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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1화

명승희는 심호흡했다.

“기쁘지 않은 거예요?”

“기뻐요.”

여준우는 이를 악물더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명승희 씨는 너무 똑똑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너무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요?”

명승희는 힘겹게 침을 삼키며 헛웃음 쳤다.

“남자들은 달래기 참 어렵네요.”

“달래는 건 어렵지 않아요.”

여준우는 바닥으로 흘러내렸던 가운을 다시 그녀의 몸에 둘러주었다.

“그저 명승희 씨에게 달랠 마음이 없는 것뿐이죠.”

명승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화장대를 짚었다.

“그러면 이제 저 나가봐도 될까요?”

여준우는 입고 있던 정장의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다행히도 여준우는 결론적으로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 그들은 뮤지컬을 보러 갔고 여준우가 공연장을 통째로 빌려 커다란 공연장에 관중은 두 사람과 경호원뿐이었다.

명승희는 그 뮤지컬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보는 내내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졸린 듯 연신 하품했다.

“졸리면 돌아가요.”

여준우는 여전히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명승희는 그가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해 깨려고 노력했다.

“안 졸려요.”

여준우의 입가에 잠깐 엷은 미소가 걸렸지만 그는 이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두 시간짜리 뮤지컬인데 명승희는 한 시간 삼십 분 동안 버티다가 결국 포기했다. 그녀는 배고 고프다는 핑계를 댔고 여준우는 경호원에게 레스토랑을 예약하라고 했다.

명승희는 여준우의 옆에서 걷고 있었다. 쇼핑센터의 럭셔리 브랜드 광고 포스터에 그녀가 있었다. 명승희는 몇 분간 걸음을 멈추고 서 있었다. 예전에는 걱정이라고는 없던 세계적인 모델이었는데 지금의 그녀는 어떤가?

우리에 갇힌 채로 사육당하는 카나리아와 다를 바 없었다.

여준우는 팔로 그녀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 그녀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여준우는 그녀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워 아름다운 눈동자만 내놓게 하고 다른 곳은 철저히 가렸다.

쇼핑센터의 환한 조명이 두 사람 위로 드리워졌다. 여준우는 명승희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다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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