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은 멈칫하며 물었다."무슨 말...?"강현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유 대표를 조심하세요.""유태식을...?"편집장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강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도 궁금한 듯 물었다."왜?"강현이 말했다."유 대표는 단순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세한 건 직접 조사를 해보세요."강현이 사무실에서 나간 후, 편집장은 사직서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유태식과 강현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유태식은 편집장의 아래서 10년 동안 일한 사람으로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유태식은 성격이 약간 조급하고 불과 같았다. 그래서 편집장은 유태식의 승진을 계속 고려하고 있었다.반대로 강현은 실력과 안목이 다 아주 좋았다. 그리고 저번의 손목시계 건도 유태식이 먼저 벌인 것이었다. 강현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으니 유태식에 대한 말도 아마 진짜일 것이다.사무실로 돌아온 강현은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른 직원들은 물론 그가 해고당했다고 생각했다. 물건을 정리하고 난 강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왔고 유태식은 건방진 모습으로 또다시 나타났다."벌써 해고당했나 봐?""해고당한 게 아니에요."강현이 말했다."저는 사직을 한 거예요. 저도 딱히 당신이 일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거든요."유태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됐어. 허튼소리 말고 당장 꺼져. 그리고 네 누이한테 감사 인사라도 전해 줘!"강현은 정색하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곧 문이 닫히고 유태식의 모습도 시선에서 사라졌다....저녁의 블루 오션.강성연은 강현의 사직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소문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바로 연희승에게 소문을 낸 사람을 조사하도록 했고 그녀의 예상대로 유태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태식은 무조건 강예림에게서 모든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반지훈은 강성연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는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강현때문에 조사하고 있어?"강성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머리를
반지훈은 소파에 앉았고 편집장도 따라 앉으며 말했다."제 부인이 요즘 이 회사에서 만든 패션 잡지를 너무 좋아해서요. 저더러 직접 누가 만들었는지 물어봐 달라고 하더라고요."편집장은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그의 곁에 있던 사람이 입을 열었다."요즘 잡지라면 아마 강..."하지만 그는 금세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닫았다.반지훈은 차를 마시며 눈썹을 찡긋했다."강현이에요?"편집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요즘 잡지는 강현 씨가 만든 거예요. 하지만 어제 사직을 해서...""왜요?"반지훈이 덤덤하게 물었다. 그러자 편집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 강현 씨가 능력이 좋기는 하지만 감옥에 갔던 적이 있어서 소문이 안 좋게 났거든요. 그래서 회사 직원들도 대부분 안 좋게 보고 있어요."반지훈이 찻잔을 만지작대며 말했다."강현이 저와 어떤 사이인지 말한 적 없어요?"편집장이 머뭇거리며 말했다."그... 그건 없는데..."반지훈이 저번에 전화 왔을 때, 편집장은 이미 그와 강현이 아는 사이라고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강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편집장은 그런 강현을 꽤 좋게 보고 있었다.강현이 사직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고 해도 그는 별다른 처벌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잠깐 휴가를 주고 다시 복직하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편집장이 난감하지 않도록 먼저 사직서를 냈다.반지훈은 입꼬리를 쓱 올리며 말했다."역시 그랬군요. 어쩐지 이런 일을 당하고도 말이 없다 했어요."편집장이 머리를 끄덕였다."아…네...""강현이 감옥에 간 건 저 때문이에요. 애가 어려서부터 말을 듣지 않아 제가 정신 차리게 할 겸 보냈거든요. 감옥에서 나오니 역시 제 생각대로 딴 사람이 되서 나왔고요."반지훈이 찻잔에서 손을 떼며 덤덤하게 말했다."사직은 오히려 좋은 일일 지도 모르겠네요. 이 회사는 강현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게다가 썩 좋지 못한 사람도 있는 모양이고."편집장은 머뭇거리며 말했다."그게 무
"만약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을지 레스토랑에서 CCTV를 확인하면 되겠네요. 강현이 끝까지 말 못 한 진실이 무엇인지 편집장님도 알고 싶으시죠?"반지훈은 선택권을 편집장에게 넘기고는 몸을 일으켰다.편집장도 바보가 아니라 반지훈이 강현을 위해 찾아왔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한 말을 통해 아내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의심도 들었다.반지훈은 회사 밖으로 나왔다. 연희승이 바로 문 앞에서 차를 대기하고 있었다. 그가 차에 올라타자 강성연이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편집장이 의심하던가요?"반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그렇게까지 말했는데 의심을 안 하면 사람이겠어?"강성연이 피식 웃었다.반지훈의 입을 빌려 강현을 핑계로 아내 얘기를 꺼내는 것이 강현이 바로 말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왜냐하면 편집장은 그의 아내랑 사이가 좋았고 별로 싸운 적도 없어서 남이 하는 말을 쉽게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는 강성연이 강현에게 쉽게 말을 꺼내지 말고 유태식의 약점으로 혼자만 알고 있으라고 제안한 이유기도 했다. 강현이 말을 꺼냈다가 괜히 아내의 귀에 들어간다면 편집장과 그의 아내가 손을 잡고 강현을 완전히 밀어낼 수도 있었다.그래서 강성연은 일부러 유태식이 강현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했고 강현이 쉽사리 말 못 하는 척하는 모습을 이용해 편집장의 의심을 산 것이다.반지훈은 강성연을 품에 끌어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내가 계속 도와줄게."강성연은 그의 옷자락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앞으로 우리 둘이 따로 움직여요. 당신은 편집장이 유 대표를 조사하도록 유인하고 저는 강예림과 유 대표 사이의 관계를 조사할게요."반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연희승은 백미러를 바라보며 말했다."조사는 제가 할까요? 대표님은 아직 회사 일이...""우리 집안일은 내가 알아서 해. 넌 신경 꺼."반지훈이 연희승을 힐끗 바라보며 말하자 그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연희승은 생각을 잘못했다. 반지훈은 더 이상 솔로가 아니었고 예전에 워커홀
유태식은 이때 사모님의 호의를 거절한다. 그리고 이로써 믿음을 더 견고히 하고 신사적이고 다정한 품격으로 남편의 부재로 외로운 사모님의 마음을 완전히 홀린다. 그는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호의를 받아들이고 사모님에게 받은 돈으로 젊은 여자를 홀리거나, 비싼 차 혹은 집을 사고는 했다.강성연은 속으로 묵묵히 유태식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만약 그가 이 능력을 사생활이 아닌 일에 썼더라면 진작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편집장의 부인이 그에게 완전히 빠진 것도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강성연은 전부 확인하고 난 서류를 다시 가방 안에 넣었다. 유태식이 먼저 도발을 했으니 그녀는 강현을 위해서라도 꼭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휴대전화 벨 소리에 놀라서 깬 강현은 강예림이 전화 온 것을 보고 부스스 일어나 수락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강예림의 질문대로 자신의 집주소를 알려줬다. 약 20분 후, 강예림이 직접 찾아와서는 집안을 둘러보며 콧방귀를 뀌었다."하하, 강성연이 참 좋은 집을 찾아줬네."강현은 현관에 서서 몸을 돌리며 말했다."왜 왔어?"강예림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너 해고당했다며?"강현이 출입문을 닫고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며 말했다."누나는 유태식이랑 무슨 사이야?""네가 알 필요는 없어."강예림은 담배 재를 바닥에 털며 이어서 말했다."강성연이 널 돕고 있으니 해고당해도 두려울 건 없겠어. 어차피 강성연이 다시 일자리를 찾아줄 거 아니야."강예림은 앞으로 계속 유태식과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강현은 강성연이 돕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강현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아직도 유태식이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어찌 됐든 정유하 보다는 나아."강예림은 담배를 바닥에 버리며 말했다."난 오늘 유태식과 늙다리 사이의 관계에 신경 끄라고 경고하러 찾아온 거야."강예림은 몸을 일으키더니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만약 내 앞길을 막는다면 나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너를 없애
유태식은 약간 멈칫하며 미간을 찌푸렸다."절대 의심할 리가 없는데...?"두 사람은 충분히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강예림의 도움으로 강현까지 내보냈으니, 더 이상 문제 될 것은 없었다.유태식은 잠깐 고민하다가 담뱃불을 끄고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말했다."진짜 의심을 하고 있다면... 아예 이혼하고 나랑 사는 건 어때요?"편집장의 부인은 잠깐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었다."그건 안 되지. 지금 이혼하면 내가 얼마나 손해 보는데. 바람피웠다고 인정하면 위자료도 받지 못해."유태식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편집장 부인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안색이 어두워졌다."참, 그러고 보니 너 아직 강예림과 무슨 사이인지 설명을 안 했잖아. 너 그렇게 더러운 여자도 만나는 거야?"유태식이 황급히 말했다."아니에요. 내가 왜 그런 여자를 만나겠어요? 나도 그 여자가 자꾸 쫓아다녀서 피곤해요.""나보다 젊은 여자인데도 싫다고?"편집장 부인이 물었다. 그러자 유태식은 그녀를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저는 어른스러운 여자가 훨씬 좋아요. 다른 남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유치한 여자는 별로더라고요."곧 50대가 되는 여자로서 편집장 부인은 유태식의 대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유태식은 그녀보다 4살 어렸는데 편집장보다 훨씬 유쾌하고 재밌었다.다른 사람은 편집장 부부가 사이좋은 줄 알지만, 편집장은 회사 일로 항상 바쁘고 가정을 돌볼 시간이 없어서 부인을 외롭게 만들었다. 유태식은 가정 형편이 편집장보다 나쁜 걸 빼고 성격 좋지, 체력 좋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네가 한 말을 절대 잊지 마. 그리고 다시는 그년이랑 만나지 마."유태식은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비비적댔다."걱정 마요. 앞으로는 그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을게요."편집장 부인이 떠난 후 유태식은 바로 정색했다. 돈 문제만 아니였다면 그는 늙다리 여자와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유태식은 휴대전화를 들고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예림아, 지금 나한테 와줄 수 있어? 너무
편집장 부인은 손에 든 서류를 확인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조수석에 서류를 놓고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다음날, 회사.편집장은 사람을 시켜 자신의 아내 일정을 속속들이 알아보라고 했다. 아내는 최근에 호텔에 도착하면 몇 시간 동안 호텔에서 나오지 않았다.그리고 레스토랑 CCTV도 돌려 보았으나, 깽판을 부린 사람도 그의 아내였다.어제 일부러 아내에게 물어보았지만 아내는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잠깐 이리 와봐."문밖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비서가 들어와 물었다."편집장님, 무슨 일이세요?"편집장은 한참을 망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유태식의 행정을 알아봐 줘. 절대 아무도 모르게."비서는 그의 지시에 조금 놀란듯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거렸다."네."비서가 사무실을 나선 후, 편집장은 곧 고민에 잠겼다. 강현의 충고와 다른 사람의 말에 의하면 유태식과 아내가 이상하다고 했다. 설마...강현의 인적 사항을 확인한 순간, 그는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현과 근처 레스토랑에서 약속을 잡은 뒤, 바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강현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편집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편집장님 찾으셨어요?""앉아."강현이 자리에 앉은 후, 편집장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강현아, 네가 회사를 그만둔 날, 나한테 유태식을 조심하라고 했잖아. 너 혹시 뭘 알고 하는 말이야?"그의 말에 강현은 고개를 숙였다."편집장님... 저..."편집장은 자신의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다."편하게 말해도 돼. 나 다 알고 있어."강현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편집장님, 전에 유태식이 절 시계 도둑놈으로 몬 건 제가 우연히 유태식의 비밀을 알게 돼 서예요. 시계 선물로 입막음 하려했는데 제가 거절해서 그런거죠."편집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너를 모함한 게 네가 그의 비밀을 발설할 가봐 그런 거라고?"강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저는 감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어요. 저는 월급쟁이니까요. 죄송해요.""알아. 나는 항상 네가 마음에 들었어. 그럼 네
"아줌마들이 나를 좋아하는데, 나는 아줌마가 취향은 아니지. 나는 너희들이 좋아."유태식은 여자를 품에 안아 키스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여자는 검지로 유태식의 입술을 막으며 말했다."대표님, 급해하지 말아요. 우리 시간 아주 많잖아요."여자의 말을 들은 유태식은 더욱 흥분되었다."너희 둘 다 시간 많아?""우리 유 대표님 욕심도 많으셔라. 우리 두 사람 모두 가지려고요?"여자는 일부러 화난 척 남자의 가슴을 밀었다. 유태식은 여자의 교태에 취해 여자를 품에 안고 가슴을 머금었다.그 시각, 밖에서 뜨거운 현장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유태식의 품 안에 있던 여자는 수영장 밖에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그의 목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두렵지 않으세요?""나한테 다른 여자가 어디 있어! 모두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들이야! 원해서 찾아오는 거라고! 그런데 나는 너희 둘만 있으면 돼."유태식은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급한 걸 해결하고 싶었다.그의 행동에 여자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어머! 대표님, 여기 수영장이에요!""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우릴 방해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유태식은 자신의 가운을 벗어던졌다."유태식!"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유태식은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가 뒤로 고개를 돌리자 한 여자가 씩씩 거리며 다가와 그의 얼굴에 뺨을 내리쳤다. 수영장에서 그와 열심히 물장난을 치던 여자들은 이미 멀리 떨어져 있었다.편집장 부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유태식! 네가 감히 나를 배신해! 난 너를 믿었는데! 네가 감히!""자기야! 오해예요! 자기야 !"아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유태식은 이대로 그녀와 헤어질 수 없었다. 무릎을 꿇고 그녀를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이 여자들이 나한테 먼저 다가와 꼬리쳤어! 나 아니야..."편집장 부인은 다시 손을 번쩍 들어 남자의 뺨을 내리쳤다.그리고 서류를 그의 얼굴에 집어던지며 말했다."대체 누가 너한테 꼬리를 친 거야! 이 두 여자 그리고 강
그녀들은 절대 이대로 참을 수 없다. 수영장에 들이닥친 그녀들은 유태식의 머리카락을 잡고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해댔다. 젊은 여자 두 명은 이미 도망쳤다.두 여자는 건너편에 있는 의자에 앉아 강성연에게 보고했다."사모님, 임무를 완성했습니다. 지금 많은 사모님들이 유태식을 찾아왔습니다.""수고했어요. 돈은 바로 계좌로 입금해 드릴게요.""네 사모님."두 여자는 바로 옷을 갈아 입고 호텔을 나섰다.강성연은 투명한 유리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쳐다보았다. 두 명의 여자는 그녀가 직접 스카우트한 임시 아르바이트생들이다. 몸매가 아름다운 두 여자가 유태식에게 다가가자, 그는 바로 여자들의 미인계에 빠졌다. 그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을 방어할 줄 모르는 바보 같았다.매일 여자들을 갖고 놀던 유태식은 오늘 여자들의 손에 망하게 되었다.편집장 부인은 화를 내며 호텔을 나섰다. 그때, 그녀는 호텔에 들어서는 자신의 남편을 발견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여보?""감히... 나를 배신하고 유태식이랑 붙어먹어?"유태식과 자신의 부인이 최근에 매일 호텔에 들락날락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바로 알아차렸다.두 사람이 자신 몰래 붙어먹었구나!편집장의 부인은 바로 무릎을 꿇고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여보, 내가 미안해. 그런데 나도 속았어! 나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나 맹세할게.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 없어. 다시는 저 남자와 말도 섞지 않을게."편집장은 두 눈을 꼭 감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쳐내고 말했다."집에 가서 말해."그는 그녀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차에 올라탔다.편집장 부인은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유태식에게 속은 것도 모자라 남편에게 바람피우는 현장을 들키게 되었다.*며칠 사이, 재벌가 사모님들은 유태식을 사기죄로 고소하고 교도소에 들여보냈다. 그가 재벌 집 사모님들한테서 사기 친 일은 한 달 이상의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유태식은 아직도 자신이 누구를 잘못 건드려 그동안의 만행이 들통났는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