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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6화

"그래."

안예지는 잔을 내려놓고 몸을 돌렸다.

그녀는 치마를 들고 긴 복도를 지나 사방을 둘러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정원이 있었고, 정원의 주위에는 오색찬란한 네온사인이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정원을 향하고 벤치에 앉아 외투를 꼭 감싸고 차가운 손을 비비며 입김을 불었다.

문득 주위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나는 방향을 찾아갔다. 사람들이 모여 뭔가를 구경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다가가보니 금테 안경을 쓴 남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자 주위에서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노래 제목이 뭐예요?"

주위에 있던 한 사람이 물었다. 남자가 대답하기도 전에 안예지가 대답했다.

"새벽."

남자는 안예지를 보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들어 보셨나요?"

안예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학교에서 배웠어요."

"음악을 전공하셨군요."

"피아노 전공은 아니지만 조금은 알고 있어요."

"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예지를 보며 말했다.

"저도 아가씨가 연주하는 곡을 듣고 싶어요."

안예지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저는 잘하지 못해요."

"괜찮아요. 저도 심심풀이로 한거니까."

주위 사람들도 남자와 함께 안예지의 등을 떠밀었다. 안예지는 하는 수없이 피아노 앞에 앉아 검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건반에 손을 올렸다.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주를 마친 안예지는 그제야 주위의 박수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찮은 재주입니다."

"아니요, 너무 잘하시는데요?"

남자는 피아노에 기대 안예지를 바라보았다.

"연주가 슬픈 걸 보니, 가슴속에 맺힌 이야기가 많은 것 같네요."

그때, 누군가가 다가와 남자를 불렀다.

"여훈아, 가자!"

진여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예지를 내려다보았다.

"저 먼저 갈게요. 기회가 되면 또 만나요."

진여훈은 두 남자를 따라 떠났고, 안예지는 피아노 옆에 서서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 사람이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옆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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