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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할머니랑 엄마도 물론 잘못했지. 근데 누나는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있어?"

강현의 질문에 강예림은 눈에 띄게 멈칫했다. 그녀는 호흡마저 멈춘 듯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강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했다.

"할머니랑 엄마가 무슨 계획을 세우는지 알면서도 동참한 것. 그건 누나의 잘못이 아니야?"

강예림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아... 아니야."

"이 세상에 절대적인 선 또는 악이란 존재하지 않아. 같은 의미에서 절대적인 희생자 역시 존재하지 않아. 할머니랑 엄마를 도와 성연 누나를 못살게 굴려고 만든 계획에 되레 당했으니, 이게 대가가 아니고 뭐겠어?"

강현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성연 누나가 그런 일을 당하고도 할머니를 내쫓지 않은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누나는 상상도 못 하지? 우리는 성연 누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어. 만약 갈 곳이 없다면 내가 집이라도 찾아줄게."

강현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몸을 돌려 떠났다.

강예림은 머리를 숙이고 벽에 기댔다. 그녀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이를 악물었다.

'이제 와서 나를 동정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내가 얌전히 도움받는 거지라도 되는 줄 아나?"

강예림이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한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다가와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강현이 네 동생이었어?"

강예림은 몸을 흠칫 떨다가 상대가 유태식인 것을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아까는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예요?"

유태식은 그녀의 얼굴을 억지로 돌리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감히 나서겠어. 내 미래가 그 여자 손에 있는걸. 승진만 아니었어도 그런 늙다리는 상종하지 않았을 텐데. 그나저나... 강현이 진짜 네 동생이야?"

강예림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강현을 알아요?"

유태식은 안색이 확 어두워지더니 그녀의 턱을 잡고 말했다.

"알다마다. 우리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거든. 그 녀석이 나랑 늙다리의 관계를 빌미 삼아 얼마나 귀찮게 굴었는지. 네 동생 감옥에 간 적 있다했지? 그게 강현일 줄은 상상도 못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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