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71화

“잠깐만.”

한태군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불러세웠다. 그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모르는 사이면 내가 너한테 잘못한 것도 없겠네.”

왠지 모를 그녀의 까칠한 태도에 그도 기분이 나빠졌다.

강유이가 몸을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잘못했는지 어쨌는지 스스로 생각할 줄 몰라? 어쨌든…”

그녀가 잠깐 말을 멈추더니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난 네가 눈꼴사나워.”

시언과 해신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뒤뜰로 나왔다가 마침 그 장면을 목격했다. 그제야 그들은 자신들이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했음을 깨달았다.

강유이는 멍청하고 사람을 잘 믿긴 했지만 그건 그 사람과 관계가 틀어지기 전까지였다.

그 점만큼은 자기 어머니와 똑 닮아 있었다.

예를 들면 ‘원한을 새기는 것’을.

강유이는 그때 한태군이 자기한테 상처 주는 말을 한 것을 마음에 새겨두고 있었다. 아무리 한태군은 이제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일이 없던 일로 되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여전히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속인 친구를.

“됐어. 더는 너랑 말하고 싶지 않아.”

강유이가 서둘러 그의 곁을 벗어났다.

한태군은 더 이상 그녀를 잡지 않았다. 그는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반준성은 집사에게 진수성찬을 준비해 귀빈을 접대하라고 지시했다.

강성연과 반지훈도 주인의 도리를 하며 한재욱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른들이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아이들은 각자 밥을 먹으며 크게 말하지 않았다.

강유이는 시언과 해신의 중간에 앉아있었는데 마침 그녀의 맞은편에 한태군이 앉아있었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그와 시선을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떨구었다. 유이는 사발 안에 든 밥알과 원수라도 진 것처럼 젓가락으로 휘적거렸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갑자기 반준성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한태군이 벌써 빅토리아 대학에 채용되었다고?”

한재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 TO에는 들었고, 나중에 태군이 열다섯 살이 되면 입학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