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티파니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윤티파니는 임신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그 사실을 한지욱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한지욱은 한 여자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다고 했고 항상 그녀에게 사과를 했다.그런 일들이 마치 뚝뚝 끊기는 비디오처럼 그녀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재생됐다.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가슴이 꽉 막혀 숨을 쉬기 어려웠다.“티파니 씨, 왜 그래요?”한지욱이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려 하자 윤티파니는 갑자기 피했다.“피곤해요. 좀 쉬고 싶어요.”한지욱의 손은 허공에 멈췄다. 아주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윤티파니의 말에 한지욱은 서서히 손을 거두어들인 뒤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잠시 뒤 한지욱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그러면 먼저 쉬어요. 난 다음에 다시 보러 올게요.”한지욱이 떠나자 윤티파니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서울시 공항.차에서 내린 강성연은 지윤이 캐리어를 끌고 출구에서 나오는 걸 봤다. 거의 1년 만에 지윤을 만나는 것이라 조금 변화가 있었다. 지윤은 예전보다 머리카락이 길어져 어깨에 닿았다. 예전에는 언뜻 보면 남자 같아 보였는데 지금은 여성미가 풍겼다.지윤은 강성연의 앞에 섰다.“저 돌아왔습니다.”“환영해요.”강성연이 짐을 받아 들려고 하는데 지윤이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제가 하면 돼요.”지윤은 깔끔한 동작으로 짐을 트렁크에 싣고 강성연과 함께 차에 탔다.차 안에서 강성연은 그녀의 부모님에 관해 물었다. 지윤은 잠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들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더군요. 전 떠도는 것에 익숙해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건 적합하지 않아요.”그녀의 부모님은 아이가 넷이 있었고, 오래전에 버려진 그녀를 완전히 잊었다. 지윤의 출현은 그녀의 부모님에게 기쁨이 아니라 스트레스였다.예전에 지윤은 부모님이 왜 자신을 모질게 버렸는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그러나 부모님을 만난 뒤에야 그녀는 알게 되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형편이 좋지 않아 아이를 키울
반지훈은 소리 없이 웃으며 강성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네가 반씨 가문 안주인인데 네가 결정해.”강성연은 거리를 좁혔다.“바깥주인인 당신이랑 의논하려고 그러죠.”반지훈은 강성연을 책상 위에 앉힌 뒤 그녀의 양쪽으로 팔을 짚으며 입술을 그녀의 뺨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앞으로 뭘 의논하고 싶다면 밤에 하는 게 효과가 좋을걸.”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그건 의논이 아니라 거래죠.”반지훈은 가슴이 들썩거릴 정도로 웃었다.“거래라니.”반지훈은 강성연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었고 입술이 거의 닿을 듯했다.“그건 정취야.”강성연은 간지러워서 웃으며 피했다.“대낮부터 점잖지 못하네요!”반지훈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널 알게 된 이후로 점잖다는 게 뭔지 모르게 됐어.”그는 느긋하게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그런데 하필 그때 아래층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강성연은 정신이 번쩍 들어 그를 밀어냈고 재빨리 옷매무새를 정리했다.“뭐죠?”반지훈은 그녀를 안았다.“성연아, 이때 멈추는 건 좋지 않아.”그가 다시 입을 맞추려 하자 강성연은 손바닥으로 그의 입술을 막았다.“지윤 씨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계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요.”말을 마친 뒤 강성연은 웃으면서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반지훈은 넥타이를 풀어 헤치면서 열을 식혔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강성연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무슨 일이에요?”바닥에는 깨진 도자기가 있었고 희승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파편을 줍고 있었다. 강성연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흠칫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사모님...”강성연이 희승과 옆에 서 있는 지윤을 번갈아 보았다. 강성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반지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그 꽃병은 할아버지가 남기신 거야. 60억짜린데.”액수를 들은 희승은 겁을 먹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대표님, 맹세코 이건 사고예요. 전...”지윤이 희승을 가리켰다.“제가 봤어요. 저 사람이 깨뜨린 거예요
강성연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좀 아쉬워서요. 윤진 씨는 주얼리 업계에서 명성이 대단하잖아요. 티몬을 창립한 지 삼십 년이 넘는데 난 윤진 씨가 티몬 그룹을 딸에게 물려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반지훈은 손끝으로 강성연의 머리카락을 등 뒤로 넘겨줬다.“어쩌면 윤진 씨는 자신이 그동안 큰 성공을 이뤘지만 딸을 잘 가르치지 못하고 옆에 있어 주지 못한 것 때문에 후회가 됐나 보지. 일이 발생하고 나서 보니 아버지인 그에게 명예와 이익은 가족만큼 중요하지 않았던 거지.”강성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반지훈을 바라봤다.“만약 유이라면 당신도...”“나도 그래.”반지훈은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대며 거리를 좁혔다.“너희만 있다면 명예와 이익은 필요 없어.”강성연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시선을 내려뜨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반지훈은 그녀를 품 안에 끌어안더니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같은 시각, 윤씨 저택.윤티파니의 어머니는 짐을 챙긴 뒤 서재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책장 앞에 서서 진열된 사진을 보고 있는 걸 보았다. 그의 부모님, 그의 어린 시절, 결혼사진과 딸의 사진까지 전부 이 저택에서 찍은 것이었다.“여보, 미련이 남으면 그냥...”“무슨 말을 하는 거야.”윤진은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짐 다 정리되면 출발하자. 다시 안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윤티파니의 어머니는 눈가가 촉촉해져서 웃었다.“하긴 그렇긴 하죠. 올해 설만 해외에서 보내요.”차는 천천히 공항으로 향했다. 윤티파니와 그녀의 어머니는 뒷좌석에 앉아있었다. 윤티파니는 창밖을 바라보았고 뒤로 넘어가는 거리의 풍경들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윤티파니의 어머니는 윤티파니의 손을 잡았다.“티파니, 해외에 도착하면 엄마가 실력 좋은 의사를 찾아 네 얼굴을 치료해 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윤티파니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한편, 윤티파니가
반지훈은 팔을 뻗어 강성연을 안았다.“널 안고 싶어서.”강성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손끝으로 그의 옷깃을 정리했다.“아직 날이 완전히 저물지는 않았잖아요. 나 본가로 가기 전에 가고 싶은 곳이 있어요.”반지훈은 짧게 대답한 뒤 그녀의 손을 잡았다.“같이 가자.”강성연은 꽃집에서 흰 국화 두 다발을 사 들고 부모님의 묘비 앞에 섰다.“아빠, 엄마. 또 새해가 되었어요. 전 예전에 설날이 너무 싫었어요. 전 그 집안에 녹아들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전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었고 절 사랑해 주는 남편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빠, 엄마도 거기서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시선을 내려뜨린 강성연은 심호흡하며 눈물을 삼키더니 그들의 사진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돌아가는 길, 강성연은 반지훈의 어깨에 기대었고 반지훈은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차는 반씨 본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당에서 강유이의 목소리가 들렸다.“엄마, 오빠랑 할아버지가 돌아왔어요!”강유이는 강성연에게 곧장 달려와 그녀의 품 안에 안겨서 기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놀랐죠?”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의 코를 꼬집었다.“난 너보다 먼저 알고 있었어.”강유이는 입을 비죽였다.강시언과 여준우가 마당에서 걸어 나왔다. 강성연과 반지훈은 여준우를 보는 순간 살짝 당황했다.여준우는 강시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들을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왜? 내가 네 아들이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뜻밖이야?”반지훈은 코웃음 쳤다.“밥 얻어먹으려고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골랐네.”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여준우가 왔다면 여 노부인과 명승희도 왔을 것이다. 역시나, 여 노부인은 거실에서 손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명승희는 그녀의 곁에 앉아있었다.“지훈아, 성연아. 왔니?”반지훈의 할아버지는 찻잔을 내렸다.강성연은 여 노부인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며 미소 띤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또 만나네요.”반지훈은
반지훈은 덤덤하게 한 마디 보탰다.“곧 40대인 늙은 남자니 급할 건 없지.”여준우는 예의 있는 미소를 지었고 옆에 있는 사람들도 웃었다. 밖에서 폭죽소리가 들려오자 강유이는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오빠, 얼른 먹어. 우리도 불꽃놀이 보러 가자!”아이들은 사 온 폭죽을 밖으로 가져갔고 희승이 아이들 대신 폭죽에 불을 붙였다. 폭죽이 밤하늘까지 치솟아 피어나는 순간, 아이들은 무척 기뻐했다.강성연은 마당에 서서 밤하늘의 화려한 불꽃을 바라봤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바라봤다. 그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한지욱은 조명을 켜지 않고 방안 창가 앞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그의 마음은 번화한 거리와 반대로 썰렁했다.한지욱은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바라봤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배경 화면은 윤티파니의 사진이었다.윤티파니가 떠난 지 벌써 두 달째였다.초인종 소리에 한지욱은 의기소침하게 일어나 문을 열러 갔다. 문 앞에 서 있는 건 그의 어머니였다.“지욱아, 설날인데 집에 와야지. 아버지가 집에서 널 기다리신다.”한지욱은 어두컴컴한 방 안을 쓱 둘러보고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이따가 돌아갈게요.”한성연의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돌렸다. 그런데 한지욱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어머니.”한성연의 어머니는 멈칫하더니 놀란 표정으로 돌아서서 그를 바라봤다.“너... 뭐라고 부른 거니?”그녀가 한수찬과 재혼한 뒤로 한지욱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어머니라 부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한지욱이 계모인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그런데 한지욱이 그녀를 어머니라고 불렀으니 감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그는 뜬금없는 얘기를 했다.“그동안 저희 아버지 챙겨주셔서 고마워요,”예전에 그는 그녀가 아버지의 돈을 탐내서, 한씨 집안 사모님이라는 신분과 지위를 위해서 아버지와 결혼한 줄 알았다.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병 때문에 쓰러졌을 때 그녀는 떠나지 않았고 오히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돌봤다. 사람의 나쁜 점만 보
만약 모든 걸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석하게도 그럴 일은 없었다.같은 시각, M국.윤티파니는 병실에 앉아 있었다. 의사는 그녀의 얼굴을 감싼 거즈를 벗겨줬고 간호사는 거울을 들고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윤티파니는 거울 속 두 번의 성형수술로 낯설어진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얼굴은 아직 부어있었다.의사가 당부했다.“윤티파니 씨, 회복하는 6개월 동안 얼굴을 세게 문지르지 마세요. 그래야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윤티파니는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의사가 떠난 뒤 윤티파니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앞으로 그녀는 과거와 완전히 작별할 수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미디어에서는 soul 주얼리가 국내 상장회사 랭킹 6위에 올라 톱10에 진입한 걸 축하했다. soul 주얼리는 주얼리 업계에서 케이트 주얼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국제 주얼리 브랜드가 되었다.주얼리 업계는 패션 업계와 관계가 밀접했다. soul은 럭셔리 커스터마이징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커스터마이징 브랜드로 성장했기에 아주 성공적으로 성장했다고 할 수 있었다.강성연의 첫 공식 인터뷰에서 한 기자가 물었다.“강성연 씨, 처음 soul 주얼리 브랜드를 창립했을 때 왜 글로벌 디자이너 zora의 신분을 사용해서 성공을 얻으려 하지 않은 거죠?”만약 처음부터 zora의 신분을 사용해 주얼리 회사를 차렸다면 신인 디자이너보다 인맥과 경험이 많아 신인보다 출발점이 앞섰다.강성연은 잠깐 침묵을 유지하다가 웃으며 대답했다.“저에게 있어 zora는 과거를 의미해요.”“zora의 신분을 이용했더라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저에게 있어 zora와 저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에요. zora의 신분은 제게 많은 한계를 가져다줄 거예요. 예를 들면 처음부터 기대치가 높아 제가 실패한다면 zora가 제게 가져다준 영광에 미안하게 되죠.”“신입으로서 시작하는 것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
차는 호텔 앞에 멈춰 섰고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레스토랑 안에는 대기하고 있는 직원들을 빼면 손님들이 별로 없었다. 누가 봐도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린 듯했다.직원들은 한 줄로 서서 환영했다.“어서 오세요.”강성연은 준비된 하얀 식탁 앞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요염한 검은 장미꽃이 놓여 있었다.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돌아서서 반지훈을 바라봤다.“이게 당신이 준비한 서프라이즈예요?”반지훈은 그녀를 위해 의자를 끌어당긴 뒤 그녀를 자리에 앉혔고 허리를 숙여 거리를 좁혔다.“네가 꿈을 이룬 걸 축하하기 위해서지.”반지훈은 강성연의 맞은편에 앉았고 직원에게 와인 한 병을 따게 했다. 강성연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당신을 따라잡기 위해서였어요.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해요.”반지훈은 술병을 건네받더니 천천히 와인을 디캔터에 따랐다.“톱10에 든 것도 대단한데 뭘.”강성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당신 체면 구기게 만들면 안 되죠. 난 적어도 톱3는 될 거예요.”반지훈은 와인잔을 들고 살살 흔들더니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며 웃었다.“야망이 참 커.”“난 당신이랑 같이 서고 싶거든요.”강성연은 와인잔을 들었고 유리를 통해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의 아내뿐만 아니라 당신에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예요.”반지훈은 소리 없이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그러면 네가 날 따라잡을 날을 기대할게.”강성연과 반지훈은 식사를 마친 뒤 레스토랑을 떠났다. 두 사람은 호텔에서 나왔고 자신의 곁을 지나가는 여자를 본 강성연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반지훈이 강성연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왜 그래?”강성연은 조금 익숙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구겼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강성연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여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성연이 아는 사람은 아닌 듯했다.강성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랑 같이 영화 보러 가요. 구천광 씨가 감독을 맡은 영화 있잖아요. 감독 데뷔작이
“뭐라고?”김아린은 강성연을 바라봤고 강성연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만약 당시 그 아이를 사고 때문에 잃지 않았더라면 그녀에게는 지금 아이가 넷이 있었을 것이다.아마 운명일지도 몰랐다.강성연은 지금까지 네 번째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같은 시각, TG 그룹 면접실.한 여자가 세 명의 면접관의 맞은편에 앉아 TG 그룹의 관련 산업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했고 그녀의 자신감에 세 명의 면접관들은 모두 만족했다.그녀의 자료를 살펴보니 이름은 심유연, 나이는 스물아홉에 s국 명문대 건축학과 대학원을 졸업해 학력도 좋았다.한 면접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심유연 씨, 이만 돌아가서 연락을 기다리세요.”심유연은 미소 띤 얼굴로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수고하셨어요.”그녀는 이내 가방을 들고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면접실을 떠났다.때마침 그곳을 지나던 희승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힐끗 봤고 그녀는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떠났다.희승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려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비록 얼굴은 아름다웠지만 말로 하기 어려운 음산함과 기괴함이 느껴졌다.세 명의 면접관은 면접실에서 나와 희승을 봤다.“희승 씨.”희승은 그들을 바라봤다.“좀 전에 그 여자분 면접 보러 온 건가요?”“네. 기획팀 면접 보러 온 거예요. 이건 이력서고요.”한 면접관이 희승에게 이력서를 건넸다. 이력서를 확인하는 희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희승은 반지훈의 사무실 앞에 서서 노크한 뒤 안으로 들어가 그의 책상 앞에 섰다.“대표님, 오늘 면접 보러 온 사람들 이력서입니다.”반지훈은 서류를 닫은 뒤 희승이 들고 있던 자료를 건네받았다. 희승은 입술을 깨물다가 갑자기 말했다.“오늘 면접 보러 온 여잔데 학력도 좋고 건축학과를 전공으로 한 해외파예요. 면접관이 그러던데 우리 회사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신경을 꽤 많이 쓴 것 같아요. 하지만...”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하지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