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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그가 서둘러 병실 밖으로 나가 의사를 불렀다. 의사가 들어와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현숙과 윤진도 병실에 도착했다.

“티파니야!”

강현숙은 침대에 앉아있는 딸을 확인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 곁에 있는 한지욱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내 딸, 드디어 깨어났구나.”

“깨서 다행이야. 깼으니 됐어.”

윤진도 큰 시름을 던 것처럼 한숨을 돌렸다. 돌덩이처럼 무겁기만 했던 마음이 그제야 쑥 내려간 것 같았다.

윤티파니의 표정이 어딘가 멍해 보였다. 그녀는 깨어나긴 했지만 지금까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강현숙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흐트러진 딸의 머리를 정리해 주며 물었다.

“티파니?”

윤티파니가 퍼석퍼석해진 입술을 달싹이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 세요?”

강현숙과 윤진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한지욱을 바라보았다. 한지욱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는 고개를 수그린 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 윤티파니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끔씩 머리를 들고 윤진과 강현숙, 그리고 자신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증오가 서려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한테서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모든 걸 잊어버린 것이다.

강현숙이 빨개진 눈으로 의사의 팔에 매달렸다.

“선생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제 딸이 우리 모두를 잊어버린 거죠?”

의사가 그녀를 진정시키며 설명했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단기기억상실증인 것 같습니다. 머리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는 걸로 보아 심리적 원인으로 기억 장애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강현숙이 물었다.

“그럼 언제 다시 기억할 수 있나요?”

“단기기억상실증이라면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회복하는 시간이 결정됩니다.”

의사는 그렇게 말하고 병실을 나섰다.

강현숙이 몸을 휘청거리자 윤진이 서둘러 그녀를 부축했다. 속으로 자신을 자책하던 그녀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한지욱은 입술을 깨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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