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유나는 명승희의 얼굴에서 그녀의 속셈을 파악하고 싶은 듯했다.여준우는 문밖에 서 있던 경호원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여긴 왜 오셨어요?”유나는 명승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여준우를 바라봤다.“내가 뭘 하러 왔는지 알고 있을 텐데.”여준우는 냉소를 흘렸다.“어머니께서 손을 쓰셨다는 걸 인정한 거네요.”유나의 눈동자에 노여움이 스쳐 지나갔다.“난 반드시 너 대신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야 해. 네가 이 여자를 놓아주지 않는다면 나도 절대 이 여자가 편히 지내게 하지 않을 거야.”명승희는 다소 놀랐다.손을 썼다는 건 뭘까? 설마 어젯밤 그 일이 그냥 뜻밖의 사고가 아니었단 말인가?여준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한참 뒤, 여준우는 명승희의 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데려갔다.유나가 소리를 질렀다.“여준우,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여준우는 걸음을 멈췄고 명승희의 어깨를 잡았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고개를 돌린 그는 눈이 벌게져서 분노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봤다.“어디 한 번 해보세요.”유나의 표정이 굳었다.여준우가 겨우 여자 한 명 때문에 자기 말에 반항하자 유나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녀는 아들이 컸다고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걸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여준우는 명승희를 안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는 명승희를 차 뒷좌석에 앉힌 뒤 운전기사에게 그녀를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뒷좌석 문을 닫으려던 여준우는 갑자기 명승희를 바라보더니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입을 맞췄다. 명승희의 동공이 움츠러들면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여준우는 미련을 두듯 입술을 뗐다. 그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그녀의 얼굴 전체를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손으로 명승희의 얼굴을 잡고 있었다.“당신 여권은 프런트 데스크에 뒀으니까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요.”“당신...”명승희는 살짝 놀랐다. 그가 이렇게 빨리 자신을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명승희는 순간 호흡을 멈췄다. 고개를 돌려 보니 두 남자가 문을 열었고 여자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다름 아닌 여준우의 약혼녀 맨디였다.맨디는 미소를 지었다.“죄송하네요. 이런 방법으로 모셔 와서.”“모셔 왔다고요?”명승희는 웃었다.“납치랑 다를 바가 없는데요.”“납치면 뭐 어떤가요?”맨디는 개의치 않았다.“Y국에서는 경찰도 감히 우리 가문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해요. 혹시 신고라도 하려고요?”명승희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심호흡했다.“뭘 어쩔 셈이죠?”맨디는 팔짱을 두른 채로 그녀에게 다가갔다.“난 여준우 씨를 무척 좋아해요.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했죠. 그가... 레이나를 사랑했을 때부터요.”맨디는 명승희의 옆으로 걸어가면서 느긋하게 말했다.“여준우 씨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난 어차피 그랑 결혼할 거니까요. 레이나가 죽은 뒤 여준우 씨의 마음도 레이나와 같이 죽었어요. 준우 씨가 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다른 여자들도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명승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런 얘기를 왜 나한테 하는 거죠?”맨디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맨디의 눈동자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준우 씨가 당신이랑 가볍게 만날 생각이었다면 그냥 못 본 척했을 거예요. 그의 주위에는 여자들이 널렸고 준우 씨가 진심이 아니라면 상관없으니까요.”맨디는 명승희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턱을 쥐었다.“그런데 당신을 대하는 준우 씨의 태도가 다르더라고요.”맨디의 손을 쳐낸 명승희는 상처가 아파와 이를 악물었다.“맨디 씨, 여준우 씨가 나한테 자기 연인 노릇 하라고 강요한 거예요. 그리고 난 그저 그의 수많은 연인 중 한 명일 뿐이고요. 심지어 그는 날 Y국에 가둬두려고 했어요. 그게 남다른 건가요?”맨디는 당황했다. 그녀는 갑자기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명승희는 거즈가 젖은 게 느껴졌다.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맨디 씨, 난 당신에게서 여준우 씨를 빼앗을
맨디가 미소를 거두었다.“반드시 사랑으로 결혼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 그냥 준우 씨 아내가 되면 만족해요. 그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니까. 나랑 그 사람은 천생연분이에요. 오직 나만이 그에게 어울린다고요!”맨디가 밀치는 바람에 명승희는 벽에 부딪혔다. 맨디는 갑자기 발을 들어 명승희 어깨의 상처를 힘껏 짓밟았다.명승희는 헛숨을 들이키면서 고통을 참았다. 피가 거즈에서 흘러나와 그녀의 옷자락을 빨갛게 물들였다.“많이 아파요?”맨디는 몸을 숙혀 그녀를 바라보며 음산하게 웃어 보였다.“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난 당신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하루를 선사할 거예요.”맨디는 손을 들어 남자 3, 4명을 불렀고 명승희는 표정이 굳으면서 안색이 창백해졌다.맨디는 명승희의 팔을 잡고 그녀를 남자들의 앞으로 끌고 갔다. 그녀는 명승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준우 씨는 다른 남자가 자기 장난감에 손을 대는 걸 싫어해요. 그러니까 당신을 망쳐야만 준우 씨가 완전히 마음을 접어요.”샌디에이고 저택.여준우는 와인을 한 잔 따랐고 붉은색 액체가 천천히 유리잔을 타고 흘러내렸다. 여준우는 와인잔을 잡고 살살 흔들더니 시선을 들어 옆에서 지키고 있는 검은색 옷을 입은 경호원을 바라봤다.“지금 날 가둔 거예요?”유나가 위층에서 내려왔다.“준우야, 이건 다 널 위해서야. 넌 그 여자랑 너무 많이 엮이면 안 돼.”여준우는 천천히 술을 들이켜더니 웃음을 터뜨렸다.“나랑 그 여자는 이미 끝났어요.”유나는 가라앉은 얼굴로 멈춰 섰다.“그래? 네가 그 여자를 떠나보내긴 했지만 네가 다시 그 여자를 찾아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잖아.”여준우는 미소를 거두고 자신의 어머니를 노려봤다.“그래서요.”유나는 미소를 지으며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준우야, 넌 엄마가 키운 훌륭한 아이야. 별거 아닌 여자 때문에 이렇게 변해버리면 안 되지.”“제가 이 꼴이 된 건 어머니 탓인데요.”여준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술잔을 내려놓았다.
“당신은 절 낳아준 제 친모니까 제가 어머니께 손을 쓸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 목숨은 어머니가 제게 준 것이니 제가 다시 돌려드릴 수는 있어요.”여준우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어머니, 전 37년 중 전 25년 동안 어머니의 통제를 받으며 살았어요. 전 단 한 번도 어머니를 미워한 적 없어요. 어머니는 절 사랑하는 게 맞으니까요. 하지만 전 이제 어머니의 사랑을 감당하지 못하겠어요. 레이나는 아무 잘못 없어요. 제가 잘못한 거죠. 레이나를 사랑했으면 안 됐는데. 명승희 씨도 잘못은 없어요. 잘못한 건 저죠. 제가 그녀를 건드렸으니까요. 그런데 어머니는 무슨 짓을 하셨죠? 절 망가뜨리면 어머니도 이젠 그만하시겠죠.”“여준우... 총 내려놔. 착하지. 넌 내 목숨만큼 소중한 아이야. 난 너 없으면 안 돼...”유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토록 숨 막히는 기분은 느껴본 적 없었다. 친아들이 총을 머리에 가져다 대면서 본인의 목숨으로 그녀를 위협하고 있었다.여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장전한 뒤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안 돼!”유나는 심장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는 처절하게 소리쳤다.“보내줄게. 보내주면 되는 거지?”여준우는 그제야 총을 내려놓고 겉옷을 집은 뒤 옆에 서 있던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을 밀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유나는 힘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고 손도 덜덜 떨렸다. 그녀는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여준우는 도로 위를 질주했다. 그는 뺨을 꿈틀거리더니 이를 악물고 액셀을 밟았다.차는 교외의 허름한 곳에 다다랐다. 그곳은 외딴곳이었는데 철문은 닫혀있었고 오로지 철조망에 가로막힌 창문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밖에는 차 두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맨디 차의 번호판이었다.여준우는 총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안에서 두 남자가 걸어 나오자 여준우는 총을 들었고 남자가 그를 발견한 순간, 총을 쐈다.두 번의 총소리에 안에 있던 사람들은
죽어야 할 사람은 그였고, 잘못을 저지른 것도 그였다.결국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지 못했다.*의사 선생님, 제 아들 깨어났잖아요. 이미 일주일이 지났어요. 그런데 왜 이런 상태인 거예요?”유나는 의사의 어깨를 잡고 히스테리를 부르며 물었다.의사는 깨어난 뒤 좀비 같아 보이는 여준우를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사모님, 죄송합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어요. 환자분의 상태를 보니 아마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심리적인 문제라니...유나는 멍한 표정으로 의사를 놓아줬다.“왜 이렇게 된 거죠?”“준우가 이렇게 된 건 다 너 때문 아니냐?”여준우의 고모, 여정희가 지팡이를 짚고 들어와 유나의 뺨을 때렸고 유나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녀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반지훈과 강성연은 문밖에 서 있었다. 그들은 여정희와 같이 온 것이었다.유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형님...”“여지우가 너한테 집안의 일을 맡겼지. 난 널 믿었어. 그래서 Y국을 오랫동안 떠나서 있었고. 그런데 그사이가 여씨 가문의 분위기를 이렇게 흐려?”여정희는 지팡이로 땅을 힘껏 내리치며 화를 냈다.유나는 흠칫했다.“형님, 제가 잘못했어요...”“네 잘못을 알아? 준우가 저 꼴이 됐으니 네가 잘못을 깨달았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여정희는 고개를 들었고 그녀의 눈동자는 벌겠다.“유나야, 네 의도가 좋았었다고 해도 준우에 대한 너의 사랑은 너무 이기적이야. 걔한테 숨 쉴 기회조차 주지 않았잖아.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건 너처럼 걔를 통제하고 걔 인생을 장악하는 게 아니야. 놔줄 줄 알아야지. 그리고 준우는 이미 37살이야. 세 살 짜리 애가 아니라고.”입을 꾹 다문 유나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녀는 이내 얼굴을 가리고 통곡하기 시작했다.“넌 준우랑 레이나가 만나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레이나가 사고를 당하게 만들었어. 그런데 그거 아니? 넌 그때 이미 네 손으로 직접 네 아들을
여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지훈은 웃음을 터뜨렸다.“연기 잘하네. 그러면 페르시아만 프로젝트...”“사람 짜증 나게 하네.”여준우는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 비에 젖은 차가운 얼굴에서 짜증이 보였다.반지훈은 병실 안으로 들어간 뒤 의자를 당겨 앉았다.“바람둥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준우가 여자 한 명 때문에 이 꼴이 되다니, 참 보기 드문 일이야.”’여준우는 창가에 기대었다. 그의 마음은 이미 차게 식었다. 그는 차갑고 습한 빗물이 느껴지지 않았다.“웃기지 않아? 나도 웃겨.”그가 말했다.“알게 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여자인데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는 내가 너무 웃겨. 얼굴도 그리 예쁜 건 아니고, 몸매는 괜찮지만 성격은 안 좋아. 똑똑해 보이지만 사실 바보 같고 순진해.”반지훈은 손목시계를 만지작거리다가 시선을 들어 그를 보았다. 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준우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에 머물러 있었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다.“내가 그녀를 신경 쓴 건 그녀의 레이나처럼 바보 같은 면에 끌려서였어. 처음에는 그저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여준우의 목소리가 뚝 그쳤다.여준우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손가락으로 창문을 툭툭 두드렸다. 그의 눈가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빗방울인지, 아니면 눈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반지훈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케니 가문의 딸이 죽었어. 알고 있어?”여준우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는 시선을 내려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요 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같은 시각, 케니 가문의 사람이 샌디에이고 저택에 도착했다. 양측 사람들은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맨디의 아버지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냉정하게 차를 마시는 여정희의 모습을 바라봤다.“이게 무슨 뜻입니까?”여정희는 찻잔을 들면서 미소 지었다.“제 뜻은 아주 명확할 텐데요. 맨디 씨의 죽음은 저희 준우랑 무관합니다. 게다가 맨디 씨가 무슨 짓을 했는지, 누구에게 미움을 샀는지, 그게 우리 여씨 가문이랑 무슨 관련이 있나요?
“네.”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 씨.”명승희가 문가에 서 있었다. 그녀는 남자의 딸이 입던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사이즈가 맞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입을 수 있었다.명승희는 밖으로 나와 수염을 기른 아저씨에게 말했다.“스콧 씨, 죄송해요. 제가 부른 친구예요.”스콧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담배를 물고 일을 계속했다.명승희는 강성연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비록 시내에 있는 저택들처럼 호화스럽고 널찍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방 안에는 그들을 제외하고 어린 남자아이와 노부인이 있었다.“안녕.”강성연은 미소 띤 얼굴로 그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고 남자아이는 쑥스러운 듯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노부인은 듣지 못한 건지 반응이 없었다. 명승희가 말했다.“스콧 씨 어머니세요.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해요.”강성연은 당황했다. 그녀는 뭔가 떠올린 건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여준우 씨는 당신이 죽은 줄로 알던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명승희는 흠칫하더니 시선을 내려뜨렸다.“여준우 씨의 약혼녀 맨디 씨가 날 납치해서 내 몸을 더럽히려 했어요. 그래서 난 내가 반드시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명승희는 소파에 앉아 이미 치료된 상처를 매만졌다.“스콧 씨가 절 구했어요.”케니 가문은 갱단과 엮이게 되었고 스콧은 젊었을 적 갱단을 돕는 일을 했었는데 그의 딸이 18살 되던 해, 케니 가문의 사람이 그의 딸을 죽였다.그리고 그 범인은 맨디였다. 스콧의 딸은 맨디와 같은 학교에 다녔었는데 그의 딸이 맨디의 심기를 거스르게 되며 맨디가 명승희에게 쓰려고 했던 방법을 사용해 사람을 시켜 그의 딸을 강간하게 하다가 실수로 죽였다. 그러고는 자살로 위장했다.스콧은 자신의 딸이 자살했다는 걸 믿지 않았고 조사를 계속하다가 케니 가문을 조사해 냈다. 하지만 현지 경찰은 감히 나서지 못했다. 케니 가문은 현지에서 세력이 무시무시했고 갱단과도 관련이 있었기에 괜히 성가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스콧은 도저히 방
강성연은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들었다.“어떻게 알았어요?”반지훈은 그녀의 콧등을 살짝 긁었다.“그 시체는 케니 가문 딸의 시체였잖아. 짐작하고 있었어.”강성연은 시선을 내려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스콧은 딸의 복수를 하기 위해 그들이 딸에게 했던 짓을 맨디에게 똑같이 했을 것이다.강성연이 물었다.“케니 가문에서 가만있지는 않겠죠?”반지훈은 웃었다.“가만있지 않으면 뭘 어쩌겠어? 정말 원수가 그랬다면 케니 가문은 상대가 누군지 파악하기 전에 절대 일을 크게 벌이지 않을 거야. 그리고 여준우도 절대 그들을 봐주지 않을 거고.”강성연은 그의 품에 기댄 채로 그의 단추를 만지작댔다.“여준우 씨는 명승희 씨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겠죠.”반지훈은 강성연을 안아 소파에 내려놓았다. 그는 미소 띤 얼굴로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그건 여준우 일이지.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이틀 뒤, 명승희는 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병실에 여준우가 없어 간호사에게 물었다.“며칠 전 여기 있던 그 남자분은 어디 있죠?”“여준우 씨를 보러 오신 건가요?”간호사는 미소 띤 얼굴로 뭔가 아는 듯 얘기했다.“여준우 씨는 어제 퇴원했어요. 참, 여준우 씨께서 당신이 그에 관해 물어본다면 이 편지를 건네라고 하셨어요.”간호사는 명승희에게 편지 한 통을 건넸다.명승희는 당황하더니 천천히 편지를 건네받았고 간호사는 편지를 건네준 뒤 떠났다.명승희는 벤치에 앉아 편지를 뜯었다. 편지를 보니 그의 글씨체였다.“이 편지를 봤다면 명승희 씨가 날 찾으러 왔다는 걸 증명하겠죠. 보지 못했다면 아마 Y국을 떠난 거겠죠. 미안해요. 난 이기적이게도 당신을 데려왔으면서 당신을 지키지 못했어요. 레이나의 죽음은 내 트라우마예요. 그녀가 떠난 뒤 내 마음도 그녀와 함께 죽었어요. 난 내가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당신 말이 맞아요. 애초에 당신을 건드린 건 나예요. 그러니 내가 이 모든 걸 끝내야 했죠. 하지만 당신은 순진하고 바보 같은 여자라 내