀의 손이 미처 책에 닿기도 전에 등 뒤의 누군가가 그녀 대신 책을 꺼내주었다.

“이 책 찾아?”

뒤를 돌아본 강유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등 뒤에 있던 남자는 전형적인 서양인의 백색 피부가 아니라 아주 건강한 구릿빛 피부를 갖고 있었다. 그는 유럽 쪽 얼굴에 더 가까웠는데 검은색 곱슬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눈은 안쪽으로 푹 패어 들어갔는데 그 속에 담긴 눈동자가 옅은 갈색을 띠었다. 선명하고도 독특한 외모의 소년이었다.

문제는 그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다는 점이었다.

남자가 미소 짓자 하얗고 가지런한 이빨이 훤히 드러났다.

“나 기억 안 나? 우리 같이 향수 모델 했었잖아.”

강유이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그게 너였다고?”

자세히 보니 그의 생김새가 확실히 그날 그녀와 함께 광고를 찍었던 젊은 모델과 닮아있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난 아안이라고 해.”

책을 건네받은 유이가 신기한 듯이 물었다.

“너도 우리 학교 학생이었어? 하지만 나 연극 영화과에서 널 본 적 없는데.”

“나 연극 영화과 아니야.”

아안이 그녀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정확히 말하면 난 미술학과 학생이야.”

빅토리아 로열 대학교 내에는 경영학과와 미술학과가 따로 나누어져 있었다. 캠퍼스만 해도 그 크기가 어마어마한테 학과는 당연히 더 많았다.

때문에 그녀가 지금껏 학원 학생 전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유이야, 책 다 찾았어?”

그때 유이를 기다리고 있던 진예은이 다가왔다.

진예은이 책장에 기대서서 실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늦나 했네. 남자랑 같이 있었어?”

강유이가 당황하며 서둘러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 이쪽은 나랑 함께 향수 광고를 찍었던 애고, 마침 도서관에서 마주쳤을 뿐이야.”

말을 마친 그녀가 아안을 바라보며 손에 든 책을 흔들어 보였다.

“이거 고마워. 그럼 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아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강유이와 진예은이 자리를 떠났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