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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0화

“여자들은 술자리에 적게 나가는 게 좋아요. 안 나갈 수가 없다면 최대한 적게 마시든가 해요.”

서도준은 잠깐 뜸을 들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마시는 척하는 것도 안 될 건 없죠.”

곽의정은 멈칫하더니 피식 웃었다.

“서도준 씨는 술 안 마시려고 마시는 척만 해본 적 있나 봐요?”

마시는 척만 한다는 건 혼란한 틈을 타서 술을 피하는 스킬로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신의 술잔에 있는 술을 다른 술잔으로 옮겨 담거나 쏟아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친구들끼리 술을 마실 때는 가능하지만 회식 자리에서는 좋지 않았다. 발각되지 않으면 좋은 일이지만 혹시라도 발각된다면 상대방은 성의가 없다고 생각해 거래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도준은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전 남자니까 회식 자리에서 술을 얼마나 마시든 손해 볼 건 없죠.”

곽의정은 당황했다. 예전에 성운테크에 있을 때는 다들 그녀가 성운테크 딸이라는 걸 알고 있어 그녀에게 깍듯했다.

그러나 신분이나 배경이 없는 여직원들은 달랐다. 여자들은 회식 자리에서 남자보다 훨씬 더 손해를 봤다. 상사가 술을 덜 마시도록 막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고객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함께 술을 마셔줘야 하니 말이다.

건강을 해치는 건 물론이고 취하면 성희롱당할 때도 있었다. 요즘에는 여직원이 술을 덜 마실 수 있게 도와주는 상사가 정말 드물었다.

곽의정은 그를 보고 말했다.

“사장님은 여자들에게 다 이렇게 다정한가요?”

서도준은 솔직하게 말했다.

“여성을 존중하는 건 남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존중과 다정은 서로 다른 뜻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을 존중한다는 건 개인적 수양일 뿐이고, 여성에게 다정하다는 건 오해를 불러일으켜 애매한 관계로 발전하기 쉬웠다.

다정한 남자는 보통 모든 여자에게 잘해주기 때문에 거리감이 모호했고, 여성을 존중하는 남자는 그보다 조금 더 거리감이 확실했다.

곽의정은 오래 있지 않고 이내 카페를 떠났다.

이틀 뒤, 화성 용호 3대 그룹이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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