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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1화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임신한 유혜선은 마치 시한폭탄처럼 그의 곁에서 터져버렸고 한지욱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한쪽은 그가 잊지 못한, 심지어 그의 아이를 가진 전 여자친구였고 다른 한쪽은 그와 결혼할 여자였다. 한지욱은 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유혜선이 울며불며 난리를 치면 한지욱은 항상 윤티파니를 떠올렸다. 윤티파니는 단 한 번도 울며불며 난리를 친 적이 없었다. 윤티파니를 알게 되고부터 지금까지 윤티파니는 단 한 번도 그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결혼이 취소되고 윤티파니가 아파트에서 떠나자 한지욱은 더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술에 취한 틈을 타서 윤티파니를 안았고 결과적으로는 한때 싫어했던 그녀에게 손을 댔다.

윤티파니는 사실 한지욱의 상상과는 좀 달랐다. 윤티파니는 울 줄 모르는 게 아니라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뿐이었다. 한지욱은 윤티파니가 울면 마음이 아렸기에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한지욱은 자신이 윤티파니에게 애정이 생겼다는 걸 부인할 수 없었다. 아마 한지욱이 윤티파니를 신경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녀에게 남다른 마음을 품게 됐을 때부터 이미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유혜선이 유산한 일로 윤티파니를 모함했다는 것과, 그녀가 나체 사진을 찍어 대출을 받았던 일의 진상이 밝혀지며 한지욱은 자신이 사랑했던 건 과거의 유혜선이고, 자신이 차마 놓지 못했던 건 예전의 아름다운 감정이라는 것을 더욱 확실히 깨달았다.

한때 아름다웠던 그 사람에게 약간의 흠집이 생기자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한지욱은 저런 모습의 유혜선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유혜선보다 더욱 별로라고 생각했던 윤티파니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유혜선이 달라져서 그런 걸까? 사실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저 감정의 입장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달라진 사람은 한지욱이었다.

만약 유혜선이 그가 윤티파니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한지욱은 분명 윤티파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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