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회장은 신문을 펼치다 말고 멈춰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건 왜 물어?"곽의정은 밥을 우물우물 먹으며 말했다."만약 제 정략결혼 상대가 그 사람 아들이라면 어떡해요?"곽 회장은 잠깐 멈칫하더니 쾅 소리 나게 신문을 밥상에 내려놓았다."너 미쳤니?"곽 부인은 잔뜩 놀란 모습이었다. 회사 일에 대해 잘 몰랐던 그녀는 다른 일보다 곽의정이 스스로 '정략결혼'이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는 게 더 놀라웠다.곽의정은 곽 회장이 서현식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씨 집안과 정략결혼을 하게 될 리는 없을 것 같았다. 사실 그녀도 서도준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르는 남자와 결혼할 바에는 서도준이 나을 것 같았다."제가 자기랑 결혼하면 서인그룹 주식의 5%를 주겠다고 했어요. 솔깃하지 않아요?"곽 회장의 안색은 급격하게 변했다."누가 그러더냐?"곽의정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당연히 서인그룹 도련님이죠."곽 회장은 심호흡을 했다. 만약 나이에 비해 건강한 편이 아니었더라면 이번 일로 숨이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의정아, 혹시 나랑 장난하는 거니?""아닌데요.""네... 네가 서인그룹의 도련님을 만났다고?"곽의정은 곽 회장의 질문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되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모든 사람이 서도준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게다가 서인그룹의 주식을 주겠다고 했으니, 그녀는 당연히 서인그룹의 도련님일 것으로 생각했다.곽 회장은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의정아, 서 회장의 하나뿐인 아들은 네가 절대 만날 수 없는 곳에 있어. 서 회장의 아들 서강우는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어 외부인과 접촉한 적 없거든. 너 사기꾼한테 당한 건 아니니?"곽의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같은 시각, 서씨 저택."쓸모없는 자식! 어쩌면 사람 한 명 잡아 오는 일도 못 하는 거냐!"서현식은 경호원을 향해 사정없이 발길질했다.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은 머리를 숙인 채로 말했다."죄송합니다, 회장님
서도준의 목소리에 정신 차린 곽의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의 앞으로 걸어가서는 팔짱을 꼈다."서도준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어떻게 저한테 거짓말할 수가 있어요?""거짓말이요?"서도준은 옷매무새를 다듬던 손을 멈추고 곽의정을 바라봤다."제 아버지 말로는 서 회장님한테 아들이 한 명밖에 없다고 하던데요. 그것도 정신병 때문에 밖에 나오지도 못하는 아들이요."서도준은 피식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뭘 웃어요?"곽의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서도준은 느긋하게 커피를 따르며 대답했다."거짓말 아니에요.""그럼... 도준 씨 혹시 병이 있었어요?"곽의정은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서도준은 커피를 들고 소파로 가서 앉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밝혀진 아들이 한 명이니까요."곽의정은 서도준을 바라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서 회장을 입에 담을 때의 눈빛은 아주 어두웠다.돈이 많을수록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게 돈 많은 남자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니 서현식에게 숨겨둔 아들 한 명쯤 있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도준 씨 서자에요?"곽의정은 말을 뱉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그녀의 질문은 과하게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서도준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커피를 마시고는 대답했다."혹시 서자는 싫어요?"곽의정은 소파에 가방을 내려놓더니 테이블을 짚으며 말했다."제 답을 듣기 전에 도준 씨의 목적부터 알려줘요.""저는 다른 세력의 힘을 빌려 권력을 얻고 싶어요. 답이 되었나요?"서도준은 곽의정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서도준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커피 향기가 코끝에 맴돌았다.서도준의 몸에서는 담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곽의정은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담배 냄새로 가득한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키스하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갑자기 떠오른 키스라는 단어에 곽의정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서현식이 왜 서강우의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매년 병원에 어마어마한 돈을 보내준다고 했다.서강우는 병원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아무리 환자라고 해도 서현식의 아들이니 자연히 잘 보이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의 정신병은 선천적이었고 가끔 정상으로 돌아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발작을 시작하기만 하면 통제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병원에서 지내야 했다.반지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하나뿐인 아들이 그렇게 된 건 안타깝군.""회장님한테는 아들이 한 명 더 있습니다.""아들이 한 명 더 있다고?""네, 사모님 말로는 서 회장님의 사생활이 아주 문란했다고 합니다. 사모님이 임신했을 때도 밖에서 여자를 만났을 뿐만 아니라 몰래 아들까지 낳았다고 합니다. 불륜녀가 건강한 아들을 믿고 사모님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했다고 얼마나 치를 떠시던지... 아무튼 회장님은 사모님 인맥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하고 있는지라 결국 돈으로 무마했다고 합니다. 아들 중에서도 호적상 아들을 더 신경 쓰지, 밖에서 낳은 아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요."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무실에서 나온 연희승은 강성연과 지윤을 발견하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성연 씨, 오셨어요. 대표님은 사무실에 계세요."강성연은 지윤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반지훈은 곧바로 자료를 내려놓고는 팔을 벌려 그녀를 품으로 끌어안았다."오늘 안 바빠?"강성연은 반지훈의 목에 손을 감으며 말했다."네. 곧 있으면 아빠 생신이라 오늘은 선물 고르러 가려고요."반지훈은 잠깐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예전에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잖아?""이번 해는 생일 연회를 좀 크게 열 거예요. 선물도 조금 다르게 준비하려고 시간을 통째로 비웠어요.""우리 성연이 착하네."강성연은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가 저를 친 자식처럼 사랑해 주셨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이번 생일 연회도 제가 직접 준비할 거예요."반지훈은 강성연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연희승은 안경을 다시 썼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지윤은 또다시 손을 뻗어 안경을 벗기려고 했지만, 연희승이 잽싸게 피해갔다."그만 해요, 사모님도 계시잖아요.""연 비서님 안경 낀 모습 진짜 못생긴 거 알아요?""..."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지윤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했다."지윤 씨, 연 비서님이 아무리 만만해도 괴롭히면 안 되죠. 이러다 우등생에서 진짜 찐따가 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네, 아가씨."연희승은 지금의 상황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었다.강성연과 지윤은 AM그룹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 강성연은 지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지윤 씨, 연 비서님이 그렇게 싫어요?"지윤은 멈칫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답했다."저 연 비서님 안 싫어하는데요.""그럼 왜 자꾸 괴롭혀요? 저는 당연히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싫어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어서 그러는 거예요."지윤은 연희승과 투덕거리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다. 연희승은 성격이 좋아서 그녀가 무슨 짓을 해도 화를 내지 않았고, 모든 힘을 다해 반항한 적도 없었다. 이건 그녀가 예전에 괴롭혔던 사람들이 준 적 없는 느낌이었다.X를 따라 메트로폴리탄에 가기 전, 지윤은 생계를 위해 일을 가리지 않고 받았다. 그중에는 목숨을 건 일도 물론 있었다. 그녀는 예전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자주 괴롭힘을 당했고, 반대로 복수를 하기도 했다. 싸움이 나는 것은 밥을 먹는 것처럼 흔한 일이었다.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침착한 성격이 필요하다는 도리를 지윤은 X를 만난 후에야 깨달았다. 연희승은 싸움질할 줄을 몰랐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그녀를 제압할 수 있었다. 단지 차분한 성격 덕분에 마음이 넓어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뿐이지. 이것이야말로 반지훈이 오랜 시간 동안 연희승을 중요시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모든 사람에게 인내심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연희승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지윤은 한계를 존중하는
곽의정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저랑 이율이 어떻게 같아요? 이율은 남자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저는 아니라고요.""너...!""여보, 의정이를 탓하지 마요. 늦게 결혼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니잖아요. 결혼은 맞는 사람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해요."곽 부인의 다정한 말에 곽 회장은 콧방귀를 뀌며 투덜거렸다."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아이라면 사기도 당하지 않았겠지.""아빠, 그건 사기가 아니에요.""사기가 아니라고? 그럼 아직도 그 사람이 서인그룹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서현식의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곽 회장은 여전히 서인그룹의 일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이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서인그룹 아들이요?"곽의정은 이율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제가 만난 사람은 서 회장님의 숨겨진 아들이에요. 그리고 아주 솔깃한 조건을 걸어줬죠."곽 회장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결혼이 장난인 것 같으냐?""결혼은 그냥 다른 사람이랑 같이 사는 거잖아요. 아빠가 저한테 결혼을 재촉하는 것도 남자를 찾으라는 말 아니에요? 제 요구에 맞는 남자를 대충 찾아서 살아보겠다는데, 뭐가 문제에요?""곽의정!"곽 회장은 언성을 높였다.이율은 불안한 듯 강현을 바라봤고, 강현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안심시켰다.이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고 곽 회장은 한참 듣고 있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래. 내가 바로 회사로 갈게."전화를 끊은 곽 회장은 머리를 돌리며 강현에게 말했다."너희들은 계속 얘기하고 있어. 난 급한 일이 생겨 이만 가봐야겠다."강현이 머리를 끄덕였다.곽의정은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이율이 강현의 귀가에 대고 무언가 말했다. 그러자 강현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가봐요."이율은 후다닥 쫓아가 방 앞에서 그녀를 불러세웠다. 곽의정은 문틈에 기대며 물었다."왜?""방금 한 말... 무슨 뜻이에요? 언니 누구랑 결혼해요?"곽의정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싱긋 미소를 지
곽 회장은 비서에게 나가보라는 눈치를 주고 소파로 와서 앉았다. 비서는 바로 사무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우리 회사와 합작하겠다고 허풍 친 사람이 자네였군. 자네 서현식 회장과 어떤 사이지?"곽 회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을 보고 서도준도 숨김없이 대답했다."저는 서현식 회장님의 아들입니다.""서 회장의 아들은 서강우 한 명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네는 뭐지?"서도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회장님은 서자를 외부에 밝힐 분이 아니시니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요."곽 회장은 약간 넋이 나갔다.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서자를 좋게 보지 않는다. 대단한 권세의 자식이라고 해도 평생 어둠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게 서자의 운명이었다.호적상 아들이 정신적 질병으로 인해 가업을 물려받지 못하게 되니 숨겨둔 자식을 찾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곽 회장이 알기로 서현식은 서자에게 가업을 물려줄 만한 사람이 아니었고, 설사 그럴 의향이 있다고 해도 지금 와서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곽 회장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서자가 나와 합작을 운운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자네한테는 서인그룹을 통제할 만한 권력이 없을 텐데. 서 회장의 성격으로 힘들게 쌓아온 업적을 어울리지 않는 사람한테 주지도 않을 것 같단 말이지.""저는 서 회장님한테서 아무것도 받지 않을 겁니다. 비열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회사는 준다고 해도 싫습니다. 화성의 용호 제3구역이 조사받기 시작한 시점에 회장님이 저를 찾기 시작한 건 절대 우연이 아닙니다. 회장님은 본인을 대신해 죄를 뒤집어쓸 사람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곽 회장은 멈칫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서도준을 바라봤다."네가 그래도 꽤 똑똑한 모양이구나. 만약 서인그룹을 대표해서 온 것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나와 합작하겠다는 것이냐? 그리고 서인그룹 지분의 5%는 어떻게 의정이한테 준다는 말이냐?""지분이라면 양도할 수도 있으니까요.""양도라...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회사의 지분을 내 딸한테 넘기는 건, 책임
"맞아요. 예전과 다른 선물을 고르는 게 여간 일이 아니네요. 한참 고민하다가 골동품 매장에 와봤어요."라민희는 강성연과 몇 마디 주고받다가 눈치껏 먼저 떠났다. 젊은이들끼리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말이다. 김아린과 강성연은 근처의 카페로 와서 디저트를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나 오늘 그 사람을 본 것 같아."김아린이 물었다."누구?""서도준 씨."오래간만에 서도준이라는 이름을 들은 김아린은 약간 막연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서도준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해졌다."어디서 봤는데?""길에서 그냥 스쳐 지나갔어. 어쩐지 낯익다 했더니 서도준 씨였더라고."강성연은 김아린을 바라보고 피식 웃으며 이어서 말했다."왜? 설마 아직도 마음이 있어?""아니거든! 괜히 천광이 귀에 들어가게 하지 마. 그 질투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아니면 됐어. 난 또 잊지 못하고 슬퍼할 줄 알았네.""말도 안 돼!"솔직히 말하자면 김아린은 서도준에게 약간의 아쉬움 정도만 남아있었다. 그토록 좋아했던 사람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슬픔이라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천광 씨는 서도준 씨에 대해 알고 있어?""당연히 모르지. 내가 말했겠어?""그럼 빨리 말해. 서울이 얼마나 좁은지 몰라? 괜히 나중에 마주쳤다가 오해가 생길 바에는 먼저 말하는 게 낫지."강성연은 김아린이 과거를 완전히 내려놓기를 바랐다. 청춘 시절의 아쉬움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골드 룸살롱도 그렇고, 서도준도 그렇고, 김아린이 아직도 마음 한쪽 구석에 아쉬움을 품고 있다는 것을 강성연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전부 과거에 불과했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천광이었다.서도준도 서울에 살고 있는 모양이었기 때문에 마주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그래서 강성연은 과거를 들추면서까지 김아린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켰다.김아린이 집으로 돌아오자 아주머니는 구천광이 위층에서 아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서재에 들어가 보니 그는 구희나를 안은 채로 의자에
연희승은 서현식의 수단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어쩐지 서인그룹이 조사 한번 안 당했다 했더니 근본적으로 문제가 존재하지 않았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문제가 하나 있다면 회사 계좌와 화성의 수익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반지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개인 계좌에 대해서는 알아봤어?"연희승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제가 은행을 통해 알아봤는데 본인 계좌는 아닌 것 같습니다.""그러면 서자 쪽을 조사해 봐."반지훈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해결해 버리고 싶었다. 서자가 그의 일을 방해할 수 없도록 말이다.이때 구천광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나쁜 새끼.」반씨 저택.샤워하고 난 반지훈은 오늘 구천광에게 구박받은 일을 강성연에게 말했다. 그녀는 로션을 바르다 말고 이 얘기를 듣고 키득키득 웃었다.강성연이 멀쩡히 운영하고 있던 골드 룸살롱을 굳이 구천광에게 넘겨주더니, 결국 김아린이 양심 고백을 한 모양이고 불똥은 반지훈에게로 튀었다.강성연은 침대로 가서 앉으며 말했다."남자들은 원래 이렇게 쪼잔해요?"그래도 김아린이 먼저 말해줘서 다행이지, 안 그러면 구천광이 더 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반지훈은 강성연을 품으로 끌어안으며 말했다."내가 욕먹은 게 그렇게 좋아할 일이야?""제가 언제 좋다고 했어요? 지금 엄청 마음 아파하는 거 안 보여요?"강성연의 기계적인 대답을 반지훈은 믿지 않는 모양이었다. 강성연은 그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큰 소리로 웃었다."에이, 두 사람 다 예전 일로 왜 그래요? 이제 그만 잊어요."반지훈은 머리를 숙여 강성연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만약 내가 똑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아마 더 했을 거야."구천광의 입장에서 서도준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면 충분히 질투할 만했다. 더구나 서도준은 지금 서울에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마주치기보다는 훨씬 나았다. 질투는 피할 수 없겠지만, 불필요한 오해는 피할 수 있었다.강성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저희는 지훈 씨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