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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윤진이 간호사 실로 찾아와 물었다.

“왜 내 딸이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죠?”

간호사가 차트를 확인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끔 이런 환자분들이 계세요. 일단 저희는 심리적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감정 변화가 크거나,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현실을 도피하려던 환자분들이 구조된 후 자기방어를 위해 깨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환자분이 의식은 있는데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가족분들이 곁에서 많이 다독여주시는 게 중요해요. 자주 말을 걸면서 환자분의 정신을 깨우는 겁니다. 그러면 깨는데 조금 도움이 될 거예요.”

윤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실로 돌아갔다. 강현숙이 침대 옆에 앉아 딸을 보며 묵묵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윤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외투를 그녀의 몸에 걸쳐주었다.

“잠깐 집에 가서 쉬어.”

강현숙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안 갈래요. 당신이 가요.”

윤진이 그녀를 설득했다.

“우리 딸 아직 살아있어. 당신이 이렇게 몸을 혹사하면 나중에 티파니가 깨어나서 당신 모습을 보고 얼마나 속상하겠어?”

강현숙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남편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

*

일주일 후.

부슬부슬 내리는 이슬비에 도시가 젖어들고 있었다. 멈추지 않는 비 때문에 하늘이 뿌옇게 흐렸다. 한지욱은 우산을 들고 유혜선의 묘비 앞에 서서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노란색 장미꽃이 비에 젖고 있었다. 맑은 빗방울이 노오란 꽃잎에 맺히더니 툭하고 떨어져내렸다.

“혜선아.”

한지욱이 마치 그녀와 마주 보고 대화라도 하는 듯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나를 원망하고 있지? 사실 죽어야 할 사람은 난데 말이야.”

휘몰아치는 비바람만이 그의 질문에 답할 뿐이었다.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마 네 말이 맞을 거야. 변한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라는 말. 내가 우리 두 사람을 여기까지 오게 만든 거야. 다 내 탓이었어. 그런데 내가 그걸 인정하지 못했던 거야. 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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