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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그는 한 그림 아래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건 군오에서 돌아올 때 하정원이 그녀에게 선물해 준 유화 《타락한 천사》였다.

도대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를 무시할 생각이었다. 그녀가 그를 못 본 척하며 지나치려던 그때.

한태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그림 재밌네.”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가 다시 그림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그림의 의미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봐서 예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말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저 그림에 숨은 뜻이 있어?”

한태군은 여전히 그림에 시선을 둔 채 담담하게 말했다.

“첫눈에 봤을 때는 사람들이 인간 세상에 떨어져 날개를 잃은 천사를 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 보다 보면 세인들이 천사를 옭아매고 있어.”

강유이가 가까이 다가가 그림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그녀의 눈에는 사람들이 천사를 하늘로 보내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봐야 그렇게 보여?”

한태군이 살짝 고개를 돌려 곤혹스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맑고 깨끗한 그녀의 눈동자는 마음이 복잡한 사람들의 것과 달랐다.

그녀는 티 없이 깨끗한 백지장처럼 순수했다. 하지만 이런 백지장일수록 오염시키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드는 법이었다.

“내가 묻잖아. 왜 날 그렇게 쳐다보고 그래?”

강유이가 그의 시선을 피했다. 설마 자신이 예술을 감상할 줄 모른다고 속으로 비웃고 있는 거 아니야?

한태군이 시선을 돌렸다.

“사람들이 천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고 꼭 천사를 구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어쩌면 천사를 인간 세상으로 끌어내릴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잖아.”

“그림 속 천사는 날개를 잃고, 사람들에게 발이 묶여 자유를 잃었어. 천사는 구원과 선을 뜻해. 하지만 그림 속 천사의 선은 세인들에게 속박당한 족쇄가 되었지. 그걸로 천사는 존재의 의미를 잃은 거야.”

그가 말을 마치자, 강유이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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